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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덕분에 이혼하지 않은 여자[철학의 유언]

철학 덕분에 이혼하지 않은 여자[철학의 유언] 박은미(건국대교수)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이다. 나는 정말 철학 덕분에 이혼하지 못했다. 철학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철학이 뭐냐. 한 마디로 체계적으로 따지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끝까지 따지는 것이다. 제대로 따지면 인식의 편파성이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이라 ‘나만의 옳음’에 빠지지 않게 된다. 싸움을 한 사람들이 싸움의 […]

사람 보라고 건네는, 개 이야기들[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한참 전부터 박기범의 그림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 그가 쓴 개 이야기들 – <새끼개>, <어미개>, <미친개>는 읽는 동안은 물론이고 읽은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아서, 말이 되든 안 되든 그 느낌을 나누고 싶었다. 박기범은 <새끼개>, <어미개>를 같이 냈고 몇 년 뒤 <미친개>를 썼다. 아이들과 이 책들을 볼 때는 꽤 시간을 들여 찬찬히 내가 읽어 주었다. 별 이야기를 […]

정말이지 이럴 순 없어![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이럴 수 있는 거야??!」(페터 쉐소우 글·그림, 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7년) 들지도 못할 커다란 가방을 질질 끌며, 그러느라 뒤에 한가득 먼지까지 거느리고 한 소녀가 공원에 나타난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소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긴장해서 침을 꼴깍 삼키지 않고는 첫 장을 넘길 수 없다는 듯, 제목도 “이럴 수 있는 거야??!”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면 공원에서 […]

내가 가장 슬플 때[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제목에서 보듯이 슬픔을 소재로 한 책입니다. 슬픔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물론 많지만, 오늘 소개할 책은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 여느 그림책과 좀 다릅니다. 이 책에는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슬픈 일을 겪게 되고 또 어떻게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통상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다만 슬픔의 이런저런 모습을 마치 정물화 그리듯 […]

진정한 깨달음이란?[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오늘은 여러분에게 흥미로운 그림책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기상천외한 환상과 모험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미하엘 엔데가 쓴 『보름달의 전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어느 은자(隱者)의 구도와 깨달음이라는 매우 이색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알쏭달쏭해서 적잖은 여운이 남기 때문입니다. 구도의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진정한 깨달음은 […]

아직도 설렌다, ‘아름답다’는 말 [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아름다운 책』(비룡소)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아름다운 책』(클로드 부종 글·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펴냄) 선생님을 생각하면 저 깊은 곳, 가슴 밑바닥부터 저절로 기분 좋게 찰랑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동시에 환하게 빛나는 느낌.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분이 담임선생님이 되셨다. 선생님은 생물을 가르치셨다. 내가 아직까지 과학 쪽을 기웃거리는 데도 그분 영향이 틀림없이 크다. 생물학과 과학을 넘어서, […]

[아이들과 책보며 두런두런] 잉쯔의 고민

여러분은 혹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경험이 없나요?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아마 누구라도 바짝 긴장하게 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봐서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가 천사같이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일 […]

맹자, 사랑을 이야기하다[천하무적 맹자왈]

외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어느 날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나더러 명당(明堂)을 허물라고 하는데 허물어 버릴까요? 그냥 둘까요?” 제나라의 명당은 본래 주나라 천자가 동쪽으로 순행(巡行)할 때 제후들을 접견하던 곳이다. 그런데 이미 망해가는 주나라의 천자가 다시 순행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선왕 같은 제후가 의당 머물 수 있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숴버리라고 한 모양이다. […]

맹자와 광화문[천하무적 맹자왈]

왕도와 패도의 사이 무력(武力)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문력(文力)? 아니다. 문력은 형용모순이다. 문은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답은 문덕(文德)이다. 무력은 패자(覇者)의 수단이고 문덕은 왕자(王者)의 수단이다. 이 둘의 차이에 대해 맹자만큼 분명하게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맹자왈 “힘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것이 패도이고, 덕으로 인(仁)을 실천하는 것이 왕도이다. 패도는 반드시 나라가 강대해야 할 수 있지만 왕도는 강대함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맹자는 […]

맹자와 가을[천하무적 맹자왈]

공자의 낙, 장자의 낙 햇살 좋은 가을이다. 지난 여름, 유난히 비가 많았던 탓인지 가을 햇살이 새삼 좋다. 얼마간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가을볕을 즐기라는 인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이렇게 좋은 가을날이면 맹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맹자와 가을이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맹자에는 가을의 낭만을 떠올릴 만한 구절이 없다. 공자야 한번 재미에 빠지면 밥먹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