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병창 이

삶과 예술의 화해(2)-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삶과 예술의 화해(2)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   4) 금복은 후반부에 이르면 전반부와는 대립된 성격으로 변화한다. 그녀의 욕망은 이제 남성적 욕망의 형태를 띠며, 작가는 최후로는 금복이 남자로 바뀌는 것으로 설정한다. 금복은 이런 남성적 욕망에 토대를 두고 총명한 지혜를 이용하여 마침내 평대에 거대한 기업을 세운다.   금복은 노파의 국밥 집을 운영하다가 다방으로 바꾸어 커피를 팔게 되고 […]

삶과 예술의 화해(1)-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삶과 예술의 화해(1)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   1) 삶과 예술은 여러 면에서 대립한다. 삶은 현실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으나 예술은 현실 너머에 있는 영원을 향한다. 삶은 실재적인 것이 아니면 충족될 수 없지만 예술은 가상적인 수단을 통해 목적에 이른다. 삶은 지루한 일상을 통해 강건함을 유지하지만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한 도취 속에 생명을 갉아 먹는다.   삶과 […]

나의 철학일지(7)[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7) 1) 앞에서 박사학위 논문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가 재직했던 학교에서 승진의 조건으로 요구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했던 짓이기는 하지만, 철학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 생각이란 곧 당시 유행하던 구조주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내가 박사 논문의 주제로 헤겔 책 가운데 정신현상학을 택했던 것은 정신현상학의 서론(Einleitung]에 나오는 회의의 […]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1) 푸코에 이어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데리다의 해체주의였다. 푸코는 실천적 관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실제 나중에 정치권에서 친노파를 만들어내는 데 일부분 기여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것이 데리다의 해체철학인데, 실천 쪽보다는 오히려 예술과 문학 비평 쪽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데리다의 사상 중에 흥미를 끌었던 개념은 무슨 ‘중심주의’이다. 그의 사상으로부터 ‘이성 […]

영화 ‘타르’ – 음악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영화 ‘타르’-음악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1) 타르의 몰락 영화 ‘타르’는 레즈비언이자,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 지휘자인 타르의 몰락을 그리는 영화다. 그녀는 지휘자로서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선 여성이다. 그녀는 줄리아드 교수이며, 자서전 ‘타르가 타르에 대해’를 출판했고, 아코디언이라는 여성 음악가를 육성하는 시민 단체를 맡고 있다. 그런 그녀를 몰락시킨, 그것도 한순간에 몰락시킨 것은 그녀의 성적 충동이다. 그녀는 […]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6) 1) 부산에 정착해서 모처럼 책상머리에 진득하게 붙어있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여유를 이용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독파해야 하겠다고 했지만,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번역본이 없었으므로, 사전을 찾아가며 까다로운 원전을 그것도 관계대명사로 이어진 마르크스의 문장을 읽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의 자본론 읽기를 가로막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방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교수를 혹사했다. 나는 […]

나의 철학일지(5)[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5) 1) 앞에서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관련되어 두 가지 이채로운 일 중 한 가지를 소개했다. 시대와 철학이라는 잡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제 또 하나의 이채로운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에서 나는 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세워질 때, 철학연구자들보다 앞서서 이들 연구자들도 이미 자기의 분야에서 연구회를 만들었다. 내 기억으로 거의 학문의 분과마다 하나의 학회나 […]

나의 철학 일지(4)[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4) 1) 역사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85년 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역사의 때가 오고 있다는 직감이었다. 가만히 시골에서 무위 도식할 수는 없었다. 85년은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사회철학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철학도들이 모여 작은 연구실을 마련했다. 처음엔 신림동 어디에 있었던 […]

나의 철학 일지(3)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3) 1)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 내가 어떤 논문을 쓴 것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가지고 석사 논문을 엮어 나가려 했지만, 그 당시 도대체 이빨조차 들어가지 않는 돌덩어리를 그냥 삼키듯이 쓴 것 같다. 부끄러워서인지 그 후 다시 석사 논문을 뒤져 본 적이 없다. 나는 1년 석사를 마치고 […]

나의 철학 일지(2)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2) 1) 80년 봄은 논쟁으로 무르익었다. 복학생 그룹과 재학생 그룹의 논쟁, 이는 정치적으로는 즉각적인 정치 투쟁이냐, 대중적인 학내 민주화냐 하는 논쟁이었고, 철학적으로 낭만주의와 현실주의의 대립이었다. 나는 현실주의자의 비판을 내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주의는 옳았지만 낭만주의자로서 나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결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마음이 요동치는 가운데 나는 어느 날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