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강해(83)
플라톤의 <국가> 강해(83)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적인 욕구(562a-576b) -(1)
[562a –566d] 민주정에서 참주정으로의 변화
* 소크라테스는 이제 가장 아름다운κάλλιστος 정치체제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참주정τυραννίς과 참주τύραννος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우선 그는 민주정이 어떤 방식τρόπος으로 어떻게 참주정으로 변화하는지μεταβάλλει에 대해 언급한다.(562a) 그것은 과두정이 좋은 것ἀγαθόν으로 내세운 것 바로 부에 대한 끝없는 추구ἀπληστία 그리고 돈벌이χρηματισμός 때문에 그 체제가 파괴되었듯이 민주정 또한 그것이 좋은 것으로 규정하는 것(562b) 자유ἐλευθερία에 대한 끝없는 추구ἀπληστία와 다른 것들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그 체제가 파괴되고 참주정이 요청되는παρασκευάζει 상황에 이르게 된다.(562c)
* 민주정체제의 나라는 통치자들이 자유를 많이 허용해주지 않으면 그들을 과두정적 인간ὀλιγαρχικός들이라고 비난하고 통치자들에게 순종하는 사람들은 노예가 되려는 자라 모욕한다 προπηλακίζει, 그리고 자유ἐλευθερία가 극단에 이르러 통치자들과 피통치자들, 아버지와 아들, 시민ἀστός과 거류민μέτοικος 또는 외국인ξένος, 선생διδάσκαλός과 학생φοιτητής, 젊은이νέος들과 연장자πρέσβυς들 사이에 어떠한 위계나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 서로가 하나같이 동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팔려온 남녀노예도 저들을 사들인 자에 못지않게 자유롭고, 아내와 남편 사이도 서로 평등ἰσονομία하고 자유롭다. (562d-563b) 이 나라에서는 자유가 넘쳐나 짐승 이를테면 개κύων도 여주인처럼 되고, 말ἵππος과 나귀ὄνος도 사람들이 비켜서지 않으면 언제든 들이 받을 정도로 자유롭고 당당하다σεμνῶς.(563c)
*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면, 그 핵심은 시민πολίτης들의 영혼ψυχή을 아주 예민하게ἁπαλῶς 만들어서 누가 그 어떤 예속이라도 가하려 든다면 발끈하고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563d) 이들은 자신들의 제멋대로의 자유를 위해 성문γεγραμμένων법이든 불문ἀγράφων법이든 법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참주정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 만큼 멋지고 기세등등하다νεανική.(563e)
* 그러나 과두정에서 생겨나 과두정을 파괴했던 것과 똑같은 질병νόσημα이 민주정에도 생겨난다. 그 질병으로 민주정의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자유ἐξουσία는 더 널리 퍼지고 더 강력해져서 되레 민주정을 완전히 예속시켜버린다καταδουλοῦται . 무엇이든 지나친 것τὸ ἄγαν은 그 반대쪽으로의 큰 변화μεταβολὴ를 이끌어낸다.(563e) 개인이나 나라를 막론하고 지나친 자유는 바로 지나친 예속δουλεία으로 변한다. 이렇게 민주정으로부터 참주정이 수립된다. 극단적인 자유로부터 최대의 예속이자 가장 야만스러운ἄγριος 예속이 수립된 것이다.(564a)
* 민주정을 참주정으로 예속시킨 질병은 다름아닌 저 게으르고ἀργός 사치스러운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들 중 가장 용감하고 부류를 이끄는 자들이 이른바 침을 가진 수벌κηφήν이고 그들 뒤따르는 자들이 침이 없는 수벌들이다. 이들 두 무리는 가래φλέγμα와 담즙χολή이 몸에서 그러듯이, 어느 정치체제에서 생겨나 소동을 일으킨다.(564b)
* 그러므로 나라의 뛰어난 의사ἰατρός인 입법가νομοθέτης는 최대한 이런 무리가 생겨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잘 살펴보아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생겨난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이것들이 들어있는 봉방κηρίον까지 함께 도려내야만 한다.
* 이런 연후 소크라테스는 민주정이 처해있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우리의 논의에서 민주정체제의 나라를 세 부류γένος로 분할해 볼 것을 제안한다.(564c) 이들 중 첫 번째 부류는 과두정에서는 관직ἄρχων도 단련의 기회도 없어서 강력해질 수 없었지만 민주정에서는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덕에 훨씬 더 강력해진 부류이다. 이들은 말과 행동에서 가장 사납고 가장 앞장서 있는 자들로서 이 정치체제에서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을 이들 부류가 결정한다.(564d)
* 그리고 대중πλήθος과 구별되는 또 다른 두 번째 부류는 본성이 가장 질서 잡혀 있는 자들οἱ κοσμιώτατοι이어서 돈벌이도 잘하는 가장 부유한 자들οἱ πλουσιώτατοι이다. 그에 따라 이들은 수벌들의 먹잇감βοτάνη이라고 불린다.(564e)
* 그리고 세 번째 부류가 민중τὸ πλεῖστον이다. 이들은 스스로 노동을 하고αὐτουργός 공무에는 상관하지 않으며ἀπράγμων 가진 것이 결코 많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지만 모일 경우 민주정 내에서 수도 가장 많고πλεῖστον 가장 강력한κυριώτατον 부류이다. 그러나 이들은 앞장선 자들οἱ προεστῶτες이 가진 사람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그 대부분을 자신들이 차지하고 나누어주는 나머지를 자기 몫으로 얻을 뿐이다.(565a)
* 한편 재산을 빼앗긴ἀφαιροῦνται 자들은 정변까지는 엄두를 못내도 자신을 방어ἀμύνεσθαι할 수밖에 없어 무엇이든 하려 하지만 다른 편들로부터 민중에 대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자 과두정적인 인간들로 고발을 당해 결국 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진짜 과두정적인 인간ὀλιγαρχικοὶ이 된다. 민중들이 그러는 건 자발적인 게 아니라βούλονται μή 무지해서 그리고 중상하는 자들에게 속아서 그러는 것이고,(565b) 부자들이 그러는 것 역시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저 수벌이 침으로 그들을 쏘아 일으킨 나쁜 일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민중들과 부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간에 탄핵εἰσαγγελία과 재판κρίσις, 소송ἀγών이 벌어진다.(565c)
* 그런데 민중δῆμος은 늘 누구 하나를 특별히 세워 자신들의 앞장을 서게 하고서 그를 보살피고τρέφειν 크게 키워내는αὔξειν 습성이 있다εἴωθεν.(565c) 그렇다면 참주는 이 선도자προστατῆς라는 뿌리ῥίζα로부터 싹 터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선도자가 참주로 변하는 것은 마치 아르카디아 지방의 뤼카이오스 제우스 신전에 관한 이야기처럼 민중의 앞장 선 자가 동족의 피를 맛보고 늑대로 변하는 것과 같다. 선도자는 동족이 피 흘리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사람들을 부당하게 고발하고 법정δικαστήριον으로 끌고 가 사형시켜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불경한ἀνόσιος 혀와 입으로 동족의 피를 맛보며 사람들을 추방ἀνδρηλάτης하고 (565d) 살해하며ἀποκτεινύῃ 채무탕감ἀποκοπή과 토지재분배ἀναδασμός를 암시한다. 필연적으로 이런 자는 그러다가 정적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사람에서 늑대로 변해 참주 노릇을 하게 된다.(565e) 바로 이런 자가 재산οὐσία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내분을 일으키는 자ὁ στασιάζων가 되고 이런 자가 추방되었다가 적들의 방해를 무릅쓰고 되돌아오게 되면, 참주로 완성되어 돌아온다.(566a)
* 그런데 그를 쫓아낼 수도 없고 시민들의 적이라고 중상하여 처단할 수도 없을 경우, 그의 적들은 폭력을 써서 그를 암살ἀποκτεινύναι할 음모를 꾸미게 되고 그에 맞서 참주는 참주다운 저 유명한 요구αἴτημα 즉 민중을 돕는 자ὁ τοῦ δήμου βοηθός인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경호대φύλαξ를 민중들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이에 민중은 저자가 잘못 될까봐 두려워하면서 정작 자신들 걱정은 하지 않고서 경호대를 마련해준다.(566b)
* 돈도 있고 또 돈에 더해 민중혐오자μισόδημος란 혐의를 받게 된 사람이 이런 일들을 보게 되면 제 못난 것을 부끄러워하지도αἰδεσθείη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붙잡혀 죽음을 당해 다시 부끄러워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566c) 저 선도자 자신은 더 이상 선도자가 아니라 상대를 숱하게 쓰러뜨리고서 ‘나라라고 하는 전차δίφρος’에 올라타 있는 완전한 참주가 된 것이다.(56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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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2a ‘가장 아름다운 정치체제’ ; 557c에서는 민주정이 ‘가장 아름다운 정치체제’로 나오고 이곳에서는 참주정이 가장 아름다운 정치체제로 나온다. 차이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민주정이 갖는 온갖 성격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만하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아니라 소크라테스가 직접 참주정을 가장 아름다운 체제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아름다운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참주가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도 소크라테스는 ‘참 아름다운 정화’(567c)라고 말하고 있다.
* 562c ‘천성이.. 이 나라 뿐이라는 소리’ : 이를테면 『메넥세노스』 아래 귀절 참고. 아테네에서 ‘본성에 따른 태생상의 평등은 우리로 하여금 법적 평등을 추구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239a)
* 562a ‘무정부상태anarchia’ : 무정부주의(anarchism)란 말에 익숙해서 이렇게 번역은 하였지만 기본 뜻은 ‘다스림이 없는 상태’이다.
* 562e ‘아들은 아버지처럼..두려워하지도 않게 되는 것이지’ : 제멋대로의 자유가 가져다 준 이러한 행태는 <법률> 701b-c에도 나온다.
* 563c ‘사람들이 기르는 짐승’ : 로마 시대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율리아누스도 자신의 풍자 저서인 『Misopogon(수염 혐오자)』에서 안티오키아Antiochia 시민들의 과도한 자유와 방종을 비꼬며 짐승에 비유하고 있다. 그 책에서 그는 당나귀나 낙타가 짐승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이 동물들을 호화로운 공공 산책로 끌고 다니는 상황을 마치 신부가 결혼식장으로 입장하는 것 같다고 풍자하고 있다.(Teubner 판, p. 22, 23)
* 563c ‘상대가 비켜서지 않으면 언제든 들이받아 버리지’ : 에우리피데스도 『이온(Ion)』 (635~637행)에서 아테네의 도시 생활에서 지식인 또는 시민들이 겪는 수모 중 하나로 길거리에서 신분이 낮은 자들에게 떠밀림을 당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 564b ‘가래’와 담즙’이 몸에서 그러듯이’ : 뜨거운 체액은 통증을 유발하는(침이 있는) 것에 반응하고, 차가운 체액은 통증이 없는(침이 없는) 것에 반응한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85d 이하 참조.
* 564c ‘세 부류’ : 부유한 자들, 가난한 자들 그리고 그 사이 중간에 있는 자들. 아리스토텔레스도 폴리스를 구성하는 세 부분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정치학』 4권 11장 1295b 1-5)
* 564d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 민주정의 지도자들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벌(무능하고 기생하는 자들)’ 집단에 속한다고 플라톤은 말한다. 소수의 예외는 예를 들어 페리클레스(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II 65. 8, 9 및 크세노폰 『향연』 8. 39) 또는 플라톤 자신이 직접 언급한 아리스티데스(『고르기아스』 526b)가 있을 것이다.
*565a ‘나머지를 민중에게 나누어주는’ :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가장 초기이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민주정에서 민중dēmos은 주로 농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국토 전역에 흩어져 있어 민회는 자주 열리지 않았고 필요성도 별로 없었다.(『정치학』 6권 1319a 30 이하, 1318b 11, 그리고 1292b 27)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기 아테네 농부들의 아테네 강제 이주는 아테네 민주정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632~643행,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2권 14장 및 16장) 그러나 아테네 말기 민주정이 타락하면서 일찍이 페리클레스 이후 지급되었던 민회 수당ekklēstikos misthos은 민중을 현혹하는 꿀로 여겨졌고 그에 따라 민회가 빈번하게 열리게 되었다.(『정치학』 1293a 1 이하). 민회는 1년에 40회 정도 열려 국가 중요사안 일체가 모두 심의 되었다. 민회는 6000명 이상의 출석을 필요로 했고 도심에서만 열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시민은 참석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민회 수당으로 아고라에서 물건을 구입할 겸 생업을 일시 접고 상경하여 민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J. Adam 해당 부분 노트 참고)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수당지급도 중지되고 아테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테테스 층의 귀족들에 대한 공공연한 기부요구, 상습적인 무고를 통한 이권수수가 횡행하면서 점차 아테네의 공동체 정신도 사라져갔고 민주정의 기본골조도 붕괴되어 버리고 말았다.
* 565b ‘자신을 방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 : 이것 역시 아테네 민주정의 극도로 타락해 있던 시기 부유한 자들이 처한 상황들을 인용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자위를 위한 공개적인 활동이 제한되어 있어 비밀 결사 같은 조직을 결성하였고(아리스토파네스 『말벌』 488 이하, 휘블리(Whibley)의 『아테네 정파들』(Pol. Part. in Athens) 65쪽 주석3 참고) 민중들은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을 중상하여 민중에 맞서는 과두정적 인간으로 몰아갔다.(『정치학』 1304b 21 이하) 이 과정에 인민 선도자가 개입되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565c ‘민중은 … 습성이 있지’ : 이 내용 또한 아테네 민주정 전성기 시절 민중들이 민중의 선도자prostatēs로서 페리클레스나 클레온 등을 내세웠던 것을 가리킨다. 특히 페리클레스는 30년 가까이 민중에 의해 지속적으로 장군직에 선출되어 오랫동안 아테네의 지도자로서 군림하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 치하의 아테네의 정체를 민주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참주정에 가깝다고까지 평하기도 하였다.
* 565e ‘늑대lykos가 되고야 만다는 이야기’ : 뮐러(Müller) 의 『그리스 역사가 단편(Frag. Hist. Gr.)』 제1권 31쪽, 헤카타이오스 단편 375) 및 파우사니아스의 『그리스 안내』 제8권 2장 6절 참조. 영국의 유명한 인류학자이자 고전학자인 프레이저(Frazer)는 파우사니아스의 해당 책 해당 구절에 대한 각주에서 늑대인간에 관한 고대의 전설들을 집대성하고 있다. 이 미신의 후대 역사에 대해서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9판에 실린 맥레난(McLennan)의 ‘Lycanthropy(늑대인간)’ 항목을 참고. 비고전적 신화들에 나타나는 유사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타일러(Tylor)의 『원시 문화(Primitive Culture)』 제2판 제1권 308~315쪽을 참고. (J. Adam. 해당 부분 노트 참고)
* 566a ‘채무탕감과 토지 재분배’ : 플라톤 『법률』 684e,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305a 5이하 참고. 참고로 아테네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정책에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참주이긴 해도 온화한 인품과 노련한 정치술로 솔론의 개혁안을 유연하게 실행으로 옮겨 시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예를 들어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 하되 쿠데타를 피해 망명한 귀족이나 부패한 귀족들의 토지만을 몰수 하여 평민들에게 분배하였고 영농자금의 지원은 물론 수공업의 발전과 해상 무역을 진흥시켰다. 그러나 그의 사후 참주가 된 장남 히피아스는 사리사욕에 빠진 데다가 폭정까지 일삼아 아테네를 큰 혼란에 빠트려 결국 클레이스테네스에 의해 국외로 추방됨으로써 반세기만에 아테네 참주정은 종말을 고하고 만다.(기원전 510) 당시 참주 히피아스의 동생 히파르코스를 살해하고 순교한 하르모디오스와 아리스토게이톤은 이후 아테네인들에게 참주정의 폭압성과 자유의 이념을 일깨어주는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후 아테네는 고전기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정치체제 또한 서서히 민주정으로 진입해들어 간다.
* 566b ’저 유명한 요구‘ : 이 또한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호위대를 요구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길버트(Gilbert)는 『그리스 국가 제도론(Gr. Staatsalt.)』 I2권 281쪽 각주 1에서 경호대의 존재가 거의 모든 참주정의 발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J. Adam. 해당 부분 노트 참고)
* 아테네 민주정에 관한 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본 웹진 필자의 글 ‘기획연재 서구 지성의 원천 – 고대 그리스 문화 대탐험(15), 주제2. 그리스 문화사 : 아테네 민주정과 그 형성’을 참고. 그리고 같은 곳 주제2. 5. ‘아테네 민주정 약사(略史) – 그 의의와 한계’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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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도 살폈지만 제멋대로의 자유를 특징으로 하는 이곳의 민주정은 아테네 민주정이 가장 타락했던 시기의 양태가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민중 스스로 끊임없는 몸부림을 통해 자신들의 욕구와 권리를 사회적으로 관철해온 근 100년 역사의 아테네 민주정의 전체적이고 일반적인 모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주정이 어떻게 참주정으로 변화하는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용되는 사례들 가운데에는 정치체제에 상관없이 아테네 정치사에서 있었던 사건들과 플라톤 자신의 경험을 연상시키는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누가 통치자이고 피통치자인지 모르게 된 상황은 기원전 406년 민주정 혼란기 아르기누사이 해전 직후 장군들을 무차별적으로 처형한 민중들의 행태를, 추방되었다 돌아오는 선도자의 행적은 기원전 550년 전후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를, 그리고 동족에 대한 살해, 탄핵과 재판, 소송 등은 기원전 416년 멜로스인 학살, 플라톤 자신이 체험한 30인 참주정과 말기 아테네 민주정의 타락상을 연상시킨다. 특히 참주의 행태를 묘사할 때는 그가 살던 시대의 가장 눈에 띄는 참주였던 쉬라쿠사의 디오니시오스 1세의 여러 모습과 특징들을 차용하고 있다. 다만 이곳의 정치체제의 변화가 플라톤의 실제 역사관을 반영한 것은 아닐지라도 플라톤은 자신의 사후에도 아테네가 계속 타락을 면치 못할 경우 결국 참주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J. Adam. 노트 참고) 그러나 아테네는 플라톤 사후(기원전 348년) 10년이 지난 즈음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에 패배하면서 아예 멸망하고 만다.
* 많은 사람들은 플라톤이 당대 주류 지식인이고 소피스트나 수사학자, 극작가들은 플라톤에 의해 부당하게 무시당하고 있었던 비주류 지식인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플라톤이 그들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지만 플라톤이 당대 주류 지식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반대로 당시 주류 지식인은 소피스트와 수사학자, 극작가들, 이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실용 철학자들이었고 플라톤은 명문가 귀족이긴 하지만 현실과 무관한 수학이나 천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홀대를 받았다. 아테네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소크라테스와 데모스테네스가 나라의 운명을 걸고 크게 논쟁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왜 플라톤은 아무런 말이 없었는가를 문제 삼는 사람도 있으나 배의 비유에서 조타수가 완전 무시되고 있듯이 사람들은 애초부터 플라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죽임을 당했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스승 플라톤이 죽기 직전 아테네를 떠났다. 플라톤은 망해가는 아테네 한 가운데서 묵묵히 제자들을 길러가며 자신의 철학 담론을 글로 써내려갔고 우연찮게 그것이 온전히 전승되고 그 통찰이 갖는 탁월성이 인정되면서 기원 후 한참 뒤에야 철학사의 거두가 되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을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관직에 참여하고 정치적 결정에 있어 시민들의 다수의 권위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체제로 규정한다. 그런데 인민 선도자가 나타나 법보다 그가 이끌어 낸 군중의 결의psephismata가 최고의 권위를 갖게 되면 인민은 다수로 구성된 한 사람 즉 각자로서가 아니라 집합으로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민주정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민주정을 자신이 분류한 민주정의 종류 중 가장 극단적으로 타락한 4번째 것 즉 선동정치로 이어져 참주정과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5권 4장 1392a 5-20 참고) 이곳에서 그려지는 민주정의 타락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민주정의 마지막 단계와 완전히 일치한다. 즉 그것은 민주정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와해시켜가면서 스스로를 참주정의 예속에 빠트리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참주정의 등장 배경으로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없고 권세를 키워온 인민 선도자의 등장을 꼽고 있다.(『정치학』 5권 5장 1304b 20 –1305a 35)
* 플라톤은 이곳에서 민주정이 어떻게 참주정으로 변화하는 지를 그리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동일한 사람이 인민 선도자와 장군이 되었던 예전에나 그러한 일이 있었고 (『정치학』 5권 5장 1305a 7 이하) 실제로 참주정은 귀족정에서 과두정 형태의 정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등장했다.(Whibley <그리스 과두정> 72~83쪽. J. Adam 564a 노트 참고) 다만 이곳에서 플라톤은 이곳 논의 목적에 따라 자신이 설정한 욕망구조의 타락과정에 맞추어 참주정의 기원을 언급하고 있다. 즉 그는 개인의 영혼이 쇠퇴할 때, 모든 욕망이 등질화 되는 ‘isonomia 평등’의 상태에서 불필요한 욕구의 뒤를 이어 불법적인 욕구 내지 ‘비자연적인paranomoi 욕망들이 나타나게 되면서 비자연적인 욕망의 정치적 표현이자 최악의 정치체제로서 참주정의 등장을 그리고 있다.
* 특히 민주정의 제멋대로의 자유는 과두정에서 이미 관철된 계층 간 고유 역할의 붕괴와 욕구의 등질화에 더해 사회 관습적으로 그간에 용인되었던 모든 일상의 위계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민주정이 참주정으로 타락하는 데 결정적인 배경이 된다. 자유의 극단적인 과잉은 모든 사회적 차이 이를테면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는 물론 부자 사이, 부부 사이, 노소 사이를 동등한 사이에 존재하던 관습적 위계와 차이마저 무화시켜 모두가 서로 동등한 관계로 전환시켜 결과적으로 충돌과 갈등, 혐오를 불러일으켜 그들이 그토록 추구하던 제멋대로의 자유마저 심각하게 제한하게 만든다. 욕망이 등질화된 사회 내 갈등관계에서는 누군가가 제멋대로 저지르는 일 자체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제멋대로 저지르는 일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관계는 결국 날이 갈수록 보다 힘센 자가 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관계로 변화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강자에 대해서는 열등감에 따른 시기 질투와 선망을, 약자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무시와 폭압을 서슴지 않는 신경증적 분열적 인간으로 변모해간다. 자학과 가학을 오가는 이러한 분열적 심리 상태는 마침내 자신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약자를 짓밟고 자발적으로 강자에 의존하고 빌붙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결국 자유의 과잉은 자발적인 예속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강자는 그들의 보호자임을 자처하여 사회 부유층을 착취하여 일부를 나누어 주고 동시에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명분으로 더욱 강고한 방식으로 그들을 통제한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그토록 예민하게 추구했던 자유를 포기하고 예속을 자신의 삶의 보전책으로 기꺼이 수용한다. 플라톤이 이곳에서 말하고 있는 민주정을 구성하는 세 부류 즉 민중과 부자들 그리고 선도자들은 선도자의 주도 아래 그러나 자발적인 형식으로 위와 같은 상호 지배 관계의 변화를 거쳐 그들 스스로 마침내 참주정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 자유의 과잉이 초래하는 이러한 비극상은 20세기 들어와 에리히 프롬(E. Fromm)의 『자유로 부터의 도피』를 통해 파시즘의 등장 배경에 대한 탁월한 분석으로 크게 재조명된 바 있다. 이때 그의 분석이 갖는 탁월함은 주지하다시피 인간의 내적 심리와 관련한 심리학적 방법론을 채용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은 개인적 자아의 독립을 포기하고 그 개인적 자아가 결여하고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자기 이외의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그 자신을 융합시키려는 경향이 있다.”(재5장 도피의 메카니즘 제1절 권위주의 도입부) 즉 개인의 불안과 공포, 무력감은 그로 하여금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권위에로의 맹목적인 귀의를 결행케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미 2500년 전에 플라톤 역시 프롬과 똑같이 정치체제 변화를 영혼 내지 욕망구조 즉 심리학적 요인과 결부시켜 자유의 역설과 참주의 등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플라톤의 관점은 기본 틀에서 프롬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점만 보더라도 이곳에서 참주정의 등장과 관련한 플라톤의 성찰이 얼마나 놀랄만한 것이자 선구적인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트럼프 같은 현대판 참주의 등장과 극우주의, 파시즘의 위협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참주정의 등장 배경과 관련한 2500년 전 플라톤의 선구적 통찰이 갖는 위대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 프롬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 통찰의 중요성을 깨닫고 운위하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반성과 비판적 성찰은 생각났을 때가 제일 빠를 때이다. 그 또한 오늘 우리가 <국가>를 다시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 참고로 제8권 이상국가가 해체되어 타락하는 마지막 단계로서 참주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지금까지 살핀 정치체제의 타락과 욕망구조의 변화 과정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간략히 도표화하면 아래와 같다.
|
정치체제 |
통치 구조 | 욕망 구조 | 목표 | 지배 욕망 |
| 철인왕정 | 철학자 왕 지배
3계층 분업과 조화 |
이성 부분의 지배를 통한
이질적 욕망들의 조화와 공존 |
이성 | 이성의 지배 |
| 명예정 | 전사 계층의 지배
통치, 전사 계층 간 경계가 와해 수호자 계층의 물질화 |
이성 부분의 변질
기개 부분의 지배 욕구 부분 절제가 흔들림 |
명예 | 기개의 지배 |
| 과두정 | 소수 부자의 지배
3계층 형식상 존재실질 경계는 와해 생산자 계층에 대한 착취 |
욕구의 등질화
절제의 덕 와해 금권욕의 전일화 |
돈 | 필수적 욕구의
지배 |
| 민주정 | 민중 혁명
민중의 지배 3계층 경계 완전 와해. 선도자 출현 |
욕구의 등질화, 금권화에
제멋대로의 자유가 추가 |
자유 | 불필요한 욕구의
지배 |
| 참주정 | 참주의 지배
참주를 제외한 전 계층의 예속화 |
권위를 향한 자발적 의존
영혼의 질병 상태 |
권력 | 불법적인 욕구의
지배 |
* 칼리클레스는 『고르기아스』에서 아래와 같이 강자를 찬양하며 정의와 평등을 비웃는다. (483e-484a) “우리는 우리 자신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강한 자들을 빚어내는 과정에. 사자들을 그렇게 하듯이, 그들을 어릴 때부터 붙잡아 동등한 몫을 가져야 하며 그게 훌륭한 것이고 정의로운 것이라는 말로 주문과 마법을 걸어 노예로 만들지요. 하지만 충분히 강한 본성을 지닌 사람이 태어나면 그는 이 모든 것을 떨쳐내고 부서트리며 벗어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노예는 자연에 반하는 우리의 기록, 마술, 주문, 법들을 모두 짓밟고 들고 일어나 자신이 우리의 주인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자연의 정의가 빛을 발합니다.”
이제 가장 타락한 정치체제로서 참주정과 참주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연 철인왕정과 철학자는 참주정과 참주보다 정말 강하고 행복한지 그 최종적인 판정이 기다리고 있다. -끝-
다음 주제 :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적인 욕구(562a-576b)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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