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론』, 월간 〈작은책〉/ 나태영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21세기 『자본론』

–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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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태영(교육강좌 수료, 한철연 회원)

 

참 언론은 약한 사람 눈, 귀, 입이 되어야 한다. 이 땅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99프로가 아니라 1프로를 위하는 언론기관들이 많다. 언론이라고 말하기조차 구차스러운 수구 언론들이 판을 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힘이 약해져야 이 땅 서민들이 속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김진숙이 노동자를 해직시킨 한진중공업에 맞서서 높은 크레인에 올라갔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올라갔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김진숙을 구하기 위하여 희망버스를 타고서 김진숙을 만나러 갔다. 제 정신이 박힌 진보언론에서는 김진숙과 희망버스를 크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한미매국협정(한미FTA)이 시작되었다. 10년, 20년, 30년 후에 한미매국협정으로 비롯된 피해는 끔찍스러울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한미매국협정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중동은 한미매국협정에 찬성한다. 조중동은 한미매국협정에 찬성하는 여론을 만든다. 왜? 한미매국협정은 한국의 1프로와 미국 1프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1프로로부터 많은 광고를 받으려는 꼼수 때문이다. 저들에게 광고주가 되지 못하는 99프로는 항상 눈 밖에 나있다. 조중동도 99프로를 위한 기사를 쓴다고 반론을 펴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저들의 그런 행동은 자신들이 내는 신문이 괜찮은 신문이라고 물타기 하려는 수작일 뿐이다. 이 땅 99프로에게 고통을 주는 한미매국협정에 찬성하는 여론 만들면서 99프로를 위하는 기사 쓰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뿐이다. 전경련 회장 허창수가 “경제민주화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허창수가 무식하고 염치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조중동이 뒷 배경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갑갑한 것은 저들의 수작에 넘어가는 99프로가 많다는 사실이다. 1프로의 종노릇하는 조중동은 과연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민주시민이 촛불집회 열 때마다 ‘조중동 OUT’ 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겠는가.

조중동의 그림자가 짙을수록 진보월간지 〈작은책〉이 내는 빛은 더 더욱 환하다. 우리는〈작은책〉에서 이 땅 99프로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프로로부터 퇴직당해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프로에 맞서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한미매국협정이 폐기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가부장제에 눌려서 힘들게 살면서도 가부장제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이 땅에서 겪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지구를 지켜주는 생태교육도 받을 수 있다. 어린이학교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8천년 민족사 최고 문장가 박지원선생이 칭찬하는 보통 사람들이 〈작은책〉작은책에많이 나온다.

〈작은책〉을 읽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몸싸움하는 것을 피상적으로 비판하지 않게 된다. 저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 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저들 가운데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 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파업하는 철도 노동자들을 비판하지 않게 된다. 파업하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마음을 함께해 줄 생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 민주시민들처럼 말이다.
월간나는 개인적으로 〈작은책〉에 아쉬움이 있었다. 〈작은책〉에서 농촌 이야기를 다룰 때 그랬다. 〈작은책〉이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9월호를 보면서 나는 내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다.
“독자님들, 저는 지금 전북 변산에 내려와 있습니다. 내년에는 〈작은책〉사무실을 일부 변산으로 옮길 예정이지요. 〈작은책〉이 노동자들의 현장뿐만 아니라 농민과 농촌의 실태를 가까이에서 보고 알리면서 독자님들과 함께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작은책〉2012년 9월호 10쪽)

한미매국협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 땅 농민이다. 농민이 피해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는 너무도 많다.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와 무역 협정 맺을 때 농민을 확실히 보호하는 쪽으로 협정을 맺는 것을 보면 우리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부디 〈작은책〉이 이 땅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려주기를 바란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한미매국협정을 폐기하는 데에 〈작은책〉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도한다. 〈작은책〉이라면 그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작은책〉에 나왔던 분이 6개월, 1년 뒤에 한겨레신문이나 프레시안에서 다뤄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작은책〉정기 구독자이기에 느끼는 기쁨이다. 공유정옥씨가 하나의 보기가 될 것이다.(삼성반도체에서 일하시다가 백혈병을 얻어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반올림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공유정옥씨이다). 〈작은책〉이 진보적인 언론 가운데서도 맨 앞에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보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은책〉17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백두산과 만난다. 이오덕이라는 백두산 말이다. 민주주의 고갱이는 투표이다. 하지만 투표를 했다고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먹물들은 말한다. 민주주의 핵심은 대의제라고 말이다. 거짓말이다. 민중이, 백성이, 일꾼이, 노동자가, 가난한 사람이,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진짜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야 백두산 이오덕 선생 뜻을 알 것 같다. 이제야, 이제야 말이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어린이(초등)학교 학생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고 말씀하신 뜻을 이제야 깨닫는다.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듯이 말이다. 맞다. 참말로 민주주의는 일하는 사람이 권력을 쥐는 것이다. 나는 안다. 이오덕 선생이 이 말을 하려고 하셨다는 것을 말이다. 먹물들은 믿을 것이 못된다.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책〉은 일하는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 준다. 그래서 나는 〈작은책〉이 좋다. 이오덕 선생은 좋으시겠다. 작은책이 울끈 불끈 힘차게 나아가니 말이다. 〈작은책〉이 벌써 17주년(2012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칼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이 다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다. 『자본론』 대가 김수행 교수와 강신준 교수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자본론』은 노동자의 성서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본론』 이라는 책은 너무 어렵다. 실력 있는 사람과 어울려 여럿이서 읽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것도 1년에서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공을 들여야 읽어낼 수 있는 어려운 책이다. 보통 사람이 혼자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다.

『자본론』을 읽고 싶지만 어려워서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진보월간지〈작은책〉을 권한다. 한 달 보는데 3천원이다. 2010년에 작은책 강연 뒷풀이 때 한 분이 작은책 한 달 보는 값을 올리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당시 작은책 일꾼 최규화 씨가 말했다. “한 달에 3천원 해도 부담 되서 못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은책〉 정신이다. “한 달에 3천원 해도 부담 되서 못 보시는 분들이 많은” 이런 상황이 바로 21세기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작은책〉 꼭 정기구독 해주십사 부탁드린다. 〈작은책〉을 정기구독하는 순간 여러분은 지성인이 된다. 한 달에 3천원도 부담 되서 〈작은책〉 보지 못하는 분을 위해서 〈작은책〉 후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삼성일반인노조, 구속노동자후원회 같은 단체나 해고노동자 등이 여러분의 후원으로 〈작은책〉을 받아보실 수 있다.

 

 

만들어진 신화 사무라이정신, 장성훈의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나태영 [보고 듣고 생각하기]

[보고 듣고 생각하기]

만들어진 신화 사무라이정신

장성훈의『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글: 나태영(교육강좌 수료, 한철연 회원)

 

‘현재를 다스리는 사람이 과거를 다스리고, 과거를 다스리는 사람이 미래를 다스린다.’
고대 이집트 사상이 고대 그리스 사상보다 더 뛰어나다.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이 이집트에 공부하러 갔다고 자주 자랑한 것을 보면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정호 교수 한테서 들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일반인은 드물다. 한국고대사가 중국고대사보다 더 뛰어나다. 이형구 교수, 우실하 교수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땅 다수 역사학자들이 게으르고 무능해서 그런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들은 화이사관, 식민사관에 물들어서 그렇다. 그들은 이완용 양아들인 이병도의 자식들이다. 식민사학자 이병도는 죽기 전에 참회하고 단군신화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그 애비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착잡한 일이다. 그들은 신채호 선생만한 역사관도 지니지 못했다. ‘현재를 다스리는 사람이 과거를 다스리고, 과거를 다스리는 사람이 미래를 다스린다.’ 중국이 동북공정, 하상주단대공정(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시기를 밝히는 공정)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 어용 역사학자들은 단군왕검, 광개토태왕, 을지문덕장군도 중국인 조상으로 둔갑시키려고 한다. ‘가늠할 수 없는 꿈의 크기’ 대조영도 저들은 중국인 조상으로 둔갑시키려고 한다. 징기스칸을 중국인 조상으로 생각하는 중국인들 많다. 무섭고도, 무서운 현실이다. 두 눈 부릅뜨고 우리는 우리 고대사 공부해야 한다.

일본인은 거짓을 참인 것처럼 만드는데 도통한 인간들이다. 없었던 왕을 있었다고 끊임없이 우긴다. 일본 고고학자는 일본에 구석기 시대가 있었다는 역사를 만들려고 가짜 구석기 유물을 땅 속에 묻었다. 거짓이 항상 참을 이길 수는 없다. 언론을 통해서 그 학자 거짓이 드러났다. 보통사람 장성훈이 쓴『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라는 이 책이 일본인들이 거짓말한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이런 책을 역사학자가 쓰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청나라 정사인『흠정만주원류고欽定滿洲源流考』라는 책도 이 땅 역사학자들은 번역하지 않았다. 우리 고대사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도 그랬다. 저들은 뼛속까지 화이사관, 식민사관에 물든 인간들이다. 최초로 번역한 사람은 공무원 장진근이다. 세상에 나온 지 232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이 땅 역사는 힘 있는 사람들보다 뜻을 지닌 보통사람들이 가꾼 역사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통령들은 작것질을 했다. 독도에 대해서 말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이 그리했다. 보통사람들이 독도를 지켰다. 장성훈도 중요한 일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장성훈 지음, 북마크 펴냄, 2011년

사무라이정신은 근대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청일전쟁1894∼1895에서 이긴 일본은 자신감을 되찾으며, 서양 열강과 맺은 굴욕적인 통상조약을 개정하는 데 성공한다. 그동안 서양 열강에 갖고 있던 열등감으로부터 자신감도 회복한다. 그러면서 서양의 사상보다는 일본의 ‘고유한 가치관’을 갖자는 기류가 사회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BUSHIDO-The Soul of Japan』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영어로 발간된 것도 이때1898년였다.’

‘그 이전의 어떤 문헌에도 ‘무사도’라는 단어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무사도라는 말 자체를 이 책의 저자가 창안하여 만든 글이라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55쪽)

‘그가 유럽의 교수로부터 “일본은 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가르치며 일본의 도덕적 가치관은 무엇인가?”하는 당혹스런 질문을 받는다.

궁색한 답변에 자존심이 상한 저자는 며칠을 생각한 끝에 그것은 ‘무사도’라는 것을 겨우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학교에서 특별히 도덕적 규범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자신의 관념 속에 내재되어있던 도덕적 관념은 그가 어려서 듣던 무사들의 무용담 얘기 속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56쪽)
영화 7인의 사무라이(1954)

그가 유럽의 교수로부터 “일본은 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가르치며 일본의 도덕적 가치관은 무엇인가?”하는 당혹스런 질문을 받는다.
궁색한 답변에 자존심이 상한 저자는 며칠을 생각한 끝에 그것은 ‘무사도’라는 것을 겨우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학교에서 특별히 도덕적 규범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자신의 관념 속에 내재되어있던 도덕적 관념은 그가 어려서 듣던 무사들의 무용담 얘기 속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56쪽)

‘꼬리가 길면 밟힌다.’ 거짓은 언제든 드러난다. 일본학자가 없던 사무라이정신을 근대에 억지로 만들었으니 그 한계가 일본 역사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은 숭고한 애국심으로 국가를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았다. 얼빠진 정치인들과 얼빠진 일본 역사학자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다. 그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같은 신세였을 뿐이다. 이 책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에서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요 회장이 말했다. 가미가제 특공대가 실제로 미 함정에 돌진한 숫자가 6프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그 한계를 알 수 있다.

피로 물든 시대, 전국시대는 일본에도 있었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일본역사에 있어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한 나라가 무려 50 ∼70여 개의 작은 독립된 세력으로 나뉘어져, 130여 년간 서로가 서로를 침략하고 침략당하는, 전쟁이 그칠 날이 없는 시기였다.’(39쪽)

‘전쟁이 있을 때는 전쟁에 피해를 보고, 전쟁이 없을 때는 전쟁 준비로 또 다른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겨울이면 바람막이조차 되지 못하는 움막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 웅크리고 자고, 춘궁기면 굶어 죽지 않으려고 주린 배를 움켜잡고 살아야 했다.

자료에 의하면 당시의 지배계급이었던 사무라이들조차도, 상위 30%만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머지 70%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40쪽)

?현대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처럼 속마음을 화통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를 알만한 내용이 이 책에 나온다. 경제대국 일본인들 참 불쌍하다.

‘모반과 하극상이 어찌나 심했던지, 영주 및 사무라이들은 동료나 부하는 물론 부모도, 형제도, 심지어 자식도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되었다. 식사를 할 때나, 잠을 잘 때나, 항상 칼을 소지하고 다니게 되었다.’

‘오늘은 살아 있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고, 아침에 일어나 숨을 쉬어야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그런 시기였다.’(21쪽)

도조 히데키는 절대로 김홍집이 될 수 없다.
도조 히데키는 나쁜 짓은 크게 하고 책임지는 일을 해야 할 때는 쥐새끼처럼 쥐구멍으로 숨었다. 참으로 구차하게 살다간 인간이다. 도조 히데키를 보면서 그릇이 작은 인간은 큰 일 맡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똑같이 맞춤하는 사실이다.

‘이름 앞에 애국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친일파가 한 사람 있다.’ ‘일본의 선진 문물을 보고서 그는 불과 한 달 만에 친일로 기울어 있었다.’ (정운현의『친일파는 살아있다』, 169쪽)

‘하루아침에 친러파 세상이 되어버리자 친일파 역적으로 지목된 그는 신변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사인교를 타고 고종이 머물고 있던 정동 러시아 공사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일본군이 그의 사인교를 가로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대감! 지금 군중들이 대감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얼른 이곳을 피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김홍집은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일국의 총리로서 동족의 손에 죽는 것은 천명이오. 구차하게 남의 나라 군인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싶은 생각은 없소!”

그가 탄 사인교는 군중들의 몽둥이가 기다리는 광화문 쪽으로 향했고, 그는 결국 길바닥에서 맞아죽었다. 그의 시체는 새끼줄에 묶여 개 끌리듯 종로로 끌려가서 발길질과 팔매질에 온갖 수모를 겪었다.’(정운현의 『친일파는 살아있다』, 171쪽)

 

‘육군 대신으로 그 당시 내각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도조 히데키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삼국동맹을 주도하고, 영국, 미국 등이 지배하고 있던 동남아시아를 침범케 함으로써, 기존의 전쟁을 영국과 미국을 상대로 확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72쪽)

‘한마디로 도조 히데키는 겁쟁이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비굴할 정도로???.

사무라이답게 할복할 용기가 없어서, 그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서 총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결국엔 총을 머리에 제대로 쏠 용기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겁쟁이 도조 히데키는 자신이 내린 ‘전진훈前進訓’과는 반대로 명예롭게 죽지도 못하고 수치스럽게 포로로 잡혀 재판장에 섰으며, 자신이 부하들에게 권유한 ‘와전옥쇄瓦全玉碎’도 지키지 못한 채 부끄럽게 교수형에 처해진 것이다.’(76, 77쪽)

 

불교는 살생을 금하는 종교이다. 원광법사가 세속오계를 통해서 말했다.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하라.” 하지만 원광법사의 말씀을 거스르는 말을 일본 승려는 너무 쉽게 했다.

‘당시 일본인들의 신망을 받던 ‘야스타니 하쿠운Yasutani Hakuun은 “당연히 우리는 죽여야 하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자국민들에게 어용설법을 하였다.’(51쪽)

야스타니 하쿠운이 과연 일본인들의 신망을 받을만한 승려였는지 의문이 생긴다. 옳곧게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몇몇 기독교 목사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한다. 동족인 북한을 도와줘야함에도 불구하고 북한과는 상대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남북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할 종교인들이 남북긴장을 더 악화시키는 일을 해대고 있다. 남북이 독일과 다르게 천천히 30년에 걸쳐서 통일을 이루면 대한민국은 백범 김구선생이 꿈꾸시던 멋진 문화대국이 될 것이다.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골드만 삭스가 한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왜 독도가 엄연히 한국 땅인데도 저들은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지, 왜 일본이 위안부 여성을 동원하고서도 계속 궤변을 일삼는지, 왜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지, 왜 많은 일본인들이 세뇌되어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왜 일본 총리가 염치없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 일본이 전후 독일처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열도부여)은 이 땅 삼국시대 때 백제(반도부여)와 범부여 국가를 이룬 나라였다. 백촌강 전투 때 일본(열도부여)이 수백 척 배를 백제로 보낸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운회교수가 쓴 『대쥬신을 찾아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 일본이 이 땅에 큰 죄를 지었다. 그 첫째는 임진조일전(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 둘째는 1910년에 조선을 강제병합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죄는 이 땅에 식민사관을 심은 것이다. 이 땅 정기를 없애려고 삼천리 금수강산에 말뚝을 박은 것이다. 조선시대 왕궁을 더럽힌 것이다.

김택민 교수는 이 땅 역사가 ‘한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 역사가 ‘한의 역사’임을 정확히 밝혔다. 장성훈이 좀 더 공을 들여서 김택민 교수처럼 훌륭한 역사책을 써주길 부탁한다. 『일본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책을 써주길 부탁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지금도 이 땅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는 식민사관을 없애주는데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우리 역사가 ‘한의 역사’가 아니라, 일본 역사가 ‘한의 역사’였음을 확실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난세는 길고 치세는 짧다

최초의 1천 년, 난세 870년 치세 130년

중간의 8백 년, 난세 670년 치세 130년

마지막 1천 년, 난세 700년 치세 300년’

(김택민의『중국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12쪽, 개정판 책 제목이 『3000년 중국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로 바뀜)

 

 

신사만 품격 있는 드라마[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신사만 품격 있는 드라마[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한유미(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많은 자취생들이 그러하듯 나도 TV없이 PC로 방송을 다운받아 본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신중한 선택과정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편이다. 나름 사전 정보를 얻어 볼만한 것들을 추려낸 후 다운받는 것이다. 더군다나 근래엔 PC의 건강(?)을 위해 유료다운로드를 선호하고 있기에 이러한 선택과정이 보다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와중에 재밌다는 평이 압도적인 드라마.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호흡을 맞춰온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신작인 ‘신사의 품격’은 소위 중박 이상은 기대할 수 있는 안전빵으로 보였다. 물론 김은숙 작가 드라마라 기대 반 염려 반이긴 했다.

김은숙 작가는 그동안 캔디의 변형인 평범녀가 테리우스의 변형인 차도남의 뻔뻔하기까지 한 솔직한 대시에 의해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려왔다. 다만 캔디와 테리우스가 30, 40대라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아마 김은숙 작가 자신의 나이대를 반영했기 때문이리라. 하여튼 김은숙 작가가 그리는 평범녀는 예쁜데다 개념인에 자기 일에 적극적인 실력파지만 대부분 가난하다. 그리고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재벌남은 잘생긴데다 학벌도 좋다. 청산유수의 말솜씨와 풍부한 독서량, 그리고 훌륭한 작업멘트까지 겸비했기에 만나는 여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여주인공인 평범녀의 ‘평범함’에 반하고 만다. 그런데 이 재벌남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그 풍부한 재력으로도 절대 고치지 못한 희귀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내면의 상처 때문에 생긴 병이다. 이 상처를 평범녀가 사랑의 힘을 통해 감싸주고 따라서 병도 낫게 된다. 10년쯤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했다. 아니 더 솔직히 인정하자면 ‘시크릿 가든’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선 확실히 먹어주는(?) 이야기였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사진출처: SBS‘신사의 품격’은 그간 그려온 김은숙의 미중년 테리우스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드라마다. 무려 4명의 개성강한 미중년들이 등장해서 매력발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왜 ‘시크릿 가든’처럼 뜨지를 못하는 것일까? 우선, 이번엔 작가가 그간 지적받아온 자신의 약점을 가리려고 꽤 노력했다. 매번 등장했던 재벌남 대신 그저 부유한 남자들이 나오고, 대신 재벌에 준하는 재력을 가진 여성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주 가난하던 여주인공이 아니라 정규직 공무원 여주인공이 나온다. 살고 있는 집도 세 들어 살고 있긴 하지만 멋지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는 그 수가 너무 얕아서 문제다. 상황이 다른데도 곧 재벌남과 평범녀의 그 불균등한 연애관계를 연상시키는 관계에 돌입한다. 즉, 여주인공의 굴욕적 상황이 이어지다 연애가 시작되면서 그 관계가 역전된다. 그런데 여주인공에게 굴욕적이던 상황을 남주인공이 재연하면 그것은 애교가 되고, 멋진 장면이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김은숙 드라마였다. ‘신사의 품격’도 이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런데도 ‘시크릿 가든’처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맛’, 즉 ‘중독성’이 ‘신사의 품격’에는 없다. 작가 특유의 톡톡 쏘는 대사도 몇 년째 계속 듣다보니 이젠 김빠진 콜라처럼 밍밍해졌고, 별 지향 없고, 내용 없는, 그저 그런 연애담도 지겹다. 무려 장동건, 김하늘이 주인공인 로코(로맨틱 코미디물)인데, 전혀 설레지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문제점을 짚자면, 제목에 나타났듯 이 드라마에선 신사들만 품격을 갖출 수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일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멋지게 연애도 하지만 우정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런데 여자들은 우정은커녕 서로 시기하고, 경계하고, 질투하느라 바쁘시다. 품격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우리 이 불쌍한 여자들에 대해 좀 살펴보도록 하자.

쿨한 언니도 남편에겐 의부증 아내일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하는 주요 여성 캐릭터는 4명이다. 우선, 짝사랑 전문가이자 아마추어 야구 심판이자 고등학교 윤리선생인 서이수(김하늘 役). 서이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거인인 실력보다 미모가 부각된 프로골퍼 홍세라(윤세아 役), 88사이즈에서 44사이즈로 변신한 뒤 무조건 최윤(김민종 役)만 쫓아다니는 임메아리(윤진이 役), 소유한 빌딩 일일이 세는 게 귀찮아서 블록으로 세는 청담마녀 박민숙(김정난 役).

이 중에서 가장 ‘쿨’한 캐릭터는 박민숙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가장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자면 김은숙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쿨할 수 있는 조건’, 즉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력, 그 재력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미모와 좋은 학벌과 지성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녀는 인간관계에서도 항상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쿨한 언니’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통할 정도다. 다만 이 언니! 쿨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결혼생활이다. 민숙의 친구들은 다들 연하의 뽀송한 남편을 가진 민숙을 질투해서 민숙의 이혼을 바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민숙은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속이 상하면서도 친구들 앞에서는 남편과 닭살커플을 연기한다. 그리고 은근슬쩍 남편을 다시 용서하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꼬시기 어려운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비참한 대사까지 남긴다. 그녀는 전형적인 ‘트로피 허스번드’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정록(이종혁 役)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정록의 바람기를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붙일 아이가 없어서 남편의 바람기가 더 심한 것 같다는 민숙의 혼잣말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불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위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항상 당당하고 똑똑한 언니인데 남편에게는 그저 의부증 말기 부인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여자하고는 밥 안 먹어요

서이수는 김은숙 작가가 변형을 시도한 또 다른 캔디이다. 그녀는 귀여운 주책을 부리고, 다른 여자들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올바른 캐릭터이다. 심지어 눈치 없는 동료 선생님이 속을 긁어놔도 그녀는 맞받아치지도 않고 웃으며 넘긴다. 그래서 그녀만이 유일하게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동성들과 사이가 좋은 여성으로 등장한다(그녀가 유일하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여성은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엄마이다). 말하자면 곰 스타일의 여성만이 여우 스타일의 여성들에게 배척받지 않는다는 낡아빠진 관계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서이수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 모드 안에 매몰되어 서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댄다. 그 관계는 밥이나 먹겠느냐는 홍세라에게 “여자하고는 밥 안 먹어요.”라고 임메아리가 대답하는 것으로 대표된다. 물론 임메아리는 박민숙과 친밀한 관계이지만, 이는 두 여자가 연애문제와 돈 문제로 결코 충돌할리 없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러한 충돌의 여지가 있는 여자들끼리는 작가 특유의 대사빨로 팽팽한 접전을 선사한다. 박민숙과 홍세라 사이의 신경전과 대화, 홍세라와 후배 사이의 대화와 몸싸움 등이 그러한 장면들이다. 별다른 갈등의 원인이 없는데도 서로 앙숙이라도 된 듯 대하는 태도가 드라마 안에서 그저 여자들 사이의 흔한 일처럼 다뤄져 정작 현실의 여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꿈보다는 사랑이 급하다?

임메아리는 부잣집 막둥이로 태어나 부모님과 오빠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다만 학창시절 통통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고, 또 그걸 그렇게 놀려대던 오빠의 친구 최윤을 짝사랑만 하는 게 괴로움이라면 괴로움이다. 최윤은 메아리에게 묻는다. 24살이면 네 주변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할텐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고 자신만 쫓아다니냐고. 그러자 메아리는 울면서 자신도 꿈이 있지만 사랑이 너무 급하니까 그것부터 쫓느라 그렇다고 대답한다. 물론 내가 메아리 또래는 아니지만, 나 또한 그 시절을 얼마 전에(?) 겪은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대 0%의 대사였다. 가방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서 디자인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없고, 관련된 일을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 그녀가 이해되는 20대가 몇이나 될까? 그녀가 그렇게 카페 알바나 하면서 최윤바라기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 경제적 지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용돈은 벌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하지만 우선, 으리으리한 집이 있고, 미국으로 유학도 부담 없이 다녀왔고, 비싼 옷과 가방, 구두가 즐비하다. 결국 그녀는 인생에 별로 급한 게 없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급한 게 최윤을 쫓아다니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윤에게만 자신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최윤 주변의 여성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사랑을 관철시키려 한다. 드라마에서 누구보다도 귀엽고 예쁘게 그려지지만 그녀는 그저 조금 더 착한 ‘빵꾸똥꾸’이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사진출처: SBS홍세라는 어떤가? 그녀는 결혼이 싫다. 자신은 아직 골프선수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더 많다. 미모로만 부각된 자신의 진짜 실력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결혼해서 안주하게 되고, 그 꿈을 묻어버리게 될까봐 두렵다. 남자친구는 그런 그녀의 의견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 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연습도 하고, 좋은 스텝도 꾸리려 한다. 하지만 스텝은 일을 거절하고, 빚 문제도 생긴다. 드라마에서 홍세라가 거절당하는 이유는 그녀의 화려한 이미지와 언론 노출 때문이고, 경제적인 문제는 그녀의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난 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자신의 꿈을 위해 가장 열심인 여자는 왜 꼭 싸가지가 없는 듯 그려지고, 왜 꼭 돈은 밝히지만 경제관념이 없어서 궁지에 몰려야 하는가?

임메아리는 결혼이 하고 싶어서 안달인데다 최윤의 아이가 있어도 키우겠다고 하는 ‘착한’ 여자이기 때문에 예쁘게 그려진다. 홍세라는 결혼도 아이도 싫고,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나쁜’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으로 빚도 못 갚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대신 갚아주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비참함을 겪어야 한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쿨하게 돈을 빌려줬던 박민숙은 자신과 홍세라의 관계보다 남편의 친구인 임태산과의 관계가 더 긴밀하다는 말을 남겨서 홍세라에게 상처를 준다. 쿨했던 민숙 언니가 다시금 남편에게 묶여버리는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남자친구 임태산(김수로 役)은 헤어졌는데도 멋지게 돈을 갚아주는 의리 있는 신사로 남는다.

이 드라마의 네 여자를 다시 정리해보자. 서이수는 답답한 곰 스타일 캔디, 홍세라는 자존심을 뺐기고 길들여지고 있는 여우, 임메아리는 인생에 급한 게 사랑밖에 없는 공주님, 박민숙은 의부증에 묶여버린 언니. 신사들은 점차 성장해가며 품격을 갖춰가는 반면, 숙녀들은 계속해서 퇴보해가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재벌남을 빼고 등장시킨 그저 부유한 정도의 신사들은 사실 그 재벌남의 매력을 쪼개서 만든 것에 지나지 않고, 경제적으로 급을 올려준 평범녀서이수는 그래봤자 캔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작품에서 조금 특이하게 등장시킨 부유한 여성캐릭터 박민숙도 불임임이 밝혀지면서 전통적 성역할의 덫에 걸려버린다.

언제쯤에야 욕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김은숙 작가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내 생각엔 앞으로 그녀의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