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admin

자거라투스트라 벌교에 가다(2) [자거라투스트라 벌교에 가다]

이병창(MEGA 공동대표, e 시대와 철학 자문위원) 1. 자거라투스트라는 난감한 가운데서도 요즈음은 각 시, 군에서 자기 고장 관광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니까 혹시 거기에 표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선 휴게소를 찾아야 하는데, 보통 거기에서 관광지도를 배포하니까. 차는 순천 시내를 지나 금방 벌교의 벌판에 이른다. 광활한 논에는 파랗게 자란 벼들이 바람에 일렁거렸다. 바람은 순천만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듯하다. […]

한국 법치에 대한 단상 [썩은 뿌리 자르기]

오상현(한국철학사상연구회, 상지대 강사) 얼마 전, 진보진영의 버팀목이셨던 이소선 어머니께서 향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한(恨) 많은 그분의 마지막 길에는 ‘살아남은 자’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바람처럼 떠나버린 아들, 태일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40여년의 세월, 그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우리가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제 사람이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원한다. 1970년 […]

소금꽃나무, 상처 그리고 치유 [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연 효 숙(연세대)   1. 소금꽃나무들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와서 그다지 덥지 않았던 2011년 여름. 요즘 9월 들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그러나 부산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에서 250여일을 지내며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좁은 크레인에서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얼마 전에는 위를 […]

『믿음에 대하여』- 지젝 [청춘의 서재]

김종곤(건국대학교 강사) 신혼여행 가는 길이었다. 비행기를 타려고 대합실에서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있는데 아내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에게 주변 사람들을 보란다. 우리의 목적지가 신혼 여행지로 인기가 있는 곳 중 하나이기에 많은 신혼부부들이 그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우리가 같은 신혼부부로만 보였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어떤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아내는 한명한명 손가락으로 […]

자거라투스트라, 벌교에 가다(1) [자거라투스트라 시장에 가다]

이병창(MEGA 사업단 공동대표, e 시대와 철학 자문위원) 자거라투스트라는 오래 전 선배님과의 한 술자리에서 전남 보성 벌교읍에 가보자고 약속했다. 선배님 말씀으로 거기엔 홍암 나철 선생의 생가가 있다는 것이다. 자거라투스트라는 처음에 시원스럽게 약속했지만, 사실 꼭 가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도대체 벌교라면 저 멀리 남쪽 바다 끝이 아닌가?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땅 끝’이라지? 다행히 선배님이 술자리에서의 약속이라 […]

[기획연재] 서구 지성의 원천 – 고대 그리스 문화 대탐험 (8)

[기획연재] 서구 지성의 원천 – 고대 그리스 문화 대탐험 (8) 이정호(방송통신대 교수) 주제 1: 그리스인의 사랑   4. 플라톤의 에로스(2) 플라톤이 「향연」에서 그리고 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에로스는 한마디로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치유(iasis)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치유 받아야 할 근원적 고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신들의 심판과 그에 따른 본래 모습의 상실이다. 에로스는 그 상실의 고통을 치유하는 […]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6

김남우 (정암학당)   애초 연재를 시작하며 출판사 <열린책들>과 맺은 약정에 따라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우신예찬의 연재를 마친다. 연재를 진행하며 우신예찬의 번역을 마무리하였으며, 출간을 며칠 앞두고 있다.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출간될 책에 대하여 따끔한 지적과 비판을 기대한다. ———————————————————————————————————————– [1511년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 화답하는 1516년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지혜에 대한 칭송이라 하겠다. 매우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에라스무스와 […]

구보씨 무상급식을 생각하다[철학자 구보씨의 세상생각]

문성원(부산대, 철학) 오세훈은 구보씨랑 나이가 비슷하다. 그럼 구보씨도 정신 연령이 다섯 살 인가? 뭐,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안철수도 구보씨랑 나이가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구보씨가 안철수처럼 머리가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동년배라는 건 그저 살아온 시절과 나날이 같고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기 쉬운 조건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구보씨는 오세훈과 동질감을 느끼기 참 […]

[월례발표회 참관기] 조영준 선생의 논문 ?주체로서의 자연?에 관하여

?[2011년 8월 월례발표회]   논문 제목: 주체로서의 자연 -셸링 자연철학의 생태학적 함의 발표자: 조영준(경북대)   조영준 선생의 논문 ?주체로서의 자연?에 관하여 후기: 이병창( 동아대 명예교수)   1. 한국에서 철학자 셸링은 영 찬밥이다. 발표자 조영준 선생이 아마도 한국에서 유일한 셸링 연구자가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독일 고전철학자 가운데 칸트와 헤겔만이 주로 언급되어 왔다. 이것은 일본에서 셸링이 […]

사랑, 그 고통의 여정 [치유시학]

? 김성리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연구교수) ? 사랑, 내 안의 타자 요시코가 마쓰시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 것은 그가 일본 순사 부장의 아들이라는 것과 대학 졸업반이라는 사실이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는 비밀이란 게 없었다. 어머니의 염려가 깊어지자 요시코는 마쓰시타를 피해 다녔지만, 마쓰시타는 일 년이라는 시간을 변함없이 그녀의 곁에서 맴돌았다. 마쓰시타의 관심이 싫지 않았지만, 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