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 운동1-헤겔 논리학에서 본질론의 지위[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 운동1-헤겔 논리학에서 본질론의 지위
1)
이제 헤겔의 논리학 가운데 1부 객관 논리학 1권 존재론에 관한 소개를 마치고 2권 본질론에 관한 대결로 들어가게 되었다. 헤겔 논리학 또는 변증법에서 독특하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독특해서 아마도 헤겔의 논리학의 핵심을 차지하는 부분이 있다면 곧 존재론과 개념론을 매개하는 본질론이 될 것이다.
앞에서 헤겔 논리학의 1부 객관 논리학은 칸트의 12개 판단 형식이 차례로 전개된 것이라 했다. 그 가운데 본질론은 관계의 범주와 양상 범주가 전개된다. 관계의 범주란 곧 정언, 가언, 선언 판단 형식을 말하며 양상 범주란 가능, 우연, 필연적 판단 형식을 말한다.
형식 논리학에서는 관계 범주나 양상 범주는 독립적인 판단 형식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범주들은 복합적인 판단 형식이다. 그러나 헤겔은 칸트의 12 범주표를 따라서 관계나 양상의 범주도 독립적인 하나의 판단 형식으로 파악한다.
칸트는 이런 판단 형식이 형식 논리학적으로 본다면 복합 판단 형식(예를 들어‘ P이면 Q이다’라든가, ‘명제 p는 필연적이라’는 판단 형식을 보라)을 취하지만, 그의 선험적 인식론으로 본다면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 인식 범주라 보았기에 이를 12 범주표 안에 집어넣어 다루었다.
헤겔에서 논리학 역시 단순한 형식적인 학문은 아니다. 그의 논리학은 그 배후에 인식의 운동이 깔려있으며, 논리적 범주의 전개는 이런 인식 운동을 매개로 해서 전개되는 것이다. 논리의 전개는 회고적인데, 인식의 결과로 얻어지는 개념을 그 개념이 실현된 것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헤겔은 칸트와 마찬가지로 관계 범주나 양상 범주가 인식적으로 독립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보아서 이를 판단 형식 즉 범주로 다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런 본질론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이 본질론은 자연 철학적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앞에서 존재론은 자연에서 마침내 생명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으로 설명되었다. 그것에 비추어 보면, 본질론은 이 생명 개념이 발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생명 개념은 마침내 인간에 이르러 자기의식적 존재로 전환한다. 이런 전환과 더불어 그 이전 개체적 현존을 통해 자기를 재생산하는 종적 본질은 자기의식적 개체가 자각적으로 구성하는 사회적 실체로 발전한다.
종적 본질이 일반성이지만, 개별자를 벗어나지 못한 내적인 일반성이고 그 자체로는 독립적으로 현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이 사회적 실체는 개체 밖에 독립적으로 실존하는 일반자이다. 생명의 본질 즉 종은 단순히 지속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실체는 이처럼 독립적으로 실존하는 사회적 실체이기에 실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본질론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체가 다시 주체화하면서 마침내 개념에 도달하고 여기서부터는 주관 논리학 즉 개념론이 전개된다.
3)
본질론은 또 다른 관점에서 주목받는다. 이 부분은 존재론에서 개념론으로 나가도록 매개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논리학의 중추를 차지하는데 존재론이 본질이라는 근거로 복귀하는 운동이라면, 개념론은 개념이 자기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운동이다. 두 운동은 표면적으로 보면 서로 대립하니, 전자가 상승하는 길이라면 후자가 하강하는 길이다.
이런 존재에서 개념으로, 상승에서 하강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이 두 운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그사이에 있는 본질론에서 전개된 반성 운동이다. 이 반성 개념은 지금까지 철학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으나 헤겔은 본질론에서 반성 개념을 논의의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 때문에 헤겔의 본질론은 반성 논리라고도 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 헤겔 논리학의 핵심은 존재론에서 나오는 생성 개념도, 개념론에 나오는 개념의 자기실현 운동도 아니고, 본질론에서 전개된 이 반성 운동이 아닐까 한다. 이 반성 운동이 있으므로 생성 운동이 자기실현 운동으로 나갈 수 있으니 이 반성 운동이야말로 헤겔 논리학 전체의 명운이 달린 핵심 문제다.
여기서 헤겔의 반성 개념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헤겔의 논리학 본질론에서 다루는 대상이 이런 반성 운동이라는 사실조차 의심스럽게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헤겔은 본질론 1편 1장에서 반성 운동을 설명할 뿐이며, 곧이어 전개되는 개념들은 근거와 조건, 현존과 현상,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과 같은 개념들인데 과연 이런 개념들의 상호 관계를 반성 운동 속에 포괄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선 헤겔 논리학의 형식적 체계의 측면이 그런 논의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논리학 존재론을 다룰 때(헤겔 형이상학 산책) 이미 언급한 사실이지만, 다시 언급하자면, 헤겔의 논리학 1부 객관 논리학은 전체적으로 칸트의 12개 판단 형식 즉 범주의 체계에 따라 전개되었다.
1부 존재론은 질의 범주와 양의 범주가 다루어졌다. 1부 본질론에서는 관계 범주와 양상 범주가 다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존재론과 본질론에서 이렇게 판단 형식이나 범주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처음 들어가면서 전체를 개괄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존재론에서는 서문 격으로 ‘학문은 무엇으로 시작해야 하는가’가 논의되고 이어서 1편 1장에서 존재와 무, 생성이 다루어진다. 1편 2장이 현존인데 여기서 개별적 감각적 질의 범주가 다루어지니, 실질적으로 시작은 여기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본질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질론은 서문 격으로 ‘존재의 진리는 본질이다’가 나오고 1편 1장에서 본질과 가상 그리고 반성 운동이 다루어진다. 그런 다음 1편 2장에서 반성 규정으로서 동일성, 차이, 모순이 논의된다. 그런 다음 1편 3장에 이르러 비로소 근거와 조건이라는 관계가 다루어지는데 이 부분이 실질적으로 본질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존재론의 서문과 1편 1장이 존재론 전체의 운동을 일반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여기 본질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질론에서 서문, 1편 1장 그리고 2장까지 본질이 전개하는 운동의 가장 근본적 개념이 다루어진다. 그 개념의 핵심은 모두 반성 운동이라는 개념(1장 C)에 수렴된다. 본질과 가상의 개념(1장 A, B)이나 동일성과 차이 모순의 개념(2장)은 이 반성 운동의 한 측면을 이룰 뿐이다. 그러므로 이 반성 운동 개념은 존재론에서 생성 운동과 마찬가지로 본질론 전체의 운동을 일반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첨언하자면, 2부 주관 논리학에서 개념론의 앞부분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일반적 서술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선 서론 격으로 ‘개념 일반에 관해서’가 나온다. 여기서 개념 운동이 일반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다만 개념론은 1편 1장에서 개념을 다루고 2장에서 판단을 3장에서 추론을 다루는데 이는 이미 개념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