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4

눈 내리는 마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상상의 동물을 만나는 그 곳에는
불꽃놀이 환영이 일어나고
벼슬이 있는 발이 큰 닭은 분주하게 흔들흔들  기뻐하고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강아지는 훨훨 날고 있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고양이는 파릇파릇 걷고 있고
상상의 콧 노래를 부르는 멋진 코끼리는 날개짓을 하고 있고
신나게 물 뿌리는 망아지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뽀득뽀드득하게 앉아
구두에 반짝반짝 유리알 빛을 내고 있다.

푸른 빛이 있는 나무가지 사이로
복슬복슬 흰 눈이 내리고 있는 마을에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가 열띤 침묵의 춤을 춘다.

201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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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3

바람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지속적이지도 않고

영속적이지도 않은

잠깐의 시간을

영원하듯 바라보는 곳에

빛나는 겨울의 끝에

서있는 바람은

하얀 눈꽃에 꽃씨를 실어

하얗게 몽글몽글 터트린다.

그 시간에 잠깐을 붙잡거나

또는 긴 시간에 오래를 붙들거나

영원한 것은 없다.

있다가 오고 없다가 오는

잠깐의 바람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하얗게 피어 검게 그을려가는

하얀 목련에

바람 주머니를 넣어

영원한 사랑을

크게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201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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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2-25 바람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2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수 많은 별들 가운데 빛나는 수는 하나이다.

하나의 수와 하나의 수는 이어져 길이되고

길은 공간에 수를 채우고 채워진 벽에

수 많은 사람 안에 띄우는 수의 수는 붉은 심장이 된다.

빼어난 수는 수 안의 수 아닌 수의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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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1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사각거리는 빛은 꿈을 담고

흥얼거리는 빛은 우리의 마음을 잠식한다.

고요하고 고요한 침묵의 방은 어둠을 헤치고

새롭게 뜨는 태양을 향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갈구한다.

빛은 소리없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하얀 빛은 똑하고 물보라를 일으키고

어둠은 사랑스럽게 빛에 의해 더더욱 찬란해져 빛으로 빛난다.

쉽게 내어주는 우리의 시간은 어둠과 빛의 무지개빛 공기로

가득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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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5-12 꿈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0

재밌는 상상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나의 머리는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을 훔치는 기타가 되고

나의 검은 상상은 희망으로 넘치는 목이 기다란 술병이 되고

나의 두 다리는 바다를 항해하는 검은 고래의 꼬리가 되고

나의 얼굴은 영원한 우주를 무한히 헤엄치는 비행기가 되고

나의 입은 복슬복슬 먹이를 찾는 절실하지도 않은 부리가 되고

그렇게 절실하고도 절실하지도 않은 나의 두 눈에 반짝이는 우주를 반짝반짝 담는다.

우리는 무엇을 닮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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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5-11 재밌는 상상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9

가을과 겨울의 중간 사이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가을과 겨울의 중간 사이

삶은 깊은 것도 얕은 것도 아닌 중간 사이다.

깊어질 것 같은 가을 위에 어느 사이 옅어지는 겨울이 하나둘씩 쌓이고

우리의  추상의 모호함은 눈 위에 소복히 쌓인다.

소리없는 외침의 갈망은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는 발자국을 남기고

남겨진 발자국 위에 흰  북소리가 덮는다.

표현할 수 없는 공기를 가두어 공기라고 하고

온데 간데 없는 흔적은 흔적조차 없는데 흔적이라고 하고

우리는  바람 사이로 흩어지는 가을과 겨울의 중간 사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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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5-10-김설미향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8

영혼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만질수도 없고 기억할 수도 없는

머나먼 고향의 길을 찾아가는

검은 새의 바람은 향기롭다.

자신이길 거부하는 날개짓은 고요하여

여전히 태양을 향해가는 식지 않은 열정으로

암흑속에 가물가물 춤을 추고 있다.

영원히 지지않는 깃털은

가볍게 흐르는 그의 생명을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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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5-10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7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나를 매끄러운 지렁이의 틈사이라 불러도 좋고

나를 볼록해진 손가락이라 불러도 좋고

나를 한켠에 저릿하게 비어있는 이불이라 불러도 좋고

나를 가슴에 비어있는 노래라 불러도 좋다

그래서 텅 빈 나는 다시 채우는 빈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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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이시대와철학2015-8 빈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6

어른을 위한 동화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눈으로도 볼 수 없고

냄새로도 맡을 수 없고

맛으로도 알수 없고

귀로도 들을 수 없다.

그것은 착시를 일으키고

감정의 착각을 하고

분수를 넘은 오해를 하고

오류를 범하는 어른아이가 되는

마법의 성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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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5-7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