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형이상학 산책 61-척도 관계로서 음의 장조와 단조[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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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형이상학 산책 61-척도 관계로서 음의 장조와 단조

1)

헤겔 논리학 존재론 3편 척도 2장의 제목은 ‘실재하는 척도’(초판의 경우 ‘자립적 척도’)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존재론의 경우 헤겔은 재판을 작성하면서 초판의 많은 부분을 뜯어고쳤으나 그래도 대체로 2/3 정도는 초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초판과 재판을 대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양자를 비교해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존재론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실재하는 척도’ 부분에서 초판과 재판은 너무나 달라서 초판의 다만 몇몇 구절만이 재판에 이용되고 있어서, 양자를 축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초판과 재판의 절 제목은 유사하고 내용도 읽고 또 읽으면 비록 말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양자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초판과 재판의 비교보다는 헤겔이 사용하는 예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초판과 재판의 내용상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양자의 목차를 비교해 보자.

초판

재판

자립적 척도

실재하는 척도

A 자립적 척도의 관계

A 자립적 척도의 관계

1 중화

a 두 척도의 결합

2 중화의 특정화

b 척도 비례의 계열로서 척도

3 선택적 친화성

c 선택적 친화성

B 매듭 선

B 대듭 선

C 무-척도

C 무- 척도

초판과 재판의 목차를 비교해 보면 ‘자립적 척도’가 ‘실재하는 척도’로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A 절에서 중심인 2항에서 초판은 화학적인 ‘중화’가 다루어지며 재판에서는 ‘척도 비례’가 다루어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장의 핵심은 ‘척도 비례’의 개념이며, 그것이 ‘화학적 중화’와 상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적 중화는 산과 알칼리의 결합을 말한다. 더 넓게 말하자면 대부분 화학적 결합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헤겔은 이런 화학적 결합의 개념을 척도 관계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화학적 중화와 연관된다는 사실만을 힌트로 삼아서 이제 척도 관계의 개념부터 이해해 보자.

2)

척도 관계(척도 비례라고 번역할 수도 있는데)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척도란 앞에서 규정했듯이 두 정량의 비례 관계다. 이 척도의 대표적 예가 비중이다. 사물마다 고유한 척도가 있는데, 어떤 사물의 척도가 다른 사물의 척도를 재는 단위로 사용될 때, 그것이 잣대[Regel]이다.

이런 잣대는 아직 추상적 개념일 뿐이다. 이런 잣대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실재하는 사물 밖에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잣대는 구체적 사물이다. 즉 고유한 척도를 지닌 하나의 임의로 선택된 사물이 그런 잣대로 사용된다. 이런 구체적 사물로서 잣대가 특정화하는 척도[spezifische Mass]이다.

이 특정화하는 척도는 다른 사물과 구별되는 질을 지닌다. 예를 들어 온도계는 수은주로 이루어져 있다. 수은의 팽창 정도가 다른 사물의 온도를 재는 척도다. 그런데 이것은 수은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특정화하는 척도는 자신의 척도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서 다른 사물의 척도를 특정화한다. 예를 들어 비중병을 사용하여 사물의 비중을 잰다면, 물의 비중은 1이며 철의 비중은 10이며 나무의 비중은 0.1이다(이 숫자는 이해를 위해 상정한 임의적인 수치다) 이런 척도는 정량의 관계를 통해 나름대로 하나의 질을 이루니, 곧 무게/부피는 곧 비중이라는 철이나, 나무의 질을 낳는다.

3)

앞에서 이런 특정화하는 척도가 실재하는 척도로 발전하는 것을 보았다. 특정화하는 척도는 비중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물마다 고유하지만, 모든 사물에서 고정적이다. 철은 부피를 아무리 늘리더라도 그 비중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10이다.

그런데 사물의 온도의 경우 사물마다 고유한 온도 비례를 지니지만, 각 사물의 온도는 비례적으로 증감한다. 철[Fe]의 온도는 급격하게 상승하며 구리[Cu]의 온도는 천천히 상승한다. 이처럼 어떤 척도가 일정한 비례를 통해 증감할 때, 헤겔은 ‘실재하는 척도’ 또는 ‘자립적인 척도’라고 한다. 여기서 척도 비율의 증감은 직선적이라기보다 제곱 함수나 제곱근 함수처럼 곡선적이다.

사실 특정화하는 척도 개념과 실재하는 척도 개념의 차이는 크지 않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어떤 특정 사물이 척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척도로 다른 사물이 규정될 때 사물마다 고유한 특정화가 이루어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특정화하는 척도에서 두 정량 사이의 비율이 고정되어 있다면(직선 함수), 실재하는 척도에서 그 비율은 가변적(곡선 함수)이다.

“이제부터 다루어지는 실재하는 척도는 우선 어떤 물체의 자립적 척도다. 그것은 다른 물체에 관계하여 이런 관계 속에서 동일한 물체를 특정화하며, 그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립적 물질을 특정화한다. 이런 특정화는 많은 다른 물체 일반에 외면적으로 관계하는 것이므로 다른 관계들을 즉 척도에서 다른 관계들을 산출하는 것이며 특정화한 자립성은 직접 비례 속에 머무르지 않으며 오히려 척도의 계열이라고 할 특정화한 규정성으로 이행한다.”

4)

특정화하는 척도에서 실재하는 척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런 발전을 통해서 출현하는 것이 척도 관계인데, 이제 이 척도 관계가 어떻게 출현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장 끝에서 온도를 통해 실재하는 척도가 설명되었는데, 헤겔은 2장에 들어오면서 실재하는 척도의 예로 흥미로운 예를 소개한다. 그것은 곧 음정이다. 음정은 알다시피 진동하는 현의 길이의 비례로 이루어진다. 도가 어떤 현의 길이라면, 미는 그 현의 1/2에 해당하는 길이며, 솔은 다시 1/4에 해당하는 길이다.(여기서도 숫자는 원리를 설명하려는 것 때문에 임의적으로 설정했다. 그저 예라고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

온도에서 외부 열에너지가 주어지면, 그것에 비례하여 물체의 온도가 증가한다. 온도의 증가는 비례(곡선 함수)에 따른다. 음정에서 도, 미, 솔도 온도처럼 비례하여 상승한다. 이 비례도 함수적으로는 곡선적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실재하는 척도로서 온도와 음정의 차이가 나타난다.

철의 온도가 상승하는 비례와 구리의 온도가 상승하는 비례는 서로 무관하다. 양자의 온도 상승이 그리는 곡선은 중첩되기는 하지만, 그들 사이에 어떤 질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음정의 경우는 다르다. 한편으로 모든 음정은 일정한 현의 길이 비율이다. 이 비율은 비례 관계를 이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비례를 지닌 음정들 사이에는 어떤 특정한 관계가 존재한다.

도, 미, 솔과 같은 음의 결합은 레, 파, 라와 같은 음의 결합과 구분되는 특정한 관계를 이룬다. 이 특정한 관계는 고유한 질적 차이를 낳는다. 전자는 장조이며 후자는 단조이다. 이처럼 장조와 단조로 구분되는 특정한 관계가 곧 척도의 관계이다. 간단히 말해서 척도 관계는 여러 사물을 일정한 척도로 비교했을 때 그들 사이에 어떤 특정한 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5)

두 정량의 관계가 척도다. 다시 이런 척도들 사이의 관계가 바로 척도 관계다. 이제 두 척도가 어떤 특정한 관계를 이룰 때 그 관계를 구성하는 요인들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두 척도의 관계를 다루면서 헤겔은 비유의 무대를 화학의 관계 즉 산과 알칼리의 결합이나 화학적 결합과 같은 관계로 변경한다.

이런 척도들 사이의 일정한 관계는 화학적인 결합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정에서는 그저 장조와 단조의 관계밖에 나타나지 않지만, 화학적 결합은 더욱 특정한 관계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수소는 산소 2:1의 관계로 결합한다. 수소와 탄소는 1:3의 관계로 결합한다. 황과 산소는 1:2의 관계다. 반면, 철과 구리는 매개 없이는 서로 결합하지 않는다. 이처럼 두 척도 사이에서 화학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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