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와 정신분석 4 – ‘등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호퍼와 정신분석 4 – ‘등대’ 1) 호퍼가 망사르 지붕을 한 집을 그렸던 것은 대개 1920년대 후반이다. 이 시기 호퍼의 그림 가운데 우리의 눈을 또 한 번 끌어당기는 그림이 있다. 그것은 등대 그림이다. 이 등대는 호퍼가 자주 여행을 갔던 메인주 바닷가에 세워진 등대이다. 이 등대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등대의 뒷면은 절벽이다), 호퍼는 대체로 아래에서 언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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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와 정신분석 4 – ‘등대’ 1) 호퍼가 망사르 지붕을 한 집을 그렸던 것은 대개 1920년대 후반이다. 이 시기 호퍼의 그림 가운데 우리의 눈을 또 한 번 끌어당기는 그림이 있다. 그것은 등대 그림이다. 이 등대는 호퍼가 자주 여행을 갔던 메인주 바닷가에 세워진 등대이다. 이 등대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등대의 뒷면은 절벽이다), 호퍼는 대체로 아래에서 언덕 […]
호퍼와 정신분석 3 – ‘망사르 지붕’ 1) 앞에서 호퍼의 그림에 나오는 다리를 살펴보았다. 호퍼의 다리는 결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호퍼에게 이 다리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다리는 어디론가 건너가는 것이며,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죽음과 같은 강물을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이 다리는 어디로 건너가는 것일까? 그림에서 호퍼가 다리를 건너 이르는 곳은 다름 […]
호퍼와 정신분석 2 – ‘다리’ 1) 시기적으로 볼 때 1906년 호퍼가 뉴욕 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1924년 호퍼가 상업적 삽화가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에 전념할 때까지 흔히 호퍼의 독창적인 그림이 형성되는 준비 기간으로 간주된다. 이 시기 초반 1906년부터 1911년까지 세 차례 프랑스에 건너갔는데 그때마다 오래 머무른 것은 아니며 당시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과 다양하게 교제했던 것도 […]
호퍼와 정신분석1-서론 1) 호퍼는 흔히 사실주의적 화가로 규정되어 왔다. 그의 그림은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실비아 보르헤시)이라거나 미국 도시인의 초상화(슈미트)라 말해진다. 또는 그의 그림은 30년대 공황기를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평가되는 이유는 누구나 그의 그림에서 쉽게 황량하고 소외되고 고독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현대인이나 미국 도시인 그리고 공황기에서 지배적인 감정이었으니, 호퍼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도 일리는 […]
삶과 예술의 화해(2)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 4) 금복은 후반부에 이르면 전반부와는 대립된 성격으로 변화한다. 그녀의 욕망은 이제 남성적 욕망의 형태를 띠며, 작가는 최후로는 금복이 남자로 바뀌는 것으로 설정한다. 금복은 이런 남성적 욕망에 토대를 두고 총명한 지혜를 이용하여 마침내 평대에 거대한 기업을 세운다. 금복은 노파의 국밥 집을 운영하다가 다방으로 바꾸어 커피를 팔게 되고 […]
삶과 예술의 화해(1)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통해 1) 삶과 예술은 여러 면에서 대립한다. 삶은 현실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으나 예술은 현실 너머에 있는 영원을 향한다. 삶은 실재적인 것이 아니면 충족될 수 없지만 예술은 가상적인 수단을 통해 목적에 이른다. 삶은 지루한 일상을 통해 강건함을 유지하지만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한 도취 속에 생명을 갉아 먹는다. 삶과 […]
나의 철학일지(7) 1) 앞에서 박사학위 논문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가 재직했던 학교에서 승진의 조건으로 요구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했던 짓이기는 하지만, 철학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 생각이란 곧 당시 유행하던 구조주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내가 박사 논문의 주제로 헤겔 책 가운데 정신현상학을 택했던 것은 정신현상학의 서론(Einleitung]에 나오는 회의의 […]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1) 푸코에 이어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데리다의 해체주의였다. 푸코는 실천적 관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실제 나중에 정치권에서 친노파를 만들어내는 데 일부분 기여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것이 데리다의 해체철학인데, 실천 쪽보다는 오히려 예술과 문학 비평 쪽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데리다의 사상 중에 흥미를 끌었던 개념은 무슨 ‘중심주의’이다. 그의 사상으로부터 ‘이성 […]
영화 ‘타르’-음악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1) 타르의 몰락 영화 ‘타르’는 레즈비언이자,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 지휘자인 타르의 몰락을 그리는 영화다. 그녀는 지휘자로서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선 여성이다. 그녀는 줄리아드 교수이며, 자서전 ‘타르가 타르에 대해’를 출판했고, 아코디언이라는 여성 음악가를 육성하는 시민 단체를 맡고 있다. 그런 그녀를 몰락시킨, 그것도 한순간에 몰락시킨 것은 그녀의 성적 충동이다. 그녀는 […]
나의 철학일지(6) 1) 부산에 정착해서 모처럼 책상머리에 진득하게 붙어있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여유를 이용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독파해야 하겠다고 했지만,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번역본이 없었으므로, 사전을 찾아가며 까다로운 원전을 그것도 관계대명사로 이어진 마르크스의 문장을 읽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의 자본론 읽기를 가로막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방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교수를 혹사했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