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2

헬조선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낡고 늙고 바래 익숙해진 공기는
새롭고 신선하게 덧칠을 하고 있다.
낡고 빛바랜 지붕 위에 줄지어 서있는 공기는
시간의 바퀴를 굴려 빛을 내고 있다.
긴 시간이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때 묻은 먼지를 털고 싶어한다.
가면을 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날 것 그대로의 초라한 얼굴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날 것 그대로의 얼굴도, 가면을 쓴 얼굴도
지옥같은 시간의 바퀴에 묻은 먼지가 쌓이면 언젠가는 멈춘다.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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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요즘같은 세상에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보는 한 사람에 대한 공기는
참으로 혼란스럽고 무겁습니다. 1%, 5%의 소수가 독점하는 세상의 형태는
대다수의 삶을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은 채워지는 충족 조건이 되지 못하지만
필요에 의한 필요를 채워가는 독점적 삶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정해진 시간은 뜻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소수의 지배적인 이념대로 흘러가고 소수가 만들어 놓은 형태로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며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의식이 없는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수의 삶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망이 없는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가시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조건들이 무너지면
더더욱 삶은 절망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현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소수가 다수의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가게 만들어 헬조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헬조선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은 공정하고 공평하지 못하고 차이를 만들고
차이에 의한 차별을 만들고 모든 삶 안에 차별적 사고, 차별적 인식, 불평등을 만들어
불만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가 배려하는 평화의 세상을 향해,
모두가 좋은 가치를 향해 나아간다면 분명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 사람이 국민의 대다수를 기만하는 때 묻은 바퀴를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랍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1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늑대와 소녀

 

진실을 찾아 헤매는 것은 나의 도륙하는 눈이다.
두 눈은 잔인한 늪에 빠진 존재의 거짓을 삼키고
안팎으로 빛깔 좋은 까마귀를 닮아 간다.

대지 위에 서 있는 소녀는
대지 아래 늑대가 있는 것을 모를 뿐이다.
나는 모르는 척 허황된 들판에 유행하는
우주선을 따라 좇아간다.
그 곳에는 황량한 사막도, 근심도 없고
먹잇감을 찾는 늑대와 소녀도 없다.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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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세상의 삶의 많은 부분이 보이는 것이 진실이 되고
보이는 것에 진실이 가려지기도 합니다.
늑대는 소녀를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만들어 가기 위한
영생을 준비하고 있고 소녀는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이 늑대의 존재임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진실을 볼 수 없거나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필요한 만큼만 배를 채웁니다.
동물적 본성과 습성을 가진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넘치는 배들이 즐비합니다.
각각의 배에 신들린 사이비 욕망은 채워도 모자라고 부족합니다.
끊임없이 욕망하고 갈구하고
타인을 통해 먹잇감을 찾는 자신을 규정하고
칼의 제도적 습관에로, 악의적 규율의 법칙에로
길들여진 행위는 정신보다 동물적인 감각만을 우위에 두고
끝없이 몰두하는 욕심에로,광란의 타락에로 몰락해 갑니다.
온 우주는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으며
온 우주를 자기 것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칼날을 만들고
자신의 것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을 만들고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은 자연의 섭리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실낱같이 아주 여린 많은 생을 짓밟아
배고픈 동물은 힘이 강한 동물에게
그저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배가 불러도 더 배를 불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인간 동물은
자신의 배를 두둑히 채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광활한 우주의 무한한 표류를 버리고
자신만의 배에 정박하여 낮고도 험한 정신을
멈추지 않으며 미친개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 자연의 하늘 아래 돌아갈 대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습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0

빈집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비우고 비운 곳에 있고
있지 않은 곳에 비어 있다.
있는 것은 비어 있고
채워진 것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곳에 채운다.
채울 수 있어 비울 수 있다.
비울 수 있어 채울 수 있다.

비우고 비운 그 곳에 그것이 있고
있지 않은 그 곳에 그것은 비어 있다.
있는 곳에 그것은 비어 있다.
채워진 곳에 그것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곳에 그것은 채운다.
채울 수 있어 비울 수 있다.
채울 수 있어 비운다.

201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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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살아가면서 나의 공간, 나의 정신에 많은 것을 채우고 살아갑니다.
비우는 것보다 채우는 것이 보다 더 익숙해지는 삶인 것 같습니다.
여백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비어있지만 비어있음 그 자체가 채워져 있는 것,
그것은 삶의 여유가 되고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많지만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에 무언가를 채우면 많은 것에 얽매이게 되고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육체적 풍요로 이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비어있는 허무함을 때로는 견디기 어려워하고 허무 자체를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여기며 살아가기도 하고 비어있기보다 채워지기를 바라고 채우기를 갈망하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 있음, 때로는 허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삶의 여유와 풍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9

자유의 갈망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소리없이 떨어지는 나태는 속박에 이른다.
저 문틈 사이로 들리는 갈망하는 자유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죽은 것에 대한 열망은
한 낮에 흐드러져 반짝이는 섬광같다.
점점점 떠오르는 흰 점과 가는 선들은
회오리를 일으켜 빛으로 퍼져 나간다.
그 곳에는 반쯤 가려져 보이지 않는
마침표가 서성인다.
숨을 거두기 위한 추적은 계속된다.
빛으로 일어나라. 소년이여!
열망 가운데 갈망하는 자유의 날개가 있다.

20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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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8-30 자유의 갈망 copy


작업노트

어떤 생은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엉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저항하지 않고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심하지 않고 살았던  긴 시간이 흘러

정신과 육체는 반복되는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잠수함에 갇힌 육체가 정신을 붙잡아 가둡니다.

어떤 한 사람이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몸의 현상은 정신을 구속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몸은

정신을 구속합니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눈앞에는 반짝이는 섬광이 아른거리고

전선처럼 정신은 엉켜있어 세계는 어지럽습니다.

반쯤 가려진 시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삶의 한가운데 버려진 것처럼 불안합니다.

한 생의 삶이 자유의 날개를 달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8

고래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작은 물고기의 소리는
고래의 한 숨에 흩어지고

물고기의 뜨겁던 여름이
내 가슴에 떨어져
파랗게 익어간다.

작은 깃털의 숨소리에
고래는 떨고 있어

나는 계속 바람의 노래를 불러야겠다.

201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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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7-31 고래 (1)


작가노트

비어있는 공간의 작은 깃털은 작은 물고기도 되고 사람의 코가 되기도 하고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포획하는 고래가 되기도 하고 사람의 입이 되기도 합니다.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의 관계는 우리 삶의 한 형태로 보여집니다.
수 없이 쏟아내는 세상의 언어는 이 둘의 관계처럼 먹고 먹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입과도 같습니다.
입은 따뜻한 사랑을 만드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차갑게 박히는 유리조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 둘의 관계는 지금의 사회의 국민인 사람들과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인의 관계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화합이 아닌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듯해 이 세상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여름과도 같습니다.
내 가슴에 작은 소리의 열매는 익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바람의 노래를 부르면 언젠가는 빨갛게 익어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 합해져 조화를 이루는 얼굴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7

 길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한없이 낯선, 한없이 내려가는 그 길을 가면
체를 걸러 면을 만들라고 하고
한없이 위를 보라한다.
위를 보면 길을 걸을 수도 없다.
아래를 보고 한발한발 걸을 때
구멍송송 걸른 체 사이로 버려질 것은 버려지고
사이로 들어오는 바램은 얼굴에 맞닿아 바람을 일으킨다.
그 곳에는 굳이 채워야 할 것도
내세워야 할 것도 필요하지 않다.
바람 한점 없는 굽은 땅에
저절로 바람은 분다.
바람은 항상,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내가 머무는 곳에, 내가 가는 곳에.

201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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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6-29 길 copy


작업노트

아직 푸른 잎이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앙상한 나무를 마주할 때
나무의 선을 따라 그려지는 가지의 선은 사람들의 발길 닿는대로
만든 길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지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여 무수한 길을 만들어내듯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가 있는 인위가 만들어낸 복잡한 공간 현상에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 자연이 숨쉬는 산을 오르고 내려가며
아무것도 없었을 그 곳에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갔을 새 길이 다져져 있음을 봅니다.
자연의 한숨 한숨과 이웃하며 사람들의 공간을 내려다보면
삶을 너무 틀에 가둬 살았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 한 곳의 무거움이
어느 한 순간 가벼움으로 바뀝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으로 시원해지는 순간입니다.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발이 가는 길을 바라보기도 하며
노래하는 새들을 바라보기도 하며, 척박한 공기에 어느 순간 바람이 불어오면
어지럽게 춤을 추는 나무를 보기도 하며, 세상의 소리도 듣기도 하며
바람의 노래를 듣기도 하며 자신이 만들어가는 길에서 가는 방향에 따라
새롭고 다른 형태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밟아가는 그 모두의 여정은
아름다운 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6

거짓과 환상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매일매일 착각은
거짓된 진실이라는 거울과 마주하고

내 안에 담는 그릇은
휘어진 굴곡과 같이 왜곡된 진실을 담아
거짓된 상상은 하늘을 날아오르고

허영의 물체를 붙잡는 작은 문으로
광할한 허공에 흰 구름의 환상이
별빛처럼 쏟아진다.

작은 문틈 문틈 사이로
커다란 환상, 자그마한 환상이
발맞추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201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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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5-25 거짓과 환상 copy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5

우주선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아무 의미없는 것이 의미가 있을 때가 있고
의미있는 것이 의미 없을 때가 있고
비어 있는 것을 채워야 할 때가 있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할 때가 있고
알고 있어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고
보여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때가 있고
믿고 싶은대로 볼 때가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가 있고
보고 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볼 때가 있다.
열려 있으면서 닫혀 있기도 하고
닫혀 있으면서 열리기도 하는
무한대로 영원할 것처럼 영원하지 않다.

201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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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4-25 우주선 copy

 

작가 노트

눈은 어쩌면 오감 중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기관일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현상에 대해 문을 금방 닫기도 하고 열기도 합니다.
우리의 눈은 낯설음에 대해 이해의 속도가 더뎌질 때 조금 더 빠르게 정보를 인식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체계를 어떤 틀에 끼워 맞춰 그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을 볼 때
자동기술법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기록하듯이 무의식적 지각을 통해 감각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느끼는 감각은 수많은 사건과 경험의 반복적인 습관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는 속도와 양적 수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것, 사진을 글로 표현하는 것, 시를 말로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 입니다.
시각화한 사물을 읽는다는 것은 낯설고 어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시각적으로 익숙한 것은
낯설음에서 익숙함의 반복된 학습의 과정을 통해 정보 인식의 확장이 가능해져 곧 익숙함에 이른 것이라고 봅니다.

관객은 때로는 경험하지 못한 시각적 단편들과 때로는 익숙한 단편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며
타인의 낯선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임으로써 관객은 자신의 우주안에 정보의 회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재해석하는 단계의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상상력과 다양한 세계로 확장하는 힘을 만들어 곧 낯선 경험을 익숙함의 과정으로 만들 것입니다.

제가 표현하는 작업은 때로는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경험하지 못한 시각적 현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삶에서 순간적인 찰나와 영속적인 부분의 차이이며
사람이 감지하는 모든 사물의 시간의 순간성과 영속성에 대한 시간차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항상 지나가던 곳이거나 관심있게 보아야 보이는 것들, 자세히 관찰해야 보이는 것들,
그러한 공간, 물질, 현상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는 차근차근 한 과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것이 무엇일까? 도대체 모르겠는데? 하는 생각과 같이 시각적인 작업에 대해
관객은 그 자체를 모호한 상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눈에 읽히는대로 읽을 수도 있고
다양한 다른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그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해석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4

눈 내리는 마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상상의 동물을 만나는 그 곳에는
불꽃놀이 환영이 일어나고
벼슬이 있는 발이 큰 닭은 분주하게 흔들흔들  기뻐하고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강아지는 훨훨 날고 있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고양이는 파릇파릇 걷고 있고
상상의 콧 노래를 부르는 멋진 코끼리는 날개짓을 하고 있고
신나게 물 뿌리는 망아지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뽀득뽀드득하게 앉아
구두에 반짝반짝 유리알 빛을 내고 있다.

푸른 빛이 있는 나무가지 사이로
복슬복슬 흰 눈이 내리고 있는 마을에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가 열띤 침묵의 춤을 춘다.

201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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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13

바람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지속적이지도 않고

영속적이지도 않은

잠깐의 시간을

영원하듯 바라보는 곳에

빛나는 겨울의 끝에

서있는 바람은

하얀 눈꽃에 꽃씨를 실어

하얗게 몽글몽글 터트린다.

그 시간에 잠깐을 붙잡거나

또는 긴 시간에 오래를 붙들거나

영원한 것은 없다.

있다가 오고 없다가 오는

잠깐의 바람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하얗게 피어 검게 그을려가는

하얀 목련에

바람 주머니를 넣어

영원한 사랑을

크게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201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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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와철학2016-2-25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