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Jin Bosung

반짝이는 것 이면의 일그러진 것(자본론 에세이2 – 1장: 상품) [내가 읽는 『자본론』]

  반짝이는 것 이면의 일그러진 것   김보경(경희대 사회학과)   내가 즐겨 입던 바지가 있다. 신축성이 아주 뛰어나고 춥지 않을 만큼 두꺼우며 덥지 않을 만큼 얇아서 4계절 내내 입을 수 있었던 바지였다. 바지의 큰 주머니 안에는 작은 주머니가 하나 더 있어서 동전이나 열쇠 같은 것을 보관하기에 편리했다. 그 바지에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면, 그건 그 바지가 […]

열세 번째 시간, 향기 [시가 필요한 시간]

열세 번째 시간, 향기   마리횬   요즘 부쩍 거리의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붙잡고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꽃의 향기가 참 좋죠. 향수를 뿌려야만 향기를 가질 수 있는 인간과는 달리, 꽃은 스스로 향기를 내뿜는다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인간이 뿌린 향수는 아무리 짙은 향수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향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꽃은 피어 있는 동안 심지어는 […]

나의 무기 『자본론』 [내가 읽는 『자본론』]

나의 무기 『자본론』   최재식(경희대 철학과)   “이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 제1독어판 서문에서 순진한 독일 독자들에게 일갈하는 대목이다. 『자본론』이 나온 지 벌써 150여 년이 지났지만, 또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곳은 『자본론』의 배경인 유럽이 아니라 대한민국 땅이지만, 이 일갈은 2020년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도  ̄물론 전 세계 사람들 모두에게도 ̄ 유효한 언명이다. 『자본론』의 문제의식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

열두 번째 시간, 기도 [시가 필요한 시간]

열두 번째 시간, 기도   마리횬       ‘무언가를 빌다’라는 뜻의 한자어, 빌 기(祈)에 빌 도(禱)로 이루어진 말, ‘기도’입니다. 종교의 유무에 따라 어쩌면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단어일 텐데요, 그런데 이문재 시인의 시 <오래된 기도>에서는 조금 다른 ‘기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것이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는 것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게 기도가 될 수 있지?” […]

2000년생 김필진이 읽는 『자본론』 [내가 읽는 『자본론』]

2000년생 김필진이 읽는 『자본론』   김필진(경희대 철학과)   마르크스의 『자본』, 이른바 『자본론』이라 불리는 책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당신의 머릿속을 불현 듯 스치는 불온서적이 있다면 유추하는 그것이 맞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얼핏 들어본 거 같은데… 마르크스 어쩌고 하는 고전책 아냐?” 정도의 배경 지식이 담긴 답변도 거의 듣기 힘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

열한 번째 시간, 봄 [시가 필요한 시간]

열한 번째 시간, 봄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많은 것들이 연기되고 멈춰 있지만, 가까이에 다가오는 봄기운마저 막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곳곳에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이 올라왔고, 햇빛 비치는 곳에 서 있으면 따스함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봄’이 성큼 눈앞에 와 있네요. 아직 바람은 조금 차갑긴 하지만 말입니다.   봄을 기대하면서, 오늘 함께 읽을 […]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㊵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 강해 ㊵     1-2-1 시가 교육(376e-403c)           1-2-1-1 무엇을 말해야 할 것인가 – 시인들이 지켜야할 규범(376e-392c)           1-2-1-2 어떻게 말해야할 것인가(392c-398b)           1-2-1-3 시가 교육의 목적(401b-403c)   [401b-401e] * 소크라테스는 시가의 선법과 리듬에서 뿐만 아니라 그림 등 모든 기예, 나아가 […]

내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자본론 에세이1) [내가 읽는 『자본론』]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세 명의 대학생이 『자본론』을 읽기 위해 모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자본론』을 읽으며 더 선명해지고 확실해졌다. 앞으로 『자본론』을 읽으며 읽은 내용이나 이들에게 남은 살아있는 얘기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남기려한다.     내가 자본론을 공부하는 이유   김보경(경희대 사회학과)     모든 일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을 독일에서 보낸 […]

열 번째 시간, 두려움: 어둠을 지날 때 [시가 필요한 시간]

열 번째 시간, 두려움: 어둠을 지날 때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우리는 요즘 서로 거리를 두어야만 하고, 불필요한 외출도 삼가야만 하는 유례없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예민하고 불안하죠. 매일 TV와 신문을 뒤덮는 뉴스들에 촉각을 세우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무래도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두려움에 정복당하지 않고 그 두려움을 […]

벤야민과 만화 – 폐허 산책하기 1편: 서론. ‘유시민/진중권’과 ‘웹툰 <덴마>’라는 새해의 두 폐허와, 역사의 두 천사 [여기가 로도스다, 춤추자!]

벤야민과 만화 – 폐허 산책하기 1편: 서론. ‘유시민/진중권’과 ‘웹툰 <덴마>’라는 새해의 두 폐허와, 역사의 두 천사 2020.02.29.   이상하(한철연 회원)   1. 누구나 1월 1일 새해엔 또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으며 ‘해피 뉴 이어’를 외치고 새해의 소원을 비는 신성한 제의를 하기 마련이다. 이제 2020년이라는 나름 기념비적인 새해가 찾아온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고, 이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