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형이상학 산책67-생명의 탄생(2)
헤겔 형이상학 산책67-화학적 역 비례
1)
앞에서 촉매의 매개를 통해 화합물의 이행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서 촉매는 매개하는 가운데 사라지며, 서로 이행하는 화합물에 대해 외면적이었다.
촉매가 이렇게 외면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 곧바로 다음에 등장할 개념이 예측된다. 그것은 곧 두 화합물이 외적인 촉매의 작용 없이 내적으로 서로 결합하는 것이다. 내적인 결합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화합물에서 다른 화합물로 이행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처음의 화합물 내부에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이 촉매는 사라지지 않고 화합물 내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즉 어떤 화합물이 이미 이행하는 화합물의 요소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내적 촉매가 한쪽에서는 이것과 결합하였다가 다른 쪽에서는 다른 것과 결합하면서 하나의 화합물에서 다른 화합물로의 이행을 매개한다.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화합물이 그와 같이 자기 이행의 요소 즉 내적 촉매를 자기 내에 품고 있는 것일까? 사실 헤겔 자신은 구체적으로 이를 제시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헤겔의 설명을 읽어보면, 헤겔이 여기서 개념적인 유추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유추는 곧 비례 관계에서 나온다.
앞에서 헤겔은 두 정량의 관계를 다루면서 비례 관계를 설명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형태인 정 비례는 A/B가 일정한 상수이다. 여기서 A와 B는 서로 독립적인 정량이지만, 외면적으로 일정 비율로 관계했다.
이어서 역 비례는 A*B가 일정한 상수인 관계다. 여기서 A가 자립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그 변화는 상대방 B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그것이 변화하는 만큼 B도 변화하게 된다. 그 결과 A, B는 각자 독자적으로 존립하는 자립적인 것이면서도 어떤 일면에서는 다른 것에 제약된 정립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A, B의 관계가 제곱이나 제곱근의 비례에 이르게 되면, 그 내부에 미분적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즉 A의 미분적 변화가 축적되면서 B가 이루어지니, 양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내적 관계에 있게 된다.
헤겔은 이런 비례 관계의 유추를 통해 화학적 작용에서 생명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기화학도 출현하지 않은 시대에 사실 그런 유추에 해당할 만한 화학적 작용(아마도 유기화학일 텐데)을 알지 못한 채 그런 유추에 의거해 개념적으로 이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유추에 불과하니 아직 사변적 요소가 다분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헤겔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그것이 결합하는 방식이 변화한다면, 생명체도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이런 예감은 자연을 어디까지나 자연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된다. 헤겔 당시 대부분 철학자가 생명의 출현을 신적인 개입이나 자동 발생적인 것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것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시도가 얼마나 획기적인 것인가 짐작된다.
3)
그러나 과연 이런 유추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정량에서 비례를 다루는 경우와 화합물에서 비례를 다루는 경우는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전적으로 양적인 것의 관계다. 그러나 화합물은 비록 양적인 측면 즉 비율을 가지지만, 그 비율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두 화합물에서 서로 다르다.
하나의 화합물의 양적 비율A/B과 다른 화합물의 양적 비율C/D 사이에 비례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서로 다른 물질로 구성된 화합물의 비율을 관계시킨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화합물에서도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동일하지만, 다만 양적으로만 서로 구별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헤겔은 화합물 사이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있다면, 비례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량에서의 비례와 화합물 즉 척도 관계에서 등장하는 비례의 차이는 특히 논리학 초판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잘 설명된다. 여기서 형식적인 역 비례와 실재적 역 비례가 구분되고, 전자는 정량의 역 비례이지만, 후자는 질들의 역 비례라고 한다.
“여기서 역 비례가 돌아온다. 그러나 이 역 비례는 최초의 형식적인 역 비례는 아니다. 최초의 역 비례에서 특면들의 질적 관계가 있었는데, 한 측면은 다른 측면이 지닌 질이 아니었으며 즉 무차별했다. 왜냐하면, 두 측면은 정량 일반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즉 실재하는 역 비례에서 두 측면의 고유한 질적 본성은 양자를 연관시켜주니, 각자의 특정화하는 규정은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에서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배제의 계기를 포함한다.”(논리학 초판, GW11, 225)
4)
이런 구성 요소는 동일한데 양적으로 차이가 생기면서 서로 다른 질을 지닌 화합물이 있을까? 헤겔 자신은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헤겔 이후 발전된 유기화학에서 합성물의 예들을 보면, 어느 정도 헤겔이 유추했던 것과 같은 비례가 출현한다.
소위 유기 화합물에서 동종 계열을 보자. 한 예로서 알코홀의 동종 계열인 메타놀과 에타놀을 비교해 보자. 위의 화합물은 메타놀이고 아래 화합물은 에타놀이다. 두 가지는 왼쪽에 CH3 이 있고 오른쪽에 OH가 있으며 가운데 CH2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 CH2가 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여러 알코홀의 동종 계열이 만들어진다.
메타놀과 에타놀의 차이에서 보듯이 그 각각은 질적으로 다른 물질이지만, 여기서는 구성 물질은 동일하다. 그 구성 비율만이 다르며, CH2의 양적 증가가 이 알코홀의 동종 계열의 질적 차이를 낳는다.
이런 유기화학의 예를 헤겔적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된다. 메타놀과 에타놀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부분 즉 CH3-OH는 마치 내재하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니, 이는 차이 없는 존재 또는 기체에 해당한다. 반면 CH2는 증가하면서 새로운 질을 산출하는데 이는 상태 변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외적인 관계로서 촉매 반응은 촉매가 사라지는 것이었다면, 여기서는 촉매가 물질 내부에 계속 남아 있어서 자기의 한 부분[CH3-OH]이 타자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것이어서 타자의 부분[CH3-OH]을 이미 자기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CH2의 증가에 의해 질이 변화할 때 이 화합물은 촉매[CH3-OH]에 이제 외적인 상태가 아니라 이미 촉매와 결합하여 이를 통해 고유한 질을 지닌 화합물에 내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위와 같은 예는 내적 촉매가 동일한데 일정 요소가 계속 증가하는 결합 방식이니, 정비례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비례가 가능하다면 역 비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필자처럼 유기화학에 대한 문외한이 어설프게 주워들어 억지로 꿰어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헤겔이 말하는 화합물의 역 비례 관계는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위의 식은 에타놀의 산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한 번 산화하여 에탄알이 되고 다시 산화하여 에탄산이 된다. 위의 변화에서 CH3-C-OH는 모두 동일하다. 다만 한쪽에 CH2의 증가와 다른 쪽에 O가 증가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마치 CH2와 O사이에 역비례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헤겔을 따라서 이런 역 비례를 개념적으로 설명해 보자. 이런 역 비례에 각 항은 공통적으로 내적 촉매를 포함하지만, 다른 한편 자기의 항의 질을 규정하는 요소뿐만 아니라 다른 항의 질을 규정하는 요소도 포함한다. 각 항은 이미 다른 항을 포함하므로 다른 항과 연속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각 항은 이미 그 자체에서 차이 없는 존재와 같다. 그러므로 각 항은 이미 그 자체가 전체이다. 여기서 각 항은 서로 역 비례의 관계에 있으므로 정량에서 역 비례와 마찬가지로 이 비례에서 각 항은 한편으로 자립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에 의해 제약되어 있다.
“그들은 양적으로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차이 없는 존재이니, 이 후자의 측면에 따르자면 서로는 서로로 넘어가 연속되어 있으며 이 연속성은 두 가지 통일의 각각 속에 질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각은 두 측면 즉 규정의 전체이므로 따라서 차이 없는 존재를 포함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해 대립하는 것으로서 동시에 자립적인 것으로서 정립된다.”(논리학 재판, GW21, 375)
“두 측면은 질적인 것과 양적인 것의 통일[척도 관계]인데 본래 동일하며 자립적인 것이지만, 그들이 이런 통일인 것은 그 부정이나 타자에 의해 매개되는 한에서다. 각각은 타자에서 자기 내로 복귀한다.”(논리학 초판, GW11, 226)
다만 하나의 질적인 항은 한 측면에서는 질적으로 다른 항보다 많으며 다른 측면에서는 질적으로 다른 항보다 작다. 각 항이 포함하는 두 측면 가운데 한 측면은 줄어들고 다른 측면은 증가하면서 다른 항으로 이행한다.
“두 측면의 구별은 하나의 측면에서 하나의 질이 더 많은 것을 지닌 채 정립되고 다른 측면에서는 더 적은 것을 지닌 채로 정립되며 다른 질은 거꾸로 방식으로 정립된다는 것에 제한된다. 그러므로 각 측면은 그 자신에서 차이 없는 존재의 총체이다. 두 질 각각은 독자적으로 개별적으로 본다면 마찬가지로 합으로 머무르는데, 이는 차이 없는 존재와 동일한 것이다.” (논리학 재판, GW21,376)
각 항이 한 측면에서 증가하는 것은 다른 항이 그 측면에서 감소하기 때문이며 거꾸로 각 항이 다른 측면에서 감소하는 것은 다른 항이 이 다른 측면에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n*A/B+1/m*C/D] * [1/n*A/B+m*C/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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