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강해 ③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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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국가>의 구성과 전체 구도

 

<국가>는 전체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들>을 제외하면 플라톤의 대화편 가운데 이렇게 여러 권으로 나누어진 대화편은 <국가>와 <법률>(12권) 뿐이다. <국가>가 그처럼 10권으로 나누어진 것이 플라톤 자신에 의한 것인지 혹은 그 이후 사람들에 의해서인지,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일부 고전 문헌학자들은 <국가>가 처음에는 6권으로 출간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플라톤 대화편의 전체 목록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 기원후 1세기 트라쉴로스에 따르면 <국가>와 <법률>은 각각 10권, 12권으로 분할되어 있다. 내용상 구분의 필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국가>와 <법률>이 그렇게 여러 권으로 분할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왜냐하면 두 대화편의 분량은 다른 대화편과 달리 각기 당시 파피로스 두루말이(卷, biblion, volumen) 한 권의 최대 분량(장당 약 가로 37㎝, 세로 23㎝ 크기의 파피로스 20-30개 정도를 이어 붙인 분량)을 크게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콘퍼드(F. M. Cornford)는 <국가>가 10권으로 구성된 것은 고대의 제본 기술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것을 논의의 내용과 구조와 연관 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1)

콘퍼드의 이러한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동의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제2권에서 4권까지, 제5권에서 7권까지, 제8권과 9권까지는 콘퍼드의 지적대로 각 권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화제의 연속성이 뚜렷하지만. 제2권, 제5권, 제8권, 제10권 서두 전후를 보면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화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내용상의 구분이 분명하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1) 우선 제2권 서두에서는 1권에서 트라쉬마코스로 부터 해방된 소크라테스의 소회가 언급되자마자 글라우콘의 새롭게 도전적인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화제가 전환되고 있다. (2) 그리고 제5권 서두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정의로운 나라와 개인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부정의한 나라와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자, 폴레마르코스가 아테이만토스와 귓속말을 나눈 이후 돌연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또 한 번 화제가 새롭게 전환된다.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 사람 모두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에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으니 계획된 논의를 이어가기 전에 일단 그 점부터 답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소크라테스가 직면한 ‘세 가지 파도’(451c-474c)이다. 그리하여 제5권에서 7권까지 그들의 요구에 답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핵심적인 사상이자 플라톤 철학의 백미이자 가장 난해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철인정치론, 이데아론과 좋음의 이데아 그리고 혼의 전환과 상승, 변증술이 극적으로 제시된다. (3) 그리고 제8권 서두에서는 4권 끝에서 이어가기로 했던 주제로 다시 돌아와 또 한 번 화제가 전환되고 이후 9권까지 부정의한 나라와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하여 애초 계획한 대로 정의로운 나라와 개인, 부정의한 나라와 개인 그 어느 쪽이 행복한지가 거론되고 이 정의로운 나라와 개인에 관한 모든 논의가 하늘에 본(paradeigma)으로 바쳐진 것이라고 언급되면서 제9권이 마무리된다. (4) 그리고 제10권에서 시인들과 시의 본질, 영혼 불멸과 정의에 대한 보상을 거론한 후 에르(Er)의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제10권은 608b, c를 경계로 시인 비판과 영혼 불멸 및 정의의 보상 등으로 내용이 분명하게 양분되어 있어 콘퍼드는 이 부분도 둘로 나누어 <국가>를 내용상 모두 여섯 부분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제10권은 내용상 제1권에 상응하여 제시된 하나의 마무리로서 내적 단일성을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제1권이 소크라테스가 앞으로 다룰 도전과 과제이고 제2권에서 9권까지가 그 가운데 넘어서야할 가장 큰 도전으로서 트라쉬마코스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이었다면, 제10권은 나머지 도전과제라 할 수 있는 폴레마르코스의 대화에서 제기되었던 시인의 문제와 케팔로스와의 대화에서 제기되었던 선한 사람이 맞이하게 될 사후세계와 보상 문제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답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2) 정의로운 삶과 행복은 폴레마르코스가 생각하듯이 당대 사람들 모두가 삶의 지표로 여기고 있었던 시와 시인들의 가르침에서는 본질상 결코 담보될 수 없는 것이며, 삶의 보상과 사후 세계에서의 혼의 불멸 또한 케팔로스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재산에 기대서나 가능한 나름의 생활방식이나 기복신앙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론의 내용대로 진실로 참된 덕과 지혜를 수반한 정의로운 삶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소크라테스는 마무리 삼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의 내용 흐름은 마치 큰 산행을 하는 형세와도 같다. 처음 출발점에서는 산행의 이유와 목적을 점검하고(제1권) 준비를 갖춘 후 이상국가의 건설이라는 목적을 향해 정의로운 나라와 개인의 기본 틀과 덕을 논하며 오르막길을 올라(2권-4권) 정상에 이르러 철학의 기치 아래 이상국가의 핵심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철인 정치, 혼의 전환과 상승, 변증술의 토대를 구축하고(5권-7권) 내리막길에 들어서서는 현실의 관점에서 부정의한 나라와 개인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도착점을 앞두고 정의의 우월성을 마지막으로 비교 판정한 후(8권-9권) 산을 내려와 몇 가지 남은 과제들을 정리하고 영혼의 불멸을 음미하며(제10권) 산행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 <국가>의 권별 기본 구도

요컨대, 앞에서 살핀 화제의 흐름과 전환을 고려하면 <국가>의 권별 기본 구도는 크게 다섯 부분(제1권/제2,3,4권/제5,6,7권/제8,9권/제10권)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그처럼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플라톤 연구자들 사이에서 거의 이의가 없다. 그러나 각 부분 별 세부 단락과 그곳에 표제를 다는 방식은 학자들마다 다양하다. 각자 단락을 나누는 기준과 그 내용을 해석하는 관점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본 강사가 제시한 권별 기본 구도와 표제 그리고 그 세부 단락과 표제 또한 모종의 일반화된 구분이 아니라 국내외 여러 유수 학자들이 제시한 것들을 토대로 본 강사 나름의 관점에 따라 정리· 종합해서 재구성한 것이다.3)

각주 1) M. Cornford, The Republic of Plato, Oxford, 1941. p. v.

각주 2) 에필로그 제10권이 프롤로그 제1권과 상응관계에 있다는 점은 제1권이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 별도의 대화편이 아니라, 플라톤의 주도면밀한 전체 기술 계획에 따라 쓰여 졌음을 보여준다.

각주 3) 국내 학자로는 아래 책 참고. 김영균, <국가 : 훌륭한 삶에 대한 근원적 고찰>, 살림, 2008. 김인곤, <플라톤 국가>, <철학사상> 별책 제3권 제8호,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8.

 

Ⅰ. 프롤로그 : 도전과 과제(제1권)

Ⅱ. 정의의 수립: 정의로운 국가와 정의로운 개인(제2권-제4권)

Ⅲ. 정의의 실현 조건 : 철학과 철학자왕(제5권-제7권)

Ⅳ. 부정의와 현실 비판 : 부정의한 국가들과 부정의한 개인들(제8권-제9권)

Ⅴ. 에필로그 (제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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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프롤로그 : 도전과 과제 – 정의에 관한 견해들 검토(제1권)

Ⅱ. 본론 1 : 정의의 수립 – 이상국가의 건설(제2권-제4권)

     A. 터파기와 준비 : 문제제기, 방법, 국가의 기원

     B. 정의로운 국가와 정의로운 개인

Ⅲ. 본론 2 : 정의의 실현 조건(제5권-제7권)

  1. 난관과 고려사항, 가능성
  2. 정의의 실현조건 – 철학과 철학자 왕
  3. 철인 통치자의 교육 목표와 교과목

Ⅳ.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현실국가 분석(제8권-제9권)

  1. 부정의한 국가들와 부정의한 개인들
  2. 정의의 우월성 – 정의와 행복

Ⅴ. 에필로그 : 시의 본질, 혼의 불명, 정의에 대한 보상(제10권)

 

 

7. <국가>의 전체 내용 세부 구분과 해당 쪽수 및 섹션

 

Ⅰ. 프롤로그 : 도전과 과제 정의에 대한 견해들 검토(1)

 

1. 도입부(327a-328b)

2. 케팔로스의 노년과 재산(328b-331d)

   1) 노년의 즐거움과 생활방식(328b-329d)

   2) 자유와 평화, 생활방식 그리고 재산(331c-d)

3. 폴레마르코스의 정의(331b-336a)

   1) 정의는 각자에게 갚을 것(합당한 것)을 갚는 것이다.(331b-332b)

   2) 시모니데스 정의관 비판(332b~334b)

   3) 기능과 훌륭함(덕) – 정의는 사람을 나쁘게 할 수 없다(334c~336a)

4. 트라쉬마코스의 정의(336b-354c)

   1) “정의는 강자(지배계급)의 이익이다” 검토(338a-347e)

  1. 트라쉬마코스의 등장,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336b~339a) :
  2. 강자의 실수 가능성과 엄밀한 의미의 강자(339b~341a)
  3. 소크라테스의 비판과 트라쉬마코스의 속내(341a~ 344c)
  4. 트라쉬마코스의 현실론 비판과 통치자의 보수(344d~ 347e)

   2) “부정의는 정의보다 강하고 부정의한 삶은 행복한가?” 검토(348a-354c)

  1. 트라쉬마코스 : 정의는 고상한 순진성이고 부정의는 덕과 지혜이다.(348a~350c)
  2. 소크라테스의 비판 : 능가 개념, 정의가 덕과 지혜이다.(349b~350c)
  3. ‘부정의는 강하고 부정의한 삶은 행복하다’라는 주장에 대한 검토(350d~354a)
  4. 마무리와 탄식(354b-354c)

 

Ⅱ. 본론 1 : 정의의 수립 이상국가의 건설(24)

 

A. 터파기와 준비 : 문제제기, 방법, 국가의 기원 (357a-374e)

1.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357a-367e)

   1) 글라우콘의 재반론

  1. 좋은 것의 세 가지 종류, 정의는 약자들의 협약(357a-359b)
  2. 귀게스의 반지, 부정의 찬양 (359be-362c)

   2) 아데이만토스의 보완과 요구(362d-367e)

2. 정의를 잘 찾기 위한 방편 : 소문자와 대문자 비유(367e-369a)

3. 국가의 기원과 발달: 원초국가(참된 나라, 돼지들의 나라), 호사스런 나라(369b-374e)

 

B. 정의로운 국가와 정의로운 개인(375a-445e)

1. 정의로운 국가의 수립(375a-434d)

   1) 수호자의 교육(376e-412b)

  1. 시가 교육(376e-403c)

     * 무엇을 말해야할 것인가(376e-392c)

     * 어떻게 말해야할 것인가(392c-398b)

     * 가사, 선법, 리듬(398c-401a)

     * 시가 교육의 목적(401b-403c)

    b. 체육 교육(403c-412b)

   2) 수호자가 갖추어야할 조건들(412b-427c)

  1. 수호자들의 선발과 자격. 건국 신화.(412b-415d)
  2. 수호자들의 생활 방식, 사유재산의 금지.(415d-421c)
  3. 수호자들의 임무(421c-427c)

   4) 정의로운 국가의 주요 덕목 : ‘지혜’, ‘용기’, ‘절제’, ‘정의’(427d-434c)

2. 정의로운 개인과 영혼(434d-445e)

   1) 혼의 세 부분(434c-441c)

   2) 정의로운 개인의 주요 덕목 : ‘지혜’, ‘용기’, ‘절제’, ‘정의(441c-445e)

 

Ⅲ. 본론 2 : 정의의 실현 조건 철학과 철학자 왕(7)

 

A. 난관과 고려사항, 가능성 : 3개의 파도(449a-474c)

1. 도입부(449a-451c)

2. 첫 번째 파도 : 남자와 여자 양성에서 동일한 직무와 동일한 교육(451c-457b)

3. 두 번째 파도 : 처자의 공유. 전쟁에 관한 일(457b-471c)

4. 세 번째 파도 : 철학자와 권력(471c-474c)

 

B. 정의의 실현 조건 : 철학과 철학자 왕(474c-502c)

1 .철학자에 대한 정의 : 이데아론에 의거한 규정(474c-480a)

2. 철학자의 자질(484a-487a)

3. 철학이 비난 받는 현실(487b-497a)

   1) 철학이 쓸모없게 되는 이유(487b-488e)

   2) 철학이 타락하는 이유(488e-495b)

   3) 철학이 당하는 수치와 철학자의 현실 도피(495c-497a)

4. 철인 정치의 실현 가능성(497a-502c)

 

C. 철인 통치자의 교육 목표와 교과목(502c-541b)

1. 최상의 배움 : 좋음(善)의 이데아(502c-506b)

2. 좋음의 이데아와 태양의 비유(506b-509b)

3. 선분의 비유(509c-513e)

4. 동굴의 비유(514a-521b)

5. 혼의 전환과 참된 실재에로의 상승을 위한 교과목들(521c-541b)

   1) 예비 교과목(521c-531c)

    * 수와 계산. 지성의 활동(521c-526c)

    * 기하학(526c-527c)

    * 입체 기하학(528a-d)

    * 천문학(527d-528a, 528e-530c)

    * 음악 이론(음계론)(530c-531c)

   2) 본 교과목 : 철학적 문답법(변증술 : 디알렉티케)(531c-535a)

   3) 교과목들의 대상과 부과 방법, 시기와 구체적 프로그램(535a-541b)

 

Ⅳ.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현실국가 분석(89)

 

A. 부정의한 국가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1. 도입부 : 원래 문제로 복귀. 고찰의 방법과 순서(543a-545c)

2. 최우수자 통치로부터 명예정에로의 체제 변동, 명예정과 명예정적 인간(545c -550c)

3. 과두정과 과두정적인 인간(550c-555b)

4. 민주정과 민주정적인 인간, 필요한 욕구와 불필요한 욕구(555b-562a)

5.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한 욕구 (562a-576b)

 

B. 정의로운 삶의 우월성 – 정의와 행복(576b-592b)

1. 부정의한 삶이 아니라 정의로운 삶이 행복하다(576b-588a)

   1) 정치체제와 개인이 상호 대응된다는 것에 대한 증명(576b-580c)

   2) 혼의 세 부분에 기초한 증명(580c-583a)

   3) 참된 쾌락과 거짓 쾌락의 구분에 기초한 증명(583b-583a)

2. 부정의가 아니라 정의야말로 이익이다(588b-592b)

 

Ⅴ. 에필로그 : 시의 본질, 혼의 불멸, 정의에 대한 보상(10)

 

1. 시가·연극의 본질에 관한 고찰(595a-608b)

   1) 흉내(모방)과 진리의 관계(595a-603b)

   2) 시에서의 모방 : 이성이 아닌 감정의 모방(603c-605c)

   3) 시의 모방이 혼에 미치는 영향(605c-608b)

2. 혼의 불멸과 정의에 대한 보상(608c-612a)

   1) 혼의 불멸과 혼의 본래 모습(608c-612a)

   2) 현생에서의 정의에 대한 보상(612a-613e)

3. 저승에서의 정의에 대한 보상, 에르의 이야기(614a-62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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