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회원들의 철학적 책읽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8월 월례발표회 영상 “『논어(論語)』에서 드러나는 ‘즐거움’의 생명적 구조와 성격 해석” [월례발표회·세미나]

안녕하십니까? 한철연 학술1부입니다.

2021년 하반기 8-11월까지 한철연 월례발표회를 진행합니다. 하반기 월례발표회의 시작은 이찬희 선생님과 윤태양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8월 월례발표회

주제 : 『논어(論語)』에서 드러나는 ‘즐거움’의 생명적 구조와 성격 해석
–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존재론의 방법론적 적용과 비교
발표자 : 이찬희(성균관대학교)
토론자 : 윤태양(성균관대학교)
일시 : 2021년 8월 30일(월) 오후 4시 ? 6시
장소: 온라인 줌 회의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dAQLAmA9ukM

연효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의 ‘철학과 비판(이종철 저서)’ 서평에 답함 “새로운 철학을 하는 계기가 되고 동력이 될 수 있기를…” [철학자의 서재]

연효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의 ‘철학과 비판(이종철 저서)’ 서평에 답함
“새로운 철학을 하는 계기가 되고 동력이 될 수 있기를…”

 

이종철(연세대)

 

♦ 2021년 6월 12일 브레이크 뉴스(Break News)에 실린 이종철 박사의 기고 글(https://www.breaknews.com/813273)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웹진 〈ⓔ 시대와 철학〉에 게재함을 알립니다. 게재를 허락한 이종철 선생님과 브레이크 뉴스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연효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이하 필자)이 쓴 서평 “이종철 저서 ‘철학과 비판’-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은 저자가 주창한 에세이 철학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글쓰기가 오늘 날 전문화된 학계에서 생존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나는 전문적인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이런 반응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취지는 동의하지만 과연 그런 글쓰기가 현실적으로 -이른바 학계에서- 생존 가능할 수 있을까? 전문 연구자들이 이런 형태의 철학적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까? 이런 글쓰기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의 현실적 위상을 어떻게 자리 매김할 수 있을까? 이런 반응은 충분히 가능할 뿐더러 당연하기도 하다.

필자는 내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철학과 현실의 관계, 현실로부터 유리된 철학의 위상, 오늘 날 학자들이 행하는 일상적인 철학 활동이 오퍼상이나 고물상과 다르지 않느냐는 나의 비판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런 나의 문제 제기는 기존 철학자들에 대해 일종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작업이고, 이런 물음을 통해 자신들의 철학 활동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체성의 위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서양 철학을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 현대의 한국에서 고대 중국과 한국의 철학을 연구하는 의미, 현실을 포괄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철학의 의미, 나아가서는 지금 이 땅에서 철학한다는 것의 의미 등등 오늘 날 우리에게 도대체 철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전문화된 논문 속에서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런 맥락에서 에세이 철학의 형식을 통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철학은 늘 회의와 반성 그리고 비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나의 문제 제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에세이 철학은 기존의 철학적 글쓰기에 대한 대안적 작업은 아니다. 다만 철학적 글쓰기가 한 방향으로 치우치다 보니 놓치고 있는 자유로운 철학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내용이 그것을 드러내가 위해 적합한 형식을 요구하듯, 형식은 내용은 일정하게 규정하고 제한할 수 있다. 전문적인 논문은 논문대로 그 나름의 역할과 의미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에세이 철학의 형식은 아카데믹한 글쓰기를 넘어서 다양한 주제들을 상대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에세이 철학은 전문적인 철학의 테두리를 넘어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철학의 문제들을 끄집어 낼 수 있으며, 주석에 대한 부담을 덜고서 얼마든지 자유롭고 현실 비판적으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그 점에서 에세이 철학은 형식의 개방성을 열어 줄 수 있다. 이런 형식의 개방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철학적 글쓰기에 대한 보완적 형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전문적인 철학 논문들과 달리 이런 글들이 실릴 수 있는 지면을 확보하기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점에도 있다.

필자는 에세이 철학을 ‘도전과 모험’으로 규정한다. 이런 철학은 분명히 전문가 집단의 관행을 넘어서 있다. 이런 예외적 활동에 대해 기존의 전문가 집단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침묵과 무시, 혹은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인가, 아니면 미미하지만 새로운 불씨가 되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필자는 에세이 철학을 ‘대중적인 글과 전문적인 글쓰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도 생각하고, ‘업계와 비업계 사이의 경계인의 위치’에서 쓰는 글쓰기로도 생각한다. 저자의 이런 시도에 대해 ‘무모한 시도로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글쓰기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을지’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서 볼 때 한편으로는 우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양면적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나의 시도가 ‘철학의 현실에 커다란 파문을 던진 것’을 인정하고, 이것이 ‘철학의 비판적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위한 논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 것 자체에 위안을 삼고 싶다. 필자가 그 파문이 찻잔 속의 미동에 그칠지, 거대한 파도가 될지는 그 누구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모든 새로운 시도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철학과 비판-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향해>에 대해 산발적이지만 적지 않은 서평을 여러 동료 철학자들이 해주었다. 좋은 책이 나와도 1년 내내 서평 하나 없는 학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관심만으로도 그 반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서평이 앞으로도 얼마만큼 이어질지, 그리고 그것들을 매개로 새로운 논쟁이 발생할 수 있을지는 지금 예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동료 학자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반응을 하면서 철학의 문제들을 우리 내부로 끌어안으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철학을 하는 계기가 되고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일전에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모 신문에서 9개의 질문을 받고 A4 용지 7장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내 책의 내용을 가지고 꼼꼼하게 분석하고 질문지를 작성한 것 자체가 나의 생각을 다듬는데 한 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답변서가 조만간에 그 신문에 실리게 되면 내 책을 이해하는데 한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장문의 서평을 통해 <철학과 비판>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잘 드러내준 연효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께 감사를 드린다. jogel4u@outlook.com

 

*필자/이종철

철학박사.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근간 “철학과 비판”의 저자. 칼럼니스트.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이다. * Below is the [full text] of an English article translated from the above article as’Google Translate’.

 

In response to the review of ‘Philosophy and Criticism (Book of Lee Jong-cheol)’ by Yeon Hyo-sook, president of the Korean Philosophical and Thought Research Association

“I hope that it will become an opportunity and a driving force for a new philosophy…”

-Dr. Jongcheol Lee

 

The book review “Lee Jong-cheol’s book ‘Philosophy and Criticism’ – a relentless challenge for a new philosophical writing?” written by Yeon Hyo-suk, president of the Korean Philosophical and Thought Research Association (hereafter, the author) It raises the question of whether such writing can survive in today’s specialized academia. I think this kind of reaction from a professional researcher’s point of view is very natural. I agree with the purpose, but can such writing realistically – in the so-called academia – survive? Can professional researchers pay attention to this form of philosophical writing? What is the meaning of such writing, and how can we establish its realistic status? Such a reaction is not only possible, but also natural.

I agree to some extent with my criticisms of whether the relationship between philosophy and reality, which I consistently insist on, the status of philosophy separated from reality, and whether the daily philosophical activities of today’s scholars are different from those of Opus and antique dealers. My questioning like this is a task that demands a kind of identity from the existing philosophers, and it can be an opportunity to look back on their philosophical activities through these questions. An identity crisis can be posed from several perspectives. The meaning of studying Western philosophy in East Asia, the meaning of studying ancient Chinese and Korean philosophies in modern Korea, the meaning of a philosophy that encompasses reality and separates it from reality, and furthermore, the meaning of philosophizing in this land. It can induce a fundamental reflection on what it means to do philosophy for us. However, it is difficult to raise such a comprehensive and fundamental question in a specialized paper. In that context, raising a problem through the form of an essay philosophy is meaningful enough. Since philosophy has always been a work of skepticism, reflection, and criticism, my questioning can be meaningful in itself.

Essay philosophy is not an alternative work to the existing philosophical writing. However, it is intended to revive the spirit of free philosophy that has been lost because philosophical writing is biased in one direction. Just as content requires an appropriate form to reveal it, form can define and limit content in a certain way. A professional thesis has its own role and meaning, just like the thesis. Similarly, the format of the essay philosophy can go beyond academic writing to help you write freely and creatively on a variety of topics. First of all, essay philosophy can bring out philosophical problems in daily life beyond the boundaries of professional philosophy, and it helps to relieve the burden of commentary and write freely and critically in reality. In that respect, the essay philosophy can open up the openness of the form. This type of openness can be a complementary form to the philosophical writing that has been unilaterally carried out so far. The problem is that, unlike professional philosophical papers, it is still far from secure a space for these articles to be published.

I define my essay philosophy as’challenge and adventure’. This philosophy clearly goes beyond the practice of the professional community. How can the existing expert group accept this exceptional activity? Will it be consistent with silence, ignorance, or indifference, or will it be a small but new spark and spark? I think of the essay philosophy as ‘a tight line between popular writing and professional writing’, and I think of it as writing written in ‘the position of the borderline between industry and non-industry’. Regarding the author’s attempts, he does not withdraw his uneasy gaze about whether it will be a reckless attempt or whether it will be established as a new writing culture. From the perspective of the expert group, the two-sided feeling of concern on the one hand and expectation on the other is understandable. However, acknowledging that my attempt ‘had a great ripple on the reality of philosophy’, and hoping that this could ‘restore the critical function of philosophy and ignite a debate for a new philosophical writing’, is comforting in itself. want to take It remains to be seen whether the ripple will be just a small movement in a teacup or a huge wave, as no one knows at this time. Not all new attempts will be satisfied with the first drink.

So far, several fellow philosophers have written sporadic, but not a few, book reviews on <Philosophy and Criticism – Essay Towards the Resurrection of Philosophy>. Considering the reality of academia where there are no book reviews throughout the year even if a good book is published, this interest alone can have a huge impact. It is difficult to predict how long these book reviews will continue in the future, and whether new debates may arise through them. However, I believe that trying to embrace the problems of philosophy within us while reacting to the research results of fellow scholars in this way can itself be an opportunity and a driving force for a new philosophy. I can’t reveal it yet the other day, but I was asked 9 questions from a certain newspaper and submitted 7 A4 paper-sized answers. The meticulous analysis of the contents of my book and the preparation of the questionnaire itself can be very helpful in refining my thoughts. If my answer will be published in the newspaper sooner or later, it will be of much help in understanding my book. Finally, I would like to thank Yeon Hyo-sook, president of the Korean Philosophy and Thought Research Association, for revealing the various problems of <Philosophy and Criticism> through a long review. jogel4u@outlook.com

 

*Writer/Lee Jong-cheol

Doctor of Philosophy. Yonsei University Humanities Research Institute. Author of the foundational “Philosophy and Criticism”. 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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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봄 제60회 정기학술대회 영상(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과 공동학술대회) [월례발표회·세미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봄 제60회 정기학술대회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과 공동주최

주제: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그 해석의 정치철학적 스펙트럼》
일시: 2021년 6월 5일 토요일 오후 12시 50분 시작
장소: 온라인(Zoom)방식으로 진행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그 해석의 정치철학적 스펙트럼》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 아래 2부에 걸쳐서 총 6개의 발표와 논평으로 진행

– 학술대회 순서 –

개회사: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장 김장환(연세대)
개회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이사장 김교빈(성균관대)

1부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 사회: 김은주(서울시립대)
포퓰리즘과 포스트 트루스 – 한길석(중부대) / 논평: 조배준(건국대)
포퓰리즘의 이중성과 민주주의의 민주화 – 한상원(충북대) / 논평: 김성우(상지대)
신체적 수행성과 정치적 대중 주체의 형성 – 조주영(충북대) / 논평: 이지영(이화여대)

2부 헤겔과 아렌트 / 사회: 이관형(정치경제연구소 대안)
혁명적 반혁명 – 헤겔의 프랑스 혁명 진단 – 남기호(연세대) / 논평: 이정은(상명대)
악의 평범성과 민주주의 – 이승준(동국대) / 논평: 조은평(상지대)
아렌트를 통해 본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 정유진(서강대) / 논평: 주현(건국대)

3부 종합토론 / 사회: 서영화(한신대)

폐회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연효숙(연세대)

 

  • 학술대회 자료집 다운로드 : http://www.hanphil.or.kr/board04/view.asp?key=7
  •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8b4–wR4m4c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5월 월례발표회 영상 “현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권력구성과 포스트 민주주의” [월례발표회·세미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5월 월례발표회 영상 “현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권력구성과 포스트 민주주의”

 

학술1부에서 기획한 2021년 2월부터 5월까지의 월례발표회는 [민주주의와 민주주의‘들’ 1]이라는 기획 아래 총 네 번의 발표가 예정되었고 이번 5월이 마지막 차례 발표입니다.

주 제 : 현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권력구성과 포스트 민주주의

발표자 : 이원혁(서울시 인재개발원)

토론자 : 김성우(상지대학교)

일 시 : 2021년 5월 31일(월) 오후 4시 ~ 6시

장 소 : 온라인 줌 회의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xf9yOTi5IpM

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 이종철 선생님의 『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를 읽고서

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

이종철 선생님의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를 읽고서

 

연효숙(한철연 회원)

 

철학자는 기술자, 아이들, 놀이꾼, 장사꾼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불편한 글쓰기의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까? 고통, 폭력과 죽음에 직면하여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종철 선생님(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상임연구원)의 신간 『철학과 비판-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는 460여 쪽의 분량으로 제법 두툼한 책이다. 사실 『철학과 비판』이라는 큰 제목은 철학 전공자에게는 낯설지 않은 개념이어서, 처음엔 시큰둥했다. 그런데 부제가 흥미롭다. 에세이 철학의 부활? 여러 철학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저자가 염두에 둔 철학자들은 몽테뉴, 파스칼, 마르크스, 벤야민, 니체 그리고 아도르노 등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저자 말대로, 논문 형식을 빌지 않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삶과 현실에 대해 정신적 통찰을 보여 준다. 이러한 점들이 이 책에도 구현되고 있는가?

책 전체를 넘기다 보니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점이 있다. 거의 주석과 참고문헌이 없다. 일단 어떤 전문적인 철학 연구서나 논문들 묶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말랑말랑한 신변잡기? 일기와도 같은 글쓰기? 이런 의문을 갖고 책을 읽어 나갔다.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대중서처럼 보이지만 전문적인 식견의 수준을 지닌 책이었다. 대중서와 전문 연구서의 모호한 갈림길에 있는, 그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이 현실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이 현실은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철학이 대중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서 동떨어져 알 듯 모를 듯 현학적인 말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탁상공론을 떠나 전제와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공리공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연구 공간의 섬에 고매한 척 홀로 떠있는 고독한 철학자가 아니라, 기술자, 아이들, 놀이꾼, 장사꾼처럼 현실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현실을 떠난 사유,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간섭받고 자신의 고민과 민낯을 삭제하여 동, 서양 텍스트 수입 오퍼상으로 전락한 철학 전공자들에게 퍼붓는 저자의 목소리, 귀 기울이고도 남는다. 다만 철학 전공자들이 몸담은 또 다른 진공 같은 현실에 이 목소리는 잘 스며들지 않는다.

저자는 글을 쉽게 쓴다. 술술 잘 읽힌다.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글이 쉬우면서도 깊이와 창의성이 있다.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꿈꾸는 이 책은 대중들의 눈높이에는 약간 높을 수 있으나 문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글을 쉽게 쓰지 못했을까? 그렇다고 철학의 특정 분야에 한정된 몇몇 전문가들만이 이해하는, 암호 같은 글들을 써 왔던 철학 전공자들을 폄훼할 필요는 없다. 종종 논문 심사를 위해 철학 전공자들의 논문들을 읽을 때, 나도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비전공자들은 읽기조차 어려운 암호 같은 글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기성 학계가 요구하는 수준과 관행이 있기 때문인데, 아마 에세이 철학 글쓰기를 하면 거의 탈락일 것이다. 저자처럼 에세이식으로 논문을 쓴다면 어떠한 연구비 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이것이 우리를 옥죄는 또 하나의 현실이자 딜레마이다.

이종철 지음, 『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1년 6월 1일 발간.

또 하나 인상 깊은 ‘글의 효과’ 중, 글의 최대 효과는 ‘불편함을 주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정말 공감이 간다. 불편하고 심지어 불쾌감을 주는 글은 처음에는 분노의 감정이 일지만, 다시 곱씹어 생각하면 나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글쓰기는 잘 시도하지 않는다.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인심을 잃어서까지 공격적으로 글을 썼다가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 전공인 나는 십여 년 전부터 동아시아, 동양 철학, 한국, 중국, 일본 등에 관심을 가졌다. 나는 서양에서 일어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대충 얼개를 다 알고 있는데, 동아시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문득 서양 철학의 텍스트를 열심히 연구해 왔던 나 자신의 공허한 모습을 뒤늦게 보게 되었다. 서양 철학의 공부가 다 헛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서양 철학 연구에서 ‘나의 고민과 문제’와 ‘우리의 현실’을 절실하게 적시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동아시아, 한국의 현실과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나의 고민과 문제가 현실에 저절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실을 외면해 온 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돌아볼 계기는 충분히 될 것이다. 저자의 생각도 이런 맥락과 통하지 않을까 싶어서 ‘동아시아 사상’의 대목이 훨씬 더 잘 읽힌다. 물론 서양 철학을 거의 평생 연구해 온 저자에게 동양 철학의 고매한 수준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왜 서양 철학 연구자인 저자가 『논어』, 『주역』, 『장자』와 같은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졌는지, 저자에게 불교는 또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또 하나 울림을 주는 대목은 ‘고통, 폭력과 죽음’에 대해 쓴 대목이다. 이제까지 철학은 이성과 진리, 논리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고, 감성, 죽음, 고통, 폭력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했다. 철학이 이런 문제들을 외면해 왔지만, 저자는 고통, 참사, 폭력 등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여기에는 밥벌이의 고단함도 같이 묻어 나온다. 저자가 철학 연구를 계속하면서도 생활의 기반을 지원해 주는 확실한 철밥통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번역 작업에서 빚어지는 저자의 고단한 노동, 생활고 등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을’들의 노동이 다 고단하듯이, 비정규직 철학 연구자들에게 밥벌이를 위한 노동은 정말 지겨우나 필수적인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이기도 하다.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향한 저자의 도전과 모험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저자는 철학 하는 집단, 전문가 철학 전공 연구자들의 관행을 얼마나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가? 한국사회의 탐구에서, 특히 ‘한국학자들의 이중성’, ‘일본철학사전’ 등의 논평에서 그 논조의 강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논평에 대해 기성 학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전처럼 그저 침묵과 무시, 무관심으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은 일단 작지만, 반향이 있어 보인다. 독자들의 반응인지, 철학 전공자들의 반응인지는 아직까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이 반향이 불씨가 되어 더 멀리 퍼져 나가 들불처럼 번질 것인지, 불씨가 파삭 사그라들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주석 없는 철학적 글쓰기는 가능한가? 이렇게 글쓰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글쓰기는 대중적인 글과 전문적인 글쓰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말하는 것인가? 업계와 비업계 사이의 경계인의 위치에서 쓰는 글쓰기를 말하는 것일까?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과연 무모한 시도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글쓰기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인가? 이에 대해 나 자신도 자신 있게 답을 내놓기는 힘들다. 자신의 문제로 철학 하고자 했던, 철학의 출발점에서 가졌던 나의 문제의식이, 철학 전문 전공자로 키워지면서 희미한 기억처럼 빛바래졌고, 현실은 또 냉혹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에세이 철학을 시도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우리의 철학의 현실에 커다란 파문을 던진 것은 분명하다. 그 파문이 찻잔 속의 미동에 그칠지, 거대한 파도가 될지는 그 누구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에세이 철학을 향한 글쓰기는 불안, 두려움, 고통에 직면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철학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중들에게 전혀 공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감정, 고독, 불안, 두려움 등에 대해 공감과 위안을 원한다. 물론 다른 인문사회 과학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많은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철학은 어떤가? 여전히 철학 전공자들은 자신만의 높은 울타리 속에서 타인의 고통, 약자, 소외된 자, 이민자, 국외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것은 아닐까? 이런 소리 없는 아우성들을 듣지 않으려는 기성 철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세이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저자에게 되묻는다.

에세이 철학은 시대의 목격자, 고발자, 기록인의 역할을 담지(擔持)할 수 있을까? 철학 연구자들의 자화상으로 보이는 한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1980년대에 탄생한 여러 철학회의 탄생 비화를 적은 기록은 그 시대 철학을 하던 청년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아서 진한 울림을 준다. 내가 속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탄생 비화에 대한 기록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1989년 ‘사회철학연구실’과 ‘한국헤겔학회’가 만나서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탄생하고, 다른 여러 학회로 이합집산 되었던 기록을 저자가 전하고 있다. 나도 이 과정에 잠깐 참여한 기억이 있다. 벌써 30년도 넘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 우리 젊은 시절, 그 시대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제 남는 문제와 물음은 제자리이다. 철학은 무엇이고 철학자는 누구이며 그 역할은 무엇인가? 예전에 어떤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가 퍼뜩 떠오른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주석 없이는 한 줄도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즉 권위 있는 철학자들의 책을 인용하지 않은 채,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와 주장을 쓸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그 이야기가 지금까지 나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철학함”은 “나의 철학함”인가? 그래서 많은 동·서양 문헌들을 소개하고 진열하여 지식을 파는 오퍼상이 되기를 멈추고 “진짜 철학자 되기”가 가능할 것인가? 이것이 에세이 철학의 목표일까? 저자의 바람대로 ‘에세이 철학’이 부활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응원하면서, 저자가 주장하는 철학의 비판적 기능, 더 신랄하고 적나라한 고발 등을 통해 새로운 철학적 글쓰기를 위한 논쟁의 불씨가 훨훨 타오르기를 희망해 본다.


▼ 위의 글에 대해 『철학과 비판』의 저자 이종철 박사가 쓴 답글 바로가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4월 월례발표회 영상 “‘우리, 인민’은 누구인가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로서 인민주권-” [월례발표회·세미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4월 월례발표회 “‘우리, 인민’은 누구인가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로서 인민주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학술1부에서는 2021년 2월부터 6월까지 [민주주의와 민주주의‘들’ 1]이라는 기획주제 아래 총 5번의 월례발표를 기획하였고 이번 4월이 세 번째 발표입니다.

 

기획 : 인민주권과 민주주의의 가능성

주제 : ‘우리, 인민’은 누구인가 -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로서 인민주권-

발표자 : 한상원(충북대학교)

토론자 : 한길석(중부대학교)

일시 : 2021년 4월 29일(목) 오후 4시 – 6시

장소: 온라인 줌 회의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5X84rqeDiTI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3월 월례발표회 영상 “서양철학 1세대와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 – 오래된 미래로서의 한반도 민주주의” [월례발표회·세미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3월 월례발표회

 

링크: https://youtu.be/R77mYJeYhQs

한철연 학술1부에서 기획한 2021년 2월부터 6월까지의 월례 발표회는 [민주주의와 민주주의‘들’ 1]이라는 기획 아래 총 5번의 발표가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3월 월례 발표회는 조배준 선생님의 발표와 유현상 선생님의 토론으로 진행됩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1년 3월 월례 발표회

* 기 획: 자유주의 VS. 민주주의
* 주 제: “서양철학 1세대와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 – 오래된 미래로서의 한반도 민주주의”
* 발 표: 조배준(건국대학교)
* 토 론: 유현상(숭실대학교)
* 일 시: 2021년 3월 26일 (금) 오후 4시 – 6시

‘근현대 삶·사회 연구 분과’ 12월 공개세미나 「니체와 20세기 초 한국 정신사-‘니체주의’와 ‘톨스토이주의’ 논쟁을 중심으로」(발표자: 김정현) [월례발표회•세미나]

‘근현대 삶·사회 연구 분과’ 12월 공개세미나

「니체와 20세기 초 한국 정신사-‘니체주의’와 ‘톨스토이주의’ 논쟁을 중심으로」 (발표자: 김정현)

 

근현대 삶·사회 연구 분과(한철연)

 

2020년 12월 28일 20시, 한철연 ‘근현대 삶·사회 연구 분과’는 원광대 철학과의 김정현 선생님을 초빙하여 특별 세미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발표 논문은 독일의 니체연구지

Nietzscheforschung』, Bd.23(2016)에 게재된 글로 한국에서 첫 니체 수용의 의미를 밝힌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적인 것’, ‘근대적 개인주의’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저희 분과에서는 김정현 선생님의 연구가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논의된 내용들을 간략히 소개하며 뜻깊었던 자리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 논문에서 김정현 선생님은 왜 니체가 동아시아에서 문제가 되었는지를 물으며 니체 연구의 수용사가 20세기 한국의 시대적 문제의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어 본문을 통해 저자는 크게 두 개의 주제와 연관하여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아시아 정신사에 자리 잡고 있는 니체의 위치를 점검하고 후반부에서는 니체주의와 톨스토이주의의 비교를 통해 한국의 니체 수용사의 구도를 고찰합니다.

일본지성계와 중국지성계의 상황을 비교하는 전자의 논의에서 흥미롭게 지적된 점은 일본에서의 니체 논의는 국가주의, 개인주의, 사회주의와 연결되었던 반면 중국에서의 니체 논의는 구습의 폐지, 신문화 창조, 민족주의의 담론으로 이어졌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후자에서 다룬 서북학회의 니체 수용사는 이 시기의 지식인들이 사회진화론을 위시한 서구 인권사상, 민중 계몽의 사상 등을 확산시키면서 니체와 톨스토이의 사상을 대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었는데, 두 사상가들이 다룬 개념들을 20세기 동아시아라고 하는 특수한 지형 속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논의였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언급된 ‘윤리 및 개인과 사회의 관계’ 부분은 1909년 <서북학회월보>를 통해 소개된 ‘애기(愛己)’와 ‘애타(愛他)’에 관한 필자불명의 두 편의 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었는데, 김정현 선생님은 이 시기의 니체 연구가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있었던 시대정신과 분리될 수 없음을 밝히면서 윤리적이고도 사회적인 개인의 발견과 근대성의 이해 문제가 대한제국의 자기인식이라는 숙제와 연관되어야 함을 지적했습니다.

3.1운동을 거쳐 1920년대 초반까지 진척되었던 한반도 사상계 속 개인과 사회, 국가에 대한 새로운 물음들은 톨스토이와 니체를 중심으로 한 대결적 구도 속에서 근대 인식의 지도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언급된 특징들이 일본이나 중국과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날 분과원들을 비롯하여 동·서양 철학을 전공하는 30여 명 정도의 인원이 참석하였습니다. 모두 김정현 선생님과 열띤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고 수많은 흥미로운 발언들 속에서 저마다의 숙제를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된 것은 김재현 선생님이 동과서 출판사에서 근현대 한국 총서 시리즈로 출간된 양일모 선생님(팀)의 최근 연구서(들)을 소개하면서 발표자인 김정현 선생님이 앞서 언급한 필자불명의 글이 일본학자의 것임을 부연해주었다는 점입니다. 이날의 세미나는 참으로 21세기의 한국철학을 만들고 있는 ‘젊은’ 한국 철학자들의 만남이라 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동서양 연구의 만남에 대해 가치 운운하던데, 바로 오늘 같은 만남(20세기와 21세기를 횡단하고 동양과 서양의 연구가 교접하는 ‘across the sophia-phile’) 이상의 또 뭣이 중할 수 있겠습니까?


*flex: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분과 모임인 <근현대 삶·사회 연구 분과 세미나>는 2019년 5월 28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마지막 주 저녁 8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후 4시경쯤 서교동에 있는 한철연 세미나실에서 모였으나, 팬데믹 이후 Zoom을 통해 저녁에 회합하고 있습니다. 요일은 그때그때 다르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미리 연락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현재 멤버는 김교빈(분과장), 김문용, 김재현, 김제란, 김홍경, 연효숙, 이종란, 이찬희, 이현구, 인현정, 황희경입니다. 참고로 저희 스터디의 aka가 ‘복덕방 스터디’로 알려졌는데 왜 이런 경이로운 소문이 퍼졌는지, 올해로 평균 연령 21세가 되는 멤버 모두가 갸우뚱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인보, 이기, 최남선, 신채호 등의 글들을 살펴왔고, 앞으로도 근현대 인물들의 삶과 철학을 폭넓은 관점과 주제로 공부할 예정입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0년 11월 월례발표회 영상 – “정동적 변화와 윤리적 존재화 – 순자철학을 중심으로”(유튜브링크) [월례발표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0년 11월 월례발표회 – “정동적 변화와 윤리적 존재화 – 순자철학을 중심으로” – 윤태양 회원 발표

 

링크: https://youtu.be/eS6II1sNO18

한국철학사상연구회 2020년 11월 월례발표회

2020년 11월 26일에 줌(ZOOM)으로 진행한 월례발표회 영상입니다.

 

-일    시: 2020년 11월 26일 (목) 오후 4~6시

-주    제: 정동적 변화와 윤리적 존재화 – 순자철학을 중심으로

-발표자: 윤태양(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토론자: 배기호(충북대 철학과)

 

“이 발표문은 윤리적 행위를 해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한 가능성으로 정동적 변화를 지목하고, 그것이 어떻게 이동성과 다양성이 만연해진 현대사회에 효과적인 제안이 될 수 있을지 탐구한다. 한국 학계에 있었던 ‘정동(情動, affect)’ 개념을 둘러싼 토론을 정리하고, 순자 성악설의 논리구조와 ‘정안례(情安禮)’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 안에서의 정동적 변화와 윤리적 존재화의 길을 모색한다.”

의철학의 지도 그리기 – 최종덕의 『의학의 철학』 서평 [철학자의 서재]

의철학의 지도 그리기

최종덕의 『의학의 철학』 서평

 

김범수(한철연 회원, 상지대)

 

평생에 걸쳐서 하나의 이론적 지형을 그려낸 저작이 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분야라서 그 노고만큼의 화제나 명성을 얻기도 힘들다. 이 소모적인 일을 저작에 대해서 짧게 말하려고 한다. 이 책은 최종덕 교수가 쓴 『의학의 철학』이다. 이 저작은 아마도 교과서와도 같이 필요하면 소환되어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뒤에도, 20년이 지난 뒤에도 독자들에게 소환되어 저작에 그려진 ‘의철학’이라는 낯선 지형을 탐색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깊이의 책을 독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의학의 철학』은 최종덕 교수가 학자로서의 평생 업적을 집약해 놓은 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기센대학에서 양자역학의 존재론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물리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관심은 물리학, 수학에서 진화론과 생물학으로 넓혀갔다. 물리 대상에서 생명으로, 자연스럽게 인간의 몸으로 관심분야가 확대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낸 저작의 주제는 다수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의학 철학이다. 이 과정을 살펴본다면 저자의 이력은 과학 철학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분기해서 생물학이며 의철학으로 꽃을 피운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저작은 이미 앞선 『생물철학』, 세종도서상을 받은 『비판적 생명철학』의 연장선이자 발전이기도 하다. 실제로 『비판적 생명철학』에서는 단순히 생명을 규정하기 위한 마이어와 같은 학자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론적 사고와 생기론적 사고를 비교하면서 생명의 특성 안에 상호작용, 혹은 공생의 의미를 살피고 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따뜻한 인문학 안에 과학적 사고의 요청과 필요성을 소환하려는 저자의 이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유는 자연스럽게 진화론과 연결되면서 『생물철학』에서 『의학의 철학』을 집필하게 될 전조가 감지된다.

최종덕 교수가 쓴 『의학의 철학』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제법 두껍기도 하거니와 생소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주제가 배치되어 단번에 읽어 보겠다는 야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이에 많은 분량을 간단하게 분류하여 그 흐름을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 구성을 임의로 재배치하면 크게 세 주제 혹은 네 묶음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1장과 2장, 그리고 11장은 의학철학의 존재론적 문제가 중심을 이룬다. 존재론적 문제에서 인식적 차원의 논의로 이해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는 3장, 4장, 5장이다. 그리고 인식론적 차원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인식적 문제의 주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독자적인 부분으로 이해할 법한 9장과 10장이 있다. 이 부분에서는 면역학과 노화방지학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6장, 7장, 8장의 진화(의학)론이다. 이렇게 보면 대략 세 주제 혹은 네 묶음으로 재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의철학의 존재론적 물음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11장에서도 이러한 구성에서 철학자의 분투가 그려진다. 왜 그런지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 존재론적 물음은 흔히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찾는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에서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계속 묻는다. 가령 용기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 이 간단한 질문은 대화 상대를 늘 곤경에 빠뜨린다. 심지어는 이 물음을 던질 소크라테스마저도 ‘나도 잘 몰라’라고 고백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물음이 존재론적 물음이다. 이렇게 소크라테스마저 무지를 고백하게 만드는 존재론적 물음은 거인족(티탄족)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언뜻 인식론적 차원에서 논의가 접근되는 것 같지만, 어김없이 “~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한다. 이 물음을 그대로 ‘의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구체적으로 제기해 보자.

저자는 의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우회적인 답을 내린다. 그 답의 키워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도 그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이다. 저자가 말하는 의철학은 다음과 같은 우회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철학은 추상적인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실존적인 현실 문제도 깊이 다룬다. … 철학은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에 대해 미학적 해석을 시도하며, 로봇윤리와 같이 인공지능의 가치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철학은 의학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론 그리고 의료윤리와 같은 가치론을 다룰 수 있는데, 이런 분야를 ‘의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 있다.” 엄밀하게 이런 정의는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 하지만 의철학의 위상을 매우 솔직하고 정확하게 지도 그리기를 한 것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를 상상해보자.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 지도는 여행 전체 일정을 바꿀 수도 있다. 지도를 계속 보고 있노라면 낯선 곳이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라 어느새 익숙한 풍경으로 바뀌게 된다. 이로부터 여행은 더 안락하고 즐거워진다. 이 책에서는 의철학을 설명하면서 그 인식론과 존재론, 가치론을 다룰 수 있다는 말은 매우 불친절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향으로 책이 정리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즉 의철학이 다루는 존재론의 문제, 인식적 문제, 가치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하나의 의철학 지도로 톺아보면,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이나 깡길렘의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구체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학의 철학』에서는 그려진 지도가 매우 자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토를 표시하는 지도가 아니라 풍경이 그려진 지도의 형식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지도 그리기로 설명한 존재론적 문제에서 인식적 차원의 논의로 좀 더 세분하여 나아가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는 3장, 4장, 5장, 그리고 9장과 10장으로 연결된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야하는 부분이 바로 질병에 대한 ‘인식’이다. 질병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면 건강과 장수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 분류 의학의 존재론적 기초를 다루면서 질병마다 고유한 본질을 따로 갖고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로부터 근대 의학이 탄생할 수 있는 병리학의 위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분류 의학의 존재론적 의미가 질병관의 역사적 모델과 함께 상세하게 4장에서 다뤄진다. 그리고 의료인류학의 인식적 기초를 5장에서 자세하게 소개한다. 의료인류학은 인간의 건강이 사회적 요소에 의해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분야이다. 의료인류학은 문화적, 역사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질병의 경험을 기술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질병이 단순히 실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류학적으로 문화 횡단적이고, 역사적이며, 진화론적 관점이라는 측면에서 6장부터 8장까지 최종덕 교수는 진화론과 의학의 관계를 조명한다. 진화에 관한 논의는 물론 라마르크나 다윈과 같은 학자들의 논의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진화 의학으로 발전적인 지도를 그려간다. 진화의학은 우리 신체가 적응진화의 소산물이라는 진화론적 인식을 기반으로 인간의 질병과 병리적 징후군의 기원과 원인을 이해하여 더 나은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과 이론의 의학 체계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화의학은 의학계에서 외면 받아왔다. 최종덕 교수는 그 이유를 진화 의학의 다양한 해석을 제공하면서 임상의학에서 이용될 수 있는 접점을 그려보고 있다.

한편 5장에서 다루어진 의료인류학은 삶의 문화적 실존과 더불어 삶의 실존을 억압하는 현실의 사회-역사적 조건을 살펴보게 된다. 여기서 여러 감염병의 파장으로 지역적 의료환경과 보건 정책 등을 따져보게 된다. 이로부터 건강 모델이나 공중보건 모델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9장에서 면역의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면역의학은 면역학적 사유체계를 통해서 질병을 해석하고 생리의 역동구조를 이해하려는 인식론적 태도를 말한다. 이 인식적 태도에서 공진화와 공생과 같은 개념이 따라 나온다. 그리고 이로부터 공존의 존재론, 즉 숙주의 면역작용과 기생체의 공격작용이 하나의 방향이 아니라 변화를 겪는 공존의 존재론적 관계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책 전체를 보면 의철학을 구성시킬 수 있는 인식론적, 가치론적 태도가 다시 존재론적 위치에서 다시 탐문하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처음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의철학이란 무엇인가? 아니 이 질문은 실용적으로 다음 질문으로 대체해 보자. 의철학은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가? 『의학의 철학』에서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캐플란은 1992년 “의철학이 존재하는가?”라는 논문에서 고유한 영역이 가능하려면 그 영역만의 핵심 교과서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다. 의철학은 그 당시까지 고유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고립된 지식의 섬이라고 본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입장에서 그는 의철학의 고유성을 부정하는 비관적인 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의철학은 고유한 영역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마컴은 의철학의 고립성을 부정한다. 의철학 교과서가 미비하고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계속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마컴(Marcum)은 의철학의 고유성을 제기한다. 바로 이런 설명이 앞으로의 의철학 발전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 11장은 본질적이라고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 등 여러 조건에서 의철학의 규정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이라는 형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세상을 보는 비판적 시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적 시선을 잃지 않는 관점이며 문제와 문제 아닌 것을 구분하여 진짜 문제를 질문하는 태도를 말한다. 의철학이란 그런 질문을 의학에 던지는 사유행위이다. 의철학은 철학사에 갇혀 있는 그런 철학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인문의학과 의료인문학의 방향과 지향을 안내하는 나침판이다.”

플랫폼은 빈 그릇이다. 그리고 그 빈 그릇에는 매우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다. 애초에 『의학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두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지도 그리기’와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제 이 책 『의학의 철학』으로부터 지도와 플랫폼을 하나의 격자로 만들어서 각자가 그려갈 의철학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