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 철학 토크콘서트, 두 밤의 기록, “삶을 돌아보는 네 가지 철학적 시선” ② [한철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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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철학 토크콘서트, 두 밤의 기록,

삶을 돌아보는 네 가지 철학적 시선” ②

 

글 : 오상현 (철학박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업1부장)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 서울도서관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함께 기획한 ‘작가힙톡’ 토크콘서트입니다. ‘개인으로서의 나’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까지, 네 명의 철학자가 두 번의 저녁에 걸쳐 삶에 관한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업1부장으로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두 회차 모두 진행과 토크콘서트 사회를 맡았습니다. 아래는 그 두 번째 밤을 돌아보며 남긴 기록입니다.

 

2주차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철학의 기술 / 2026724일 금요일 19:00

 

두 번째 밤의 주제는 ‘관계 속의 나’였습니다. 성균관대 현남숙 교수님이 ‘공감, 소통, 인간관계’를, 한국방송통신대 진보성 교수님이 ‘인정, 비교, 신뢰, 공정함’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지난 시간에 ‘개인으로서의 나’를 들여다보았다면, 이번 시간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 즉 나를 둘러싼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진행을 맡아 무대에 섰습니다.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 서로 다른 전공의 두 분이 같은 주제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첫 번째 강연자는 현남숙 교수님이었습니다. 대화는 다이얼로그, 혼자 하는 독백이 아니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르틴 부버의 ‘나-너 대화’와 ‘나-그것 대화’를 빌려, 상대를 인격으로 만나는 대화와 도구로 대하는 대화가 얼마나 다른지 짚었습니다. 힘들 때만 연락해 몇 시간을 쏟아내고는 평온할 때는 소식 없는 지인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을 빌려 온라인 시대의 소통이 편리해진 만큼 헐거워졌다고 짚었고,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인용하며 갈등은 침묵과 시간이 메워준다고 조언했습니다.

관계 이야기에서는 영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속, 사랑이 식을까 두려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로 나아갔습니다. 단단했던 관계들이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시대, 우리는 책임을 지는 ‘릴레이션십’보다 책임 없는 ‘네트워크’에 익숙해졌다고 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빌려, 개성을 지키며 하나 되는 것, 보호와 책임, 존중과 지식이 관계의 조건이라는 말로 마쳤습니다.

두 번째 강연자는 진보성 교수님이었습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서양 철학이 붙잡아 온 질문이지만, 『논어』에는 애초에 그런 존재론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사람(人)’ 옆에 ‘두 이(二)’가 붙은 ‘인(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자체를 중심에 둔다는 것입니다. 복숭아 씨앗 속 씨알처럼 누구에게나 있지만, 관계 속에서만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인정에 대해서는 『논어』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구절과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 개념이 이어졌습니다. 비교에 대해서는 “군자는 두루 사귀되 비교하지 않는다.”는 『논어』 구절과 『장자』의 이야기를 빌려, ‘대동’과 ‘소동’을 구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문장으로 진짜 친구는 화려함이 사라진 뒤에야 보인다고 전하며, 거리를 두고 기다리라는 말로 마쳤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두 강연이 끝나고 토크콘서트가 이어졌습니다. 맨 앞에 나란히 앉은 두 분의 청중이 실은 오늘 처음 소개팅으로 만나 이 자리에 함께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강의실은 웃음과 탄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오랜 친구인데도 나이가 들며 달라진 처지에서 오는 씁쓸함을 묻는 질문,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진보성 교수님은 타인을 자신의 삶의 패턴에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답했고, 현남숙 교수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개념을 빌려, 굽신거림과 오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 순간 적절한 판단을 찾아가는 것이 관계의 기술이라고 답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탁 트인 서울광장에 다시 섰습니다. 저 멀리 남산타워는 여전히 게으름 없이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나를 들여다보고 관계를 살펴보는 일까지, 두 번의 저녁이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의미 있는 사색의 시간이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소개팅 당일에 강연장까지 와 주셨던 두 분, 첫 만남에 나누었던 수많은 철학적 질문들을 함께 했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예쁜 사랑 이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습니다. 강연을 수락해주신 박은미, 현남숙, 진보성 선생님과 강연 협의부터 실무까지 함께 애써주신 서울도서관 관계자분들, 영상 촬영을 맡아주신 최기봉 피디님까지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 유익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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