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 철학 토크콘서트, 두 밤의 기록, “삶을 돌아보는 네 가지 철학적 시선” ① [한철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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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철학 토크콘서트, 두 밤의 기록,

삶을 돌아보는 네 가지 철학적 시선” ①

 

글 : 오상현 (철학박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업1부장)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 서울도서관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함께 기획한 ‘작가힙톡’ 토크콘서트입니다. ‘개인으로서의 나’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까지, 네 명의 철학자가 두 번의 저녁에 걸쳐 삶에 관한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업1부장으로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두 회차 모두 진행과 토크콘서트 사회를 맡았습니다. 아래는 그 첫 번째 밤을 돌아보며 남긴 기록입니다.

 

1주차 진짜 나를 들여다보는 철학적 시선 / 2026710일 금요일 19:00

 

진짜 나를 찾는 여름 밤. 첫 번째 밤의 주제는 ‘진짜 나’였습니다.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선생님이 ‘진짜 나, 욕망, 죽음, 행복’을, 저는 ‘외로움, 불안, 능력주의, 대체불가능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금요일 저녁 일곱 시, 무더운 여름 공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사람들이 서울도서관으로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마흔 명 정원을 훌쩍 넘어서 최종 신청 인원은 예순여덟 명이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 이른바 ‘불금’을 포기하고, 저마다의 약속을 미뤄두고 온 얼굴들을 보면서,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면서 저는 ‘사람’과 ‘인간’이라는 두 글자를 나란히 세웠습니다. ‘사람(人)’ 옆에 ‘사이 간(間)’이 만나야 비로소 ‘인간(人間)’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낯선 이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좌우에 계신 이분들이 바로 여러분을 사람에서 인간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주시는 소중한 조건입니다.” 『논어』의 한 구절도 함께 건넸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그런데 그 세 번째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첫 시간은 사람, 즉 ‘개인으로서의 나’를 살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강연자는 철학커뮤니케이터 박은미 선생님이었습니다. 먼저‘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반면에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내맡기는 삶을 ‘가짜 나’라고 했습니다. 늘 누군가와 비교하고, 인정받아야 안심이 되고, 그러다 문득 공허해지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나’는 비교할 잣대가 없다고 했습니다. 나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에 꼭 한 번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말씀이 참석자들의 마음에 내려앉았습니다. 세네카의 말도 빌려 왔습니다. 인생은 진정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면 거의 끝나 있다고 말입니다. 죽음을 자꾸 회피하려 들기 때문에 우리 삶이 새로워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나섰습니다. 외로움, 불안, 능력주의, 대체불가능성. 네 개의 단어를 들고 무대에 섰습니다. “외로운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외로움을 들키는 것”이라던 어느 카피라이터의 문장에서 시작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정호승의 시구를 지나, 마침내 『논어』의 한 구절에 닿았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넘어서야 비로소 독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얹었습니다. 다음 키워드는 불안이었습니다. 공포는 그 대상이 분명하지만, 불안은 그 대상 없이 오직 가능성만으로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존재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정해진 목적 없이 던져진 우리 인간에게 불안은 숙명과도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혹 불안을 느낀다면, 그것은 병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인 셈이라고 전달했습니다. 위로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짧은 두 강연이 끝나고 토크콘서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 참여자가 조용히 손을 들어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상황과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면서 매일이 불안하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저는 가수 보아의 노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데뷔 초, 유행했던 곡의 제목은 ‘No.1’이었지만, 십 년이 지나 그녀가 부른 노래는 ‘Only One’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등이 아니어도 좋다고, 유일한 존재가 되는 길도 있다고.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은 해본 일보다 해보지 않은 일을 더 오래 후회한다고, 망설여진다면 일단 저질러 보라고 말입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정답을 얻으러 온 밤이 아니었습니다. 두 철학자의 이야기 역시 그들의 시선이기에, 각자의 시선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강의실을 나서는 청중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만은 한결 가벼워지기를 바랍니다.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나와 탁 트인 서울광장에 섰습니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무심하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불금을 포기하고, 철학으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자 와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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