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제65회 정기 학술대회(12월 9일, 토요일) 알림 [한철연소식]

2023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2023년 가을 정기 학술대회는 한국포스트휴먼연구회와 연합학술대회로 진행합니다.

12월 9일(토) 11시성균관대학교 퇴계인문관 308호 (31308)에서 열립니다.

주제는 ‘포스트휴먼과 신유물론 ㅡ 물질, 몸, 도시’입니다.

회원 여러분과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 바랍니다.

자세한 일정은 아래 포스터와 PDF파일 안내문(클릭)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PDF파일 안내문 »»»»»한국포스트휴먼연구회·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합학술대회


 

[신간안내] 『야코비와 독일 고전철학』(남기호 지음|도서출판 길|2023년 10월 20일) [한철연 소식]

『야코비와 독일 고전철학』(남기호 지음)

 

지난 2023년 9월 4일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신 故 남기호 회원의 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남기호 회원은 2008년 독일 보훔대에서 청년 헤겔의 인륜성(Sittlichkeit·지틀리히카이트) 개념을 다룬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제주대 철학과를 거쳐 연세대 철학과에 재직하였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헤겔을 중심으로 한 독일철학 연구자로 한철연에서 연구협력위원을 맡아왔고 활발히 연구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2022년 11월 ‘『정신현상학』으로 『볼데마르』 읽기’란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진행(유튜브 동영상 링크)하는 등  여러 차례 헤겔과 야코비를 주제로 학술지 『시대와 철학』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며 월례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야코비에 대한 독보적이고 꾸준한 연구의 결과가 『야코비와 독일 고전철학』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근대 독일철학의 중요한 연결 고리이자 방향타 역할을 했던 야코비의 철학이 재조명 되길 바라며, 연구자 남기호의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서로 널리 읽히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남기호 선생님의 영면을 기리며.

아래 책 소개 기사와 간략한 책 소개 및 목차를 안내합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문은 해당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아래 링크참조)

♦ 책 소개 기사

[책&생각] 독일 고전철학 발흥 밑불 된 야코비 신앙철학 (한겨례, 2023.10.20.)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12888.html

 

책소개

학문적 이성의 한계와 경계를 냉철하게 직시한 철학자, 야코비”

계몽의 비판적 자기반성을 통해 독일 고전철학을 살찌우다”

“야코비 철학은 존재하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것을 포착하려는 소박한 철학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단순한 것을 이해하려는 순간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해를 위해 개념으로 이름 붙이거나 지칭하는 순간. 우리 머릿속의 단순한 것은 더 이상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머릿속에서 개념의 일차 폭력을 행한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이 개념을 쪼개고 다른 개념과 비교하고 결합하는 등의 복잡한 지적 작업을 한다. 단순한 것은 더 이상 흔적조차 없는 잔해 속을 파헤치면서 개념들의 퍼즐 작업을 유희하는 것이다. 야코비는 이러한 지적 폭력의 상황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머리를 통해서든 마음을 통해서든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지적 이해를 위해 해체하기 이전의 바로 저 존재자의 참모습이라 역설하면서 말이다. 이에 주목하려는 야코비의 철학은 그저 소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한없이 진지해지려는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목차

제1장 야코비의 멘델스존 비판 25
1. 논쟁 과정 25
2. 무한자와 유한자 30
3. 이성의 자유와 공중제비(Salto mortale) 38
4. 정화된 스피노자주의와 참된 철학 47
5. 숨겨진 내막과 인격신 59

제2장 야코비의 칸트 비판 69

1. 계몽의 이성 69
2. 비평과 부족한 만남 72
3. 신앙과 실재론적 인식 78
4. 칸트 비판과 이성의 독재 86
5. 인식과 자유로부터의 비약과 실재론의 붕괴 99
6. 실재론의 가능성 108

제3장 야코비의 피히테 비판 115

1. 종교의 시대 115
2. 피히테의 도덕적 세계질서 119
3. 야코비의 살아 있는 신 132
4. 마음의 이별 148

제4장 경건한 기만과 건강한 비학문(非學問)

1. 학문의 관심 155
2. 감성과 자연 159
3. 오성과 학문 164
4. 이성과 계시 171
5. 자유로운 신앙철학과 악의 문제 181

제5장 야코비의 셸링 비판 189

1. 논쟁 배경 189
2. 기만적 이성 192
3. 이신론적 자연 198
4. 무신론적 학문 205
5. 학문과 유신론 214

제6장 셸링의 야코비 비판 221

1. 대종교 재판 221
2. 학문적 유신론 224
3. 유신론적 자연철학 230
4. 이성과 신앙의 관계 237
5. 공중제비 또는 제자리 뛰기 246

제7장 헤겔의 야코비 비판 253

1. 정신의 철학 253
2. 절대적 유한성 257
3. 유한한 무한성 264
4. 체계를 향한 정신 273
5. 화해의 첫걸음 280

제8장 야코비의 헤겔 비판 287

1. 믿음과 앎 287
2. 무차별적 절대자 290
3. 유한한 이성 297
4. 매개의 지양과 아쉬운 만남 305

야코비의 생애와 저술들 315

♦ 출처: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452704&start=pnaver_02

출처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452704&start=pnaver_02


저자 남기호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보훔 대학에서 청년 헤겔의 인륜성 개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 철학과 교수와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를 거쳐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었다. 칸트, 야코비, 피히테, 셸링, 헤겔을 비롯해 독일 근현대 철학의 주요 인물들과 그 관계를 다루는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또한 헤겔의 철학을 ‘학문과 세계의 발전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개선되는 열린 체계’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치밀하게 탐구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헤겔 인정이론의 구조」, 「형식논리와 헤겔의 변증법」, 「세계시민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단서조항」, 「자유로운 죽음의 방식: 헤겔의 자살론」, 「우주론적 신 현존 증명의 사변적 의미」, 「칼 슈미트의 국가론에서의 리바이어던: 그 정치적 상징의 오용과 홉스의 정치철학적 의의」 등이 있다. 저서로 『철학자의 서재 2』(공저, 알렙, 2012), 『다시 쓰는 서양 근대철학사』(공저, 오월의봄, 2012), 『현대 정치철학의 테제들』(공저, 사월의책, 2014), 『헤겔과 그의 적들: 헤겔의 법철학, 프로이센을 뒤흔들다』(사월의책, 2019), 『독일 고전철학의 자연법』(도서출판 길, 2020)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헤겔: 생애와 사상』(한스 프리드리히 풀다, 용의숲, 2010),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6: 계몽』(호르스트 슈투케, 푸른역사, 2014) 등이 있다.

최근작 : <야코비와 독일 고전철학>,<독일 고전철학의 자연법>,<헤겔과 그 적들> 등, 총 8종

[신간안내]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 비판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가』(한상원 지음|에디스코|2023년 9월 15일) [한철연 소식]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 비판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원하는가』(한상원 지음)

 

한상원 회원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충북대 철학과 한상원 회원이 지난 2018년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이후 또 한 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겨울 필로버스에서 진행한 『계몽의 변증법』 강독 세미나 녹취를 바탕으로 엮은 것입니다. 청중들과 소통하며 써낸 책이다보니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저자의 강연에 참석한듯 책의 내용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창립 100주년을 맞은 2023년 올해 의미있게 출간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사상의 정수를 이해하고 『계몽의 변증법』이 지닌 오늘날의 의미를 추적해 봅시다. 2023년 한국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진단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계몽의 변증법>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해설서로 읽히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한상원 회원은 지난 9월13일부터 15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에서 ‘비판이론을 미래화하기’(Futuring Critical Theory)라는 제목으로 열린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 창립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반)정치적 정서로서 공포를 이해하기: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의 비판이론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발표 했습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한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 ‘오징어게임’의 역설,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묻다 – 비판이론 100주년 학술대회 참관기(한겨례, 2023-09-18)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09088.html?fbclid=IwAR1YbvcnOFjF0zGcqWk8AsuarT9KsYnmWzBu2rq1XEd2Un3GamxrA9bb1ZU

 

아래 책 소개와 목차 안내입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는 해당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아래 링크참조)

 

책소개

아도르노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상원 교수가 필로버스에서 진행한 『계몽의 변증법』 강독 세미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계몽의 변증법』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의 사상가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학파’ 내지는 ‘비판이론’이라고 불린 지식인 그룹의 1세대를 대표하는 저작이다. 한상원 교수는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를 통해 『계몽의 변증법』이 지닌 오늘날의 의미를 추적하고, 우리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틀로 활용하고자 제안한다.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 고전이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사상의 정수를 담은 『계몽의 변증법』을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목차

1강 서문 & 계몽의 개념 15
책의 제목에 관하여 18 / 비판을 통한 구원 20 / 책의 발생사 23
/ 계몽의 약속과 좌절 25 / 공포와 지배 29 / 지식은 권력이다 33
/ 체계와 통일성 37 / 주술과 미메시스 40 / 우상 금지 원칙과 부정사유 43

2강 부연 설명 1: 오디세우스 또는 신화와 계몽 47
부르주아 개인의 원형 52 / 내적 자연의 억압 57 / 자기보존의 역설 61
/ 등가교환과 희생제의 66 / 오디세우스의 모험들 72 / 자연 지배와 인간의 지배 78

3강 부연 설명 2: 줄리엣 또는 계몽과 도덕 83
어두운 사상가들 86 / 성숙과 자기보존 89 / 도덕적 폭력 96
/ 고삐 풀린 시장경제 100 / 계몽에 대립하는 계몽 104 / 전도된 칸트, 사드 107

4강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1 113
문화산업 비판의 의미 116 / 개별자의 예속 118 / 관상학적 방법: 벤야민과 아도르노121 / 뉴미디어와 K-콘텐츠 시대의 문화산업론 128 / 위대한 예술 132

5강 문화산업: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2 137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140 / 욕망의 억압 145 / 웃음의 폭력 150
/ 유흥의 기능 154 / 동일성 논리의 역설 158 / 개별자의 잉여인간화 160

6강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 1 167
인종주의의 변증법 171 / 자유주의의 이중성 176 / 동화된 유대인들 179
/ 대중운동으로서 반유대주의 186 / 반유대주의의 정치경제학 193
/ 혐오의 발생학: 이디오진크라지와 미메시스 196 / 억압된 것의 회귀 205

7강 반유대주의적 요소들: 계몽의 한계 2 211
허위적 투사 214 / 편집증적 주체 219 / 폭력에 대한 변명 226
/ 절반의 교양인 229 / 개인과 자유 237 / 사유의 폭력성 243

8강 스케치와 구상들 251
두 개의 세계 254 / 유물론과 금욕주의 262 / 진보의 대가 264 / 대중사회 268
/ 모순들 270 / 철학과 노동분업 274 / 인간과 동물 278

♦ 출처: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447260

♦ 책 소개 기사 – 저자 한상원의 기사

우리는 왜 타인을 혐오하고 분노하는가(교수신문, 2023.10.11)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10353&fbclid=IwAR1Zu66U9zBTbHJJuU6-hWpf_GsZitFGMswVgyW7hZCLLWdcY5jI9oA6_qk

파국·재앙의 위기…‘비판’이 변화 이끈다(교수신문, 2023.10.09)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10352&fbclid=IwAR0dV0TjMrkszywkkJMS92J_uvyEzdQjZePAPBYxOVkLNlvj9GMGTZ1ADWw

출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447260

 


저자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이 있으며, 역서로 『공동체의 이론들』(공역),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아도르노와의 만남』,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등 여러 책을 공저했다. 현대사회 · 정치철학의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최근작 :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동아시아 자본주의> 등 총 13종

[신간안내] 『일상이 철학이다』(이종철 지음|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2023년 9월 30일) [한철연 소식]

『일상이 철학이다』(이종철 지음)

 

이종철 회원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2021년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란 부제로 『철학과 비판』을 출간하여 철학계에서 ‘에세이 철학’이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하였습니다. [2021년 웹진에 실린 •연효숙 회원의 서평, •저자의 답글] 2023년에 출간된 이종철의 『일상이 철학이다』 (삶의 지평을 넓히는 에세이철학)에는 ‘에세이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철학화, 철학의 일상화를 주창해 오는 저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자의 에세이철학론에 따르면 에세이철학은 일상어의 철학이며, 공유와 토론의 철학입니다. 일상의 나의 생각과 관점이 SNS에서 속풀이 단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서로 철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이자 장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에세이철학의 부활을 주창하는 저자와 깊게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 전공자들은 물론 관심있는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아래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소개와 목차를 안내합니다. (아래 링크참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오늘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쓰고, 읽는 시대를 살아간다. “책을 안 읽는다!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다”는 말이 떠돈 지 이미 오래고,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서, 출판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시대이지만, ‘글쓰기’와 ‘글 읽기’는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인간의 활동 분야이기도 하다. 하여, 오늘날은 ‘책 읽는 사람보다 책 쓰(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

전통적인 글쓰기-책 쓰기 문법에 따르면 오늘날을 ‘글쓰기가 왕성하게 성장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종 SNS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읽고, 쓴다. 책을 종이책에, 신문을 종이신문에만 한정하지 않으면, 종이책 독서나 TV 시청이 줄어든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 시청이 늘어난 것까지를 아우르면, ‘정보 습득으로서의 독서’는 지극히 일상적이며, 지속적이며, 현대인의 삶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행위이다. 오늘날이야말로 읽고 쓰기의 르네상스, 진정한 혁명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책 읽기’와 ‘글쓰기’의 개념과 범위가 달라진 만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의 범주와 용도도 크게 달라져야 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오늘날 인문학은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삶의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문-사-철’을 포함한 정통인문학에서부터 실용적인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고 확장되고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가 무제한, 무가격으로 공급되면서,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하고, 쓰고,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교육 수준의 향상되면서, 좋은 글, 의미 있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와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에세이철학’은 이러한 시대 상황과 요구에 따른 새로운, 어쩌면 본래적이며 본질적인 철학하기를 주창하여, 철학을 일상화하고, 나아가 일상 즉 생활세계에서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 만나는 사람, 겪는 사건, 떠오르는 생각 하나하나를 철학적 수준에서 재음미하고, 그것을 글로써 정리(집필)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의 일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생활과 괴리된 철학-학문은 의미 없으며, 일찍이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에서 ‘생각 없는 삶’의 위험천만함을 설파했듯이, 철학하지 않는 삶이란 위험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의 활동이 철학 활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식하고 인정할 때,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을 헤매는 현대인에게 철학적인 삶, 삶의 철학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철학을 교육해 온 저자가, 은퇴 이후 ‘에세이 철학하기’의 관점에서 그동안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해 온 글들을 한데 모으고, 단행본으로 편집한 것이다. 에세이철학에 ‘대하여’가 아니라, 실천적 글쓰기로써 에세이철학‘을’ 실현하고 실행하는 글쓰기의 성과를 모은 것이다. ‘단행본’의 의미와 ‘편집’의 의미가 더해짐으로써, 에세이철학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책이 되고 있다.

1부는 ‘일상과 철학’을 주제로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생활세계를 대상으로 철학하고 생활에 즉한 철학을 함으로써, “일상을 철학화하고, 철학을 일상화하자!”는 에세이철학의 본령을 보여준다. 철학자로서의 저자에게 다가오는 일상의 사건들의 의미를 일상에 내맡겨 버리지 않고, 그 속에 깃든 철학적 의미를 길어올리는 글들이다. 특히 저자가 새롭게 직면하는, 그리고 우리 사회가 급작스럽게 맞이하는 고령화 시대에, 에세이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다각도로 논설한다.

2부는 ‘영화’를 철학적 사유 대상으로 삼아 철학(사유)을 전개한다. 영화뿐 아니라 유튜브나 넷플릭스 드라마 등이 그 안에 다양한 철학적 토론과 논의의 소재를 담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영화는 그 자체로 한 권의 책 이상의 것이 되고,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에세이철학에서는 중요한 비유로 삼을 수 있다.

3부는 한국 사회와 정치 문제를 철학적으로 논구한다. 정치와 사회의 일들이란 곧 일상 이상의, 이외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에세이철학은 정치, 사회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많은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는 일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인간이라면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혜롭게,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정치사회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기술을 엿볼 수 있다.

4부는 도구와 기술에 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직접적으로 에세이철학의 발상이 주로 소셜미디어에서의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이다. 그 밖에 AI에 기반한 디지털 혁명, 챗GPT 등으로 가속화하는 세계의 ‘탈인간중심주의’ 등이 인간의 정체성에 끼치는 영향, 그 속에서 인간이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인간다움의 실체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5부는 ‘한글과 역사’라는 주제로,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문, 즉 쉬운 우리말로 철학하기라는 관점에서는 에세이철학의 핵심 주제가 되는 한글과 우리나라를 중심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세기의 세계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한다고 할 때, 이 지역의 국가 특히 우리나라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잃지 않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가 또 어떻게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자주성과 공존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에세이철학의 심화가 이루어진다.

6부는 저자의 전공 영역으로서, 평생에 걸쳐 체험해 온 대학과 교육 문제점을 일반 대중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오늘날 모든 한국인의 관심사이자 한국사회 문제의 출발점이며, 내일의 한국사회의 희망의 출발점이기도 한 한국 대학의 현실은 개혁이 필요한 상황임을 직격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앞으로의 모든 글쓰기 활동을 ‘에세이철학’의 관점에서 전개함으로서 철학의 일상화, 일상의 철학화라고 하는 비전과 과제에 천착해 가고자 한다. 그것이 현대 사회, 시민들에게 중요한 동기부여와 가치창발의 계기가 되리라 믿으며.

목차

제1부_ 일상과 철학

일상과 도(道) 자율과 강제

실존적 아포리아(aporia) 운수 좋은 날

한국인의 내로남불 위험한 상상

고령화와 한국 사회의 대응 고령화 시대의 삶의 기술―1

고령화 시대의 삶의 기술―2 내가 바라는 엉뚱한 소망들!

습관 페이스북과 라이프니츠

제2부_ 영화와 비평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깨달음 <가을비 우산 속에>와 <안티고네>의 갈등 해법

<거래>(Arbitrage)와 빼어남의 악덕 <1911, 신해혁명>과 북한 체제

<십계>와 기독교의 본질 <필라델피아>와 이반의 사랑―1

<필라델피아>와 이반의 사랑―2 통쾌하지만 씁쓸한 영화 <암살>

<아임 얼라이브>와 좀비들 세상 <페르시아 수업>과 우연, 언어, 이성, 인간, 기억

제3부_ 사회와 정치

5월에 부침 민란과 직접민주주의의 전통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방정책 미국 사회의 흑백 차별과 기독교 근본주의

제4부_ 도구와 기술

글과 글쓰기 SNS와 공간의 소멸

소확행과 블루투스 음성 인식 기술과 글쓰기

기술과 인간 AI 시대에서의 인간의 고유성

제5부_ 역사와 문자, 그리고 한글

고대사 연구와 문헌 순혈주의와 동종교배

역사의 변곡점과 역사적 주체의 대응 역사 청산

불행했지만 자랑스러운 한국의 최근세사 반사대주의

사무라이와 일본 우익의 전통 한국과 일본, 역사

중국과 소국 콤플렉스 문자와 기록

문체와 사유 한글과 성경

한글날을 생각하며―1 한글날을 생각하며―2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 별의 이미지

다산 정약용의 애절양 운초 김부용을 그리며

제6부_ 한국의 대학과 교육

공자와 공부 질문이 왜 중요한가?

언어와 학문 주권 의학 교육과 인문학

한국의 인문학 교육과 유학

♦ 출처: 알라딘: 일상이 철학이다 (aladin.co.kr)

♦ 서평: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신간 “일상이 철학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회를 만드는 길-  https://chanpark.tistory.com/entry/%EC%9D%BC%EC%83%81%EC%9D%B4-%EC%B2%A0%ED%95%99%EC%9D%B4%EB%8B%A4?fbclid=IwAR1Cx5CikzMMVreSgPq18Bfo1aPLF2ECddsfjrATnqNUTgLXoaiiF-XIr3w

♦ 이종철의 브런치 에세이 모음: https://brunch.co.kr/@35a0b96c4e334fd

출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start=short&ItemId=324954590&fbclid=IwAR27Hs6U8WY7gRFWQ-40Zpt3LRdFGWVIlhWI4AEywiTZpE9jqDRARTajRMI


저자 이종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교원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했고, 몽골 후레 정보통신대학 한국어과 교수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하고, 한남대 초빙교수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현재 연세대 인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브레이크 뉴스’와 ‘내외신문’ 컬럼리스트와 NGO 환경단체인 ‘푸른아시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고, 네이버 프레미엄 서비스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에세이철학’을 철학의 독립 장르로 만들기 위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 『철학과 비판-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가 있고, 공저로 『철학자의 서재』, 『삐뚤빼뚤 철학하기』, 『우리와 헤겔철학』, 『문명의 위기를 넘어』 등이 있으며, J. 이뽈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 2), A. 아인슈타인의 『나의 노년의 기록들』, S. 홀게이트의 『정신현상학 입문』,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Ⅰ,Ⅱ』(2, 3, 4/공역),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공역) 외 다수의 책들을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일상이 철학이다>,<철학과 비판> … 총 12종

[신간안내] 『생물철학』(최종덕 지음|씨아이알|2023년 9월 20일) [한철연 소식]

『생물철학』(최종덕 지음)

 

최종덕 회원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지난 2014년에 ‘생명의 역사를 관통하는 변화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동명의 책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 2023년에는 ‘다양성의 변화와 관계성의 공생’이라는 부제 아래 새 목차와 내용을 담아 새로운 버전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최종덕의 『생물철학』은 현대 생물학의 관련 분야들을 철학과 역사의 시선에서 바라봅니다. 생물학과 철학이 이미 내재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시도하고 나아가 인간의 삶과 생명의 세계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을 제시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철학과 과학 전공자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주제입니다.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아래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소개와 목차를 안내합니다. (아래 링크참조)

 

‘생명의 현재성’과 ‘생물의 역사성’

생물학적 존재에 대한 비판적 논증과 반성적 성찰

생물은 태어나서 먹고 자고 느끼고 반응하며 병들어 아프거나 늙어 죽는 개체발생에서부터 변이와 적응, 종분화와 멸종, 유전자 표류나 지질학적 격리 등 방향을 모른 채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생명은 장구하고 끝없는 생명사의 항해를 하는 중이다.

이 책 『생물철학』에서 다루는 생물학의 주제들은 과학적 논증과 철학적 성찰이라는 학문적 엄격함을 방법론으로서 중시하지만, 동시에 말라버린 호수 물고기와 도로 공사장의 절개면의 역사라는 은유적인 내러티브의 자유로운 사유방식도 소중하게 다룬다. ‘생명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면역학과 유전학 그리고 신경과학을 논의할 것이며, ‘생물의 역사성’과 관련하여 진화생물학과 종분화의 문제 그리고 발생계 이론을 논의할 것이다. 『생물철학』은 이런 현대 생물학의 관련 분야들을 철학과 역사의 시선에서 쓰고 있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에서부터 철학과 생물학은 이미 만나고 있었다. 생물학이나 철학은 존재와 인식 그리고 삶의 문제를 공통의 탐구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두 영역은 내재적으로 이미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생물철학은 생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식의 현장을 탐구하며 넓게는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시도한다. 나아가 인간의 삶과 생명의 세계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차

제1장 기계론과 생기론

    1. 근대과학의 세계관
    2. 전근대 생물학의 원리, 생기론
    3. 물리주의와 기계론

제2장 생물철학과 그 방법론

    1. 생명계의 특징
    2. 생물학적 방법론으로서 유기체주의
    3. 생물학적 인식론
    4. 자연주의 철학으로서 생물철학

제3장 진화론의 역사와 『종의 기원』

    1. 진화이론의 구조
    2. 라마르크에서 찰스 다윈으로
    3. 20세기 진화생물학

제4장 적응과 선택

    1. 진화의 기초 개념
    2. 적응의 의미
    3. 선택 수준
    4. 열린 논쟁, 열린 과학–생물막 사례로 본 선택수준
    5. 진화의 방향과 목적론

제5장 생물종의 철학

    1. 본질주의 분류학
    2. 현대적 의미의 종 개념
    3. 종을 해석하는 다원론
    4. 모자이크, 니치, 클러스터 이론

제6장 발생계 철학

    1. 발생학적 사유
    2. 발생진화의 주요 개념들
    3. 적응과 제약의 상보성
    4. 유전자를 읽는 발생학적 사유
    5. 발생계 이론
    6. 발생계 이론의 철학적 의미

제7장 진화생물학의 인과론

    1. 유기체 형질의 기능 개념
    2. 진화의 우연성과 인과성
    3. 미시진화의 인과관계
    4. 거시진화의 역사적 우연성
    5. 자연주의 인과론
    6. 철학적 재해석: 생–물리적 제약
    7. 생-물리적 제약의 사례: 북극흰여우의 유전자 표류

제8장 면역학적 자아

    1. 메치니코프 면역학의 철학적 존재론
    2. 버넷의 클론선택설
    3. 면역기억과 면역관용: 면역학의 인식론
    4. 박멸과 길들이기
    5. 철학적 자아

제9장 공생과 공진화

    1. 공생 개념의 역사
    2. 공생 개념과 그 의미
    3. 암세포와 정상세포 사이의 관계
    4. 공존의 사례
    5. 공진화
    6. 공존과 공생, 그 철학적 의미

제10장 몸과 마음: 신경생물학의 철학

    1. 마음과 뇌
    2. 중성적 일원론의 다양한 유형
    3. 시냅스 철학의 존재론적 전환: 가소성

제11장 진화윤리학과 인간본성론

    1. 전통 윤리학에서 진화윤리학으로
    2. 생물학적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3. 이타주의
    4. 사례: 자기기만의 진화론적 해석
    5. 공동체의 가능성

제12장 생물철학과 사회생물학

    1. 생물학과 사회
    2. 형이상학적 진보: 목적지향적 진보
    3. 진화와 진보는 다르다
    4. 과학과 인간의 소통
    5. 진화존재론

♦ 출처: 알라딘: 생물철학 (aladin.co.kr)

♦ 저자 홈페이지 책 소개: https://philonatu.com/home/mainpage_view.php?id=297

출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5143342


저자 최종덕
물리학, 수학, 생물학, 철학을 공부하면서 독일 기센(Giessen) 대학교에서 과학철학으로 학위를 했다. 이후 상지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진화생물학과 의학의 철학 공부에 집중했다. 현재는 독립학자로서 웹아카이브 philonatu.com를 통해 과학과 철학, 생활과 성찰, 동양과 서양, 물질과 의식을 가로지르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역서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의학의 철학』, 『뇌복제와 인공지능 시대』(번역), 세종도서로 선정된 『비판적 생명철학』, 『이분법을 넘어서』(장회익 공저), 그리고 『승려와 원숭이』(심재관 공저)가 있다. 이 외에도 『인문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시앵티아』,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과학철학의 역사』(정병훈 공역), 『부분의 합은 전체인가』 등 지은이의 여러 저작은 이 책 『생물철학』 안에 녹아들었다.
최종덕의 전문연구와 생활 글쓰기의 모든 자료 및 공부 경력은 자체 제작한 개인 홈페이지 philonatu.com에 공개되어 있다.
최근작 : <생물철학>,<의학의 철학>,<통일한반도의 녹색비전> 등 총 31종

2023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제64회 정기 학술대회(8월 19일) 알림 [한철연소식]

2023년 8월 19일 열리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제64회 정기 학술대회를 안내합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와철학연구회’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23년 8월 19일(토) 오후 1~6시
● 장소: 서울대학교 83동(인문사회계열멀티미디어 강의동) 305호

● 대중교통
– 추천 경로: 2호선 서울대입구역 하차 -> 지선 5511 승차 -> 경영대 행정대학원 정류장 하차 -> 도보 약 10분 (아래 지도 참조)
● 주차
– 위치: 정문 인근 주차장 혹은 관악사삼거리 주차타워(아래 지도 참조)
– 안내사항: 서울대 주관/주최 행사가 아닌 관계로, 서울대 측에서 주차권 제공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개인 차량으로 오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사비로 주차비를 납부하셔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드립니다.

● 프로그램

학술대회장 위치

 

 

 

 

 

 

 

 

 

 

 

 

 

 

 

 

 

 

 

 

주차타워 위치

 

[신간안내] 『아주 일상적인 철학』(박은미 지음|EBS BOOKS|2023년 6월 30일) [한철연 소식]

『아주 일상적인 철학』(박은미 지음)

 

박은미 회원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3년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에서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을 제시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철학의 지평을 펼쳤던 박은미 회원이 “마음을 괴롭게 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책” 『아주 일상적인 철학』(EBS BOOKS)을 펴냈습니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철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철학의 일상화 일상의 철학화’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의 단초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삶과 맞닿은 철학을 추구해온 저자의 글을 통해 마음과 생각의 관계, 철학적 사고의 형성에 대해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 전공자들도 꼭 한번 읽어볼 책입니다.

아래 책소개와 관련 기사를 안내합니다(링크 참조).

 

인생이라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데는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좋은 생각’이 필요하다!

  철학과 심리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마음·생각과 관련된 학문이라는 것이다. 철학은 생각을 검토하여 신뢰해도 좋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학문이고, 심리학은 행동 밑바탕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우리를 마음의 주인이 되게 하는 데에는 철학과 심리학이 모두 필요하다. 생각은 마음에 영향을 끼치고 마음은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 마음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바로 철학의 일이다.
  삶의 비바람 속에서 나를 지키고 또 발전시키려면 생각을 검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따져서 살피지 않고 간단하고 편리한 생각에 안주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나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곳에 닿게 해주는 것, 내 마음의 평안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간편한 생각을 거스르는 힘이다. 이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은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이 머리 아픈 학문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철학은 우리 삶에 필요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박은미의 『아주 일상적인 철학』은 마음을 괴롭게 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좋은 생각을 하라”는 말은 많이 들리고 또 모두가 그 말에 공감하는 바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책이 없다는 아쉬움으로 박은미는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생각의 습관을 파악하고, 새롭게 철학적 사고 능력을 훈련하며, 일상에 철학을 적용하는 3단계로 생각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마음이란 다름 아닌 마음을 통해 장악되었을 때에만 자유롭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 있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 생각을 잘하고 싶다면,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극복하고 내 마음을 정말 내 마음으로 하고 싶다면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목차

1부 개념편: 일상을 힘들게 하는 생각 습관들

01 왜 피해자인 나를 탓하지? │ 방어적 귀인
02 내가 이런 건 다 부모 탓이라는 생각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구분
03 타인을 선의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 │ 휴리스틱
04 오해와 편견을 부르는 뇌의 에너지 절약 방침 │ 인지 구두쇠
05 길을 막고 물어봐! 누가 그렇게 말하나 │ 제3자 퇴행 논변
06 내 눈에만 안 보이는 내 잘못 │ 인식의 사각지대
07 나조차 속아 넘어가는 나의 거짓말 │ 가짜 일관성
08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해답이 보인다 │ 프레임 바꾸기
부록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 진단 및 처방

2부 심화편: 삶을 변화시키는 생각 훈련

09 인식의 사각지대 줄이기 │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점검하자
10 현명한 생각의 출발점 │ 근거에 입각해 생각하자
11 경험의 효과를 두 배로 만드는 생각의 힘 │ 분석적으로 생각하자
12 확증편향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13 소망적 사고 극복하기 │ 내 생각을 움직이는 요인을 알아내자
14 후회와 불행을 줄이는 생각법 │ 교정적 인식을 하자
15 논리와 심리의 사이에서 마음의 가닥 잡기 │ 비합리에 딸려 가지 말고 균형을 잡자
16 무의식 바라보기 │ 나를 힘들게 하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자
17 다름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을 생각하자
18 심리학 책을 읽고 감동해도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 │ 삶의 근본적인 태도를 점검하라
19 내 마음을 정말 내 마음으로 하고 싶다면 │ 관찰적 자아를 활성화하자
부록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질문법

3부 실전편: 일상에 철학 적용하기

Q 1 팀장인 제 말을 꼬아서 듣는 팀원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편안한 소통이 될까요?
Q 2 저도 꼰대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Q 3 제 직장 동료가 제가 불편하다는데,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4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동료 때문에 힘이 듭니다
Q 5 직장의 대표가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면서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하냐?”라고 해요
Q 6 직장 동료가 사람들을 너무 무시해서 괴로워요
Q 7 회사에서 일일이 칭찬받고 싶어 하는 저, 프로가 아닌 걸까요?
Q 8 번아웃이 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Q 9 어떤 생각에 빠지면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Q 10 회피하는 성향이 있어서 평소에 대화가 어렵고 불필요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Q 11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 생각을 잘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Q 12 아버지가 지나친 능력주의자입니다
부록 삶을 위한 철학적 조언

출처: yes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810971

 

♦ 책 관련 기사 바로가기 모음 ♦

마음을 아프게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기(채널예스 기사) 『아주 일상적인 철학』 박은미 저자 인터뷰 2023.07.19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일상을 위한 철학] 

#신간 『아주 일상적인 철학』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생각습관 벗어나기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꼰대 지양 수칙” (feat. 아주 일상적인 철학)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나의 문제는 철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feat. 아주 일상적인 철학)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마음을 괴롭게 하는 문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feat. 아주 일상적인 철학)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생각의 힘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아주 일상적인 철학』 명문장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 진단 및 처방 『아주 일상적인 철학』 EBS BOOKS 네이버블로그

 


저자 박은미는? 철학박사·철학커뮤니케이터.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강의교수와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일반인을 위한 철학 저서 집필과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철학의 문턱을 낮추는 일을 통해 일반인과 철학 사이에 다리를 놓겠다는 포부로 철학커뮤니케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일상을 위한 철학’ 채널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철학적 성찰력의 힘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 삶과 닿아 있는 철학을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저서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를 출간한 이후 ‘인간관계에 대해 철학하기’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삶을 견디고 있는 당신을 위한 철학’ 등의 강의로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삶이 불쾌한가: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EBS Books),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소울메이트)를 단독으로 썼고 『철학, 삶을 묻다』, 『미래 인문학 트렌드』, 『왜 철학 상담인가』 등을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썼으며 『철학Ⅱ: 실존 조명』(공역),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50인의 철학자』 등을 번역했다.

‘나와 한철연’ – 한길석 편 [나와 한철연] ②

나와 한철연

 

한길석(중부대)

 

내가 한철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나는 인문대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선배가 일러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송종서 선배였다. 당시 종서형은 한철연 교육부장이었다. 내 전화를 받고 다소 의아했다고 한다. 대뜸 전화해서 입회(?)를 신청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던가? 어쨌든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내게 세상은 종말적 분위기로 가득했다. 구제금융 시대에 접어든 터라 오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캐쥬얼하게 전화해서 쿨하게 받아들여 준 유일한 곳이 한철연이었다(라고 말하면 한철연이 너무 쉽게 보일까?).

쉽게 들어왔지만, 정식 회원이 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 있었다. 근 한 학기 동안 매주 토요일 교육부 강좌를 이수하고 회비를 납부해야 정식 회원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 홍대역 산울림 소극장 부근의 사무실에 들락날락하면서 강의도 듣고, 소금구이도 먹으며 한철연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현재(2022년) 산울림 소극장 일대 모습, 출처: 네이버지도

교육부 과정을 마친 후 한철연 쪽으로의 발길은 뜸해졌다. 석사 논문 때문에 이래저래 바쁘기도 했다. 논문을 마무리하고 나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여전히 오라는 곳은 없었다. 9.11 테러로 무역센터가 무너졌다. 내 맘도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을쯤 조은평 선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힘든 자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라며 간사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21세기가 되도록 여전히 갈 곳 없는 자의 신세를 면치 못했던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한철연의 품속에 안겼다.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는 비밀이다.

간사 생활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에 비하면 업무 부담 값은 ‘0’에 수렴했다. 오히려 어려웠던 것은 무료함 뒤의 불안감이었다고 할까? 2002년 월드컵이 끝나자 나의 한철연 간사 생활도 끝났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여서 그때 무엇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학 준비를 하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포기하니 또 갈 곳이 막막했다. 그리고 또 전화벨이 울렸다. 벌써 세 번째다. 이쯤 되면 ‘갈 곳 없는 자에게는 늘 한철연 전화벨이 울린다’라는 귀납원칙이 성립한다. 이번에는 이정호 선생님이셨다. 방송대에서 튜터로 일해보라는 제안이었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인지 이정호 선생님의 귀띔 전화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귀띔 전화 쪽이 더 흐뭇하니 그렇게 기억하기로 하자).

이정호 선생님 덕에 안정을 찾은 나는 박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한참이나 미뤄뒀던 공부를 헤겔 분과원들과 함께 시작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헤겔 분과는 일관되게 헤겔을 읽지 않는다.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헤겔 분과원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공공성과 정치적 공영역에 관한 논의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제안한 텍스트가 아렌트의 저작들이었다. 헤겔 분과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꽤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아렌트를 읽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헤겔 분과원들과 보낸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따뜻한 한때 중 하나였다.

끔찍하게도 나는 오십 줄에 들어섰다. 한철연에는 이십 대에 들어왔으니 나와 한철연의 인연은 이십 년을 훌쩍 넘었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이러저러한 일을 맡아 이런저런 일을 해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한철연은 내게 늘 곁을 내주던 곳이었다. 응달진 곳에서 떨고 있으면, 한 조각 양달이라도 내준 곳이 아니었나 싶다. 그 속에서 몸과 맘을 덥히며 못되고 못난 학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한철연이 많이 어려워 보인다. 예전만 못하게 찾는 이도 적고 점점 기성 학회와 다를 바 없어지는 구석도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패기 있고 젊은 학자들이 한철연을 찾지 않는 데 있다. 학교나 기관에 몸을 담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독립 연구자들의 발길이 끊어진 데 있다. 갈 곳 없어 헤매던 나를 한철연이 보듬어 주었듯이 앞으로도 계속 고군분투하며 학문의 길을 가고 있는 청년 연구자들이 쉬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둥지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건승을 빈다.

한철연이 입주하고 있는 태복빌딩의 현재 모습(2022년), 출처: 네이버지도

[신간안내] 『유일자와 그의 소유』(막스 슈티르너 지음 · 박종성 번역, 부북스, 2023년 2월 28일) [한철연 소식]

『유일자와 그의 소유』(막스 슈티르너 지음 · 박종성 번역, 부북스, 2023년 2월 28일)

 

막스 슈티르너의 명작 『유일자와 그의 소유』를 슈티르너 철학 전공자인 한철연 박종성 회원이 번역하여 최근 출간하었습니다. 슈티르너 저서가 국내에 변역된 것은 처음입니다. 본 웹진의 블로그진에 [유령(Spuk)을 파괴하는 슈티르너(Stirner)]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 박종성 회원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 슈티르너의 철학을 규명하겠다는 일념 아래 오랜시간 동안 번역 작업에 몰두하였고 그 결실이 번역서 출간으로 맺어졌습니다. 슈티르너에 대한 국내 학계의 수요와 연구가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 사상 연구자 및 독일 철학 전공자들은 한번 관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봐야할 것 같습니다.

 

『유일자와 그의 소유』는 모든 종교, 철학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으로 도전했다. 그의 글은 자신을 많은 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슈티르너는 기존의 모든 종교, 철학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정중하게 도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당시의 모든 현존하는 동시대의 종교, 철학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뻔뻔스럽고 통렬하게 도전했다. 놀랍지 않게, 이 일은 자신들의 위대한 이념들과 이론들을 완성하거나 실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모든 신학자, 철학자 그리고 이데올로기 연구자들이 슈티르너를 기피인물로 만들었다. 박종성의 번역이 그 기피인물과 마주할 기회를 주었다. -김성민(건국대 철학과 교수)

혁명이 아닌 반란을 꿈꾼 슈티르너가 세상에 내놓은 마치 침묵과도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한 유일한 항변서. 그에게 ‘나’란, 대의나 이념에 종속된 자가 아닐뿐더러 인간이라는 일반성에 매몰될 수 없는 존재이며 심지어 언어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창조적 존재이다. 자신을 지우라고 요구하는 세상에 맞서기 위해 읽어야 할 책. -전호근(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현실적 대안을 고민했던 마르크스에게 몽상을 늘어놓는 급진주의자들이란 지극히 위험한 존재였다. 꿈이란 나아갈 길을 잊도록 할 만큼 너무도 매혹적이기에. 마르크스가 보기에 슈티르너의 꿈은 특히 위험했다. 일체의 속박도, 굴종도, 타협도 없는 ‘나’의 완전한 해방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티르너의 꿈은 특정한 통치체계의 구축이나 삶의 안정 따위로 ‘나’의 해방이 결코 완결될 수 없음을, 오히려 항상 되풀이하고 되돌아 봐야 할 꿈임을 웅변한다. 이는 안존과 타성이 유일한 삶의 양식인 우리에게 ‘나’를 일깨우는 각별한 외침이 아닐 수 없다. 박종성은 십수 년의 노력으로 슈티르너의 목소리, 『유일자와 그의 소유』를 고스란히 우리말로 옮겨주었다. 자, 이제 슈티르너의 일갈에 귀 기울여 속박을 안식으로 여기는 초라한 ‘나’를 돌아보자. -이병태(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옮긴이 박종성: 건국대학교에서 슈티르너의 유일자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철학자의 서재』1, 2(공저), 『B급 철학』(공저), 『코뮨의 미래』(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이데올로기와 문화정체성』(공역)이 있다. 논문으로는 「유일한 사람의 사랑」, 「슈티르너의 ‘변신’ 비판의 의미」, 「식민지 조선에서 슈티르너 철학의 변용과 그 의미 및 한계-염상섭의 「지상선을 위하여」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현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이고 현재 건국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철연의 추억 : 나와 한철연’ – 연효숙 편 [나와 한철연] ①

이 코너는 2023년 1월 12일(목) 서교동 소재 한철연 강의실에서 거행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신년회 2부 행사에서 ‘나의 과거의 한철연, 미래의 한철연’이란 주제로 진행한 발표회를 계기로 구성되었다. 이 코너에 게재되는 글들은 ‘내’가 처음 한철연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활동을 돌아보면서 한 개인이 철학 전공자로서 거친 여정뿐만 아니라 한철연이라는 철학 학회의 지난 활동을 되살피는 내용이 될 것이다. 80년대 이후 한국에서 철학함이 무엇이었는지 그 역사의 일부에 자리했던 옛 한철연과 지금의 한철연, 그리고 앞으로 한철연을 생각하며 지금 철학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한철연의 추억 : 나와 한철연

연효숙(연세대)

 

나는 2023년 1월 12일(목)에 열리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이하 한철연)의 신년회 때 세대별 4인 주자들(70년대 세대, 80년대 세대, 90년대 세대, 2000년 이후 세대)의 릴레이 간담회 기획(각 사람이 10분씩 발표)을 현남숙 연구협력위원장으로부터 부탁받았다. 처음에는 이 신년회 간담회 4인 기획이 노년 세대(60세 이상)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줄 알고 좀 주춤거렸다가, 세대별 기획이라는 말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흥미로운 기획이라 생각하여 흔쾌히 수락하였다. 주제는 ‘과거의 한철연, 미래의 한철연’. 이 주제야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세대별로 한다는 것이 새로운 시도였고, 또 간담회 형식이니 자유롭게 생각나는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한철연 신년회 간담회는 4인의 발표로 끝이 났다. 이어서 송상용 선생님, 김교빈 선생님의 추억담도 있었고 회식이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말한 ‘한철연의 나, 나의 한철연’ 내용은 제대로 기억된 것이었을까? 부분부분 끊기는 희미한 그 시절의 기억을 가다듬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4인 릴레이 간담회를 한철연 웹진 <ⓔ 시대와 철학>에 한번 남겨 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진보성 웹진 편집주간이 4인 간담회를 정리하고 있는데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망설이다가 내 계획, 즉 직접 내가 이 기억의 내용을 쓰는 것은 어떨까? 또 이 기획을 4인 기획으로 이어서 쓰고, 더 나아가 자유롭게 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쓰면 어떨까? 이렇게 제안했다. 논문 형식의 딱딱한 기록이 아닌, 우리들 각각이 기억하는 그 시절의 기억을 에세이 형식, 르포 형식으로 가볍지만 진솔하게 써 내려 가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단 기억’의 형식으로 한철연 34년의 역사(1989년부터 2023년까지)를 각각의 기억의 편린 속에서 끄집어내어 콜라주 형식으로 갖다 붙인다면, 그렇게 찢어 붙인 조각 조각들이 우리 시대 한철연의 다면적인 기억이자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작정을 하고 나는 신년회 때 했던 이야기들, 기억들에 덧붙여서 1세대 한철연 회원으로서 추억을 회상해 보고자 한다. 이 기억은 온전히 나의 개인적인 기억이며, 그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가끔 그 기억에 대한 사실(팩트)이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료적 기억만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이러한 릴레이 기록이 후일에 또 다른 한철연의 기록들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1. 한철연 탄생의 추억

나는 78학번으로 70년대 학번 후반 주자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서슬이 퍼런 박정희 독재 정권의 유신 말기로, 캠퍼스에는 알 수 없는 억압과 침묵의 공기가 무겁게 맴돌았다. 1979년 10월 29일 가을에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저격 사건이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속보는 빨리 퍼져 나갔다. 80년 서울의 봄, 광주 항쟁 등 그때 대학생들은 누구나가 다 반정부 데모에 동참했고, 매캐한 최루 가스의 냄새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다가 소련의 붕괴와 해체, 그리고 진보 진영의 암흑 시절에 나는 당시 한국헤겔학회의 일원이었다. 1988년 가을쯤 광화문에서 헤겔학회 소장파들(유헌식, 이종철, 나)과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철학연구실(사철연)의 소장파들(이상훈, 서도식 등)이 양쪽에 다 참여했던 우기동, 양운덕의 매개로 광화문 계단에서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마르크스 등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고, 칸트, 헤겔 공부를 하면서 어렴풋이 마르크스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 두 단체 회동 시 장소였던 계단의 모습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세세한 논의 내용은 기억에 없고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계단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얘기했던 그 기억은 나만의 기억일까. 암튼 그 후 두 단체의 통합을 위한 모임은 몇 차례 더 있었다. 그 시절에 대해서는 이병창, 우기동, 이종철, 김교빈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통해 어렴풋이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두 단체 회원들이 마석이었던가 어딘가 교외로 나가 통합에 관한 논의를 더 했었는데, 그중 단체의 작명에 관한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다. 이병창은 ‘사상’이라는 말을 꼭 집어넣어야 한다고 했고(이병창, 나의 기억 동일), 이종철은 ‘실천’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우기동 기억).

그렇게 1988년은 흘러가고, 1989년 3월 25일 두 단체는 통합하여 ‘한국철학사상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창립총회를 했다. 나도 이 창립총회의 기억은 분명히 있다. 이때 이정호 선생님이 큰 역할을 한 것 아닌가 짐작되며,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해서 확인도 했다. 그리고 창립총회의 사진을 이정호 선생님이 가지고 있으며 내게 보내 준다고 했다. 이렇게 창립총회가 있기까지 두 단체의 통합 과정에 대한 나의 한철연 가장 초기의 장면과 기억이 이제는 아련하고 어렴풋한 ‘한철연의 추억’으로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다. 아마 내가 더 나이가 든다면 이 장면들은 더욱더 빛바랜 사진인냥 재생도 복원도 어려운 채로 흩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1988년경 광화문 일대(민방위 훈련 중) / 사진출처: 영화 <칠수와 만수>(1988)

 

  1. 학회지의 추억

2023년 올해 따져 보니 내가 한철연과 함께한 세월은 34년째이다. 한철연이 1989년에 공식 출범했는데, 양 단체가 완전히 한철연 속으로 해체되어 융합되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한국헤겔학회는 이미 임석진 선생님을 중심으로 몇몇 노장파 회원들(이을호, 이병창, 설헌영 등)이 활동을 하고 있었고, 사회철학연구실은 주로 서울대 철학과 72학번(이규성, 이훈, 이영철, 이정호, 이병창, 김수중 등)이 먼저 활동했다(고 들었다). 통합 이후 사회철학연구실은 한철연에 흡수 통합되었고, 한국헤겔학회는 지금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학회지의 경우, 한국헤겔학회는 1984년에 『헤겔연구』제1호가 나왔으며, 사회철학연구실의 학회지에 대한 사정은 내가 잘 모르겠다. 한철연을 중심으로 하자면, 『시대와 철학』이 무크지 형식으로 1988년, 1989년에 천지출판사에서 나왔고, 이 책 두권은 아마 서교동 태복빌딩에 보관되어 있겠지만 나는 갖고 있지 않다. 한철연의 공식 학회지 『시대와 철학』 제1호는 1990년에 천지출판사에서 발간되었고, 이 책은 나도 갖고 있다. 한철연 20여 년간의 『시대와 철학』 그리고 회원들의 학술활동과 관련된 자세한 논의는 2009년 한철연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시대와 철학』제20권 3호에 실린 박영균의 「철학 없는 시대 또는 시대 없는 철학」의 논문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한철연 회원들의 20년간의 주요 학술활동 성과에 대해서는 이철승의 「‘임중(任重)’의 시대정신 발현과 ‘도원(道遠)’의 ‘우리철학’ 정립 문제」와 이정은의 「사회 변혁을 위한 철학적 논의들」의 논문들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시대와 철학』 제1호 1990.6.30. 발행 / 사진출처: 연효숙 회원

 

  1. 연구실의 추억

한철연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추억은 연구실에 대한 기억이다. 다른 무수한 학회들과 달리 한철연은 고유의 연구 공간인 연구실이 있었다. 이 연구실에서 분과별로 세미나하고, 기조부(이병수, 박영균, 송석현 활동)의 초청으로 외부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나는 1989년 당시 과천에 살고 있었는데, 처음 한철연의 연구실인 낙성대 연구실까지는 남태령 고개만 넘으면 되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한층 더 친근감이 갔다. 그러다가 1994년에 ‘논리교육연구실’이 발족되고, 이때부터 신촌, 홍대 연구실 시절이 열리게 되었다. 한철연이 ‘논술 사업’에 참여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엄청난 논쟁이 있었을 당시 나는 무슨 사정 때문이었는지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6년 학위를 마친 후에 나는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 있었던 ‘논리연구실’에 조광제, 우기동, 홍건영 선생님과 함께 상근하게 되었다. 학위를 마친 후 딱히 장래가 보장되는 자리가 내게 없었기 때문에 이 제안을 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한동안 한철연 회원들은 논술 첨삭 노동에 매진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자의반 타의반 발휘했다. 이때가 아마도 한철연 역사상,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여유 있는, 그러나 연구 역량이 거의 발휘되지 못한 시절이 아닌가 기억된다. 그러다가 한샘의 재정난으로 1999년 한철연의 논술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후 제2의 낙성대 연구실로 이사 가면서, 다시 연구실 분위기는 차분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윤구병 선생님의 제안으로 현재 서교동의 태복빌딩 3층으로 이사 왔고, 이순웅 당시 연구협력위원장의 열성적 제안으로 한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하게 환골탈태해진 현재의 연구실이 탄생하게 되었다.

 

  1. 분과활동의 추억

한철연과 내가 함께한 세월은 다른 초창기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34년이다. 늘 한철연에 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한철연은 늘 그 자리에 굳건히 있었다. 나는 한철연에 들락날락하며 밀착했다가 거리를 두었다가 하곤 했었다. 한철연에서 내가 소속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활동은 역시 분과 활동이었다. 창립 초기에 내가 기억하고 참여했던 분과는 대표적으로 ‘변증법 분과’였다. 어느 여름에는 명지산으로 분과 엠티를 당일치기로 갔다 왔던 기억도 있다. 이 분과 소속으로 현재까지 한철연에 열심히 나오는 회원은 이병창 선생님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이후에 나는 문화변증법 분과에도 소속이 되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두 분과는 현재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내가 한철연에서 동지들과 함께 만들고 가장 애썼던 분과는 ‘여성과철학 분과’였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6년에 만들어졌다. 김세서리아, 이정은 등과 의기투합해서 여성과철학 분과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여성과철학 분과는 한철연을 27년 이상 굳건히 지킨 분과라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이 분과에 한 번도 결석 없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고, ‘여성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어떤 직감 때문에 좀 멀리한 시절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여성과철학 분과를 멀리하면 나에게는 특이한 금단 현상이 나타나 얼마간 휴식 후에 다시 복귀하고는 했다. 한철연이 친정집이라면, 여성과철학 분과는 친정엄마와 같은 존재였다. 이후 많은 후배들이 여성과철학 분과에 나처럼 들락날락하며 꽤 적지 않은 성과를 내었다. 지금 나는 여성과철학 분과를 지키는 창립 멤버이자 뒷방 늙은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흐뭇한 기분이다. 최근에는 3-4년 전에 만들어진 ‘근현대 삶 사회 분과’(이른바 복덕방 분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교빈 분과장님과 더불어 한철연 초창기 멤버들의 집합소가 됐지만, 이후 20년은 더 가자 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가는 분과가 되길 희망한다.

2017년 11월 25일(토) 여성과철학 분과가 진행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17년 가을 제53회 정기학술대회 광경 / 사진출처: 전호근 회원 facebook계정

 

  1. 한철연 속 나의 궤적

나는 한철연의 창립 멤버이자, 은퇴하지 않는 회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은퇴하지 않을 결심’을 했었던 것 같다. 아무리 퇴물처럼 보여도 굳건히 지키는 어느 사찰의 은행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철연에서 쓴 감투는 여성과철학 분과의 첫 번째 분과장이다. 이 감투는 꽤 오래갔고 장기집권을 했다. 그러다가 분과장을 김세서리아에게 물려 주고 나는 평회원으로 자유롭게 세미나에 참여했다. 한편 논리교육연구실에 발탁되어 상근연구원(유급)으로 2년여를 지냈고, 그 후 서교동 연구실 시절로 이사 한 후에는 한철연에 잘 나가지 않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있는데, 느닷없이 이순웅 위원장의 전화가 나를 깨웠다. 걱정 반 불안 반 마음으로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을? 실수한 것?’이라고 자기 검열하면서 이순웅 위원장을 만나러 갔다. 그 자리에서 느닷없이 나는 차기 연구협력위원장 자리를 덜컥 제안받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제안에 나는 당황했고, 망설임과 거절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순웅 위원장이 두 번째 왔을 때 나는 삼고초려는 아니지만 결국 그 자리를 수락하고 말았다. 나는 연구협력위원회의 부장 감투도 한 번 쓰지 않고 낙하산 위원장이 되고 말았다. 이게 옳은 결정인가? 하는 많은 망설임도 있었지만, 이 2년 동안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한철연과 맺은 두 번째 소중한 인연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 후 편집위원장 그리고 회장까지 나는 감투를 쓰게 되었고, 흥겨운 마음으로 그 직책들을 수행하였다. 어찌 보면 나는 한철연의 고위직 감투에서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닌 셈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여기에 여러 가지 함의가 있음은 다들 잘 아실 것 같다.

한철연은 늙어가고 있다. 후배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학문 후속 세대 문제는 큰 짐으로 남아 있다. 또 한철연의 끝나지 않은 정체성 논의는 한철연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위안 삼아 본다. 21세기 인문학 위기 속에서 한철연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추신, 이 글을 쓰는 데에는 이정호, 김교빈, 이병창, 서유석, 이종철, 우기동, 문성원, 김세서리아 선생님과의 전화 통화 등 큰 도움이 있었음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