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병창 이

아니 에르노와 사건(2)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아니 에르노와 사건(2) -두 작품 <단순한 열정>과 <사건>을 통해서   4) <단순한 열정>에서 작가가 겪은 사건은 나이가 어린 유부남인 외국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사건이다. 주인공은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서서히 일상의 세계는 의미를 상실하면서 모든 것은 그 남자의 사랑과 연관된다. 남자와 만남이 정해지면, 주인공은 일체를 잊어버리고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준비한다. 그러나 그 어떤 대화나 표현도 […]

아니 에르노와 사건(1)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아니 에르노와 사건(1) -두 작품 <단순한 열정>과 <사건>을 통해서   1)두 가지 세계 세계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시선인데 주어 중심의 세계를 낳는다. 여기서 세계는 모두 어떤 주어가 지시하는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이 주어는 술어를 통해 다른 사물과 관계하며, 다른 사물로 변화해 나간다. 반면 술어 중심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이 시선에서는 […]

나를 풀어주시오(2)-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를 풀어주시오(2)- 정보라 작가의 단편집 저주 토끼를 읽고 6) 작가가 절망감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처음부터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작품마다 탈출을 기획한다. 그러나 탈출을 감행한 주인공의 시도는 번번이 전도되고 만다.  정보라 작가에게서 삶은 아이러니로 보인다. 아이러니 개념은 낭만주의 문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에게서 미학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아이러니란 곧 어떤 것이 자기의 반대로 전락하는 것을 말한다. 슐레겔은 문학이 […]

나를 풀어주시오(1)-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를 풀어 주시오(1)- 정보라 작가의 단편집 저주 토끼를 읽고 1) 정보라의 작품은 우화나 설화, 동화, SF 형식을 취하고 있고 작품 곳곳에는 유쾌한 역설이 나 환상이 등장하므로 언뜻 가벼운 작품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들어있어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 자신이 후기에 말한 대로 그의 작품 곳곳에는 “낯설고 사나운 […]

달콤한 것들에 대해[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달콤한 것들에 대해 언제부터 인가 교외에 빵집이 들어섰다. 처음엔 시내 임대료가 비싸서 그런가 했다. 곧 알았지만 그게 카페의 일종이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빵을 함께 먹었다. 속으로 웃었다. 외국 사전에 가든의 의미로 고기집이 등록되었다고 한다. 빵집의 의미로 카페가 등록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어느 날 아이가 식사 빵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들었다. 내가 되물었다. 그게 […]

포퓰리즘에 관해서[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포퓰리즘에 관해서 서평 -거대한 반격(파올로 제르바우도 저, 남상백 역, 다른 백년, 2022) 1) 필자는 어느 교수님의 소개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거대한 반격’인데, 무엇을 반격하는지 부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제는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부정하고 등장한 것이 포퓰리즘이다. 저자는 코로나 위기 이후 포퓰리즘이 무너지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

이규성의 쇼펜하우어 연구와 혁명적 급진성 2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이규성의 쇼펜하우어 연구와 혁명적 급진성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서평 6) 맹목적 의지의 세계에 도달하자마자 쇼펜하우어는 이로부터 근본적인 전환을 이룬다. 맹목적 의지의 세계는 세계의 참상을 보여준다. 자연의 맹목적 투쟁은 제쳐두자. 인간 세계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벌이는 투쟁의 세계이며, 타인을 기만하며 동시에 자기를 기만하는 인간 희극의 세계이다. 이런 세계 속으로 개인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끌려 […]

이규성의 쇼펜하우어 연구와 혁명적 급진성 1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이규성의 쇼펜하우어 연구와 혁명적 급진성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서평 1) 이규성 선생(이후 선생으로 약칭)의 저서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쇼펜하우의의 세계관과 아시아의 철학’(이하 ‘의지의 세계’로 축약)은 2016년 9월 발간되었다. 선생은 그동안 서양철학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기는 했으나 주로 아시아 철학을 연구했다. 선생은 말년에 서구철학이 중국과 한국에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 선생은 […]

서평-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1) 앞의 글(서평, 1부)에서 이 책에서 저자는 조던이 과학자로서 불굴을 의지를 갖추고 자연 속에 질서를 세워 나갔던 힘의 원천을 묻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여기서 저자의 서술은 비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애가에 가깝다. 이 책에서 조던에 대한 애가는 갑작스럽게 분노로 전환한다. 이것은 저자가 조던의 생애에서 의심스러운 구석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첫 번째 의심은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해 1905년 […]

서평-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1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1)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어느 물리학 교사의 말이다. 급하게 책을 구해 읽어 보니, 교사의 말이 틀림없다.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철학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번역서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LuLu Miller 저, 정지은 역, 곰 출판, .2021.12)이다. 원본이 2020년 나왔으니, 얼마 전이다. 저서의 원래 이름은 의문문으로 되어 있다.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