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34-힘과 드러냄의 관계[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운동34-힘과 드러냄의 관계
1)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각자 자립적이면서도 관계의 한 계기로서 부정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그 자립성 때문에 전체와 부분은 대립했다. 그러나 각자 타자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기를 부정하여 타자로 이행하면서 다시 자기 내로 복귀하는 가운데 모순에 부딪히고 이를 통해 힘과 드러냄[외화: Aeusserung]의 관계로 이행한다.
힘과 그 드러냄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보다 발전된 것이다. 여기서 전체와 부분이 갖던 자립성이 양자의 관계에 의해 침투되었기 때문이다. 헤겔은 전체와 부분의 내적인 모순이 극복되면서 이런 발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이행은 단순히 개념적인 이행만은 아니다.
논리적 범주의 이행은 이처럼 내재적으로 이행하지만, 항상 그 밑에 경험의 발전이 매개하고 있듯이 여기서도 경험의 발전이 매개한다. 처음 자연은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통해 파악되었다. 그런 가운데 자연 속에 힘의 관계가 발견되면서 자연을 이해하는 논리적 범주의 발전이 일어난 것이다.
2)
그런데 처음에 힘은 물체에 외면적이다. 그것은 마치 뉴톤의 힘의 법칙이 물질에 외면적인 것과 같다. 그 힘은 “외적 강제에 의해 사물에 밀어 넣어진 것이다.”(논리학, GW11, 360) 힘은 독자적으로 출현할 수 없으니, 이런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체를 토대로 한다. 그러면서도 물체는 힘의 운동을 방해할 수 없다. 힘은 독립적으로 실존하는 것이며 물체에 다만 부착되어 있을 뿐이다.
물체와 무관하게 힘은 실존하기에 힘은 하나의 물질[Materie]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기력이나 전기력 등 대신 자기 물질 또는 전기 물질 등의 말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힘은 특정한 물질은 아니다. 힘은 자기를 드러내서 타자와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존재하는 직접성’으로서 실존이 아니라 ‘반성된 직접성’에 속하는 실존이다.
‘반성된 직접성’에 속하는 ‘전체’와 ‘힘’은 구별된다. ‘전체’는 자립적이더라도 부분을 밖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분을 통해 실존한다. 그러나 ‘힘’은 독자적인 자립성을 물체의 외면에 갖는다.
하나의 물체에서 힘은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힘은 반드시 전달되는 것이니, 힘을 통해 하나의 물체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반발하게 하는 모순적인 것이 된다. 힘은 이렇게 전달되면서 직접 존재하는 물체를 힘으로 전환하게 하니, 직접적 물체는 부정되면서 이 힘의 관계 속의 한 계기가 된다.
3)
힘과 그 드러냄의 관계는 어떤 물체에서 힘이 다른 물체에 자기를 전달하는 관계다. 이는 하나의 성질이 다른 성질로 이행하는 관계가 아니며 타자를 무엇으로 규정하고 정립하는 근거도 아니다. 힘이 드러난다는 것은 물체가 지닌 하나의 힘이 다른 물체에 이동하는 것이다.
그 힘은 처음 그대로 유지되므로 헤겔은 드러냄의 관계를 “옮김[Uebersetzen]”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힘과 드러낸 힘 사이의 관계는 다만 동일성이 유지되는 통일이다. 동시에 이 힘은 움직이지 않던 타자를 움직이게 하면서 부정하는 것이니 곧 부정하는 통일이다.
“힘의 운동은 이행이 아니다. 차라리 힘은 자기 자신을 옮겨놓는 것이며 힘 자신에 의해 정립된 변화 속에서 힘의 있는 그대로가 유지된다.”(논리학, GW11, 360)
힘의 전달을 통해 힘과 물체 사이에 즉 반성된 직접성과 존재하는 직접성 사이에 통일이 이루어진다. 이 통일은 힘이 다른 물체로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므로 ‘전체’에서처럼 형식적인 통일에 머무르지 않고 실재적으로 통일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전달은 하나의 힘이 어떤 물체에 있다가 다른 물체로 이동한 것이므로 하나에서 존재할 때는 타자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하나에서 존재하지 않으므로 비로소 타자에서 존재하게 된다는 관계를 맺는다. 헤겔은 이런 관계를 두 물체 사이의 힘이 동일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반성’인 동시에 전자에서 사라지고 후자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부정적 반성’이라고 한다.
“힘은 반성된 존립과 직접적 존립의 통일이거나 형식적 통일성과 외적 자립성의 통일이다. 힘은 양자를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힘은 양자의 접촉인데 그 중 하나는 다른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에서 존재하는 것이니, 이런 힘은 자기와 동일한 긍정적 반성이며 동시에 부정적인 반성이다.”(논리학, GW11, 361)
4)
힘이 이렇게 외면적이므로 물체에서 이 힘은 물체가 자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힘이 외면적이므로 필연적으로 이 힘은 자발성을 지니지 못하고 그 힘을 촉발하도록 하는 것이 외부에서 주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일정한 계열이 수립된다. A는 B에 힘을 전달하고 B가 힘을 드러내도록 촉발하며, B는 C에 힘을 전달하고 다시 촉발한다. 이런 관계가 발전하게 되면, 마침내 순환이 등장한다. 즉 A가 힘을 B에 전달했을 때, 이 A가 힘을 드러내게 촉발하는 것은 바로 B인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물체 사이에는 서로 힘을 전달하는 관계 즉 힘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처음에 물체와 힘은 외면적 관계에 있었다. 이 경우 물체와 힘은 외면적이며 긍정적인 통일 속에 있었다. 그러나 상호작용의 관계에 이르게 되면, 힘과 물체는 단순히 외면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힘을 전달받은 물체가 동시에 거꾸로 힘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 속에 힘에 대립하는 물체는 부정되고, 다만 두 가지 서로 대립적으로 작용하는 힘만이 남게 된다. 이제 물체란 두 대립하는 힘을 부정적으로 통일하는 것일 뿐이다.
5)
이 두 물체는 자신의 직접적 존재를 지양하고 상호 작용하는 힘으로 규정되면서 서로 촉발하고 타자에 의해 제약되는 관계를 이룬다. 이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힘을 개념적으로 보면, 힘은 자기를 드러내서 타자를 정립한다. 그러나 이런 힘은 타자를 전제로 하니, 이 타자로부터 힘을 전달받아 자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 타자가 힘을 전달하는 이유는 곧 힘 자신이 이 타자에 자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타자를 정립하는 활동은 곧 타자를 전제로 하는 활동이다.
개념상 힘은 정립하는 활동이지만, 실재적으로는 다른 힘이 그 힘을 활동하도록 촉발한다. 여기서 어느 것이 먼저인가는 문제 되지 않는다. 두 가지는 모두 타자를 촉발하며 타자로부터 촉발되니, 양자는 동일한 것이다. 즉 촉발하는 것은 동시에 촉발되는 것이다.
“힘은 개념상 처음에는 자기를 지양하는 동일성으로서 규정되며, 그 실재상으로는 두 힘 가운데 하나는 촉발하는 힘으로서 다른 하나는 촉발되는 힘으로서 규정된다. 그러나 힘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정립하는 반성과 전제하는 반성의 동일성이며, 또는 반성된 통일과 직접적인 통일의 동일성이다. 이런 규정 각각은 다만 계기이고 통일 속에 있으며 따라서 타자를 통해 매개된 것으로서 존재한다.”(논리학, GW11, 362)
이렇게 보면 힘은 외부에서 촉발되어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외부에서 촉발하는 힘은 사실 자기가 그렇게 하도록 촉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힘은 외적인 작용이 아니라 내적인 자발적인 작용이다.
이런 두 대립하는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볼 때, 힘은 본래 통일된 것이다. 이 통일된 힘이 실재적으로는 두 대립하는 힘으로 나타나며, 이 대립하는 힘은 상호작용을 통해 다시 통일된다.
“이 힘이 촉발된다는 것은 그 자신의 고유한 활동이다. 또는 다른 힘이라고 즉 일반적으로 말해 다른 힘이며 촉발하는 힘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촉발하는 힘은 자기의 타자에 부정적으로 관계함으로써 이 힘은 타자의 외면성을 지양한다. 그런 한 촉발하는 힘은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촉발하는 힘이 자신을 다른 것에 대립하게 하는 것은 다만 전제를 통해서이다. 즉 그것은 자기에서 외면성을 얻어서 이를 통해 촉발되는 한에서만 촉발하는 것 자체가 된다.”(논리학, GW11, 363)
6)
최초에 힘은 유한한 힘이었다. 그것은 물체에 의해 제약된 힘이었다. 그러나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물체는 지양되며, 힘은 자기 매개하는 것이며 무한하다. 이런 힘은 더는 외적인 충격에 의해 자기의 힘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힘의 상호작용을 매개로 하여 본래적 통일과 반성된 통일이 구별된다. 전자는 내면적인 통일이며 후자는 외면적인 통일이다. 여기서 내면과 외면의 관계가 출현한다.
“힘을 활동하게 촉발하는 충격은 그 자신이 고유하게 촉발하는 것이다. 그런 힘에 다가온 외면적인 것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그 힘에 의해 매개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 자신의 본질적인 자기 동일성이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정을 통해 매개된 것과 같다. 달리 말하자면 힘은 그 외면성이 자신의 내면성과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을 표현한다.”(논리학, GW11,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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