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형이상학 산책65-화학에서 촉매와 기체의 개념[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형이상학 산책65-화학에서 촉매와 기체의 개념
1)
앞의 글에서 척도 관계를 다루었는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가 애매하다. 헤겔은 선택적 친화성의 관계를 이루는 산과 알칼리 또는 일반화해서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분자적 결합 관계를 척도 관계라고 한다. 즉 두 척도가 결합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런 척도 관계는 하나의 계열을 이루는데, 예를 들어 질소 산화물을 보면 일산화 질소NO, 이산화 질소NO2, 질산 이온NO3-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산화물을 좀 더 확장하면, 다양한 금속 산화물을 들 수 있겠다. 산화 제일철FeO 산화 제이철Fe2O3, 그리고 산화 마그네슘MgO와 같은 것이 있다.
헤겔은 이런 척도 관계의 계열은 징검다리와 같은 마디 선[Knotelinie]을 이룬다고 한다. 단순한 정량의 계열에서 각 항 사이가 균등하게 전개되는 반면, 마디 선의 경우 각 항 사이가 불균등하게 전개된다.
이제 하나의 화합물이 다른 화합물로 변화하는 것을 살펴보자. 앞에서 보았지만, 추상적인 정량의 경우 하나가 부정되는 것과 동시에 다른 하나가 출현한다. 여기서 정량의 부정은 다시 정량이다. 양적인 것은 이미 자기 내에서 자기를 부정하는 힘을 지닌 것이다. 그 변화는 연속적이고 점진적이다.
그러나 마디 선과 같이 띄엄띄엄 존재하는 화합물의 경우 각 화합물은 이지 대자 존재 즉 자기 관계하는 것이니 자립적이다. 여기서 변화는 자기 내에서 나오지 않으며 외적인 다양한 영향에 의해 일어난다. 새로운 화합물 역시 자기 관계하는 자립적인 것이니 그것의 출현 역시 자기 내적인 것이다. 그런 한에서 이행은 우연적이다.
더구나 하나의 부정은 곧바로 다른 화합물의 출현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간에 비어 있는 틈 즉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이행은 단속적이다. 그사이에는 텅 빈 죽음이 매개하고 있다.
2)
여기서 척도 없음, 과도한 것[Masslos]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어떤 화합물은 자기 관계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척도를 지닌다. 그 척도가 곧 그 화합물의 질을 이룬다. 예를 들어 이산화 질소는 질소와 산소가 1:2의 비율로 결합한 것이다. 1:2라는 비율이 이산화 질소의 척도다.
그런데 만일 이 화합물이 자기의 척도를 넘어서게 되면, 그것이 곧 과도한 것이니, 헤겔의 표현에 따르면 ‘das Masslose’이다. 어떤 화합물이 자기의 척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은 외부의 영향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합물을 둘러싼 일정한 온도가 그런 과도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과도한 것은 그런 화합물이 해체된 것이며, 아직 그것이 새로운 것으로 변화된 것은 아니다. 아직 화합물을 구성하던 소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시 어떤 결합을 이룰지는 주변 환경에 달려 있다.
이런 과도한 것, 척도를 넘어선 것은 무한 진행한다. 하나가 해체되면 주변 환경에 따라 새로운 것이 나오며 다시 그것 역시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해체되어 다시 새로운 것으로 변화한다.
하나의 척도 관계가 다른 척도 관계로 변화하는 이행 과정은 하나의 척도 관계인 질적인 것이 질적 규정이 없는 양적인 것 즉 ‘과도한 것’으로 이행하고 다시 여기서 새로운 척도 관계인 질적인 것으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서술된다. 이런 이행 과정의 바탕에서 척도 관계를 이루는 두 척도의 양적 비율이 변화한다.
3)
이런 무한 진행은 그 이전에 언급했던 질적 무한 진행과 양적인 무한 진행과 구별된다. 질적인 무한 진행은 하나의 질이 부정되면 그것과 대립적으로 관계하는 다른 질로 이행한다. 이 다른 질은 하나의 질에 대해 타자 즉 피안이다. 즉 빨간색의 부정은 빨강이 아닌 색이다. 양에서도 무한 진행이 출현했다. 여기서 하나의 양의 부정은 또 하나의 양이며 여기서는 질은 변화함이 없으며 다만 양 즉 크기만 변화한다. 이런 진행은 무한한 크기의 양이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현존에서 존재하는 질적인 무한성은 무한자가 유한자에서 출현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직접적인 이행이며 차안이 그 자신의 피안으로 소멸하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양적인 무한성은 그 규성상 이미 정량의 연속성이니 정량이 자기 자신ㅇ르 넘어나가는 연속성이다. 질적인 뮤한자는 무한자로 된다. 양적인 유한자는 그 자신에서 자기의 피안이며 자기를 넘어 나간다.”(논리학 재판, GW21, 370)
이런 질적 무한 진행이나 양적인 무한 진행과 구별되어 과도한 것은 무한 진행이기는 하지만, 징검다리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니, 한편으로 양적인 것과 질적인 것이 상호 지양되어 통일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진행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종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우연적인 변화이고 불규칙적인 도약이다.
“그러나 특정화한 척도[관계]에서 나타나는 무한성은 질적인 것과 양적인 것을 상호 지양하는 것으로서 정립한다. 따라서 이는 양자의 최초로 일어나는 직접적인 통일이니, 이런 통일은 일반적으로 자기 내로 복귀한 것으로서 따라서 정립된 것으로서 척도이다. 질적인 것 즉 특정한 현존은 다른 현존으로 이행하니 이때 다만 [척도] 관계에서 나타나는 크기 규정의 변화만이 일어난다.”(논리학 재판, GW21, 370)
4)
그런데 여기서 헤겔의 서술에서 새로운 범주가 출현한다. 이 구절 바로 다음에 헤겔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사태’라는 개념을 끌어낸다.
“따라서 양적인 것의 질적인 것으로의 변화는 외적인 것이고 무차별한 것으로서 정립되며 그리고 자기와 합치하는 것으로서 정립된다. 양적인 것은 곧바로 지양되면서 질적인 것으로 즉 그 자체이며 대자적으로 규정된 것으로서 질적인 것으로 지양된다. 이처럼 척도의 교체 속에서 자기 내에서 연속하는 통일성이 진정하게 머무르는 자립적인 물질 즉 사태 자체다.”(논리학 재판, GW21, 370)
위의 구절에서 앞부분은 “외적이고 무차별한 것”이란 구절은 척도 관계의 무한 진행을 서술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의 뒷부분에서 “자기 합치하는 것”이나 “그 자체이며 대자적으로 규정된 것”, ‘사태’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진 무한 개념이 나온다.
사태는 곧 “진정으로 지속하는 자립적 물질”이다. 그 핵심은 자기를 지속하는 존재 또는 자기를 재생산하는 존재다. 이는 장차 출현하게 될 본질 개념의 출발점으로 된다. 그것은 아직 ‘본질’ 자체는 아니며 다만 ‘기체’에 머무른다.
이런 기체의 개념은 화학적인 촉매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화합물의 해체와 다른 화합물로의 이행은 외적인 영향에 좌우되니 우연적인데, 오히려 그 때문에 이런 이행을 조절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바로 촉매를 집어넣는 경우이다. 기체상에서 발생하는 간단한 예로, 2 SO2 + O2 → 2 SO3 반응은 일산화질소NO를 첨가하여 촉진될 수 있다. 이 반응은 두 단계로 발생한다.
2 NO + O2 → 2 NO2
NO2 + SO2 → NO + SO3
여기서 목표는 아황화가스를 삼산화황(황산의 원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행 과정은 촉매로 일산화질소를 사용하면 두 개의 화학적 결합과정을 포함한다. 즉 일산화질소가 이산화질소로 이행하는 과정과 이산화질소가 아황화 가스와 결합해 삼산화황(황산의 원료)이 나오는 과정이다.
5)
위와 같은 촉매 반응은 화학적 결합물을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다. 이제 거꾸로 촉매를 중심으로 서술하면, 촉매는 자기를 부정하여 타자로 변화하지만, 이 타자는 다시 자기를 부정하면서 원래의 자기로 복귀한다. 이런 자기로 복귀하는 것은 재생산되는 것이므로 ‘사태[Sache]’로 규정된다.
척도 관계의 무한 진행에서 띄엄띄엄 존재하는 척도 관계 사이의 비어 있는 틈은 척도 관계에 대해 외면적이었다. 그러나 이 비어 있는 틈이 척도 관계 자체에 내재적이 되면 그것이 곧 사태이다. 틈이 비어 있는 것이라면 사태는 척도 관계들을 통해 자기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척도[관계]들의 교체 속에서 자기를 자기 내에서 연속하는 통일성은 진정하게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자립적 물질 즉 사태이다.”(논리학 재판, GW21, 370)
이제 기체를 매체로 일어나는 척도 관계들의 변화를 헤겔은 ‘상태 변화’라고 한다. 이 전체 변화의 과정에서 각 척도 관계는 하나의 마디일 뿐이며 그것을 매개하는 촉매는 영속적으로 머무르며 그러기에 기체[Substrat]으로 불린다.
“이제 그러한 관계는 다만 동일한 기체의 마디로서 규정된다. 이를 통해 척도들과 그것을 통해 정립되는 자립성은 상태로 전락한다. 변화는 다만 상태의 변화이며 이행시키는 것[Uebergehende]은 그 속에서 동일하게 머무르는 것으로서 정립된다.”(논리학 재판, GW21, 371)
헤겔에서 무한 진행은 악 무한이다. 반면 진 무한은 자기 관계하는 대자 존재다. 질의 차원에서 진 무한은 양적 일자이며, 양적 차원에서 진 무한은 미분 즉 소멸하는 비례이다. 이제 척도 관계에서 악 무한이 앞에서 말한 과도한 것이라면, 그 진 무한을 헤겔은 사태라고 규정한 것이다.
“영속하는 기체는 동일한 방식으로 우선 그 자신에서 존재하는 무한성의 규정을 갖는다.”(논리학 재판, GW21, 370)
하나의 질적 촉매는 자기를 자기로부터 반발하게 하여 자기의 타자로 이행하는 것이지만, 이 타자 역시 자기로부터 발발하니, 이 전체 과정을 통해 촉매 자기로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촉매 과정에서 이행은 이행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는 이 촉매는 “자기 부정을 통해 자기와 매개하는 자립성”(논리학 초판, GW11, 223)이다.
“그러므로 각자는 타자로 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런 것 즉 타자로 되는 것을 지양하니 각자는 이렇게 타자로 되는 가운데 다만 자기 자신과 합일한다.”(논리학 초판, GW11, 222)
6)
이미 척도 관계에서 질적인 통일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산과 알칼리는 결합하면서 부피는 통일된다. 이런 통일이 곧 대자 존재 또는 질의 측면이다. 그러나 여기서 통일은 한 부분에서의 통일이니 무게의 양적인 측면은 자기를 유지하면서 단순히 혼합될 뿐이다.
이제 하나의 척도 관계를 다른 척도 관계로 이행할 때 등장하는 촉매 즉 사태는 자기 자신을 타자화하면서 다시 타자 속에서 자기로 복귀하는 자기 매개하는 자이면서 진정한 무한자이다. 헤겔은 이를 “절대적으로 규정된 대자 존재”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이 촉매는 하나의 화합물이어서 그 스스로 일정한 비율을 지닌 대자 존재로서 질적 존재다.
그런데 이런 매개 과정에서 그 자신의 질적 존재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은 오직 교환체로서만 의미를 지니니, 그것이 지닌 양적 비율만이 문제가 된다. 이 양적 비율이 이제는 전체의 매개 중심으로서 매개의 단위가 된다. 즉 양이 그 자체로 질이 되니, 진정한 양질의 통일이 여기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기체는 아직 개념이 되지 못한다. 개념이라면, 그 계기들이 개념의 자기 구별로부터 나와야 한다. 즉 “그 자신의 구별된 것들에 내재적 규정을 제공해야”(논리학 재판, GW21, 372) 한다. 그러나 여기서 촉매는 변화하는 계기들에 영속하는 기체일 뿐이다. 계기들은 그 기체의 외적인 상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