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 변절자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9
변절자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수십만의 우주 속에서
수백만의 변화의 물길을 가르고
수천억만의 물은 변화를 일으킨다.
시끄러운 감정의 폭풍은
뭉게뭉게 하얗게 피어나는
유혹의 무지개를 일으킨다.
색은 형용할 수 없지만
형용할 수 있는 물질로 채워져
심장을 가르는 통증으로
우리의 뜨거웠던 가슴은
차갑게 표정을 바꾼다.
흘러가는 구름은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고
기억나지 않을 시간을 준다.
시간은 한없이 춤을 추고
우리의 색깔은 붉은 낙타위에
고개를 목 놓아 울고 있다.
붉은 태양에 흩날리는 모래는
붉은 피를 흡수하고
찬란하게 빛날 푸른 공기에 흩뿌린다.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디로 짙어 가는가.
어디로 무색해지는가.
2017. 9. 28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살아가는 동안 1분 1초를 쪼개어 사는 이 시간의 공간 속에 수많은, 수억의 물질의 형태는 변화를 일으키고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도 수없는 변화와 수많은 감정을 일으키고 변화합니다. 그래서 순간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쉽게도 변화하는 형태의 오묘한 모습이 마음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물은 수많은 형태로 변화하고 수많은 형질로 표현되고 수없는 색으로 짙어지고 또 흘러가고 또 색이 없는 형태로 돌아갑니다. 그런 무형과도 같은 유형의 물질은 마음을 닮아 있어 알 수 없는 수백만의 공전과 자전을 하는 우주의 행성만큼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항상 변하는 변절자이기도 합니다. 변화는 것은 그대로가 아니어도, 변화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이 무엇인지 여전히 물음표로 사색하지만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만큼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인간이 자생하는 자연의 물질로 생명을 얻는 것 자체의 행위는 삶을 얻고 우주를 얻고 신비로운 이 세상의 발자취를 남기는 온전하지 않지만 온전한 행위에 한 걸음 다가가는 변절자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변하는 변화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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