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 쩌는’ 푸코; 자기의 테크놀로지와 정치적 실천[한철연 교육강좌]-⑥

Spread the love
[한철연 교육강좌]-⑥

‘간지 쩌는’ 푸코; 자기의 테크놀로지와 정치적 실천

 

김성우(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한 길 석(한철연 교육분과장)

 

 

화창한 봄날 햇살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강좌는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강좌는 김성우 회원의 푸코 강의였다. 20세기의 가장 통찰력있는 철학자 중 하나인 푸코의 철학을 소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흔적을 감추는 데에 능란한 ‘여우’를 별명으로 삼고 있는 푸코는 이해하기가 여간 수월찮은 철학자이다.

푸코의 철학이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서양 철학의 기나긴 역사와의 대결 속에서 그의 철학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푸코는 체계적 거대 서사를 거부한다. 서양 철학에서 거대적 체계를 제시한 대표자는 역시 헤겔이다. 그런 면에서 푸코의 철학은 헤겔 철학과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상한 정신의 역사를 철학적으로 전개한 헤겔 역사 철학에 대항해서 정신의 어두운 역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헤겔의 역사 철학이 이성 승리의 역사였다면, 푸코의 역사 철학은 승리한 이성의 건너편에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던 정신의 이면을 드러낸 계보학이었다.

김성우 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사진: 조배준 한철연 회원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근대 철학이 구축한 주체 철학의 주체 중심주의에 반발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다. 푸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스웨덴 도서관 등에서 접한 고문서를 가지고 자기의 철학을 펼쳐갔다. 사람들이 간과했던 부속적 행정 서류, 보고서, 일기 등으로 이루어진 고문서를 통해 그는 근대 역사의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합리적이지 않은 근대인들의 모습을 폭로함으로써 그가 노린 효과는 계몽적 이성에 대한 성찰이었다.

현대 사회는 이성이 발굴한 진리를 통해 구축된 합리적 체계라고 여겨지고 있다. 과학은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과학은 진리로 가는 유일한 길로 간주된다. 과학 아닌 것은 단순히 감정의 산물이거나 상상력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비과학이라는 딱지는 적을 공격하는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 과학은 현대인에게 구원의 문이 되었다. 이러한 과학주의 분위기 속에서 철학도 과학을 닮고 싶어 한다. 유럽의 형식주의와 구조주의는 모두 과학적 객관성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구조는 사건과 사물들의 현상적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 심층적 장이다. 이런 구조는 역사의 영향에서 거리를 두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인 듯이 간주된다. 그러나 구조는 역사의 차원을 무시하기에 선험적이고도 불변적인 감옥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푸코는 구조의 역사적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현대 사회의 지식 담론을 형성하게 한 원천을 고고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드러낸다. 그에게 담론이란 어떤 지식인들이 그것을 발언하도록 만든 축적된 지식의 지층들이다. 이 지식의 지층 구조를 드러내고 발굴하는 작업이 ‘지식의 고고학’이다. 이런 시도들을 함으로써 푸코는 구조주의적 언어로 구조주의를 넘어선다. 후기구조주의자로서의 푸코의 모습이다. 그런데 푸코가 구조주의적 언어를 사용한 것은 주관주의적인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의 고고학이란 이러한 과학적 객관성의 문턱을 넘지 못한 지식들에 관한 학문들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론에 붙인 이름이다.

‘지식의 고고학’ 제2기는 이 지식의 지층들을 가능케 한 근원 인자에 대한 탐구였다. 그는 이 근원 인자를 ‘권력’으로 보았다. 이것이 계보학의 시기이다. 특정 지식 지층을 진리의 반열로 올린 것은 ‘권력’이었다. 물론 그것은 정치 권력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탐구는 『성의 역사』 1권에서 다루어졌다.

이후 그는 근대 주체와는 다른 주체들에 대한 탐구를 전개한다. 그리스적 주체에 대한 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진행된다. 주체에 대한 탐구는 근대적 사회 이후의 모습을 전망하기 위한 대안적 이론의 제시를 위한 것이었다. 이것이 푸코의 윤리학이다. 만약 내가 어떤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주체의 모습이 뭔지 먼저 탐색해봐야 한다. 이 윤리적 주체의 역사가 『성의 역사』 2권과 3권이다. 푸코의 후기 작업은 어떤 주체가 올바른 주체이며, 앞으로의 세계에서 어떤 주체를 지향해 봐야 하는가에 대한 탐구였다고 짐작된다. 그러나 푸코는 그것을 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는 그 윤곽을 인터뷰, 강연, 단편 등을 근거로 하여 대략 그려볼 수는 있다. ‘자기의 테크놀로지’는 이 새로운 주체로 도달하기 위한 주체 수양에 관한 탐구였다. 푸코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를 지향했다.

그가 근대적 주체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유했다고 해서 그의 철학이 근대성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의 극복을 주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 그는 근대성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견디며 치유(Verw?ndung)’하고자 했다. 이 실천적인 비판을 통해서 “구체적 자유의 공간”을 넓히려 했던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저항은 자신이 처한 구체적 삶의 영역을 버리며 떠나는 식의 지사적 열정에 휩싸인 싸움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의 영역 속에 있으면서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와중에 그것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자신도 변화시키는 싸움이 적절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오늘날 지식인의 역할이 규칙을 설립하거나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혹은 이런저런 예언을 하는 데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인은 권력이 특정한 상황(내가 보기엔, 비판받아야 마땅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줄 뿐입니다.” 푸코는 자신의 역할을 “문제들을 효과적이고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성, 광기, 범죄 등은 복잡한 문제여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들을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풀뿌리 수준에서 해결하기 위해 발언과 정치적 상상의 권리를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 조배준 한철연 회원

 

강좌 후기

푸코 철학의 가치.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푸코 철학 어렵다. 서양 철학 어렵다.
계보학: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 분야의 역사를 쓸 필요가 있다.
장자의 언어가 푸코의 언어일 수도 있다 과학의 언어이면서도 시의 언어일 수 있다.

철학자가 문학하는 작가에 대해 강의할 때 ‘단독성’을 강조했던 것이 떠오른다. 현대의 지식인이 자신 또한 지배당하고 도구화 되고 있는 지배 체제 혹은 시대의 담론 체계에서 스스로의 ‘단독성’(구체성)을 확보하려면 어떤 투쟁을 구체화해야 하는가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사소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고 지나치는 개인의 경험과 사유가 각각 힘을 지니고 그것들이 생동하는 질서 속에서 진리 탐구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푸코’와 그의 저작들을 용기 있게 만나야겠다.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칠 때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자유로워진다고 한 장자의 통찰에 다시 한 번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우리도 우리의 철학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