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과 홍익학원 간의 이해 상충과 공생의 길 [썩은 뿌리 자르기]
[썩은 뿌리 자르기]
성미산과 홍익학원 간의 이해 상충과 공생의 길
글: 홍영두 (건국대 학술교수)
* 이 글은 마포구의 지역 현안 문제인 성미산을 둘러싼 홍익학원측과 성미산 주민들간의 이해관심의 충돌을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여 쓴 것이다.
마포구 유일의 자연숲 성미산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잡고 있는 성미산은 언덕이라고 불릴만한 작고 낮은 산이다. 그렇지만 성미산은 북한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 축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2001년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미산 지역 대부분이 서울시가 구분한 비오톱(biotop, 야생 동식물의 안정된 서식지 즉 자연생태계가 기능하는 공간) 등급 중 “대상지 전체지역에 대하여 자연보호가치가 있는” 1등급에 해당된다고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성미산에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서울시가 지정·고시한 보호종인 오색딱다구리를 비롯해 박새, 꾀꼬리, 족제비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2009년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 –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에 보존대상지로 선정되어 산림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성미산은 성산동 및 주변 인근 지역의 남녀노소가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곳이자 쉼터이며 어린이들의 놀이터이자 어린이집 아이들이 매일 오전마다 체험하는 생태학습장이다. 그래서 성산동 및 주변 지역 주민들은 홍익학원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땅까지 포함하여 성미산 전체를 자연숲 그대로 보존하여 생태공원화하자고 서울시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주민의 요구가 관철되기 어려울 성 싶다.
성미산은 2000년 이후 몇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주민들의 슬기로운 대처로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다. 2001년부터 주민들의 성미산 지키기 운동은 개시되었다. 이 운동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성미산을 기습 벌목하며 성미산 정상부에 ‘배수지(수돗물 수압을 높이기 위한 거대한 물탱크)’를 건설하려고 나섰던 2003년, 주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배수지 공사를 막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다른 한편, 서울시의 배수지 공사와 맞물려 성미산 남사면 일대의 사유지를 둘러싼 끊임없는 개발 욕구가 분출되었다. 정상부를 제외한 성미산 대부분의 땅은 한양재단 소유였다. 한양재단은 서울시의 배수지 공사를 계기로 삼아 남사면 일대에 아파트 개발을 꾀했다. 하지만 배수지 공사 자체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자 한양재단은 2006년 8월경 성미산부지 대부분을 중견 건설업체 두 곳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웅상사 등 건설사들은 한양학원으로부터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바로 그날(2006년 11월 28일) 몇 시간의 시간차이를 두고 홍익학원에 되팔았다.
2007년 홍익학원은 성미산으로 홍대 부속 초중고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뒤따랐다. 주민 만명 이상이 학교 이전 반대와 생태공원화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08년 6월 27일 서울시는 성미산 체육시설부지를 학교시설로 변경해달라는 홍익학원의 요청을 마포구로 되돌려 보내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 당시 서울시 자문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공동위원장 오세훈, 윤준하 등)는 성미산을 자연숲 그대로 보전하는 생태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했고, 학교부지 문제는 여러 기관들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안을 모색해보자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이런 취지의 공문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지난 3여 년간 성미산을 지키고자 희구한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홍익학원은 홍익대 사범대학 부속 초중고의 이전 계획을 실행할 수 없었다.
성미산 남사면 일대를 파괴하기 시작한 홍익학원
그러나 현재 성미산 남사면 일대는 홍익학원의 신축공사 때문에 생태환경 파괴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 홍익학원은 6·2 지방선거가 진행중이었던 지난 5월 20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기습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냈고 5월 28일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
홍익학원 시공사 쌍용건설의 포클레인은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1주일 동안 쓰레기만 치우다가 드디어 6월 8일 성미산에 들어와 평탄화 작업을 위해 언덕을 깎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여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그래도 그만한 상태에 그친 것은 성미산 주민 50여명이 나무가 쓰러진 지점 바로 위에 성미산대책위 비상행동 텐트를 아슬아슬하게 치고 포클레인을 온몸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현재 성미산대책위 텐트는 포클레인에 의한 성미산 파괴를 저지하기 위해 홍익학원의 포클레인 및 관련 당사자들과 대치중이다.
10여 그루의 나무가 쓰러진 그날부터 성미산 생태계의 교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미산 산새들이 온종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성미산을 파헤치자 들쥐들이 동네 집집으로 도망해 숨어들기 시작했다. 6월 13일부터 홍익학원측은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성미산 남사면 일대를 철망으로 둘러쳤다. 마을 주민들은 이 철망이 나무에 상처를 입히고 성미산 생태계의 순환을 방해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홍익 초중고가 들어설 자리는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아름다운 자연숲이 형성되어 있는데, 신축공사 때문에 자연숲이 완전히 사라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축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면적상으로도 성미산의 약 4분의 1이 사라질 것이며, 성미산 일대에 흩어져 있는 홍익학원 소유의 남은 땅까지 암암리에 개발된다면 성미산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여하튼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마을 주민들의 지난 9년간 피눈물나는 노력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미산과 홍익학원 간의 갈등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가?
현재의 대립 상황은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 비상대책위와 신축공사를 강행하고자 하는 홍익학원측 간의 이해관심이 충돌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이해관심의 충돌을 피하고 양자의 이해관심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홍익학원측은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를 불의와 불법의 단체로 규정하고 있을 뿐, 성미산 주민 및 공사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성서초등학교 학부모와 공사중 뒤따르는 위험과 안전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협의도 거부하고 있다. 홍익학원측은 공사현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도로 및 자전거도로를 통해 통학하는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홍익학원측은 신축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만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의지 표명의 근거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냈다는 것이다. 건축허가의 근거는 1) 홍익학원이 성미산 남사면 일대에 대해서 소유권을 갖는다는 점, 2) 홍익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 및 건전하지 못한 주변 여건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성미산 비상대책위와 홍익학원이 갈등을 빚는 대립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야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립 지점은 2)가 아니라 1)이다. 성미산 대책위도 홍익 초중고등학생들의 학습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립 지점이 ‘홍익학원이 성미산 남사면 일대에 대해 갖는 소유권’과 ‘성미산의 고통을 대변하는 주민의 이해관심’ 간의 충돌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홍익학원측은 성미산 대책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듯 허위 선전을 하고 있다. 성미산을 파괴하는 신축공사를 반대하는 대책위의 행위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것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목적과 수단은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홍익학원측이 목적과 수단을 슬쩍 바꿔치기하여 주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주민들간의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홍익학원측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신축공사의 목적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한다면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은 성미산을 파괴하는 신축공사일 것이다. 성미산 대책위는 홍익학원측이 표방하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수단적 행위인 건축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당한 목적을 가진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 수단은 재고되어야 한다.
신축공사로 인한 성미산의 생태환경 파괴의 위기, 학생들의 통학안전권 확보 미흡, 신축공사 후 발생할 초등학생들간의 위화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성미산을 파괴하는 신축공사 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홍익학원은 홍익 초중고의 이전을 위한 신축 공사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홍익학원측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라고 하는 교육 공익성의 가면을 쓰고서 자연숲 성미산을 사라지게 만드는 신축공사의 비공익적 행위를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익학원측은 비공익적 신축공사를 교육의 공익성이라는 가면 속에 포장하려고 획책해 왔다. 이 같은 홍익학원측의 태도가 얼마나 비교육적인지 잘 알 수 있다.
홍익부속여자중학교장은 성미산을 파괴하는 신축공사 행위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강요하면서 ‘친환경 명품학교’를 건축하겠다는 이율배반적 언명을 서슴지 않고 있다.(2010. 6. 14. 홍익여자중학교장 명의의 유인물 참고) 교장의 말씀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실용주의 노선과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학교의 교장이 어떻게 이토록 비생태적이며 반환경적인 주장을 스스럼없이 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떻게 존중되어야 할까? 홍익학원측은 홍익 초중고의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를 평지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홍익 초중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자연숲 성미산의 보존은 공생할 수 있다. 대체부지는 당인리 화력발전소, 구 마포구청, 상암동 등지에서 마련될 수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홍익학원의 저의는 무엇일까?
홍익학원이 진정 참다운 교육사업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학생들의 학습권과 생태환경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홍익학원측은 대체부지 확보를 위해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청에 건의서라도 제출해야 했을 것이다. 홍익학원이 그랬던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만약 건의서조차 제출한 적이 없다면, 홍익학원측의 신축공사 목적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미산 남사면 일대에 대한 소유권 행사를 통한 사적 이익 추구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홍익학원의 모습은 자본주의적 기업들의 사적 이익 추구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홍익학원은 교육의 공익성을 재성찰해야 하겠다.
우리는 인류가 파괴해온 자연 환경이 오늘날 인간과 사회에 복수하고 있는 점을 뼈저린 교훈으로 되새기고 있다. 오늘날 학교에서는 지구상에서 살아가야 할 인류의 시간을 걱정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중요한 윤리 덕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 말은 성미산에도 해당된다. 한번 무너진 성미산은 다시 원상태로 회복 불가능하다.
홍익학원측은 생태환경의 가치가 그 어떤 가격도 매길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점을 자각하지 못한 채 학생들의 학습권을 앞세우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다.
홍익학원측이 성미산 남사면 일대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적 소유권의 행사는 정의로워야 한다. 오늘날까지 영리추구를 위해 자연환경을 파괴해 왔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업들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해 그 어떤 대가도, 그 어떤 환경비용도 치루지 않고 공짜로 생태환경을 이용해 왔던 사실은 오늘날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이 교훈에 따르면 홍익학원측은 성미산에 홍익초중고 이전을 통해 막대한 환경 파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성미산을 공짜로 이용하고자 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미산 남사면 일대의 천연숲은 개인의 소유권만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는 소유 개인주의의 희생물이 더 이상 되어서는 안 되는 공유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 곳은 어린이들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생태학습장이다. 공익성이 강한 교육 공간을 황폐화시키면서 친환경적인 명품학교를 건축하겠다는 발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임을 홍익학원측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파괴한 환경 비용을 오늘날 개발도상국들에게 전가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홍익학원도 이 잘못을 범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홍익학원은 성미산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 비용을 얼마 있지 않아 성미산 주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적 소유권의 행사가 생태환경적 가치의 보존이라고 하는 공익과 충돌을 빚을 경우 그 사적 소유권의 행사는 중지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홍익학원측의 신축공사는 즉각 중지되어야 마땅하다.
홍익학원이 성미산 남사면 일대를 사들인 580억은 성미산 파괴 때문에 생기는 환경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금액인가? 580억 가지고서는 홍익학원측이 파괴할 성미산 남사면 일대의 자연환경적 가치를 회복할 수 없다. 홍익학원측은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소유권 이상으로 막대한 환경 피해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홍익학원측의 580억은 성미산 남사면 일대를 간직하고 보존할 수 있는 권리, 말 그대로의 소유권일 뿐이다. 홍익학원측이 파괴시킬 자연숲을 복구하는 비용은 1000억을 넘는 비용, 자연숲은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뭇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해야 할 성미산을 착취하고 환경 파괴를 자행하면서까지 친환경 명품학교를 건축겠다는 발상은 소유 개인주의의 발로다. 이런 행태는 사학재단이 영리 추구를 위해 교육사업을 행한다는 세간의 비판과 맞물려 있음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반환경적 성격을 갖고 있다.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들은 인간을 착취하는 전 세계 체제를 유지해 왔듯이 지구의 자원도 약탈해 왔으며, 오늘날 생태 환경 위기의 대명사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환경 오염 비용을 물지 않고 자연 환경을 파괴한 결과다.
홍익학원이 자연환경 파괴의 비용에 대해서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고 건축 공사를 감행하고자 하는 행위는 바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자원 약탈 행위 및 환경 비용의 약탈과 동일한 종류의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환경영향 평가를 무시하고 교육을 빌미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홍익 재단이 이미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홍익학원은 자본의 폭력성을 교육 현장에서 재현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자연 환경과 인간 사회 간의 공생은 생태 환경 교육의 중요한 주제로 이슈화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적 신진대사야말로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 처방이다. 그러나 자본 축적의 논리가 이 처방을 방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 환경의 공익성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도 모자랄 판에 사학재단이 마포구 유일의 자연 숲을 훼손하면서까지 교육 시설을 건축하겠다는 발상은 비교육적이며 비공공적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핑계로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기만이다. 미래 세대의 자원인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홍익 재단이 미래 세대를 교육할 수 있는 자질과 소양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홍익학원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홍익학원은 그 이름에 걸맞은 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은 건국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교육 이념이다. 그 뜻은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홍익학원은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 시장에게 바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이 지방선거 이전에 결정한 홍익학원 시설계획 변경 승인과 건축 허가를 재심의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서울시 교육감은 즉각 신축공사 중지를 명령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 시장과 함께 홍익학원의 사범대 부속 초중고를 이전하기 위한 대체부지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성미산 남사면 일대의 자연환경적 가치를 보존함과 동시에 홍익 초중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익학원의 신축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성미산과 그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성서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성서초등학교는 홍익초중고가 들어설 자리와 맞붙어 있는 학교다. 이 학교 학부모들도 홍익학원의 학교 건축계획안을 검토 후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하여, 지난 2월 말에 학부모 비상대책위를 꾸려 활동해 왔다.
이러한 성서초교 학부모들의 반대와 마포구청의 재협의 요구로 서울시교육청은 홍익학원에 건축계획안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홍익학원은 건축계획안을 수정 제출하였으나, 학부모 비상대책위는 이 수정안 역시 통학 안전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여 반대하였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전거도로와 통학로에 등하교 시간 차량 출입이 극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두 개의 차량 출입구가 생기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홍익 초중고의 정문을 성서초등학교 앞 왕복3차로의 좁은 도로편에 내겠다고 계획이 잡혀 있는데, 이는 아이들의 자전거 통학 및 도보상의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폭력이다.
그리고 공사 진행중에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는 홍익학원의 학교부지와 맞닿아 있는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습권 및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익학원이 주장하는 홍익학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바로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이해 상충을 낳고 있다.
홍익 초중고 학생들은 현재 위치한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새 건물이 세워지면 이사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학습권 침해는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학습권의 공백도 없다.
그에 비해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1년 6개월 동안 거의 학습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어느 한 편의 권리의 보장이 다른 한 편의 일방적인 권리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형평성 없는 교육 행정 때문에 균형 있는 권리 행사가 실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
교통 체증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홍익 초등학교는 6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의 50% 이상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이들 초등학생을 포함하여 대략 23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이전해 올 경우 성서 초등학교 앞의 도로 사정은 극히 혼잡할 것이다. 학생들의 안전 문제는 비단 성서초등학교뿐만 아니라 홍익 초중고등학교에게도 똑같이 보장하기 어렵다.
성서초등학교 학부모들 중에는 공립 초등학교 바로 옆에 사립 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한 심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는 이전되더라도 초등학교까지 이전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오세훈 서울 시장은 대체부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2008년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 또 서울시 교육감은 신축공사 중지 명령부터 내리고 이전 결정을 재심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미산이다!
“나는 산이다.” 이 문장은 6월 12일 홍익재단 신축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당시 퍼포먼스 행위를 연출한 어느 학부모의 등에 붙어 있던 문구다. “나는 산이다.”는 문장은 인간과 자연 간의 물질적 신진대사, 인간과 자연 간의 공생을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이처럼 성미산 주민들은 6월 중순 마을축제 기간 동안 성미산의 고통을 호소·대변해 왔다. 포클레인에 의해 나무가 잘려나갔을 때 성미산의 산새들이 온종일 울어젖혔던 것처럼 성미산 주민도 아파했다.
성미산 남사면 일대가 파괴되면 될수록, “나는 산이다”는 구호는 점점 주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성미산이다”는 외침으로 울려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성미산 주민들은 도시재개발 사업과도 같은 홍익학원의 초중고 이전 계획의 실행이라는 무자비한 폭력이 성미산 마을 전체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성미산을 깎아 없애려는 홍익학원에 맞서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가면을 쓴 사학재단의 폭력성을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지 새로운 실험을 성미산 주민들은 행하고 있는 셈이다.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개발의 폭력성을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에, 신축공사를 통해 개발 이익이 파생할 것이라 보는 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홍익학원이 표방하는 친환경 명품학교 건축을 통해 마포구 주민, 아니 서울 시민은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환경 파괴로 인해 입을 손해가 개발 이익을 상회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홍익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더 큰 생태환경적 가치를 지닌 자연숲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이 점을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얼마 있지 않아 이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자연환경적 조건을 떠나서 인류는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의 목숨은 교육보다 선결되어야 할 문제다. 자연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산소 없이, 생물종의 다양성 없이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성미산 주민을 비롯한 마포구 주민은 성미산으로부터 은연중에 많은 혜택을 받아 왔다. 성미산 남사면 일대의 파괴로 인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렸던 혜택을 이제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목전의 이익에 눈이 멀어, 멀리 내다봐야 할 환경 문제를 등한시한다면 성미산은 친환경 명품학교와 성미산 주민에게, 더 나아가 서울시민에게 분명코 복수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여 홍익초중고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 마련을 서울 시장에게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은 신축공사 중지를 서울시 교육감에게 청원하여 대체부지 마련을 위한 길을 닦는 데 앞장 서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성미산 전체를 자연숲 그대로 보전하여 생태공원화하는 길이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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