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admin

낙태, 주체의 공백과 이데올로기 [썩은 뿌리 자르기]

낙태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3월6일 대학로에서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있었다. 그 행사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여성의 임신, 출산 및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대한 선언이다. 이 선언은 현재 낙태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과 프로라이프 의사회(옛 ‘진오비’, 이 단체는 ‘임신유지가 모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학적 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자한다.)의 주장이 […]

4대강 토건사업의 실체[썩은 뿌리 자르기]

권력 횡포와 역사적 오류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한결같이 넌더리를 내는 말이 있다. ‘까라면 깐다는 것이다.’ 까라면 깐다는 것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수사한다. 군사독재 문화와 개발지상주의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개발독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이를 “까깐 정권유형”이라고 부른다. 까깐 정권유형에는 몇몇 법칙 아닌 법칙이 담겨 있다. 첫째, 일인 중앙권력구조가 나름대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

엄동설한에 본 따뜻한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송종서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엄동설한에 본 따뜻한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 글: 송종서 (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   시와 자전거   2009년 5월 8일 건설기계를 만드는 중장비 회사 팀장 박동하(정우성)는 청두(成都)행 비행기를 타고 쓰촨(四川)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 신혼여행을 떠난 담당자 대신이지만 기내에서 동하가 손에 들고 있는 책갈피 속에는 언젠가 중국 친구 메이(까오 위안위안)에게서 받은 엽서가 꽂혀 있다. 쓰촨 청두는 메이가 […]

커다란 무협, 『검우강호』/최인실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커다란 무협, 『검우강호』 글: 최인실(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   1.『검우강호』의 줄거리   『검우강호』는 달마의 시신에 관한 프롤로그로부터 시작한다. 이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림 맹주를 만들어준다는 달마의 시신을 차지하기 위한 강호인들의 혈투이다. 그리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강호 최대의 살해집단 흑석파의 소개와 함께 장해단 일가가 살해된다. 하지만 곧 흑석파 최고 살수 세우가 팀을 배신하고 달마의 […]

당신이 생각하는 모성은?, 일본 드라마 ‘mother’ / 신우현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당신이 생각하는 모성은? – 일본 드라마 ‘mother’를 보고 – 글: 신우현 (상지대 강사)   모성신화 추종자의 고백   지금 나는 모성신화를 믿지 않는다. 어머니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희생적이고도 절대적인 사랑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나도 꽤나 오랫동안 이 신화의 추종자였다. 결혼 전에는 친정어머니에 대해서 ‘도대체 […]

아피찻퐁의 아름다운 시선/이지영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아피찻퐁의 아름다운 시선 ? 글: 이지영(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올해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쿨(Apichatpong Weerasethakul)이라는 이름도 낯선 태국 감독의 영화 [엉클 분미Uncle Boonmie :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라는 생소한 영화였다.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이 태국 감독의 이름을 외우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들뢰즈의 […]

숭고한 히스테리자 몬드리안/박영욱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숭고한 히스테리자 몬드리안 박영욱(숙명여대 교수) 몬드리안은 헤겔주의자이다?   지젝에 따르면 헤겔은 숭고한 히스테리 환자이다. 히스테리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충동이다. 헤겔의 텍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헤겔이 거의 똑같은, 하지만 헤겔 자신에 따르면 이전의 단계보다 고양된 논리구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음을 쉽게 경험하였을 것이다. 히스테리 환자에게 반복된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신이 […]

가상이 실재를 삼키다, 영화 ‘아바타’/심혜련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가상이 실재를 삼키다 영화 ‘아바타’ 글: 심혜련(전북대학교 교수)   내용을 읽고, 형식을 보다   1000만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개념에 불과하다. 워낙 숫자 감각이 떨어지는 나는 내가 계산할 수 있는 수의 단위만 넘어가면, 그저 ‘엄청나게 많다’라는 추상적인 문장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치명적인 뇌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엄청나게 많은 수인 1000만이 요즘 […]

자, 정치하러 갑시다, 드라마 ‘시티홀’ / 윤은주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자, 정치하러 갑시다 – 정치 풍자 드라마 ‘시티홀’ – ? 글: 윤은주(숭실대 강사)   10급 공무원 신미래의 정치   도시가 온통 형형색색 플래카드 천지다. ‘나 잘났다’는 선전 문구와 포토샵으로 처리된 기괴한 얼굴이 꽉 들어찬 플래카드를 보니 드디어 선거철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선거철이 되면 너도 나도 기호 1번 ‘나 당선’이고, 나 이외는 기호 2번 […]

이미지의 종말〔카메라 옵스큐라]

롤랑 바르뜨가 극찬했던 프랑스의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은 이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른바 미장센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이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니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사진집도 계속 출간하고 있다. 어떻게? 그는 스스로 사진을 찍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골라내서 자신의 사진집을 만든다. 이게 무슨 소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