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5-필연성[관계]의 추론[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5-필연성[관계]의 추론
1)
현존 추론에서 매개 항은 추상적 규정성이었다. 반성 추론에서 매개 항은 개별자이면서 동시에 전체인 것 즉 개별자의 전체이다. 이제 필연성 추론에 이르면, 매개 항은 곧 일반성인데 단순하게 된 것 즉 유이다.
매개 항인 이 유는 두 가지 방식으로 규정된다. 첫 번째는 ‘단순하게 규정된 일반성’ 즉 유적 본질을 통해 규정된 유이다. 유적 본질이 ‘규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현존 추론의 매개 항과 같은 특수성이다.
두 번째는 구별된 개별자[종]의 전체[일반성]로서 유이다. 헤겔은 이를 ‘충족된 단순한 일반성’으로 규정한다. 개별자 전체라는 점에서 이 매개 항은 반성 추론의 매개 항과 같다. 이 일반성은 전체라는 점에서 일반성이며 동시에 개별성의 전체라는 점에서 개별성이다.
매개 항인 유 즉 실체는 우선 일반자의 본질이 단순화된 것이므로 이 점에서는 일반성과 특수성, 개별성을 동시에 지닌다. 현존 추론에서 매개 항은 단일한 규정성이었고 격의 변화에 따라 교체되었다. 반성 추론에서 매개 항은 이중적인 것이었으나, 내적인 전체성이 점차 표면으로 부상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필연성 추론에서 매개 항은 세 가지 개별 규정을 동시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앞의 두 추론과 구별된다.
이 추론이 필연적인 것은 매개 항이 양극단의 규정성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의 주어는 유가 실현된 개별성이며 결론의 술어는 일반성 즉 유적 본질인데, 매개 항으로서 유는 한편으로 유적 본질이며 다른 한편으로 개별자 전체이니, 이 매개 항은 결론의 주어와 술어를 필연적으로 결합한다.
양극단의 내용은 매개 항이 출현하는 다른 형식일 뿐인, 양극단과 매개 항은 내용상 동일하지만, 다만 형식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추론의 각 항이 지닌 형식 규정은 독자적으로는 비본질적인 형식이다. 이 필연성 추론은 그 추론이 필연성을 띠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2)
정언 추론은 형식적으로 현존 추론의 일격이나 반성 추론에서 전체성 추론(연역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추론들에서 대전제를 이루는 명제가 서로 다르다. 현존 추론에서 대전제는 단순한 질적인(현존) 판단이다. 여기서 술어는 추상적 우연성이다. 전체성 추론에서 대전제는 전칭 명제이다. 그 술어는 필연성이다.
정언 추론에서 대전제는 정언 판단이다. 즉 주어는 어떤 유이고 술어는 그 유가 지닌 종차 또는 유적 본질이다. 예를 들자면 ‘사람은 사유하는 동물이다’와 같은 명제이다. 정언 추론의 소전제에서 술어는 대전제의 주어와 같은 유이다. 이 소전제에서 주어는 그 유에 속하는 단순한 개별자이다. 그러므로 이 개별자는 유가 실현된 우연한 개별자이지만, 그 속에 이미 유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정언 추론에서 매개는 곧 유이며 논리적 범주로 말하자면 실체이다. 이 실체는 유가 실현된 개체들의 ‘단순화된’ 집단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그것은 ‘모든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유적 본성(예를 들어 사유)’도 아닌 유 자체 즉 실체이다.
매개 항으로서 유는 결론의 술어로서 유적 본질과 결론의 주어로서 유가 실현된 개별자를 결합하는 것이니, 이 추론은 필연적이다. 세 가지 항이 사실은 동일한 내용이지만, 다만 형식상으로만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으니, 이미 내용적으로 본다면,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니 이미 추론을 넘어선 것이다.
현존 추론에서 각 항은 서로 자립적이므로 여기서 추론을 통한 매개는 외면적이다. 이 추론은 형식적으로 타당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모순에 이를 수 있다. 반성 추론은 자기의 결론을 전제로 삼으므로, 이 추론은 내적으로는 필연적이지만, 아직 각 항의 자립성이 남아 있어 추론으로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런데 정언 추론에 이르면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므로 추론은 이미 자기를 지양한 것이니 추론의 모습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한에서 정언 추론은 더 이상 주관적이지 않다. 그 항들의 동일성에서 객관성이 시작된다. 중심은 양극단과 내용상으로 동일하며, 양극단은 그 중심 안에서 각자의 자립성을 지닌 채 포함되어 있다.”(주관 논리학, GW12, 120)
정언 추론에서 아직 남은 것이 있다면, 이 형식상 차이 때문에 남아 있는 추론의 겉보기 모습조차 사라지는 것인데, 이것은 가언 추론과 선언 추론을 거쳐 제거된다.
3)
정언 추론에서 소전제의 주어는 개별자이며, 이는 실체가 실현된 우연한 존재다. 따라서 다른 개별자 역시 이 개별자에 못지않게 실체에 속할 수 있다. 거꾸로 보면 이 개별자는 실체에 속하지 않는 다른 직접적인 성질을 지니는 것이며 이 개별자가 실체에 속한다는 것은 다만 내적인 필연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정언 추론은 가언 추론으로 이행한다. 가언 추론은 정언 추론의 진리다. 즉 정언 추론에서 여기서 두 가지 개별자의 실체적 연관은 내적인 필연성으로 남으며 각 개별자는 서로 무차별하게 존재하니, 바로 이 내적 필연성으로서 실체적 연관이 곧 가언 추론이다.
가언 추론의 대전제는 가언 판단이다. 즉 ‘A이면 B이다’라는 형식을 취한다. 이런 가언 판단에서 A와 B의 연관은 이 개별자가 실체에 속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연관이며 아직 개별자가 직접적인 것으로 남아 있는 한, 내적인 것으로 남는다. 이런 가언 판단에서는 아직 A가 존재한다거나 B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제 가언 추론에 이르면, 소전제에서 A의 존재가 정립된다. 가언 추론에서 매개는 곧 A이다. 그것은 대전제에서는 하나의 가능성, 가정으로서 출현하며 소전제에서는 하나의 실제성, 현존으로 언급된다.
결론은 계사를 통한 판단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여기서 매개자로서 계사는 보이지 않는다. 계사는 ‘그러므로’라는 연결사가 대신한다. 헤겔은 이런 방식의 연결사를 ‘충족된 매개적 통일성’이라고 부른다.
4)
헤겔은 이런 가언적 관계(판단, 추론)는 조건적 관계로도 해석되며 더 인과 관계나 근거 관계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가언 판단이나 추론에서는 조건적 관계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근거나 원인은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자기를 통해 자기에 대립하는 개념인 토대나 결과와 같은 그 타자로 이행하지만, 조건 관계에서는 아직 조건과 제약된 것은 서로 무차별하고 그 관계는 내적인 필연성이므로, 이는 다른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더 일반화된 관계이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서 헤겔은 가언 판단과 가언 추론의 차이점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해 나간다. 우선 가언 판단에서 A, B는 자립적이고 서로 무차별하며 그 관계는 다만 내적인 필연성일 뿐이다. 이런 가언 판단에서 조건[A]은 다만 가능성이며 그것은 결과[B]에서 실현되면서 실제성을 지니게 된다.
결과가 실현되기 위해서 그 조건은 다만 하나인 것은 아니다. 여러 조건이 동시에 작용해서 하나의 결과가 실현된다. 결과에 기여 하는 조건들은 개별화되고 분산되어 있으며, 결과에 이르러 비로소 통일성을 얻는다.
그런데 가언 추론에 이르면, 소전제를 통해 A의 존재가 언급된다. A라는 존재는 개별자이므로 다른 존재에 무차별한 존재이지만, 하나의 우연적 존재이므로 부정성을 지니면서, 지양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대전제에서 A와 B의 관계는 가언 판단으로 보면 내적 필연성에 불과하며 이런 내적 필연성은 A, B의 자립성에 막히게 된다. 그러나 가언 추론에서 보면 소전제의 부정성을 통해 대전제는 자기를 실현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것이 실체적 연관이라는 개념이 자유롭게 자기를 실현하는 ‘개념의 자유로운 통일성’이 출현할 단서가 된다.
“이제 A가 매개하는 존재가 되는데 왜냐하면, 첫째로 매개자가 직접적 존재이자 무차별한 실제성이지만, 둘째로 동시에 본래 우연적이고 자기를 지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조건들을 새로운 형태를 지닌 실제성[B]으로 즉 그 조건들을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들로 옮기는 것은 조건들이 추상적인 직접성으로서 존재라는 사실이 아니라 이 조건들이 개념 속의 존재, 즉 우선은 생성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조건이 생성이더라도 개념이 더 이상 이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히 자기에 관계하는 부정적 통일성으로서 개별성이다.”(주관 논리학, GW12, 122)
“왜냐하면, 이 중심은 한편으로는 객관적 일반성 즉 동일 내용의 총체성과 다른 한편으로 무차별한 직접성 사이의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 중심은 더 이상 내적 필연성이 아니라 존재하는 필연성이며 객관적 일반성은 단순한 직접성과 즉 존재로서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를 내포한다.”(주관 논리학, GW12, 122)
매개 항인 A의 존재가 이처럼 모순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결론 즉 ‘B가 존재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B는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인 동시에 매개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우연적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필연적이다.
5)
정언 추론에서는 매개는 주어와 술어를 긍정적으로 통일한다. 이를 통해 세 항이 동일한 내용임을 보여준다. 가언 추론에서는 부정적 통일을 통해 이런 동일성을 표현한다. 즉 A가 사라지면서 B가 출현하는 것이다. 이런 사라짐과 출현을 통해 정작 실현되는 것은 A와 B라는 실체적 연관이다.
“제약하는 실제성을 제약된 실제성으로 옮겨놓는 것이 지닌, 형식 전환의 활동성은 본래 통일성이며, 그런 통일을 통해 … 무차별한 현존에 이른 규정성은 이제 해소되고 A와 B의 구별은 공허한 명칭에 불과하게 된다.”(주관 논리학, GW12, 123)
가언 판단은 이미 내적으로 실체적 연관을 보여준다. 이 실체적 연관은 가언 추론을 통해 실현된다. 실체적 연관이 실현되면서 ‘유적 본질’을 지닌 실체는 ‘개념적으로 분화한 종의 집단’으로 실현된다. 이 양자의 관계가 곧 선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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