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시간, 나를 돌아보다 [시가 필요한 시간]

스물한 번째 시간, 나를 돌아보다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의 마리횬입니다.

한차례 긴 장마가 끝나고 막바지 여름의 무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낮의 더위도 더위지만, 잠잠해질 것이라 기대했던 코로나19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은… 정말 참기 어렵고, 관련된 뉴스를 들을 때마다 기운이 쭉 빠집니다. 이제 학생들은 개학을 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또다시 대유행이라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네요. 어떤 크고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작은 영역에서의 방역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시가 필요한 시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주제는 ‘나를 돌아보다’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떻게 여러분 자신을 돌아보십니까? 잠들기 전 그 날 하루를 되짚어보면서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고, 오늘 했어야 했는데 미처 하지 못한 어떤 계획들을 점검하면서 내일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실수나 다른 사람이 저지른 어떤 행동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하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가끔은 나와 진짜 똑 같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죠. 말투와 행동, 욱 하는 성격, 화를 참지 못하는 마지노선마저 너무 똑같은 누군가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아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이 저렇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시인들은 어떻게 자신을 돌아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시에서 시인은 부러진 나뭇가지,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읽을 시는 정호승 시인의 <부러짐에 대하여>입니다.

 

부러짐에 대하여

                                     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은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거리에
유난히 작고 가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뒹구는 것은
새들로 하여금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겠는가

 

네, 정호승 시인의 시 ‘부러짐에 대하여’ 들어 봤습니다. 요즘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인지 길을 걷다 보면 바닥에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이 많이 떨어져 있죠. 이 시를 읽으면 바람 따라 이리저리 굴러가는 그 나뭇가지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시인은 얇고 작고 가벼운 나뭇가지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금새 툭 꺾여져서 땅에 떨어지고 마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고, 지저분해서 얼른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버려야만 하는 쓰레기에 불과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나뭇가지들이 새가 둥지를 짓는데 필요한 귀중한 재료가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시인은 발견해냅니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은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 약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죠. 누가 나를 조금이라도 얕잡아볼 까봐 과한 자존심과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늘 ‘갑’의 위치에 있어야만 하고, 조금만 낮고 작은 자리에 내려오면 마치 ‘을’이 된 양, 굉장히 패배자가 된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나면, ‘때로는 부러질 필요도 있다’. ‘때로는 조금 꺾일 필요도 있다’ 라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시인은 바닥에 나뒹구는 작고 가늘게 부숴진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저렇게 ‘작고 가늘게 부숴져’ ‘바닥에 떨어져야’만 어린 새들이 물고 높이 올라가 집을 지을 수 있지 않겠냐는 사소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굵고 큰 가지는 어린 새들이 물 수도, 가지고 올라갈 수도, 집을 지을 수도 없으니까요.

우리도 마찬가지. 시인은 사람이 누군가의 곁에서 인간의 집을 지을 만한 도움이 되려면 작고 가늘게 그리고 때로는 낮은 자리로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 강하기만 한 상대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열 수가 없죠. 아무도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없습니다.

크고 굵은 가지를 뻗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할 때가 있고, 작고 가늘게 부러져 나뒹굴며 어린 새들에게 집이 되어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나요? 나는 오늘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알맞게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샘 옥(Sam Ock)의 <Small>이라는 노래 가져왔습니다. 혹여 현재의 내 모습이 이 시의 나뭇가지처럼 너무 밑바닥에 놓여있는 것 같고, 작고 가늘어 보인다고 좌절하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구요, 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본래 모습이 그 작은 가지가 아니라, 크고 굵게 뻗은 큰 나무라는 사실이니까요. 샘 옥은 자신의 노래에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시가 필요한 시간은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 시와 노래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파이팅!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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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옥(Sam Ock) – ‘small’ : https://youtu.be/6YRFSmY_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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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