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33-전체와 부분의 관계[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운동33-전체와 부분의 관계
1)
먼저 간단하게 전체의 흐름을 잡아보자. 본질론 2편 현상편은 실존-현상-관계로 나간다. 실존이 긍정적인 것이라면, 현상은 부정적인 실존이며, 관계는 상호 부정적인 것 또는 자기 부정적인 것이다. 이런 이행에서 실존이 종적 개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현상은 법칙을 통해 종적 본질이 처음 등장한 것이며, 관계는 종적 본질이 외면적으로 실현된 것이니, 종의 집단 즉 무리로서 유를 의미한다. 헤겔은 이런 종의 무리를 실체라고 이름 붙인다.
관계 장은 이런 유적 실체가 처음 감추어져 있다가 마침내 자기를 외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현상 장에서 종적 본질이 개체 속에서 출현할 때, 개체들은 아직 단순한 집합으로서 무리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이런 종적 본질이 실현되면, 무리는 단순한 집합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 상호작용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이런 관계는 처음에는 동물 종에서는 단순한 암, 수의 관계이다. 이런 상호작용적 관계는 최종적으로 인간이란 종에 이르면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사회 즉 유적 실체는 오직 인간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본질이라 하면서 생물체의 종적 본질과 구분한다.
2)
이런 전체 맥락에 따라서 이제 관계 장으로 이행해 보자. 현상이 법칙 관계로 이행하면서 구체적 법칙 즉 현상 세계와 일반적 법칙 즉 법칙 세계가 대립했고, 이는 일반적 법칙은 추상적인 것으로서 피안에 성립한다. 피안에 성립한 추상적 법칙이 현상 속에서 실현되면서, 법칙 세계와 현상 세계가 통일을 이루니, 여기서 관계가 출현했다.
이제 ‘관계’ 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개별자와 개별자의 관계를 매개로 일반적인 본질과 개별적인 현상 사이의 관계가 전개된다. 개별자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본질이 현상 속에 더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본질이 더 구체적으로 실현되면 그럴수록 개별자의 관계도 더 필연적인 동일성을 지니게 된다.
이 관계는 우선 이중성을 지닌 관계이다. 여기서 본질도 현상을 지니며 현상도 본질적이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각자는 자립적이면서도 타자를 자기 속에 포함하고 자기는 타자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기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전제되어야 하며, 타자를 부정(정립)하는 것은 곧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며 타자로 이행하는 것은 곧 자기 내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타자로의 반성은 자기 자신으로의 반성이다. 이 관계는 두 측면을 갖는데 왜냐하면, 이 관계는 타자로의 반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계는 자신에서 자기 자신의 구별을 갖는다. 관계의 측면들은 자립적으로 존립한다. 왜냐하면, 이 측면들은 서로에 대해 무차별적인 상이성을 갖는 가운데 자기 자신 내에서 부서져 있으므로 각자의 존립은 그에 못지않게 다만 타자에 관계하고 서로 부정적으로 통일되는 가운데서만 의미를 지닌다.”(논리학, GW11, 353)
이런 관계는 반성운동에서 개념적으로는 이미 제시되었던 것인데, 이제 물체들의 관계를 통해 마침내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즉 반성운동은 종적 개체가 자기를 재생산하는 가운데, 본질을 지속하게 한다. 여기서 본질은 개체를 통해 자기로 되돌아오며, 개체는 본질을 통해 자기를 재생산한다.
헤겔은 이런 관계를 타자로 반성하는 것이 곧 자기 내로 반성하는 것이며, 양자의 부정적인 통일이라 했다. 그런데 이런 반성운동은 생물체가 전개하는 일반적인 운동을 추상적으로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이제 등장한 본질적 관계에서도 동일한 반성운동이 일어나지만, 이 운동은 자립적인 것들이 전개하니 실재하는 구체적인 운동이다. 여기서 개체는 자립적인 것이어서 서로 무차별하면서도 동시에 타자를 매개로 하여 반성되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통일은 무차별성과 대립한다.
본질적 관계에서 각 요소는 자립성과 반성운동이 동시에 성립하므로 이런 관계는 근본적으로 모순적인 것이다. 이런 모순의 극복되어 자립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완전한 반성을 통해 통일을 이루게 되면, ‘실제성’이라는 범주로 이행하게 된다.
“본질적 관계를 이루는 측면들은 총체성이지만, 이 총체성은 자기의 피안을 본질적으로 대립된 것으로서 갖는다. 이 피안은 현상이다. 그 실존은 오히려 자신의 실존이 아니라 자신의 타자가 지닌 실존이다. 따라서 본질적 관계는 자기 내에서 부서진 것이지만, 이렇게 그 자신이 지양된다는 사실이 성립하는 근거는 그것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타자를 통일한 것 그러므로 전체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므로 이 관계는 자립적 실존을 가지며 동시에 본질적으로 자기 내로 반성한다.”(논리학, GW11, 353)
3)
관계 장은 이런 법칙 세계와 현상 세계의 통일이 발전해 나가는데 추상적 법칙이 그 자체로 구체적 현상을 지니게 되지만, 아직은 법칙을 내재하고 있는 자립적인 현상과 상호 공존하는 관계에 머무를 때,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에서 양 측면은 자립적인 것이지만, 그 결과 각자는 다른 것을 자기 속에 비치게 하며[scheinen] 동시에 다만 이 양자의 통일성으로서만 존재한다. 이제 본질적 관계는 다만 최초의 직접적인 관계이므로 부정적인 통일과 긍정적인 자립성은 공존을 통해 결합한다.”(논리학, GW11, 355)
전체와 부분은 각자 이중적이다. 부분은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립적인 것이지만, 전체 속에서 한 부분을 이룬다. 전체는 부분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나, 이 관계는 자립적인 부분에 외면적이다.
반대로 전체는 한편으로는 부분의 전체이다. 즉 전체는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 관계로서 전체는 부분으로부터 반성되어 나온 것이지만, 동시에 독자적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전체와 부분은 이중적이고 각기 타자를 포함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각 측면이 지닌 지위는 구별된다. 전체에서 전체가 토대이며, 그것을 이루는 부분은 전체 속게 할당되면서 정립된 것이다. 반면 부분에서는 각 요소의 실존이 토대이며, 전체는 다만 외적인 관계일 뿐이다.
각자는 자립성 속에서 타자에 관계하며 직접 모순적인 것이어서 자기를 지양하게 된다. 자립적 전체에서 부분은 전체가 자기를 분할하여, 즉 자기에 부정적으로 관계하여 정립한 것이다. 그러나 전체는 부분의 통일이므로 부분에 의존하고 있어서 전체는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전체는 부분을 전제로 한다.
마찬가지로 자립적인 부분은 직접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은 스스로 부서지니 전체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부분은 그 자신이 부분으로 이루어진 전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체와 부분은 각자 자립적이지만, 상호 제약하고 있어서 조건과 제약된 것이라는 관계를 맺는다. 이런 상호 제약 속에서 각자는 타자를 통해 자기 내로 복귀하니, 각자는 무제약적인 자립적인 것이다.
“이런 관계의 두 측면은 각기 자기 자신에서 자신의 자립성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타자 속에서 자립성을 가지므로 다만 양자의 동일성만이 현존한다. 양자는 그런 동일성 속에서 다만 계기일 뿐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기 자신에서 자립적이므로 양자는 두 가지 자립적인 실존이면서 서로 무차별하다.”(논리학, GW11, 356)
4)
전체와 부분은 각기 자립적이면서도 상호 부정적이니 서로 순환하게 된다. 이런 순환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동일성과 구별이 교체된다.
우선 첫째 단계에서 전체는 부분과 동일하다. 자립적인 전체는 부분으로 해체된다. 전체는 이런 해체된 다양한 부분의 통일이다. 전체는 이런 부분의 반성된 통일이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에서 전체는 부분과 같지 않다. 전체는 해체된 부분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부분들의 집합과 같은 것이니, 이 집합이 곧 전체라면 전체는 다만 전체와 같은 것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 전체를 이루는 부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체이다. 그러므로 부분과 전체는 동일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 네 번째 단계에서 부분은 전체와 같지 않다. 부분은 다만 전체가 분할된 다양한 부분과 같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체와 부분은 상호 무차별하며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 자기 내에서 스스로 부서지면서 타자로 이행한다. 전체는 추상적 동일성이니, “이런 동일성인 전체는 동시에 자기 내에서 구별된 것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전체는 “자신의 타자로 반성한다.” 부분은 관계없는 다양한 상이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부분으로 이루어진 전체이니 “그 자체로서 자기 자신의 타자이며 자신을 다만 지양하는 것이라고 할 자기 내에서 타자이다.”(논리학, GW11, 357)
이런 순환 속에서 본질적인 관계의 진리는 매개이다. 즉 양자는 각기 모순적이며 서로 모순적이다. 자기 부정은 자기 긍정이며 타자로 이행하는 것은 자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직접성은 정립된 것이며 자립성은 매개된 것이다.
“그러므로 관계의 진리는 매개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이 관계의 본질은 반성된 직접성과 존재하는 직접성이 모두 지양되는 부정적인 통일이다. 이런 관계가 모순적인 것이니, 자신의 근거로 돌아간다.”(논리학, GW11, 357)
이런 순환 속에서 처음 서로 독자적인 것으로 세워지고 외적으로만 관계하던 전체와 부분은 상호 이행하면서 순환하는 것으로서 밝혀지니, 이것이 곧 힘과 외화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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