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Jin Bosung

열두 번째 시간, 기도 [시가 필요한 시간]

열두 번째 시간, 기도   마리횬       ‘무언가를 빌다’라는 뜻의 한자어, 빌 기(祈)에 빌 도(禱)로 이루어진 말, ‘기도’입니다. 종교의 유무에 따라 어쩌면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단어일 텐데요, 그런데 이문재 시인의 시 <오래된 기도>에서는 조금 다른 ‘기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것이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는 것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게 기도가 될 수 있지?” […]

2000년생 김필진이 읽는 『자본론』 [내가 읽는 『자본론』]

2000년생 김필진이 읽는 『자본론』   김필진(경희대 철학과)   마르크스의 『자본』, 이른바 『자본론』이라 불리는 책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당신의 머릿속을 불현 듯 스치는 불온서적이 있다면 유추하는 그것이 맞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얼핏 들어본 거 같은데… 마르크스 어쩌고 하는 고전책 아냐?” 정도의 배경 지식이 담긴 답변도 거의 듣기 힘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

열한 번째 시간, 봄 [시가 필요한 시간]

열한 번째 시간, 봄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많은 것들이 연기되고 멈춰 있지만, 가까이에 다가오는 봄기운마저 막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곳곳에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이 올라왔고, 햇빛 비치는 곳에 서 있으면 따스함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봄’이 성큼 눈앞에 와 있네요. 아직 바람은 조금 차갑긴 하지만 말입니다.   봄을 기대하면서, 오늘 함께 읽을 […]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㊵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㊵     1-2-1 시가 교육(376e-403c)           1-2-1-1 무엇을 말해야 할 것인가 – 시인들이 지켜야할 규범(376e-392c)           1-2-1-2 어떻게 말해야할 것인가(392c-398b)           1-2-1-3 시가 교육의 목적(401b-403c)   [401b-401e] * 소크라테스는 시가의 선법과 리듬에서 뿐만 아니라 그림 등 모든 기예, 나아가 […]

내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자본론 에세이1) [내가 읽는 『자본론』]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세 명의 대학생이 『자본론』을 읽기 위해 모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자본론』을 읽으며 더 선명해지고 확실해졌다. 앞으로 『자본론』을 읽으며 읽은 내용이나 이들에게 남은 살아있는 얘기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남기려한다.     내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   김보경(경희대 사회학과)     모든 일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을 독일에서 보낸 […]

열 번째 시간, 두려움: 어둠을 지날 때 [시가 필요한 시간]

열 번째 시간, 두려움: 어둠을 지날 때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요즘 서로 거리를 두어야만 하고, 불필요한 외출도 삼가야만 하는 유례없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예민하고 불안하죠. 매일 TV와 신문을 뒤덮는 뉴스들에 촉각을 세우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무래도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두려움에 정복당하지 않고 그 두려움을 […]

벤야민과 만화 – 폐허 산책하기 1편: 서론. ‘유시민/진중권’과 ‘웹툰 <덴마>’라는 새해의 두 폐허와, 역사의 두 천사 [여기가 로도스다, 춤추자!]

벤야민과 만화 – 폐허 산책하기 1편: 서론. ‘유시민/진중권’과 ‘웹툰 <덴마>’라는 새해의 두 폐허와, 역사의 두 천사   이상하(한철연 회원)   1. 누구나 1월 1일 새해엔 또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으며 ‘해피 뉴 이어’를 외치고 새해의 소원을 비는 신성한 제의를 하기 마련이다. 이제 2020년이라는 나름 기념비적인 새해가 찾아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고, 이젠 […]

“차별철폐 동아시아 연대를 만들어갑시다” – 반인종주의정보센터(ARIC) 대표, 재일조선인 3세 량영성(梁英聖)씨 인터뷰 [나인당케의 단상들]

“차별철폐 동아시아 연대를 만들어갑시다” – 반인종주의정보센터(ARIC) 대표, 재일조선인 3세 량영성(梁英聖)씨 인터뷰   (정리: 한상원/ 통역: 최성문)   량영성 씨는 198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 오사카에 정착하였으며, 그의 가족은 이후 3대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량영성 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에 다녔다. 조선학교는 재일교포 중, 국적을 ‘조선’으로 표기한 조선인들의 자치학교로, 아직도 일본에서는 다른 외국인학교와 […]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㊴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㊴     1-2-1-2-1 이야기 방식과 모방(392c-398b) (계속)   [397b-398b] * 소크라테스는 이야기 방식λέξις과 관련하여 우선 서술 방식διήγησις을 기초로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 방식으로 구분하여 논의한 후, 이제 그에 이어 그 이야기 방식을 화음(선법)ἁρμονία과 장단(리듬)ῥυθμός을 기초로 논하고자 한다. 그런데 서술방식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방식을 구성하는 선법과 리듬 또한 변화들이 작고 한 가지로 이루어지는 […]

아홉 번째 시간, 친구 [시가 필요한 시간]

아홉 번째 시간, 친구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의 마리횬입니다. 2020년도 어느덧 1월이 지나고, 2월의 마지막 주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굉장히 오랜만에 여러분을 만나는 기분이 드네요. 잘 지내셨어요?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와 세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요, 이럴 때 일수록 몸과 마음 잘 챙기시고,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친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예전에는 ‘친구’하면 주로 학교 친구, 동네 친구, 동아리 친구를 떠올리기 쉬웠는데, 요즘은 SNS를 많이 하다 보니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도 친구처럼 소통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원데이 클래스’ 같은 다양한 모임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다 보니, 그곳에서 알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는 경우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과거에 비해 ‘친구’라는 개념이나 경계가 확실히 넓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이의 개념도 과거보다는 덜 중요시되는 것 같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친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시 한 편을 준비해 보았어요. 첫 번째로 여러분께 들려드릴 시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라는 제목의 시예요. ‘우화’라는 말은 “인격화한 동물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풍자와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라는 뜻의 ‘우화(寓話, 이솝우화)’도 있지만, 짝 우(偶)에 말 화(話)로 이루어진,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함’이라는 뜻의 ‘우화(偶話)’도 있더라구요. 마종기 시인의 시 제목은 이 두 번째 우화에서 왔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강’이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시인은 이 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강과 강물에 비유하고 있는데요, 여러 번 읽을수록 정말 와 닿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 앞에 넓은 강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들어보시죠.    偶話(우화)의 江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