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병창 이

헤겔 미학 산책 3-고대예술과 근대예술 논쟁[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미학산책 3-고대예술과 근대예술 논쟁   1) 헤겔의 미학은 빙켈만 이래로 내려오는 고전주의 미학과 낭만주의 미학의 대결을 마무리하는 결정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의 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겔 이전에 이루어진 격렬한 논쟁의 전말을 살펴보아야 한다. 논쟁의 출발점에 빙켈만이 있었다. 그는 1755년 로마에서 고대예술작품을 직접 관찰하면서 연구한 끝에 1764년 <고대 예술의 역사>라는 저서를 완성했다. 여기서 그는 고대예술의 […]

헤겔 미학 산책2-예술의 과거성 테제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미학 산책2-예술의 과거성 테제   1) 헤겔 미학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논제는 예술의 과거성 테제일 것이다. 헤겔은 미학강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 예술의 아름다운 시절과 중세 후기의 황금시대는 사라졌다[sind voruber].” (미학강의1, 30쪽)[1] “최상의 규정이라는 면에서의 예술은 우리에게 과거의 것[Vergangenes]으로 존재하며 또 그렇게 남아 있다. 이로써 예술은 우리에 대해 진정한 진리와 생명성도 역시 상실했으며[verloren], 예전의 […]

헤겔 미학 산책 1-미에 관한 철학이 가능한 것일까?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미학 산책 1-미에 관한 철학이 가능한 것일까?   1) 헤겔은 미학강의 서문에서 들어가자 마자, 미학이라는 학문이 가능한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지금 대학에 미학과가 있으니 굳이 그 가능성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미와 유사한 멋이나 맛의 학문이 가능할까? 물론 맛의 기술과 멋의 디자인이 전공[discipline]으로서 가르쳐지고 있으니, […]

호퍼와 정신분석 7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7   1) 앞에서 언급한 서로 대조되는 두 그림은 당시 호퍼의 관음증과 노출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의 나르시시즘과 더불어 상상적 동일화의 증상이다. 호퍼에게서 등장하는 관음증과 노출증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지만 항상 그림의 모델은 조로 보인다.    물론 조와 다른 인상을 주는 여성도 있지만, 사실 그런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조라고 해도, 그 의미는 […]

호퍼와 정신분석 6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6   1) 앞에서 1924년 호퍼가 조와 결혼한 이후, 호퍼와 조의 욕망 구조는 상상적 동일화의 관계로 규정했다. 이 상상적 동일화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핵심은 자기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관계이다. 이 나르시시즘은 자기를 어머니가 사랑하는 대상, 즉 팔루스로 간주하는 것인데 호퍼의 등대 그림이 그런 나르시시즘을 잘 보여준다.   상상적 동일화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습이 […]

호퍼와 정신분석 5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5   1) 앞에서 20년대 후반 호퍼의 욕망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다리, 망사르 집, 등대 그림 등에서 보듯이 실재로 가는 길은 차단되었고 그는 이에 대응하여 상상계적인 동일시를 통해 실재로 다가간다. 그런데 바로 이 시기는 호퍼의 생애에서 어쩌면 가장 행복했을 수도 있는 신혼기였다. 호퍼는 1924년 9월 같은 동료 화가인 조(Josephine Nivison)과 결혼했다. 그리고 1925년 […]

호퍼와 정신분석 4 – ‘등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4 – ‘등대’   1) 호퍼가 망사르 지붕을 한 집을 그렸던 것은 대개 1920년대 후반이다. 이 시기 호퍼의 그림 가운데 우리의 눈을 또 한 번 끌어당기는 그림이 있다. 그것은 등대 그림이다. 이 등대는 호퍼가 자주 여행을 갔던 메인주 바닷가에 세워진 등대이다. 이 등대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등대의 뒷면은 절벽이다), 호퍼는 대체로 아래에서 언덕 […]

호퍼와 정신분석 3 – ‘망사르 지붕’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3 – ‘망사르 지붕’   1) 앞에서 호퍼의 그림에 나오는 다리를 살펴보았다. 호퍼의 다리는 결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호퍼에게 이 다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다리는 어디론가 건너가는 것이며,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죽음과 같은 강물을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이 다리는 어디로 건너가는 것일까? 그림에서 호퍼가 다리를 건너 이르는 곳은 다름 […]

호퍼와 정신분석 2 – ‘다리’ [흐린 창가에서 – 이병창의 문화 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2 – ‘다리’   1) 시기적으로 볼 때 1906년 호퍼가 뉴욕 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1924년 호퍼가 상업적 삽화가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에 전념할 때까지 흔히 호퍼의 독창적인 그림이 형성되는 준비 기간으로 간주된다.   이 시기 초반 1906년부터 1911년까지 세 차례 프랑스에 건너갔는데 그때마다 오래 머무른 것은 아니며 당시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과 다양하게 교제했던 것도 […]

호퍼와 정신분석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호퍼와 정신분석1-서론   1) 호퍼는 흔히 사실주의적 화가로 규정되어 왔다. 그의 그림은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실비아 보르헤시)이라거나 미국 도시인의 초상화(슈미트)라 말해진다. 또는 그의 그림은 30년대 공황기를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평가되는 이유는 누구나 그의 그림에서 쉽게 황량하고 소외되고 고독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현대인이나 미국 도시인 그리고 공황기에서 지배적인 감정이었으니, 호퍼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도 일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