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무[나무 이야기]-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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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많은 자취생들이 그러하듯 나도 TV없이 PC로 방송을 다운받아 본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신중한 선택과정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편이다. 나름 사전 정보를 얻어 볼만한 것들을 추려낸 후 다운받는 것이다. 더군다나 근래엔 PC의 건강(?)을 위해 유료다운로드를 선호하고 있기에 이러한 선택과정이 보다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와중에 재밌다는 평이 압도적인 드라마.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호흡을 맞춰온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신작인 ‘신사의 품격’은 소위 중박 이상은 기대할 수 있는 안전빵으로 보였다. 물론 김은숙 작가 드라마라 기대 반 염려 반이긴 했다.
김은숙 작가는 그동안 캔디의 변형인 평범녀가 테리우스의 변형인 차도남의 뻔뻔하기까지 한 솔직한 대시에 의해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려왔다. 다만 캔디와 테리우스가 30, 40대라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아마 김은숙 작가 자신의 나이대를 반영했기 때문이리라. 하여튼 김은숙 작가가 그리는 평범녀는 예쁜데다 개념인에 자기 일에 적극적인 실력파지만 대부분 가난하다. 그리고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재벌남은 잘생긴데다 학벌도 좋다. 청산유수의 말솜씨와 풍부한 독서량, 그리고 훌륭한 작업멘트까지 겸비했기에 만나는 여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여주인공인 평범녀의 ‘평범함’에 반하고 만다. 그런데 이 재벌남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그 풍부한 재력으로도 절대 고치지 못한 희귀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내면의 상처 때문에 생긴 병이다. 이 상처를 평범녀가 사랑의 힘을 통해 감싸주고 따라서 병도 낫게 된다. 10년쯤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했다. 아니 더 솔직히 인정하자면 ‘시크릿 가든’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선 확실히 먹어주는(?) 이야기였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사진출처: SBS‘신사의 품격’은 그간 그려온 김은숙의 미중년 테리우스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드라마다. 무려 4명의 개성강한 미중년들이 등장해서 매력발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왜 ‘시크릿 가든’처럼 뜨지를 못하는 것일까? 우선, 이번엔 작가가 그간 지적받아온 자신의 약점을 가리려고 꽤 노력했다. 매번 등장했던 재벌남 대신 그저 부유한 남자들이 나오고, 대신 재벌에 준하는 재력을 가진 여성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주 가난하던 여주인공이 아니라 정규직 공무원 여주인공이 나온다. 살고 있는 집도 세 들어 살고 있긴 하지만 멋지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는 그 수가 너무 얕아서 문제다. 상황이 다른데도 곧 재벌남과 평범녀의 그 불균등한 연애관계를 연상시키는 관계에 돌입한다. 즉, 여주인공의 굴욕적 상황이 이어지다 연애가 시작되면서 그 관계가 역전된다. 그런데 여주인공에게 굴욕적이던 상황을 남주인공이 재연하면 그것은 애교가 되고, 멋진 장면이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김은숙 드라마였다. ‘신사의 품격’도 이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런데도 ‘시크릿 가든’처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맛’, 즉 ‘중독성’이 ‘신사의 품격’에는 없다. 작가 특유의 톡톡 쏘는 대사도 몇 년째 계속 듣다보니 이젠 김빠진 콜라처럼 밍밍해졌고, 별 지향 없고, 내용 없는, 그저 그런 연애담도 지겹다. 무려 장동건, 김하늘이 주인공인 로코(로맨틱 코미디물)인데, 전혀 설레지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문제점을 짚자면, 제목에 나타났듯 이 드라마에선 신사들만 품격을 갖출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일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멋지게 연애도 하지만 우정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런데 여자들은 우정은커녕 서로 시기하고, 경계하고, 질투하느라 바쁘시다. 품격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우리 이 불쌍한 여자들에 대해 좀 살펴보도록 하자.
쿨한 언니도 남편에겐 의부증 아내일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하는 주요 여성 캐릭터는 4명이다. 우선, 짝사랑 전문가이자 아마추어 야구 심판이자 고등학교 윤리선생인 서이수(김하늘 役). 서이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거인인 실력보다 미모가 부각된 프로골퍼 홍세라(윤세아 役), 88사이즈에서 44사이즈로 변신한 뒤 무조건 최윤(김민종 役)만 쫓아다니는 임메아리(윤진이 役), 소유한 빌딩 일일이 세는 게 귀찮아서 블록으로 세는 청담마녀 박민숙(김정난 役).
이 중에서 가장 ‘쿨’한 캐릭터는 박민숙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가장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자면 김은숙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쿨할 수 있는 조건’, 즉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력, 그 재력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미모와 좋은 학벌과 지성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녀는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쿨한 언니’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통할 정도다. 다만 이 언니! 쿨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결혼생활이다. 민숙의 친구들은 다들 연하의 뽀송한 남편을 가진 민숙을 질투해서 민숙의 이혼을 바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민숙은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속이 상하면서도 친구들 앞에서는 남편과 닭살커플을 연기한다. 그리고 은근슬쩍 남편을 다시 용서하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꼬시기 어려운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비참한 대사까지 남긴다. 그녀는 전형적인 ‘트로피 허스번드’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정록(이종혁 役)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정록의 바람기를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붙일 아이가 없어서 남편의 바람기가 더 심한 것 같다는 민숙의 혼잣말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불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위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항상 당당하고 똑똑한 언니인데 남편에게는 그저 의부증 말기 부인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여자하고는 밥 안 먹어요
서이수는 김은숙 작가가 변형을 시도한 또 다른 캔디이다. 그녀는 귀여운 주책을 부리고, 다른 여자들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올바른 캐릭터이다. 심지어 눈치 없는 동료 선생님이 속을 긁어놔도 그녀는 맞받아치지도 않고 웃으며 넘긴다. 그래서 그녀만이 유일하게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동성들과 사이가 좋은 여성으로 등장한다(그녀가 유일하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여성은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엄마이다). 말하자면 곰 스타일의 여성만이 여우 스타일의 여성들에게 배척받지 않는다는 낡아빠진 관계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서이수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 모드 안에 매몰되어 서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댄다. 그 관계는 밥이나 먹겠느냐는 홍세라에게 “여자하고는 밥 안 먹어요.”라고 임메아리가 대답하는 것으로 대표된다. 물론 임메아리는 박민숙과 친밀한 관계이지만, 이는 두 여자가 연애문제와 돈 문제로 결코 충돌할리 없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러한 충돌의 여지가 있는 여자들끼리는 작가 특유의 대사빨로 팽팽한 접전을 선사한다. 박민숙과 홍세라 사이의 신경전과 대화, 홍세라와 후배 사이의 대화와 몸싸움 등이 그러한 장면들이다. 별다른 갈등의 원인이 없는데도 서로 앙숙이라도 된 듯 대하는 태도가 드라마 안에서 그저 여자들 사이의 흔한 일처럼 다뤄져 정작 현실의 여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꿈보다는 사랑이 급하다?
임메아리는 부잣집 막둥이로 태어나 부모님과 오빠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다만 학창시절 통통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고, 또 그걸 그렇게 놀려대던 오빠의 친구 최윤을 짝사랑만 하는 게 괴로움이라면 괴로움이다. 최윤은 메아리에게 묻는다. 24살이면 네 주변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할텐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고 자신만 쫓아다니냐고. 그러자 메아리는 울면서 자신도 꿈이 있지만 사랑이 너무 급하니까 그것부터 쫓느라 그렇다고 대답한다. 물론 내가 메아리 또래는 아니지만, 나 또한 그 시절을 얼마 전에(?) 겪은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대 0%의 대사였다. 가방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서 디자인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없고, 관련된 일을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 그녀가 이해되는 20대가 몇이나 될까? 그녀가 그렇게 카페 알바나 하면서 최윤바라기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 경제적 지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용돈은 벌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하지만 우선, 으리으리한 집이 있고, 미국으로 유학도 부담 없이 다녀왔고, 비싼 옷과 가방, 구두가 즐비하다. 결국 그녀는 인생에 별로 급한 게 없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급한 게 최윤을 쫓아다니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윤에게만 자신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최윤 주변의 여성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사랑을 관철시키려 한다. 드라마에서 누구보다도 귀엽고 예쁘게 그려지지만 그녀는 그저 조금 더 착한 ‘빵꾸똥꾸’이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사진출처: SBS홍세라는 어떤가? 그녀는 결혼이 싫다. 자신은 아직 골프선수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더 많다. 미모로만 부각된 자신의 진짜 실력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결혼해서 안주하게 되고, 그 꿈을 묻어버리게 될까봐 두렵다. 남자친구는 그런 그녀의 의견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 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연습도 하고, 좋은 스텝도 꾸리려 한다. 하지만 스텝은 일을 거절하고, 빚 문제도 생긴다. 드라마에서 홍세라가 거절당하는 이유는 그녀의 화려한 이미지와 언론 노출 때문이고, 경제적인 문제는 그녀의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난 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자신의 꿈을 위해 가장 열심인 여자는 왜 꼭 싸가지가 없는 듯 그려지고, 왜 꼭 돈은 밝히지만 경제관념이 없어서 궁지에 몰려야 하는가?
임메아리는 결혼이 하고 싶어서 안달인데다 최윤의 아이가 있어도 키우겠다고 하는 ‘착한’ 여자이기 때문에 예쁘게 그려진다. 홍세라는 결혼도 아이도 싫고,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나쁜’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으로 빚도 못 갚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대신 갚아주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비참함을 겪어야 한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쿨하게 돈을 빌려줬던 박민숙은 자신과 홍세라의 관계보다 남편의 친구인 임태산과의 관계가 더 긴밀하다는 말을 남겨서 홍세라에게 상처를 준다. 쿨했던 민숙 언니가 다시금 남편에게 묶여버리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남자친구 임태산(김수로 役)은 헤어졌는데도 멋지게 돈을 갚아주는 의리 있는 신사로 남는다.
이 드라마의 네 여자를 다시 정리해보자. 서이수는 답답한 곰 스타일 캔디, 홍세라는 자존심을 뺐기고 길들여지고 있는 여우, 임메아리는 인생에 급한 게 사랑밖에 없는 공주님, 박민숙은 의부증에 묶여버린 언니. 신사들은 점차 성장해가며 품격을 갖춰가는 반면, 숙녀들은 계속해서 퇴보해가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재벌남을 빼고 등장시킨 그저 부유한 정도의 신사들은 사실 그 재벌남의 매력을 쪼개서 만든 것에 지나지 않고, 경제적으로 급을 올려준 평범녀서이수는 그래봤자 캔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작품에서 조금 특이하게 등장시킨 부유한 여성캐릭터 박민숙도 불임임이 밝혀지면서 전통적 성역할의 덫에 걸려버린다.
언제쯤에야 욕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김은숙 작가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내 생각엔 앞으로 그녀의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듯하다.
속 편하게 살자, 유창복의 『우린 마을에서 논다』/나태영 [보고 듣고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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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하게 살자
유창복이 쓴 『우린 마을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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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태영(교육강좌 수료, 한철연 회원)
21세기 대한민국 자살률이 세계 3위이다.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다음이다. 박노자한테서 들은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비율 세계 1위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이 넘는다. 그 분이 3인 가족 가장이시면 2700만이나 되는 분이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사신다.
부자감세가 이루어진다. 반대로 간접세는 올라서 서민증세가 이루어진다. 남북긴장 은 심화되고 있다. 죽음(死)강 사업으로 환경과 농지가 파괴되고 홍수증가가 예상된다. 큰 건설회사만 신났다.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시설들을 없애고 4대강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데 드는 돈이 4대강 사업에 쓴 돈보다 세 배 더 든다고 한다. 큰 건설회사만 또 신났다. 이명박 정권은 한미매국협정(한미에프티에이)졸속 재협상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다. 도무지 신나는 일이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같은 신나는 일이 벌어져야 이 나라 서민이 즐거울 텐데, 올해 이 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지 않는다.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
그나마 이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만한 참말로 신나는 일이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같이 광적으로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줄만한 일이 성미산 마을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농촌 인심을 21세기 대한민국 거대도시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맛볼 수 있다. 티비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성미산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지금 맞벌이 부부이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둘레 아주머니에게 우리 아이를 맡기면 된다. 임산부가 병원에서 애를 낳아야하는데, 남편이 옆에서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럼 네 살박이 큰 애를 옆집에서 재워 준다. 우리집에 갑자기 손님이 왔는데 밥이 없다. 그럼 둘레 집에서 밥을 얻어올 수 있다. 서로 품앗이가 이루어진다.
『우린 마을에서 논다』, 유창복 지음, 또 하나의 문화, 2010.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했다. 부자는 높은 수준 문화예술을 향유한다. 반면에 빈자는 그러지 못한다. 이로써 부자와 빈자 간에 구별짓기가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성미산 마을에서는 그러한 구별짓기를 막을 수 있는 활동이 이미 이루어졌다. 바로 이 책 글쓴이 짱가 유창복씨가 주축이 되어 주민과 함께 성미산 마을극장을 만들었다. 짱가가 극장장이다. 이 극장 규모와 시설은 서울시 대학로에 있는 일반 극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다. 이 정도 수준 마을극장은 대한민국 최초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극장에서는 일반 극장과 달리 전문 예술가들이 출연하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이, 마을 어린이가, 마을 노인이 주인공으로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입장료는 대학로 연극 공연비의 약 30 – 40프로 수준이다. 무료 프로그램도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자일지라도 뜻만 있다면 성미산 마을극장에 들어가 고급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다. 티비 광고에도 쓰인 적이 있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라는 동요가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성미산 마을이다.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배우와 관리자로 일하시는 단비 아빠가 했던 말이 내 뇌리에 남아있다. “삶이 곧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死)강 사업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현대 농법으로 말미암아 우리들 먹을거리가 우리 몸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 몸의 질병을 키우고 있다. 우리 성격을 거칠게 만들고 있다. 우리 꿈나무를 병들게 한다.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는 일을 톡톡히 하는 단체가 성미산 마을에 있다. 바로 마포두레생협이다. 마포두레생협은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고 생산자에게는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서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이순신장군 한산도대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 4대 해전 맨 앞을 차지하는 한산도대첩을 말이다. 성미산 마을에는 3.13대첩이 있다. 생협은 주도적으로 성미산을 지켰다. 2003년에 서울시가 마을에 있는 성미산에 배수지를 지어 성미산을 파괴하려할 때 울끈 불끈 힘내어 성미산을 지켰다. 물론 많은 수의 마을주민들과 함께 말이다. 지하철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상대해서 성미산을 막아냈다. 자세한 내용은 『우린 마을에서 논다』 이 책에 나와 있다. 여러분이 책을 사서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지금 성미산은 또 한 번 위험에 맞서고 있다. 홍익대학교가 성미산에 홍익초중고를 지으려 한다. 산의 약 30프로를 파괴하고서 말이다. 홍익대학교는 더 이상 대학이 아니다. 부동산회사에 불과할 뿐이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과거에 성미산을 지킨 긍지와 자부심으로 저들과 싸우고 있다. 문화활동을 통해서 저들과 싸우고 있다. 즐기면서 저들과 싸우고 있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홍익대학교를 상대로 해서 싸우는 것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다. 신이 난다. 백범 김구선생이 그리도 바라시던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에서 펼쳐지고 있다. 문화의 큰 힘을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이 왜 옳은지 나는 옴 몸으로 깨닫는다. 주민들이 성미산을 꼭 지켜내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슬프게도 홍익대학교가 성미산에 홍익 초중고를 지었다. 아뿔싸!!!!
이 외에도 많은 단체가 이 책에 등장한다. 글쓴이 유창복씨는 성미산 마을 역사를 소설처럼 재미있고도 쉽게 썼다.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가 이 책에 많이 나온다. 성미산 마을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나온다.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쳐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진솔하게 글을 쓴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글쓴이 둘레에서 여러분이 글쓴이를 도와주었다.
전국에서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분들이 혹은 단체가 성미산 마을을 보고 배우려고 견학을 오신다. 그러려면 차비며 음식값이며 비용이 많이 든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당신 방에서 편하게 성미산 마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내용은 충실하다. 성미산 마을로 견학 오실 분들은 오시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견학을 준비하시면 견학이 더 뜻있는 견학이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오죽 흡족하셨으면 조한혜정 교수가 이 책 뒷표지에 극찬의 말을 남겼겠는가? 오죽 흡족하셨으면 박원순 서울 시장이 책 뒷표지에 극찬의 말을 남겼겠는가? 성미산마을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이다. 성미산 마을은 지금도 기적을 만들고 있다. 울끈 불끈 힘내서 말이다. 키득 키득 쪼개면서 말이다. 독자 여러분 기대하시라. 개봉바악두—
우리 재산 우리 손으로 지키자, 지주형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나태영 [보고 듣고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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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산 우리 손으로 지키자
지주형의『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글: 나태영(교육강좌 수료, 한철연 회원)
“아님 밤중에 홍두깨”
“아이엠에프(국제통화기금) 사태 때문에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왜요?”
“사람들이 너무 긴장해서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 발생 후 직장 동료와 내가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눈 대화내용이다. 아이엠에프 사태는 너무도 어이없이 당하게 된 사건이었다. 우리가 죄 지은 것도 없었는데 가혹한 벌을 받은 것이었다. 달러에 비해서 우리 돈 가치가 약 두 배 떨어졌으니 애써 모은 우리 재산이 하루아침에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사건이었다. 경제학자들도 미리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동남아에 주식을 투자했던 주식분석가들 소수는 알고 있었다. 간혹 아이엠에프 사태를 미리 말하는 사람이 소수 있었으나 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우리 경제 튼튼하다고 기사 내보내서 그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왜 아이엠에프 사태가 발생했을까요? 왜 막지 못했을까요? 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 사태를 왜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이엠에프 사태가 발생한 지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드디어 갑갑했던 내 속을 확 풀어주는 책이 나왔다. 지주형이 지은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이 바로 그 책이다. 미국은 작정하고 아이엠에프 사태를 최대한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했다. 미국한테 피로 맺은 나라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외환 위기 당시 박영철 금융연구원장은 “미 재무부는 위기를 아시아로 확대하지 않고 타이에서 문제를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금융 위기를 방조함으로써 이 지역에 구조 개혁과 시장 개방을 관철하고 미국 자본의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약속했던 자본 시장 개방이 더디게 진행되자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외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거나 동남아의 위기가 한국에 확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었다. 1980년대의 라틴 아메리카에서처럼 위기를 한국의 시장 개방을 가속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일설에 따르면 1997년 7월 CIA는 한국에 50여 명의 요원을 급파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샅샅이 조사하고 돌아갔고 같은 시기에 한국에 상주하는 15명의 CIA 요원들도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고 한다. (…) CIA는 8월에 이미 한국의 외환 위기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외환 위기와 관련해 어떠한 경고도 하지 않았고 외환 위기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지도 않았다.’ (171~173쪽)
지주형은 원래 이 책 제목을 『신자유주의의 지구 정치경제와 한국 자본주의의 전환』 으로 하려고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 일만 잘 해결한다고 해서 우리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구 전체의 정치경제를 알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든 또 아이엠에프 사태를 당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노동력이나 복지를 삭감하는 것을 ‘군살빼기’라고 했습니다. 사회의 군살들을 빼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저항에 부딪치니까 바깥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래서 1990년대 넘어가면서부터 지구화가 일어나죠. 민족 국가 단위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확장됩니다. 국내에서 싼 임금으로 쥐어짜는 게 안 되니까 더 싼 임금이 있는 다른 나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이죠.’(남구현, 작은책www.sbook.co.kr, 2012년 6월호, 95쪽)
이 세상에서 거래되는 돈 액수가 물건 거래 액수보다 약 7천배 많다는 이 초현실적인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될 지 난감할 뿐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세월은 흘러간다.
‘먼저 새로운 지구 정치경제의 ‘카지노 자본주의’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금융의 지구화는 실물 산업부분에 대한 투자보다는 자유로운 금융투자에서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거대한 도박판을 만들어냈다(Strange 1997). 외환투기와 파생금융상품거래같이 불확실한 미래의 가격 변동에 대한 예측과 베팅에 기초한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 대비 연간 전 세계 교역량이 5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외환거래가 가격변동성에 기인한 실수요와 무관한 단기차익의 원천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루 외환거래량은 연간 국제무역량의 20배가 넘는다.’(70쪽)
‘금융투자를 통한 축적과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부분에 대한 투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예를 들면 금융자본은 산업과 고용창출이 아니라 이윤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주당이익배당dividend을 늘리고 투자 자원을 감소시켜 오히려 산업투자를 제약하기가지 한다.(71쪽)
이 세상 정치경제를 잘 알면 우리는 좋은 결과를 이룰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무상 급식만 해도 빨갱이 얘기가 나오고 그러는데 제가 있었던 독일은 무상 급식 정도가 아니라 박사 학위까지 다 무상 교육입니다. 의료도 다 무상이고요.’
‘각종 제도들이 만들어져 있어 콜이나 대처 이런 사람들이 등장해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학자들은 이것에 대해서 복지의 불가역성이라고 말합니다. 복지는 한 번 도입하면 거꾸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복지 자체에 불가역성이라는 괴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 유럽에서 연금 삭감하고 거꾸로 가려고 그러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합니까? 다 들고 나옵니다.’
‘실제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노동자 총파업이 엄청나게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노동자들과 학생, 대중들의 투쟁이 격렬하게 터져 나왔기 때문에 거꾸로 돌리지 못한 겁입니다.’(남구현, 작은책www.sbook.co.kr, 2012년 6월호, 94, 95쪽)
지주형이 글 쓰는 방식
이 책은 경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좀 어려운 책이다. 다만 아이엠에프 사태 글은 쉽게 읽힌다. 무협지 읽히듯이 쉽게 읽힌다. 이 지구에 신자유주의가 생겨난 배경 내용이 어렵다. 그래서 지은이는 쉬운 부분부터 읽으라고 권한다. 어려운 책이라서 지은이는 독자들을 많이 배려해준다. 가끔씩 내용을 요약해준다. 지주형은 원인-결과 틀로 문장을 이어간다. 촘촘하게 차근차근 문장을 이어간다. 단락과 단락 연결도 매끄럽다. 끈기만 있으면 경제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는 이 세상 정치경제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이엠에프 사태 당했다. 우리가 잘 몰랐기 때문에 한미매국협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는 앞으로 한미매국협정 그만둘거야.”라고 팩스 한 장만 보내면 한미매국협정은 없던 일로 된다. 6개월 뒤에 그리 된다. 미국 대통령이 반대할 수도 없다. 한미매국협정 협정문에 똑똑히 적혀있다고 이해영은 말한다. 하지만 이 땅에 이러한 사실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는 사람들도 과연 그리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는 미국과 소수 재벌에게만 이익이 되는, 다수 서민에게 재앙이 되는 한미매국협정을 지속시키려고 한다. 지지도가 높은 안철수는 한미매국협정에 대해서 자신 의견을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은 한미매국협정 폐기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협정문 조금 고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답답하다. 미국은 아이엠에프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그 길을 알려주지 않은 나라이다. 대한민국 혈맹이라는 미국이 말이다.
아이엠에프 사태 때문에 하루아침에 우리 재산이 절반이 되었다. 그 이후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절반이 넘게 되었다. 이 땅 사람 가운데 절반 넘는 사람들이 항상 불안하게 산다. 자살률이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 개발기구) 국가중 1위가 되었다. 애낳지 않으려는 비율이 또한 오이시디 국가중 1위가 되었다. 오죽 세상 살기 힘들면 사람들이 종족 보존을 피하려 하겠는가? 한매매국협정이 시작되었기에 우리는 서서히 더 무서운 피해를 볼 것이다. ‘IMF사태 후 10년 간의 결과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한미FTA입니다.(『한미FTA 핸드북』, 11쪽, 송기호, 녹색평론l사, 2007년) 이 책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이 어렵지만 꼭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누구도 우리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다. 이명박대통령각하가 우리 재산 지켜주신다. 꿈 깨시라. 대다수 국회의원들도 우리 재산 지켜주지 않는다. 국회위원 딱 한 번만 해도 그 인간들은 죽을 때까지 한 달에 120만원씩 연금 받는다. 굳이 우리 재산 지켜주려고 목숨 바칠 이유가 없다. 물론 진보당 국회의원과 민주당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가운데 35프로 빼고 말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 재산 지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더불어 한미매국협정 관련 책도 읽어야 한다. 네이버에 이해영, 우석훈, 송기호, 홍기빈 치면 한미매국협정 책 제목 나온다. 우리 재산 우리 손으로 지키자.
그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0 Comments/in 문화 & 생각보기 /by admin그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장윤경(애견 훈련사)
나는 올해 32살의 여성 애견훈련사이다. 개와 고양이, 새나 병아리 심지어는 길에서 주운 쥐를 키우겠다며 집에 들고 와 어머니를 기겁시킨 일도 있었던 것을 보면 어려서부터 나는 동물을 참 좋아했던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렇게 많은 동물을 키웠다. 그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에 웃고 우는 유년기를 보냈으나 중학교 이후 내게 주어진 삶은 동물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 훈련소에서중학교 진학과 함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따라간 화실의 그림공부는 내 생활의 일부분으로 시작해 점점 내 생활의 전부가 되어갔다. 활동적이지 않은 성격 탓이었겠지만, 그림을 그리느라 대여섯 시간을 줄곧 앉아 있어도 좀이 쑤시지 않았고,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운 좋게도 세차고 드센 비바람 한 번 만나지 않고 고무 튜브에 몸을 맡긴 채 잔잔한 강물을 따라 흘러가듯 흘러가 도착한 곳은 예술 고등학교였다. 딱히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보니 적성에 맞았다. 어쩐 일인지 별 노력 없이도 그림을 잘 그렸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 한 번 없이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돌이켜 보면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고 기대도 받으며 살아가는 일이 나쁘지 않았던 듯하다, 아니 분명 꽤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려서 전문 화가가 되어야 하겠다든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미래를 가지게 될지 같은 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내 어머니, 당신이 꿈꾸고 계획해 놓은 내 미래의 청사진을 듣는 순간, 웬일인지 그 길이 내 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머니의 입에서 ‘교수’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그런 것은 결단코 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강렬하게 나를 덮쳐왔던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꿈이었지, 나의 꿈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그 길을 벗어났고, 길을 잃었던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혼란과 방황의 대학 시절을 보내다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준 지금의 남편과 생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첫 번째 반려동물인 개 캐니를 집으로 데려왔다. 라브라도 종인 캐니는 아주 영리한 개였고,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캐니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예뻤던 나는 둘째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캐니가 다니던 훈련소에서 태어난 쵸콜렛색 라브라도가 디키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캐니의 동생이 되었다. 아파트에서 대형견 두 마리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목줄을 매고 나선 산책길에서, 사람이 지나갈 때면 혹여 작은 피해라고 줄까 염려해 목줄을 꼭 부여잡았지만 큰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얻어먹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특히 뉴스에 개에게 물려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한 사람의 사건이 보도되기라도 한 다음 날이면 소중한 맹인 안내견으로 쓰여도 충분할 정도로 순한 개들이었건만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면전에서 대놓고 참기 힘든 말을 듣기도 했고 그로 인해 행인과 언성을 높이는 일도 일어났다. 몇 년간 지속된 그런 일에 서서히 지쳐갔고, 결국 우리는 두 마리의 우리 가족을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
도시 외곽의 넓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 후 우리 부부는 보다 많은 반려견들을 식구로 받아들였다. 예닐곱 마리의 대형견을 능숙하게 통제하며 돌아다니는 젊은 여자는 어딜 가나 눈에 띄었고, 예상치 않은 반려견 훈련부탁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부탁을 접하면서 스스로 내 인생의 주체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훈련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흐르는 강물에 다시금 뛰어들기는 했지만, 그것은 다른 그 누구의 결정이 아닌 바로 나의 뜻과 의지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번 여행에는 믿음직한 남편 또한 함께였다.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을 키우면서 손에 잡기 시작했던 애견 훈련에 대한 공부는 이때부터 전문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외국 서적을 주문해 사전을 뒤적이고 밑줄을 치고, 노트를 해나가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세계적인 훈련사들의 동영상을 찾아보고 그들의 노하우를 배워 나갔다. 그때까지의 실제 대형 반려견들과의 생활 또한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우리 부부는 세계 애견 연맹인 FCI가 공인한 한국애견연맹이 주관하는 훈련사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 프로 훈련사가 된 것이다.
▲ 훈련소의 개들그러나 생전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한 나의 일, 애견훈련사가 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고 그 어려움은 지금도 이어지는 듯하다. 다른 이에게 이끌려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뛰어든 이 강 위에서 세찬 비바람도 만나고 드센 여울목도 만나는 중이다. 프로 훈련사로서의 초년병 시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보다도 애견훈련이 천한 직업이라고 여기는 듯 함부로 말하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부모님과 친지들조차 나의 직업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말과 태도를 취하곤 했었고 사실 그것은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건 큰 상처였다. 거기다 애견 조련은 나의 첫 직업이었고, 조련사로서의 생활은 학교 졸업 후 난생처음 하는 사회생활이기도 했다. 나는 사람, 특히나 내게 자신들의 개를 맡기거나 그러고 싶어 하는 견주들을 대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견주들을 대하는 일이 어색했고 나는 말재주가 전혀 없었다. 개들을 돌보는 일, 견종에 따라 달라지는 훈련 방식과 그 과정, 그러한 훈련 과정을 통해 달라지는 개들의 상태를 멋지게 설명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후 견주들에게 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물어보는 전화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그들이 프로로서의 나의 능력을 알아주고, 또 평가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저 묵묵히 개들을 받고, 돌보고 훈련시키고, 돌려보냈다. 초년병 시절 나는 내가 과연 전문 훈련사로서 유능한지 무능한지 자신이 없었다. 남편이 함께 했지만, 나는 한 사람의 독립적 전문 훈련사이기도 했으므로, 내 능력에 대한 초조함에 휩싸여 몇 번이나 이 길을 들어선 것을 후회했다. 그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그 심적 부담에서 벗어날 방법은 예전에 튜브를 뒤집고 강에서 나와 멀리 도망간 것처럼 도망치는 방법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두었을 때에는 잘되면 내가 잘나서요, 못되면 네가 못나서라고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내가 결정한 일에서 내가 도망치면 나는 다시는 한 사람의 주체적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재기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 일에서 다시 실패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며 나의 역량부족인 까닭이라는 사실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겠나. 나는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우고 다시 도전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적어도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능숙한 애견훈련사가 되었고 우리 부부의 훈련소의 규모도 많이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견주 중에는 애견훈련소에만 보내면 자신의 개가 가진 모든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자신의 개가 사람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들은 리모컨 달린 인형이 아니다. 애견 훈련은 반려견을 기계로 키우는 훈련이 아니다. 애견 훈련사로서의 내 철학은, 내가 맡은 개들이 훈련을 통해 반려견으로서 주인과 어우러져 실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한 가정의 가족으로서 생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견훈련이 기계처럼 딱딱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명령어에 무조건 복종하게 하는 훈련보다는 마치 자신의 주인이 사랑하는 개에게 말하고 개가 그 말을 따르는 것처럼 편안한 훈련을 한다. 그것을 추구하기에 새로운 개가 오면 원래 처음부터 우리집 가족이었던 냥 집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에게 적응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내 옷은 심지어 외출용 옷에도 개털이 묻어 있기 일쑤고, 모임을 가지기 전 날 미리 세탁해서 말려둔 옷을 입고 나가도 개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특히 검은색 옷은 금기 의상이다. 양말이며 옷, 이불 등등에 이르기까지 검은색만큼 개의 털을 돋보이게 해주는 색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의를 표하러 갈 때가 참 곤란하다. 신기하게도 밖에서 검은 옷을 바로 사 입고 가도 어느 사이 옷 여기저기에 털들이 붙어있다. 그러한 사실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보다 가볍고 예의가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나란 사람이 제정신이 박히지 않았다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내 앞에서 뒤에서 소곤대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참 속상하다.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끔은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탓을 개에게 돌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울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 때 녀석들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 나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을 만큼 우울한 날이면 그런 녀석들을 다 물리치고 혼자 우울하게 방문을 닫곤 하지만, 그럼 뭐하나. 그토록 냉정히 저희를 뿌리친 내가 방문만 열고 나와도 또다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사랑을 표현해대는 것을. 난 늘 생각해왔다. 반려동물들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다고. 그것이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온 이상 그 생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라고. 나의 매정함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나를 사랑해주는 그들을 보면 나 역시도 그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것이 반려 동물과 인간이 서로 어우러져 사는 이유인 것이며, 우리는 준 사랑과 받은 사랑 모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인간인 것이다. 견주들이 길에다만 개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훈련소에 개를 버리기도 한다. 연락이 끊어지거나, 때로는 개를 적당한 곳에 버려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유가 무엇이든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필요할 때만 반려 동물을 취하고 귀찮아지면 매정하게 버리는 사람들은 내게 사랑의 의미와 그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개들과의 생활은 나를 보다 더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삶의 스승 아닐까. 나는 내가 개들로 인해 행복하고 나로 인해 개들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개도 그러하기를 그 무엇보다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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