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추천서[청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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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추천서,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와 기든스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이지영(광운대 강사)

 

 

 

길거리를 거닐거나, 요즘 유행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차 한잔을 마시거나 캠퍼스를 지나갈 때 서로 손을 꼭 잡고 있거나 머리를 맞대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청춘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로스로서의 사랑은 분명 청춘만의 특권이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전까지의 사랑은 사실상 불법이다. 중고등 학생의 신분에 있는 이들의 연애는 기성 세대의 눈에는 아직도 금지의 대상이다. 암묵적인 합의이긴 하지만 연애 상대로서의 짝 만들기는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결혼 이전까지만 사회에서 환영받으며 허용된다. 10대의 사랑은 학업과 미래에 치명적으로 방해가 되는 일, 소위 싹수가 노란 아이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금지되고 기혼자의 사랑은 실제로 불법이다. 결혼 서약은 법의 이름으로 보호되며, 기혼자의 사랑은 그러한 법을 위반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랑이 막 사회로 진출한 20대가 주로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인 까닭이다. 청춘들이 사랑에 빠진 모습은 보기에 좋고,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사랑하기’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일이란 사실은 한두 번만 연애를 해봐도 알게된다. 즉 사랑은 애틋하고 달콤하지만 동시에 혼란스럽고 쓰디쓴 것이다.

 

‘에로스’를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과 연애 경험담에 대해 글을 쓰게 한다. 짧은 에세이에서 이십 대 초중반 나이 대의 청춘들은 대체로 상대를 통해 정신적인 평화와 안식을 얻는 것을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생각하며,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것보다는 잔잔하고 로맨틱한 사랑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에게 잘 해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청춘들 또한 많다. 하지만 한 눈에 매료된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도,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도 모두 어렵다. 게다가 설사 짝 만들기에 성공하더라도 사랑에 빠진 이들의 설레임과 상대에 대한 집중력은 서서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또 운명적 만남임을 증명하는 듯했던 마음의 일치는 불일치로 변화하며 이는 상호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전 같지 않은 태도에 연인의 마음이 변한 것 같아 섭섭하다, 또 변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편집증, 스토커 같아 답답하고 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연애

 
파이드로스 표지

초기의 두 사람의 마음의 일치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개성의 자연스러운 일치에서 온다기 보단,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적(?)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헌신에 의해 이루어진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춘의 연애 사업이 흔히 반복되는 실패, 실연으로 점철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즉 청춘의 연애 사업은 힘들고 괴롭다.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단지 외사랑의 가슴앓이로 끝나 괴롭고, 상대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 힘들고, 상대의 사랑이 도에 넘치는 집착인 듯해서 두렵고, 잘 맞는 줄 알았던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문제가 된다. 생각이 이런 문제에까지 미치면 사랑이 과연 마음의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로맨틱한 일인지, 과연 아름답기는 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사랑은 분명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란 짝을 찾고, 그러기 위해 이성 교제를 전폭적으로 허용 받은 청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 마음의 진솔함, 진심, 헌신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물론 사랑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제이다. 그러나 사랑은 분명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상호 작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한 편 사회적으로 규제되는 것이기도 하며 이러한 규제의 대상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행위와 마음의 형식 또한 포함된다. 모든 사회는 구성원들의 정신과 행위, 생활 양식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려고 드는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두 각자 변화무쌍한 마음을 가진 서로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직,간접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고 살아가는 이상 사랑은 그냥 진실된 마음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연구와 공부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의 사랑은 관념 안에서의 이상적 사랑의 모습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그토록 많은 갈등과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등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여기 아름다운 사랑과 인생을 위해 두 권의 책을 일독하기 권하며, 간단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사랑 공부의 첫 걸음으로 플라톤의 『파이드로스』 만한 것도 없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는 연애학의 고전으로 불릴만하다. 이 책의 반에 가까운 분량이 사랑하는 이의 악덕, 즉 연애의 부작용 분석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에 빠진 이는 연인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자 하며 자신을 떠나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 외의 것에 관심을 두어 그것을 탐구하고 연마하는 것을 싫어하고, 연인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이들을 만나는 것도 못 마땅해 한다. 즉 말하자면 연애는 무엇보다도 상대의 발전과 전인격적 성숙의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실컷 상대의 독립과 발전을 가로막다가 더 이상 연인에게 매력을 못 느끼게 되면 이별을 궁리하며 헤어지고 그때부터 갑자기 태도가 돌변, 그동안 자신이 상대에게 준 것들을 아까워하며 후회할 뿐더러 사람을 잘 못 본 자신의 무지를 탓하고 상대를 비난하기 일쑤이다. 이와 같이 사랑에 빠진 이들의 부덕함에 대한 플라톤의 비판을 읽다보면 이 책을 같이 읽은 대부분의 청춘들의 표정이 굳는다, 한두 번 쯤 연애를 경험 해본 이들 중 이러한 플라톤의 분석이 틀렸다고 부정할 수 있는 이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비난하는 사랑하는 이의 부덕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인 것이다.

 
앤서니 기든스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플라톤은 이런 사랑의 모습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플라톤이 정의한 사랑을 시적으로 풀이해보자면 에로스로서의 사랑이란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이다. 상대에게서 발견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곧 사랑이다.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면 그것은 상대에게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표면적인 것, 신체적인 것에 머물러 있으면 사랑의 부작용, 부덕함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고 그러한 사랑은 상대와 자신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고전주의자 중의 고전주의자인 플라톤의 해법은 당신이 발견한 아름다움 너머,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는 그 아름다움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안 변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란 것이다. 그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머물러 단지 그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고 소유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가 가진 비신체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러한 비신체적 아름다움을 아끼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영혼과 영혼이 결합하게 되면 설사 둘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신체는 비록 멀어지되 서로의 영혼은 영원히 결합한 채로 남게 되리란 것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행태와 문제에 대한 플라톤의 분석은 매우 날카로우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깨우침을 준다. 하지만 그 해법과 결론은 범상한 우리들이 따라가기엔 매우 어려운 것 아닌가. 나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그 따듯함을 느껴보고 싶을 뿐 아니라, 그의 앞날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그 사람의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신체적, 정신적 욕망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사람의 발전에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름다운 사랑에 일정 정도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단 것은 사실일 테지만 어느 한 측면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기본 정서와 가치관에 부적합하다. 그렇다, 강물만 멈추면 썩는 것이 아니다. 탐구 및 연구 또한 멈추면 고리타분해지고 시대에 부적합한 것이 된다. 이때 필요한 책이 기든슨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이다. 기든슨은 이 책에서 사랑이 진실한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당한 일임을 보여준다. 이 글의 첫 부분에서 말했듯이 사랑과 연애, 결혼 등등의 모든 것이 사실은 시대적인 것이자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든슨은 소설 등에 나타나는 사랑의 행태 뿐 아니라 풍부한 사회학적 데이터들을 전거로 들면서 시대와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사랑의 모습에 영향을 미쳐왔는가를 분석한다. 예컨대, 근대 이전까지 남녀 간의 평범한 결혼과 그 유지에 사랑의 요소는 거의 중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자유 연애 자체가 부정된 시기였을 뿐더러, 사랑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가? 우리 시대에 사랑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성 혁명을 가능하게 한 과학 기술의 발전, 폭 넓은 사회적 자유의 허용,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향상 등에 힘 입은 바가 큰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남녀 간의 사랑과 결합을 위한 해법에 대해 기든슨은 여성들 보다는 남성들이 더 위기일뿐더러 남자들이 더 할 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더 이상 제도적인 것도 아니고, 어느 일방의 희생에 의해 가능할 수도 없다. 사랑은 남녀 간의 상호적 소통을 전재로 하는 것이자, 함께 둘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개인사를 재구성하는 능력과 자신의 이야기와 정서를 표현하는 능력인데, 사회에서 요구되고 부과된 교육 방식의 차이로 인해 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을 수용하는 과정인 것이다. 사랑이 필요한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가? 청춘이여, 공부하고 노력하라!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게 됨으로써 상대를 더욱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함께 아름다운 사랑과 생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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