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3- 수학적 추론에 관해[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헤겔 논리학 개념 운동23- 수학적 추론에 관해
1)
현존 추론의 일격은 E->B->A이다. 이격은 B->E->A이다. 여기서 첫 번째 소전제 E->B에서 B가 우연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세 번째 형식은 두 번째 추론 형식의 결론인 B->A를 대전제로 삼고 첫 번째 형식의 결론 E->A를 소전제로 삼는 것이다. 이제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두 전제에서 술어가 되는 A다.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곧 E->B인데, 이것은 첫 번째 형식에서 매개 없이 전제된 소전제가 이제 매개를 통해 나온 것으로 된다.
이로써 추론의 상호 매개가 완성된다. 세 가지 추론 형식을 통해 지금까지 추론을 구성하는 세 가지 명제 E->A, B->A, E->B가 모두 직접적인 명제에서 추론을 통해 정립된 명제로 변화했다. 그러나 각 명제를 매개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추론이 아닌 자기 밖의 추론이다. 세 가지 명제는 서로 순환적으로 타자에 의해 증명된다.
2)
세 번째 형식에서 추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주당원이 한국인이고’ ‘국민당원이 한국인’이더라도, 민주당원이 국민당원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즉 A가 E에 우연성이고 B에게도 우연성이라면, B->A이고 E->A이더라도 E->B가 성립하는지는 알 수 없다.
매개자인 A가 어느 전제에서도 술어이므로, 즉 타자를 포섭하거나 타자에 내재할 뿐, 타자를 포섭하는 동시에 타자에게 포섭당하고 타자에 내재하는 동시에 타자를 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추론 형식도 특칭화를 통해 형식적 관점에서 추론의 일격으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즉 E->A이고 어떤 B는 E라면, 어떤 B는 A가 된다. 이런 특칭화를 통해 형식적으로 타당하더라도, 결론의 특칭성은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성립하는 것 즉 무규정적인 것이 되므로, 헤겔은 이런 특칭화를 통한 정당화는 의미 없는 것이라 한다.
만일 두 번째 전제인 B->A를 부정 명제로 즉 ‘B는 -A가 아니다’로 바꾼다면, 형식적으로 추론은 성립할 수 있다. 이 경우 결론도 부정적으로 된다. A는 B는 배타적이므로 E가 A라면 ‘E는 B가 아니게’ 된다.
“이 추론은 추론의 일종으로서 이 추론에 부합한다면 여기서 E->A라는 한 관계가 이미 충분한 관계를 갖는 만큼, 다른 A->B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충분한 관계를 가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은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무차별한 판단 즉 부정 판단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하면 추론은 합법적으로 되지만, 결론은 필연적으로 부정적으로 된다.”(주관 논리학, GW12, 103)
이런 가정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세 번째 형식은 첫 번째 형식에서 대전제에서 술어 A 역시 우연성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추론에서 소전제의 술어인 B의 우연성은 이미 앞에서 두 번째 형식을 통해 폭로되었다. 이제 세 번째 추론 형식을 통해 첫 번째 추론의 형식에서 전제가 모두 우연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3)
두 번째, 세 번째 추론 형식을 통해 추론의 대표로 알려진 첫 번째 추론 형식이 사실은 우연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것은 현존 추론에서 운동이 전개할 부정적 결과다. 삼격은 앞에서 보았듯이 형식적으로 성립하지 않지만, 삼격이 성립하는 특별한 경우가 있다.
즉 수학에서는 ‘두 사물이나 명제가 제삼의 것과 같다면 그 둘은 서로 같다’라는 법칙이 성립한다. 예를 들자면, 수학에서 a+b=c이고 x+y=c 라면, a+c=x+y가 된다. 또 기하학에서, 서로 질적으로 다른 도형에서 두 개의 도형이 세 번째 도형과 크기에서 동일하다면, 이 두 도형도 서로 크기가 동일하게 된다.
이는 수학적 추론이라 알려지는데, 헤겔은 이는 일반논리학을 완성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혀 몰랐던 격이라 한다. 헤겔은 이를 사격으로 규정하며 그 도식을 A=A=A로 표현한다. 그런데 헤겔은 이런 사격(즉 특별한 삼격)이 성립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그것은 다만 양적인 것이나 수적인 것의 동등성이나 부등성을 다룰 때만 성립한다.
“이 추론[수학적]이 직관적으로 명백하다는 장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장점의 근거는 규정이 지닌 모든 질적 상이성을 추상하고 오직 그 규정의 양적 동등성이나 부등성만을 받아들인다는 것 즉 이 추론의 형식주의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주관 논리학, GW12, 104-105)
동등성이나 부등성은 산술적 계산의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수학적 계산에서는 이 삼격이 성립한다. 그런데 기하학적으로는 그 외의 다른 관계도 있다. 예를 들어 비교의 관계 즉 ‘크다’나 ‘작다’라는 관계를 보면, 여기에서는 이런 수학적 추론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가 C보다 크고’, ‘B가 C보다 크다’라고 할 때 A와 B 가운데 어느 것이 큰지는 알 수 없다.
수학적 동등성은 모두 ‘=’ 의 관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헤겔이 이 수학적 삼격을 A=A=A로 표현한 것은 이처럼 =의 관계에서 삼격이 성립하기 때문일 것이다.
4)
현존 추론에서 매개 항은 추론 형식이 일격에서 이격, 삼격으로 바뀌면서, 특수성에서 개별성을 거쳐 일반성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개념 계기가 매개로 되었지만, 단지 자리를 바꾸었을 뿐, 그 자신이 내적으로 타자로 이행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추상적인 규정이 매개로 남아 있었다.
현존 추론은 서로 타자의 전제가 되어 각자는 입증된 전제로부터 매개를 통해 끌어낸 결론을 지닌다. 그런 점에서 그 결론은 완전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로 전제가 되면서, 선결문제의 오류를 범한다. 하나의 추론 형식에서 전제는 입증된 것이어야 하지만, 그 전제를 입증하는 것은 그런 전제로부터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완전하며, 즉 자기의 결론은 입증된 전제로부터 끌어냈다는 주장은 오히려 기만이며 그런 추론은 가장 불완전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현존 추론의 운동을 통해 전제에서 동일성의 조건이 출현한다. 이격을 통해 소전제에서 E=B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시되었으며, 삼격을 통해 대전제에서 B=A임이 드러났다. 이런 긍정적 결과를 통해 현존 추론에서 항이 지닌 추상적 질적인 성격은 사라지고 오직 단일한 성질이 지닌 양적인 것이 매개 항으로서 추론에서 등장한다. 이를 통해 현존 추론은 반성 추론으로 이행한다.
“그런 변증법적 운동의 단순하게 부정적인 결과는 단순한 양적인, 수학적 추론을 통해 질적 형식 규정성이 소실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출현하는 긍정적 결과는 즉 매개가 개별적인 질적인 형식 규정성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질적 규정성의 구체적인 통일성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고찰된 세 가지 추론 격이 지닌 결함이나 형식주의는 그러한 개별 규정성이 추론의 격에서 중심을 이루어야 했다는 데 있다.”(주관 논리학, GW12,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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