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의 삽화[카메라 옵스큐라]
꽤 긴 시간을 골목에서 보낸 탓인지 이제 대로행(大路行)은 철저히 남의 행습이다. 더욱이, 철거가 시작되어 대낮에도 인적 없이 으슥한 곳을 그리 싸돌아다니니 불입위방(不入危方)의 몸가짐도 내팽개친 셈이다. 고로 군자(君子) 되긴 글렀다. 불가능한 게 과잉한 세상에서 뭐 그쯤이야. 아닌 게 아니라 골목을 돌다보면 가끔 식겁할 일도 있고, 바짝 긴장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가장 오금이 저렸던 일은 부끄럽게도 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