Entries by admin

모랄리스트 이창동[철학적 인간극장]

모랄리스트란? ‘모랄리스트(moralist)’와 ‘도덕주의자’는 서로 다른 말이다. 도덕주의자란 자신을 일정한 도덕적 규범의 지배하에 두려는 사람을 말한다. 그에게 주요한 것은 규범을 지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이 정한 규범을 지키지 못할 때가 실제로 더 많다. 그러면 그는 그때마다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의외로 느껴지겠지만, 도덕주의자는 자신의 도덕규범의 합당한 근거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다. 그의 도덕규범은 대체로 종교적 믿음이나 사회적 […]

행복한 사회 [철학적 인간극장]

하나. 오늘 이미 졸업하여 학교선생이 된 어떤 제자로부터 아주 귀중한 메일을 받았다. 여기엔 사연이 좀 담겨 있는데, 그 사정은 이렇다. 언제가 내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영화를 하나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그 영화를 80년 여름 그 지독한 절망 속에서 뒹굴던 일요일 낮의 TV 영화관에서 보았다. 그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그만 빠져들어서 보았다. 그동안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나 생생하게 […]

청소와 인문학

먹빛 실루엣 아래 칠흑으로 잠긴 산으로 들어가면 낮과는 다른 세상이 있다. 어느 생의 그릇으로 영겁을 쌓아온 시간의 벽이 사라지고 스스로 살아나 바람의 결로 유유할 때, 세상은 크게 열리고 나는 태고의 원시포자를 느낀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환함 속에서 숲도 길도 더없이 아름답고 아늑해진다. 절망이나 포기란 사실 게으름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곧 놀라운 […]

너의 도시

비탈진 계단을 내려오며 오늘의 소망도 함께 길을 나섭니다. 수박 향기 같은 비온 뒤의 아침이 살짝 코 끝을 시큰하게 합니다. 하늘 한 번 볼 일 없이 살았던 날들이 언제부터 인지 먼 하늘을 바라 보게 합니다. 버스를 오르며 창 밖의 먼 하늘 끝에 어제처럼 간절한 소망 하나 걸어 놉니다. *이 글은 시민 인문학 강좌 수강생이 쓴 것입니다

출근길

비탈진 계단을 내려오며 오늘의 소망도 함께 길을 나섭니다. 수박 향기 같은 비온 뒤의 아침이 살짝 코 끝을 시큰하게 합니다. 하늘 한 번 볼 일 없이 살았던 날들이 언제부터 인지 먼 하늘을 바라 보게 합니다. 버스를 오르며 창 밖의 먼 하늘 끝에 어제처럼 간절한 소망 하나 걸어 놉니다. *이 글은 시민 인문학 강좌 수강생이 쓴 것입니다

나의 사치

어제 이사 일을 거들고 돈이 좀 생겼다.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닌 지 좀 된 터라 동네 시장을 찾았다. 북적거리는 틈을 돌아다니며 가죽신발과 티셔츠를 샀는데, 티셔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레이온, 실크, 스판덱스가 소재였다. 대중화장실에서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가방 맨 어깨 쪽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혹시나 가방끈 때문에 보풀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

여기 ‘어둠 속의 희망’이 있었네

교도소의 담장은 야트막했다. 오월의 햇살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정문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자 교도소의 뜰에 핀 봄꽃들이 제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윽고 육중한 철문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 철문 안이 감옥이다. 절로 심호흡이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다잡으며, 오월 햇살이 내리쬐는 철문 안으로 발길을 천천히 옮겼다.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

자활(自活) 인문학

하나. 2007년 8월부터 자활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던 일로 많이 지쳐 있을 때였고 자활 사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몸으로 하는 일이니, ‘마음은 좀 쉬자’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들어갔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2008년이 되었다. 봄이 되자 경기광역자활지원센터 홈페이지를 뻔질나게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소식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해보았다.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교육이 예정되어 […]

실천인문학 ? 삶을 고민하고 가꾸는 인문학

삶을 고민하는 인문학. 인간은 누구나 풍족하게 살고 싶고, 편리하게 생활하고 싶어 한다. 풍족함과 편리함에 대한 욕망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런 욕망을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조율하면서 충족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존재론적으로’ 욕망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잉여욕망, 즉 거품욕망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말해야 한다. ‘사람은 진실로 무엇으로 […]

가라타니 고진 – 마르크스의 가능성과 세계공화국[마르크스주의 사상사]-⑭

가라타니 고진 – 마르크스의 가능성과 세계공화국[마르크스주의 사상사]-⑭   강사 : 이정은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후기 : 조배준(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자본주의? 국가(State)=네이션(Nation)=자본(Capital)의 트라이앵글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프레시안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사 강좌 열 네 번째 시간에는 일본의 문예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을 이정은 연세대 외래교수의 소개로 만나보았다. 고진은 이른바 일본의 ‘안보투쟁 세대’로서 1960년대 초에 ‘일미안전보장조약 개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