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시간, 친구 [시가 필요한 시간]
아홉 번째 시간, 친구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의 마리횬입니다. 2020년도 어느덧 1월이 지나고, 2월의 마지막 주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굉장히 오랜만에 여러분을 만나는 기분이 드네요. 잘 지내셨어요?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와 세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데요, 이럴 때 일수록 몸과 마음 잘 챙기시고,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친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예전에는 ‘친구’하면 주로 학교 친구, 동네 친구, 동아리 친구를 떠올리기 쉬웠는데, 요즘은 SNS를 많이 하다 보니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도 친구처럼 소통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원데이 클래스’ 같은 다양한 모임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다 보니, 그곳에서 알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는 경우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과거에 비해 ‘친구’라는 개념이나 경계가 확실히 넓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이의 개념도 과거보다는 덜 중요시되는 것 같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친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시 한 편을 준비해 보았어요. 첫 번째로 여러분께 들려드릴 시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라는 제목의 시예요. ‘우화’라는 말은 “인격화한 동물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풍자와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라는 뜻의 ‘우화(寓話, 이솝우화)’도 있지만, 짝 우(偶)에 말 화(話)로 이루어진,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함’이라는 뜻의 ‘우화(偶話)’도 있더라구요. 마종기 시인의 시 제목은 이 두 번째 우화에서 왔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강’이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시인은 이 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강과 강물에 비유하고 있는데요, 여러 번 읽을수록 정말 와 닿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 앞에 넓은 강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시면서 들어보시죠. 偶話(우화)의 江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