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토건사업의 실체[썩은 뿌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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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횡포와 역사적 오류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한결같이 넌더리를 내는 말이 있다. ‘까라면 깐다는 것이다.’ 까라면 깐다는 것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수사한다. 군사독재 문화와 개발지상주의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개발독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이를 “까깐 정권유형”이라고 부른다.

까깐 정권유형에는 몇몇 법칙 아닌 법칙이 담겨 있다. 첫째, 일인 중앙권력구조가 나름대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토론이나 합의가 아니라 일방향적 명령체계만이 있다. 과거 군사독재권력이 만들어 놓은 비운의 부산물이다. 둘째 권력독점 명령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마치 자발적인 것처럼 반응하도록 유인한다.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사이비 이념교육을 끊임없이 수행해 왔다는 점이 유인책의 핵심이었다. 그 방법론으로는 우리도 미래에는 잘 살 수 있으니까 현재는 힘들어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식의 허구적인 유토피아 이념 교육이 지속되어 왔다.

출처:네이버 카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이러한 까깐 정권유형의 대표적인 병증이 바로 현 MB 정권의 4대강 개발사업이다. 4대강 개발사업은 아이디어를 내놓은 출발부터가 억지춘향이었다. 대운하 사업을 공표했다가 국민의 대대적인 반대로 인해 좌초하자, 갑자기 정책을 급선회하여 4대강 사업이라는 희한한 정책을 급조하여 만들어 놓았다. 현 정권이 운하사업을 강행하려고 할 때만 해도 4대강 사업이라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사업을 변경하였다. 갑작스런 변경에 따르는 계획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현 정권의 개발권력자들이 말하는 4대강 사업계획의 대부분이 급조되고 변조되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급조와 변조의 논리는 단순한 언어적 파괴논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생태적 역사를 파괴하는 반역사적 행위가 되어간다. 언어횡포는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쳐질 수도 있지만, 한번 건드린 생태적 파괴를 복구하려면 최소한 몇 백년이 지나야 겨우 될까 말까한 수준이다.

급조의 논리

그들의 급조는 국가재정법, 하천법이나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등의 실정법들을 무시하고 그들 마음대로 토건 왕국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 단편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환경영향평가조차도 제대로 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형식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서두르다보니 계절의 변화를 무시한 채 한두 달의 짧은 평가기간으로 겨우 형식만 채웠을 뿐이다. 어느 누구도 그런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급조된 계획은 그 내부에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연의 시간적인 흐름을 무시하고 자연생태계를 마치 공장 재건축하듯이 다룬다는 점이다.

둘째 현장에 대한 철저한 실사조사도 없고 주변검토도 없이 사무실에서 기존의 계획서를 참조하여 적당한 수정작업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여 너무 안이하게 발표한다는 점이다. 계획을 일단 수립하기만 하면, 수립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이후부터 시행 프로그램은 강권적 행정권력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셋째 급조된 계획의 대부분은 지출예산을 넉넉하게 잡는다는 점이다. 급조하여 만든 일들은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범위와 예측능력에서 매우 협소하며, 그리고 조사되지 않은 조건들로 인한 부가적 상황이 많아진다. 이러한 미예측적 부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그들은 무작정 예산을 늘려 놓고 본다. 그래서 사업예산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는 점이 급조된 계획의 일치된 공통점이다. 그렇게 예산과 관련한 미래상황을 끼워 맞추다보니 예산책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예산계획이 거의 책상머리에서 꾸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 탕진될 뿐이다.

넷째 급조되었다는 의구심을 상쇄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권력형 홍보를 한다는 점이다. 그 홍보비만으로도 대형 국가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나름대로 최상의 감각적 매체를 동원하여 미화하고 당위성을 반복한다. 또한 감정적 호소를 동원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개발사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토건권력은 귀를 막고 종달새처럼 반복한다. 오히려 물러서는 것은 개발논리의 에이비씨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들이 과연 누구에게 항변하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현실의 진실들, 이미 수없이 제기된 합리적인 판단들 그리고 국민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진실의 논리가 아닌 까라면 까야 한다는 권력의 논리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조의 논리

요즘 대학입시를 위해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이 많아졌다. 그만큼 대학 측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논술문제를 내느라 고심한다. 논술의 논리학 가운데 중요한 것이 ‘사실 변조’와 상대입장의 ‘과대포장의 오류’이다. 이것은 상대의 논변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극단적으로 몰고가서 그런 잘못된 논변으로 상대의 입장을 무력화시키는 언어적 횡포를 의미한다. 논술시험에서는 그런 오류를 논리적으로 지적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생활에서 그런 오류가 발생한다면 재생불가능할 정도로 파국을 맞게 되기도 한다. 불행히도 권력이 주도하는 이런 언어적 횡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4대강 개발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그들의 그럴듯한 목표는 하천정비와 홍수방재 및 그에 따르는 용수확보와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언어유희로 요약된다. 그런 목표를 설정하려면 먼저 그 이전에 현재의 하천이 이미 홍수 방재기능을 상실했고 하천 주변 환경이 나쁘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그들의 억지 가설은 4대강의 하급 수질과 용수 부족을 선전하기 위한 거짓 논리로 이어진다. 일부러 오도시킨 전제와 논리가 있어야만 비로소 4대강 죽이기 사업을 추진하는 그들의 전략이 그나마 홍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그들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하여 4대강과 관련한 현재의 사실을 왜곡하고 변조하기 시작했다.

우선 물이 부족하다는 행정권력의 교묘한 선전이다. 물 부족 국가라는 선전을 하기 위하여 날조된 수치를 도입한다. 통계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국민 1인당 사용량을 추정해야 하는데, 여기서 그들이 원하는 목표가 설정되도록 수치를 날조하게 된다. 정부 4대강 사업본부 보고서에 의하면 1인당 1일 생활용수 수요량을 453리터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추정치의 근거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한국인 1인이 453리터씩이나 필요한 만큼 우리는 물이 부족하여 댐(수중보)을 많이 앃아 부족한 물을 충당하자는 논리이다.

그들이 추정한 453 리터는 현재 일본인 수요량 평균인 350리터보다 100리터나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다. 일종의 조작에 해당한다. 물 수요량을 절약하자는 국가적 수요관리정책을 펴는 유럽국가의 일인당 평균 수용량 150리터(국가마다 달라서 50에서 300리터 정도가 되지만 우리의 추정치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에 비교한다면 4대강 죽이기 사업 추진세력이 왜곡한 수치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좋다. 부족하다고 치자. 그런데 부족한 지역은 4대강 주변이 아니라 지천과 계곡이다. 홍수가 나도 큰 강가가 아니라 산세 지형의 계곡과 지천에서 난다는 뻔한 사실을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다.
4대강 개발사업비가 무려 22조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런 천문학적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돈인 양 엄청난 돈을 대형 개발업자에게 선심쓰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운운하고 있다. 당장 여주 하천 둔치의 거대한 공사장을 가보시라. 대형건설사 소속 굴착기와 대형트럭만이 밤을 새워 가며 공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저들의 주장과는 딴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변조된 정보는 의외로 많다. 4대강 사업계획서와 무관한 환경부의 기존문서 [생태하천 만들기 10년 계획, 2006∼15]에는 매년 계획된 수중보 철거 및 폐기를 통해서 생태보전 및 수질 향상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2009년 환경부에 제출한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및 수질개선효과]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수중보 철거로 수질도 매우 좋아졌고 하천생태계도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급조한 4대강 사업의 핵심은 오랜 연구 시간을 통해 얻어진 기존의 보고서와 딴판으로 바닥을 훑고 거기에 보를 놓고 제방을 쌓는 일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다 보니 행정은 조급하고 계획은 억지춘향이 되어, 급조와 변조의 계획을 맞추려고 각종의 근거자료를 아전인수 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정보를 억지 선전하게 된 것이다. 변조 현상의 공통된 증상들이다.

오류는 더 큰 오류를 낳는다

급조와 변조는 오래 갈 수 없다. 사람들은 그런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급조와 변조를 무마하고 숨기려고 한다면 더 많은 오류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급조와 변조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지도록 기존의 일을 강행한다. 이는 권력을 쥔 자들의 일반적인 행위로서 이미 급조되고 변조된 행위를 자신들의 권력을 통해 합리화시키느라 더 많은 향후의 오판을 낳는다. 실제로 이런 일이 현재 4대강 유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준설작업은 야간 조명등을 밝혀놓으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다.
급조와 변조의 문제가 있더라도 기왕의 일을 일정 수준까지 강행해 버린다면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그들의 까라면 알아서 까는 충성어린 판단 때문이다. 공사 중 유적지가 발견될 경우, 문화재보호법 저촉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강행하고 본다는 심리가 개발업자에게 심어지고 있다. 개발업자에게 그런 생각을 심어주고 개발행위를 맘껏 하도록 비호해주는 행정권력이 자기증식하여 결국 급조와 변조의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 그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진행 중인 급조와 변조 자체를 겁내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권력 말기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사람들의 욕심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그 많은 반대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건너서는 안 될 선까지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준설토의 양이 심각할 정도여서 주변 둔치는 준설토의 큰 산으로 변했다. 최고 성능의 기계를 동원하여 하루 밤 사이에 주변 지형을 바꿔 놓을 지경이다. 준설 이후 곧 수중보를 바닥에 지으려 할 터인데 그때부터 우리의 강은 시멘트 제방에 썩은 호수로 될 것이다. 자전거 꽃길을 따라서 이쁜 자전거를 타고, 강 따라 물 따라 유람선을 타고 유유자적하는 홍보용 뽀샵한 사진 한 장이면 그깟 반대 목소리쯤이야 깨끗이 잠재울 수 있다고 그들은 자부한다.

우리의 땅과 강을 죽이고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대신 오로지 토건기업만을 살리려는 현 정권의 권력은 브레이크 없이 벼랑으로 달려가고 있다. 다른 권력형 사업은 중도에 접으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여지가 그나마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4대강 죽이기 사업은 한번 시작하고 나면, 몇 백년 이내로는 되돌리기가 어렵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미친 듯 앞으로만 가는 파괴행위는 인간의 욕망으로 시작하였으나 그 끝은 인간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없는 파괴의 땅에 살게 될 우리 후손을 생각한다면 생태가치만이 아니라 경제가치도 없는 4대강 사업을 끝까지 막아내야 한다.

최종덕(상지대, 철학) / admin@ad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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