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 – 한국 인디씬을 위하여 [악(樂)인열전]⑤
연말 특집 – 한국 인디씬을 위하여
이 현 (건국대학교 철학과)
항상 외국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공부하면서, 한국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나에게 있어서 한국 인디씬은 참 아픈 손가락이다. 실망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라고 해야하나. 개인적으로 2000년대부터 다시 한국 인디씬이 대중들에게 주목 받고 장기하, 십센치, 혁오 등이 대중음악에 안착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진성 덕후들은 난색을 보이겠지만, 이러한 성공 사례는 대중음악 전반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이러한 성공은 인디씬 활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사례가 한편으로는 인디씬의 개성을 사라지게 만들고 흔히 ‘돈이 되는 인디’가 생겨나면서, 예전에 비하면 인디의 중요한 핵심인 ‘다양성’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나의 기대가 지나치게 큰 걸까? 물론 어느 시대에나 주류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인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흐름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흐름 속에서도 자기의 색을 찾고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음악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울 뿐이다.
좋은 인디 음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인디음악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사운드 메이킹? 멋있는 가사 스토리텔링?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메이저 음악을 이길 수도 없으며, 이길 필요도 없다.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음악’의 조류 속에서 한낫 물고기 한 마리가 파도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수는 적지만 그 파도 속에서 힘차게 자기의 길을 해엄치는 ‘대어’들이 있고, 우리는 그 대어를 낚을 때 월척이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현재 인디씬에 머물러 있는 아티스트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디씬의 침체는 아티스트들의 역량들을 떠나서 환경적으로 너무나 열악하고, 음원 수익의 불공정한 구조가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솔직히 한국에 인디씬의 활성화를 떠나서,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한국 인디씬에서 꾸준히 자신들의 색을 찾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분명히 있다. 연말도 됐으니, 이런 반골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음악 덕후로서 앞으로 주목할 만한 한국 아티스트들 소개하고자한다.
O.O.O(오오오)
2018년 11월에 첫 정규앨범을 낸 4인조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세계는 한 외로운 개인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의 전 미니앨범들인 [HOME] [CLOSET], [GARDEN]은 한 개인의 우울한 내면에 집중했다. 그들의 섬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는 갇혀있는 한 개인의 감정의 미묘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앨범 제목들은 ‘집’, ‘정원’과 같이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들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는 내면적인 공간이며, 떠나고 싶은 곳이었던 HOME에서부터 떠나기 전 마지막 준비를 하는 곳 CLOSET. 그리고 집 밖으로 나왔으나 완전한 밖은 아닌, 안이라고도 밖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공간, 그 경계에 있는 GARDEN에 나왔고, 정규앨범 [PLAYGROUND]에 이르면서, 외부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외로운 ‘나’와 ‘타인’ 사이에 있는 ‘우리’라는 흐름을 타고 나아가고 있다.
O.O.O – [PLAYGROUND]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kye2HmUFurYW0LSa0KYu0rFKDqPZGP7tl
O.O.O – [GARDEN]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NjNRswUtyxAX7ImrpC61Z3SEfshxrUD4
O.O.O – 푸른달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2018년부터 개최된 <서울블루스페스티벌>을 기점으로 재야의 블루스 뮤지션들이 참여하며 한국 블루스의 기준을 바꿔가고 있다. 이때 새롭게 등장한 뮤지션이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이다. 2019년 ‘난 뚱뚱해’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부분’ 후보에 오르면서 한국 블루스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다.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블루스는 기존 미국정서에 벗어나 예스러운 한국 정서의 블루스이다. 유머와 위트 대신 해학과 풍자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흔히 ‘아재감성’이 물씬 풍긴다. 블루스의 핵심적인 정서라면 특유의 끈적함인데, 그것의 근원은 멜랑꼴리한 감정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멜랑꼴리는 한국인들이 느끼기 힘든 정서이고 결국 블루스는 미국에서만 먹히는 음악인가 싶었다. 그러나 최항석은 멜랑꼴리 대신 ‘한’으로 끈적임을 만들어 벌렸다. 블루스하고 어울리는 것은 진한 커피였지만, 최항석에게 어울리는 것은 뜨끈한 국밥이다. 한국 블루스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 <난 뚱뚱해>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 [Good man but Blues man]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ZnZnYMM0GS7XqM2Vbm3soRTp49dFKZq_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x 엄인호 – <푸들푸들 블루스>
보수동쿨러
이 밴드는 2019년 최고의 발견이자, 극찬이 전혀 아깝지 않은 밴드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로서 그들은 쟁글 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복고적이면서 세련된 사운드는 익숙하면서 새롭다. 기존 독법에 새로운 해석은 그들의 음악관을 잘 보여준다. 몽환적이면서 동시에 명료한 문제작 <3080>의 가사처럼,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경계를 부풀리는 새로움”을 전해줄 것이다. 이 가사말은 그들의 음악을 대변하고 있다. 익숙함에 멀어지고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익숙한 독법 속에서 그 익숙함을 벗어나고자 한다. 일상은 늘 반복되지만 영원하지 않는 것처럼, 익숙함은 영원할거 같지만 영원하지 않다. 그들의 음악은 익숙한 장르 안에서 이질적인 부분은 계속 끄집어낸다. 그렇기에 그들의 음악은 익숙하면서 이질적인 모순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규정되지 않는, 구분하지 않는 끝없는 감정의 재생산”이다.
보수동쿨러 – <3080>
보수동쿨러 – <목화>
보수동쿨러 – <죽여줘>
인디의 가치는 무엇인가? 사실 함부로 독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왜냐하면 정의함 그 자체가 인디에게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음악덕후로서 인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상 속에서 나에게 새로움을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투박하지만 신선한 충격.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너무나도 잘 맞는 음악. 나에게 너무나도 와 닿는 음악. 그것이 인디의 매력이 아닐까.
연말을 기념할 당신만의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지만 좋은 노래를 찾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으니 말이다. 세상에는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많지만 나에게 다가오고 와 닿는 노래는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