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6- 추론의 자기 지양[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6- 추론의 자기 지양
1)
필연성(관계) 추론은 정언 추론에서 가언 추론을 거쳐 선언 추론에 이른다. 이 선언 추론이 추론의 마지막 형식이다. 필연성 추론은 주어와 술어를 매개하는 것이 유 즉 실체다. 유는 한편으로 단순한 규정성인 유적 본질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가 실현된 개별적 종의 전체이다. 유적 본질이 특수성에 해당한다면, 종의 전체는 곧 일반성을 의미한다. 유 자체는 구체적인 개별성에 해당한다.
정언 추론은 현존 추론의 일격[E-B-A]을 따른다. 그 매개는 특수자[유적 본질]로서 유인 동시에 유 자체이다. 정언 추론에서는 유적 본질이 대전제에 언표된다. 소전제에서 유가 실현된 우연한 개별자가 제시된다. 여기서 아직 일반자로서 유는 우연한 개별자 속에 감추어져 있다.
가언 추론은 이격[B-E-A]을 따른다. 가언 추론의 매개는 일반자로[A와 B의 관계]서 유와 개별자의 존재[A라는 존재자)다. 가언 추론에서는 대전제에서 개별자의 조건적 관계를 통해 제시된다. 이 조건 관계는 실체적 연관을 의미한다. 소전제는 개별자의 존재를 나타낸다.
가언 추론에서는 우연한 개별자 사이의 관계를 통해 개별자 전체가 제시되지만, 여기서 개별자의 관계 즉 실체적 연관은 개별자에 외면적이어서 이 개별자는 직접적이고 우연적이므로 그 전체는 진정한 전체로서 유를 이루지 못한다.
2)
이제 정언 추론이나 가언 추론과 비교해 선언 추론의 형식을 살펴보자. 헤겔은 선언 추론이 삼격의 도식[E-A-B}을 지닌 것으로 설명한다. 그는 선언 추론의 형식으로 매개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동시에 제시한다. 결론은 그 반대로 나온다. 매개가 긍정이면 결론은 부정이고, 매개가 부정이면 결론은 긍정이다.
긍정적 형식:
A는 B 또는 C이다. A는 B이다. 그러므로 A는 C가 아니다.
부정적 형식:
A는 B 또는 C이다. A는 B가 아니다. 그러므로 A는 C이다.
가언 추론과 선언 추론에서 바뀐 것은 대전제에서 가언 판단이 선언 판단으로 바뀐 것만은 아니다. 사실 형식 논리학적으로 가언 판단과 선언 판단은 서로 교환될 수 있으니, 이런 대전제의 바뀜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선언 추론에서 이 선택지가 ‘배타적인 통일’[entweder oder, negative Einheit, gegenseitig]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B와 C는 서로 배타적이며 그런 한에서 유의 전체를 이룬다. B와 C가 배타적인 통일을 이룬다는 사실은 소전제와 결론이 서로 부정적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형식적으로 보아서 대전제의 선언 판단은 반드시 배타적인 통일을 이룬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언 추론은 형식상 이미 소전제와 결론을 통해 배타적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배타적 통일성이 아닌 선언 판단이 가능하지만, 배타적 통일이 없는 한 선언 추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헤겔은 선언 판단이나 선언 추론을 이런 배타적인 통일을 지닌 것에 한정한다. 사실 배타적 통일성이 없는 선언 판단이나 선언 추론도 가능하다. 일반 논리학에서 선언은 이런 비배타적 관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헤겔이 선언 추론을 배타적인 것에 한정한다. 그 이유는 배타적 통일을 지닌 선언 추론만이 다른 형식과 비교해서 새로운 발전된 인식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3)
헤겔에서 유는 항상 배타적으로 분화한다. 배타적 관계는 타자를 통해 자기에 관계하는 것이며, 곧 부정의 부정을 통한 관계다. 만일 선택지가 배타적인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의 전체는 유를 이루지 못한다. 그런 전체는 서로 무차별한 개별자의 집합일 뿐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유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인종의 구별은 유를 이루지 못한다.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은 파충류, 포유류와 유인원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은 흔히 동물 유의 종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형식적인 의미에서만 그러하다. 헤겔에서 이런 구별은 유가 개념적으로 분화된 종이 아니다. 오히려 암컷과 수컷의 구별은 생물체의 유를 이룬다. 유는 암수로 구별된다. 암수만이 생물체 유의 종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언 추론에서는 매개는 세 가지 규정을 동시에 지닌다. 대전제에서 주어는 A는 개별자의 배타적 통일(B or C)로서 유 즉 일반성을 의미한다. 소전제에서 A는 특수성으로서 유 즉 특수화된 종(B)이다. 결론에서 A는 특수성의 부정(-C)이니, 곧 개별성을 의미한다. (부정적 형식에서는 소전제가 개별성이고 결론이 특수성으로 될 것이다.)
이제 매개가 모든 개념 규정성을 총체이므로 이 매개는 주어와 술어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이미 정언 추론에서 내용상 동일성이 출현했다. 그러나 이제 선언 추론에 이르면 내용상 동일성은 형식상의 동일성으로까지 발전했다.
“선언 추론 안에 개념의 총체로서 설정된 중심은 그 자체로 두 극단을 완전한 규정성 속에서 포함하고 있다. 이 두 극단은 중심과는 구별된 가운데 다만 정립된 것으로 존재할 뿐이니 중심에 대립하는 더 이상 본래적인 규정성이 그런 정립된 극단에 속하지 않는다.”(주관 논리학, GW12, 124)
4)
추론이 여전히 주관성에 머물렀던 것은 추론의 양극단을 매개하는 매개 항이 양극단에 대해 외면적인 추상적 규정성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언 추론에 이르러 양극단과 매개 항은 모두 내용적으로 유를 의미하며, 동시에 형식적으로도 매개는 주어와 술어의 규정성을 자기 안에 포함한다.
“[추론에서] 이러한 형식주의적인 것 또는 주관적인 것이 성립하는 원천은 양극단을 매개하는 자가 추상적 규정으로서 개념이며 이 매개하는 추상적 규정이 자기가 통일하는 양극단과 구별된다는 데 있었다. 반면, 완성된 추론[선언 추론]에서 객관적 일반성[유]이 그에 못지않게 형식적 규정들의 총체로서 정립되면서 매개하는 것과 매개되는 것 사이의 차이가 제거되었다.”(주관 논리학, GW12, 125)
이제 매개와 매개되는 것, 전제와 결론의 구별이 사라지고 “매개되는 것은 매개되는 것의 본질적 계기이고” 각 계기는 매개를 통해 필연적으로 출현한다. 여기서 매개는 현존 추론처럼 타자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반성 추론처럼 자기의 결론을 전제하지 않고 각 항의 동일성을 통해 더는 매개가 필요하지 않으니, 이미 추론이라는 매개를 넘어선 직접적인 된다.
이제 종합적으로 추론의 각 형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추론에서 각 항은 개별성, 특수성, 일반성이라는 개념 규정성을 지닌다. 여기서 매개 항은 개념 규정성의 총체이어야 한다. 그래서 매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당위는 추론이 발전하는 가운데 실현된다.
우선 현존 추론에서 매개는 각 추상적 규정을 교대로 지닌다. 반성 추론에서는 매개는 개별성과 일반성의 직접적 결합으로서 양면성을 지닌다. 마지막 필연성 추론에서는 매개는 개념 규정성의 총체이다.
이와 같이 매개가 양극의 규정성을 통일하면서 매개와 매개된 것이 구별되지 않으면서 개념의 분화가 지양되고 마침내 통일이 회복된다. 이 통일성은 다만 내적인 분화에 머물렀던 개념이 아니라 판단을 통해 분화가 이루어진 동시에 추론을 서로 통일된 것이다. 이렇게 분화된 가운데 통일된 것이 세계의 총체 즉 객관성이다.
“추론은 매개이며 개념이 완전하게 정립된 것이다. 추론의 운동은 이 매개를 지양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 어느 것도 그 자체로 자기에 대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오직 타자를 매개로 해서만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그 결과는 매개의 지양을 통해 출현한 직접성이며 그에 못지않게 매개와 동일하게 된 존재이니 그 존재는 개념이되, 자신의 타자 속에서 그리고 그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회복한 개념이다. 따라서 이 존재는 그 자체로 자기에 대해 존재하는 사태 즉 객관성이다.”(주관 논리학, GW12,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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