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병창 이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1) 푸코에 이어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데리다의 해체주의였다. 푸코는 실천적 관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실제 나중에 정치권에서 친노파를 만들어내는 데 일부분 기여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것이 데리다의 해체철학인데, 실천 쪽보다는 오히려 예술과 문학 비평 쪽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데리다의 사상 중에 흥미를 끌었던 개념은 무슨 ‘중심주의’이다. 그의 사상으로부터 ‘이성 […]

영화 ‘타르’ – 음악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영화 ‘타르’-음악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1) 타르의 몰락 영화 ‘타르’는 레즈비언이자,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 지휘자인 타르의 몰락을 그리는 영화다. 그녀는 지휘자로서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선 여성이다. 그녀는 줄리아드 교수이며, 자서전 ‘타르가 타르에 대해’를 출판했고, 아코디언이라는 여성 음악가를 육성하는 시민 단체를 맡고 있다. 그런 그녀를 몰락시킨, 그것도 한순간에 몰락시킨 것은 그녀의 성적 충동이다. 그녀는 […]

나의 철학일지(6)[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6) 1) 부산에 정착해서 모처럼 책상머리에 진득하게 붙어있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여유를 이용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독파해야 하겠다고 했지만,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번역본이 없었으므로, 사전을 찾아가며 까다로운 원전을 그것도 관계대명사로 이어진 마르크스의 문장을 읽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의 자본론 읽기를 가로막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방대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교수를 혹사했다. 나는 […]

나의 철학일지(5)[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일지(5) 1) 앞에서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관련되어 두 가지 이채로운 일 중 한 가지를 소개했다. 시대와 철학이라는 잡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제 또 하나의 이채로운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에서 나는 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세워질 때, 철학연구자들보다 앞서서 이들 연구자들도 이미 자기의 분야에서 연구회를 만들었다. 내 기억으로 거의 학문의 분과마다 하나의 학회나 […]

나의 철학 일지(4)[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4) 1) 역사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85년 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역사의 때가 오고 있다는 직감이었다. 가만히 시골에서 무위 도식할 수는 없었다. 85년은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사회철학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철학도들이 모여 작은 연구실을 마련했다. 처음엔 신림동 어디에 있었던 […]

나의 철학 일지(3)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3) 1)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 내가 어떤 논문을 쓴 것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가지고 석사 논문을 엮어 나가려 했지만, 그 당시 도대체 이빨조차 들어가지 않는 돌덩어리를 그냥 삼키듯이 쓴 것 같다. 부끄러워서인지 그 후 다시 석사 논문을 뒤져 본 적이 없다. 나는 1년 석사를 마치고 […]

나의 철학 일지(2)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2) 1) 80년 봄은 논쟁으로 무르익었다. 복학생 그룹과 재학생 그룹의 논쟁, 이는 정치적으로는 즉각적인 정치 투쟁이냐, 대중적인 학내 민주화냐 하는 논쟁이었고, 철학적으로 낭만주의와 현실주의의 대립이었다. 나는 현실주의자의 비판을 내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주의는 옳았지만 낭만주의자로서 나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결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마음이 요동치는 가운데 나는 어느 날 한 […]

나의 철학 일지(1)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나의 철학 일지(1) 1) 나는 최근 정신현상학을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책을 냈다. EBS에서 주간하는 시리즈, 고전 해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신현상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청년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자면, 전체를 꿰뚫는 줄기를 잡아서 내용을 단순화하여야 했다. 그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대체 정신현상학이라는 책이 어떤 잭인가? 정신현상학은 정체를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는 절대정신이 자기를 드러내는 역사적 과정이라고 알려져 […]

사상과 사람: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해방일지(2)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사상과 사람: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해방일지(2) 4)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태도도 변화하게 된다. 작가는 원망감을 지니면서 냉소했던 아버지에게서 어릴 때 친밀했던 아버지를 되찾게 된다. 이런 태도의 변화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곧 작은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이다. 작품 속에 너무 많은 에피소드와 인물이 등장하여 잘못하면 지리멸렬할 수도 있었던 소설을 구해준 것은 바로 아버지와 […]

사상과 사람: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해방일지(1)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사상과 사람: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해방일지(1) 1) 제목에 나온 ‘해방일지’라는 말의 의미를 내가 착각한 것 같다. 작가가 빨치산의 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해방일지’란 해방 시기에 작가의 아버지가 겪은 경험을 적은 것으로 이해했다. 작품을 읽다 보니, ‘해방일지’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작가가 겪은 경험을 적은 글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여기서 해방이란 아버지가 삶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방이란 사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