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admin

한 편의 추리소설 같은 연구서 5-② [色 다른 책읽기]

허정화 (자유평론가)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짜진 연구서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나는 노비로소이다』앞의 소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조선시대 노비의 이야기인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자신을 규정하는 것. 예를 들어, 나는 여인입니다. 나는 변호사입니다. 나는 시민입니다. 등 자신을 무엇으로 규정짓는 문장은 무엇인가 강력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을 준다. 그런 점에서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책장으로부터 […]

나는 누구일까? 내 인생길 (3)[치유시학]

? 김성리 (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연구교수)   장애의 벽을 허물다 일주일이 지나도 할머니의 두통은 지속되고 있었다. 대화 중간에 말을 끊고 침묵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침묵하는 동안의 할머니는 마치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통의 실체를 직접 대면한다는 사실을 할머니는 두려워하는 듯했다. 60년 동안 할머니의 내면에만 머물렀던 고통의 실체는 크고 단단한 옹이가 되어 깊숙이 자리 잡고 […]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희망을 줍는 진정한 광대 [기획서평]

이현숙 (자유기고가) 어두운 무대 한 귀퉁이, 비탄에 잠긴 여배우가 핀 조명을 받으며 주저앉아 있다. 삶의 전부라 여겼던 연인과 이별한 뒤 반쯤 정신을 놓은 듯 보인다. 힘없이 혼잣말을 내뱉던 여배우는 점차 분노와 허탈감, 애증과 모멸감에 몸을 떨며 격앙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격한 대사를 토해내다 끝내 실신하는 […]

평등이 부재한 세상,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4-① [色다른 책읽기]

최은정(숭실대 중문과 강사) 누가 초현대에 오를 것인가? 옛 중국의 유주(幽州), 지금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아주 오래된 누대(樓臺)가 있었다. 유주에 있어 유주대(幽州臺) 혹은 계북루(?北樓)라고도 부르는 이 누대는, 옛날 유주에 나라를 세웠던 연나라 소왕(昭王)이 어진 이를 모셔와 거처하게 하기 위하여 지은 황금대(黃金臺)로 일명 초현대(招賢臺)를 가리킨다. 당대(唐代) 중국의 시인 진자앙(陳子昻, 661-702)은 ?등유주대가?를 두고 이렇게 읊은 바 있다. 앞으로는 […]

조선의 뒷골목, ‘아만’의 등불을 밝히다! 4-② [色 다른 책 읽기]

이현숙 (자유기고가) 요절한 천재 시인, 시문(詩文)을 태우다 ‘아악~ 안돼요!’ 품앗이로 종일 기름 냄새 절어가며 부침개 부쳐주고 얻어온 떡 보따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공터에 쭈그려 앉은 누더기 승복의 왜소한 남자, 불길에 어른대는 옆얼굴이 틀림없이 남편 이언진이었다. 피를 토하듯 집필한 서책들이 화마에 스러지며 절반 이상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물거릴 틈도 없이 집안으로 뛰어든 그녀는 손에 잡히는 대로 타다 […]

조선에서 자유와 평등을 꿈꾼 ‘그’를 되살리다! 4-③ [色 다른 책읽기]

이경아 (돌베개 편집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박희병 선생의 ‘이언진 3부작’(<골목길 나의 집>, <저항과 아만>, <나는 골목길 부처다>)을 만들며 든 생각이 바로 이 시다. 나는 박희병 선생의 제자이자 박희병 선생의 책을 만든 편집자다. 이언진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

노비의 역사, 현재형이 되다 [책익는 마을 책읽는 소리]

황선만 (책익는 마을 전촌장)   내가 노비가 되다 1895년 갑오개혁 이후 우리사회에 노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왕이 노비를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자유의 세상, 정치적 민주화의 시대가 자리를 잡았다. 며칠 전 보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박종철 열사와 6월 민주화 운동>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기념회를 열기도 하였으니 민주화 시대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

『대학의 이념』칼 야스퍼스 – 등록금문제와 대학의 이념[청춘의 서재]

이원혁(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한 학생이 이야기한다. “학업을 계속하려면 학업을 포기해야 해요.” 거짓말인줄 알았다. A를 얻기 위해 A를 포기해야한다니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마치 선문답이나 동화에서 말하는 교훈 속에 있는 이야기같았다. 그런데 이런 금도끼 은도끼이야기 속에 나오는 나무꾼들이 광화문광장에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등록금을 벌어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오늘도 공부대신 ‘알바’를 하는 대학생, 그들의 젊은 이성은 오늘도 열심히 […]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4)

김남우 (정암학당) [우신은 삶의 행복이 사태의 올바른 인식이 아니라, 허상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거짓과 아부와 허상 등은 모두 어리석음에게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도취는 자기 자신을 위무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해주는 경우에 이것을 ‘아부’라 합니다. 오늘날 아부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그래도 아부는 사태 자체보다는 언어에 현혹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합니다. 사람들은 […]

사랑의 조미료로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비법 [책익는 마을 책읽는 소리]

박비호 (보령 책익는 마을 회원)   ‘사랑의 조미료’에 관한 이야기 “지금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까?” 이 말은 십 여 년 전부터 급식 조리 사원을 뽑을 때 지원자들에게 내가 던지는 유일한 질문이다. 질문의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부연하여 설명하자면 “요즘 당신은 가족들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까?” 이다. 지금부터 십 칠년 전에 학교에 납품하는 위탁 급식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