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1- 추론 형식의 발전에 관해[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1- 추론 형식의 발전에 관해
1)
앞에서 말했듯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성의 형식 즉 대표적인 삼단 논법은 헤겔에서는 이성의 형식인 추론이 아직 자기를 전개하지 못한, 따라서 아직 ‘현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추론 형식이다.
이 형식의 대표적 예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예 즉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이며 헤겔은 이것의 일반적 형식이 개별자[E]-특수자[B]-일반자[A]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이를 삼단 논법의 형식에 따라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B-A
E-B
그러므로E-A
일반 논리학에 따르면 이런 형식이 추론을 대변하는 형식이며 나머지 모든 다른 추론은 적어도 타당한 것인 한에서, 이 형식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며, 다시 말해 이 형식에 속하는 명제들을 대당 관계(부정이나 특칭화)를 통해 변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는 추론의 형식 사이에 사태의 진리를 인식하는 데서 어떤 발전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차피 추론 형식이란 사태 자체의 내용과는 무관한, 다만 형식적인 관계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2)
헤겔은 위와 같은 대표적 형식은 최초의 출발점에 등장한 형식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최초의 형식 잘못된 형식이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이런 형식을 절대적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다만 추상적인 형식, 개념을 결여한 형식으로 파악한 것이 잘못이라고 본다.
“형식적 추론의 결함은 추론의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 형식은 이성의 형식이지만, 그 형식이 단지 추상적이고 따라서 개념이 결여된 형식일 뿐이라는 데 있다.”(주관 논리학, GW12, 108)
그러므로 출발점으로서 이 형식은 자기 내에서 운동을 통해 다른 형식으로 나가는데, 이런 형식의 발전은 동일한 의미를 지닌 것의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통해 그 형식이 지닌 내용, 인식적 의미가 발전한다고 본다.
이런 발전은 마치 앞에서 판단을 다룰 때 칸트가 12개의 판단 형식이 각자 독자적으로 경험을 구성하는 것으로 보는 데 반해, 헤겔은 이 12개의 판단 형식 즉 범주가 지닌 내용, 인식적 의미가 발전하는 것에 따라 전개된다고 보는 것과 같다.
그 때문에 추론 형식의 발전은 대체로 판단 형식의 발전과 같다. 판단 형식과 추론 형식을 단순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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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
추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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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범주 |
긍정 |
일격: E-B-A 이격: B-E-A 삼격: E-A-B 사격: A-A-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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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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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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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범주 |
단칭 |
전체->귀납->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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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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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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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범주 |
정언 |
정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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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언 |
가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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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 |
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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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범주 |
단정[현실] |
객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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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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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필연] |
3)
각 범주마다 나타나는 세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네 개 범주의 전개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판단과 추론 사이에 상응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보인다. 위의 표를 보면, 관계 범주에서는 판단의 종류와 추론의 종류가 일치한다. 그러나 다른 범주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결정적 차이는 추론에서는 개념 범주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개념 범주가 사실 ‘판단에 대한 판단’으로 이미 ‘판단의 판단에 대한 관계’로서 추론으로 이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굳이 찾자면, 차라리 주관성 장 다음에 나오는 객관성 장이 여기에 상응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현존 범주에서 추론의 변화는 매개 항의 변화에 따른다. 즉 매개항이 B에서 E로 그리고 A로 나간다. 반성 범주에서 추론은 통상적 논리학에서는 복합추론의 형식이라 불리는 것인데, 헤겔은 이를 반성 범주에 집어넣는다.
헤겔은 추론의 변화는 매개항의 변화에 따른다고 보며, 이 매개 항은 위의 세 가지 범주 모두에서 특수자에서 개별자를 거쳐 일반자로 나가는 방식(B->E-A)을 취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형식추론에서 일격은 전체 추론과 정언 추론에서 반복되며, 이격은 귀납법과 가언 추론에서 그리고 삼격은 유추와 선언 추론에서 반복된다.
이런 매개 항의 차이는 단순히 특수, 개별, 일반이라는 외연적 크기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차라리 E->B->A의 순서로 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니면, 내포의 차이로 본다면 거꾸로 A->B->E로 나가야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추론이 나가는 길은 왜 이렇게 규정되는 것일까? 판단 형식으로서 범주는 <정신현상학>에서 의식 경험의 길을 통해 제시했듯이 하나의 범주는 대상을 구성하고 여기서 현상 밖의 물 자체에 부딪히고 이런 모순 경험을 통해 범주는 자기 내로 반성하여 새로운 범주로 이행한다.
<논리학>에서 이런 범주 즉 판단 형식의 발전은 판단 형식이 지닌 내용 자체 즉 사태가 모순에 부딪히면서 다른 범주로 발전했다. 그런 점에서 이 <논리학>에서 판단 형식의 발전은 <정신현상학>에서 의식 경험의 길을 전제로 하고 이것이 의식에 내면화되면서 일어나는 발전으로 보인다.
이제 추론의 경과를 보자. 추론이란 결국 주어와 술어를 매개 항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다. 일반 논리학은 추론의 타당성을 문제 삼으면서 형식적 추론의 관계에 주목했다. 이는 추론을 이루는 항들의 외연적 크기의 비교를 통해(주연, 부주연의 관계) 이 추론의 정당성을 확립한다.
그 때문에 벤다이어그램이 추론의 타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헤겔에 따르면 이런 형식적 추론은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이 매개 항으로부터 도출되는지 아닌지 하는 여부를 판단하는 것”(주관 논리학, GW12, 108)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설혹 형식적으로 그런 추론이 올바르다고 하더라도, 그 추론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매개 항이 주어, 술어로부터 고립된 특수한 것이라면, 매개 항은 주어 술어에 대해 무차별하므로, 동일한 형식이더라도 여러 매개 항을 가지면서 여러 술어가 도출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서로 대립하는 술어가 도출될 수도 있으니,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추론이란 양극단이 지닌 통일성이 그 매개 안에 설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면, 그러나 이 통일이 한편으로는 특수성으로서 독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단지 외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지면서, 비 통일성이 추론의 본질적인 관계로 설정된다면, 그 추론이 이성이라 할지라도 이성적 타당성에 기여하지는 못한다.”(주관 논리학, GW12, 91)
5)
헤겔은 추론이 발전한다는 것은 매개가 이처럼 형식적 매개에 그치지 않고 실체적인 매개로 발전하는 과정이라 본다. 이 과정에서 형식적 매개가 지닌 모순이 드러나면서 더 발전된 매개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이 과정이 세 개의 범주가 차례로 그리고 각기 B->E->A로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범주와 세 가지 추론 형식을 이루는 표를 대각선으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
현존 추론 |
반성 추론 |
관계 추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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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자B |
일격 |
전체 |
정언 |
|
E |
이격 |
귀납 |
가언 |
|
A |
삼격 |
유추 |
선언 |
특수자[B]는 외적인 추상적 규정이며, 그러기에 매개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예를 들어 현존 추론에서 일격이 그렇다). 개별자는 이 구체적인 것이니, 개별자[E]가 매개라는 것은 주어, 술어를 매개하는 것이 적어도 하나는, 그러므로 약간은 있다는 말이 된다.(반성 추론에서 이격인 귀납법을 생각해 보라.) 일반자[A]가 매개라면, 그런 종류의 모든 것에서 매개가 성립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이 매개는 실체적인 매개이다.(관계 추론에서 삼격인 선언 추론을 통해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인 현존 추론(또는 형식적 추론)에서 일격에 관해 헤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 현존 추론이 그 자체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실은 그것들[항들]은 단순한 추상적 규정들이 아니라 각각이 타자에 대한 관계이며 중심은 양극단의 규정들에 대립하는 특수성일 뿐만 아니라, 그 양극단의 규정들을 자기에서 정립된 채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주관 논리학, GW12, 91)
이런 추론이 발전하는 목표도 미리 그려 놓아야 하겠다. 매개 항이 주어나 술어를 이미 내적으로 통일하고 있어서 그 주어나 술어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항 즉 주어나 술어, 그리고 매개 항이 각자 독자적인 규정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타자를 자기 속에 포함하는 총체성이어야 한다. 그게 곧 추론의 마지막 형태인 선언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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