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논리27-실존의 이중성과 신의 현존 증명[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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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변증법 반성논리27-실존의 이중성과 신의 현존 증명

1)

실존은 본질인 형식과 관계하여 두 가지 운동을 전개한다. 한편으로 실존은 본래 근거가 되는 형식이 자기를 구체화해서 내용 그리고 현존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존은 제약적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실존은 전제된 직접적인 것이며 여기서 자신을 내용으로 나가서 본질인 형식으로 즉 자기의 근거로 되돌아간다. 이 운동은 생성하는 운동이며 여기서 실존은 무제약적인 것이다.

실존의 제약성과 무제약성, 매개성과 직접성이라는 이중성 때문에 신 존재 증명에 관해 이중적인 증명이 출현한다. (존재론에서 현존과 본질론에서 실존은 헤겔의 논리학에서는 구별되지만, 일반적인 형이상학에서는 그 차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한편으로 존재론적 증명인데 이는 신의 현존이 제약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나온다. 다른 현존은 무제약적인 것 즉 우연적인 것인데, 여기서 우주론적 증명이 나온다.

헤겔은 우선 신에 관한 존재론적 증명의 한계를 지적한다. 알다시피, 안셀무스에 이어서 데카르트가 근대에 신의 현존을 존재론적으로 증명했다. 안셀무스는 신의 위대성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했지만, 데카르트는 신의 완전성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했다.

즉 신은 완전한 존재이고 완전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 모든 실재성이 들어 있어야 하므로 현존 역시 하나의 실재성이니, 신 속에 그 개념상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실재성이 신이 창조한 신에 의해 제약된 것이듯이 실존 역시 신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칸트는 신의 현존에 관한 존재론적 증명을 비판했는데 여기서 그는 현존과 실재성의 개념을 구별했다. 실재성은 어떤 존재자의 술어에 해당하는 것인데, 현존은 존재자의 술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 유명한 백 탈러 예를 든다. 백 탈러가 현존하든 하지 않든, 백 탈러라는 실재적 내용은 아무 변함이 없다고 했다.

헤겔은 칸트가 신적 존재를 일반적인 사물과 혼동했다고 한다. 일반적 사물에서 그 현존은 실재성과 구별된다. 사물에 있어서 실재성은 규정성이므로 타자와 관계 속에 있는 것, 타자를 통해 매개되는 것이지만, 그것의 현존 즉 실존은 직접적인 것, 즉 매개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신적 존재는 그 자신이 무제약적 존재이고 직접적인 것이니, 그런 점에서 실존한다고 할 수 있다. 신적 존재 속에는 없는 것은 오히려 타자를 통해 매개된 것인 실재적인 규정성이다. 신은 질적이거나 양적인 규정성을 갖지 않는다. 신은 실존하지만, 무엇이라 규정되지는 않는다.

2)

다른 한편 신의 현존 즉 실존을 무제약적인 것으로 본다면, 여기서부터 우주론적인 신 존재 증명이 나온다. 우주론적 증명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우연성을 통한 증명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것이 대표적이다.

그의 증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세계는 우연적인 존재이다. 만약 세계에 오직 우연적인 것만 존재한다면,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연한 존재로 이루어진 세계가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신이 존재해야 한다.

이 증명에는 우연적인 것이 존재하려면, 그 근거가 필요하다는 충분 이유율이 전제된다. 이런 우연성을 통한 우주론적 증명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우연한 것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인데, 그것에 근거를 인정한다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러셀이 그렇게 비판했다.

그런데 헤겔은 이런 비판에서 우연적인 것이 근거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연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존재하게 된 것이니까,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게 된 근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연한 무제약적 실존은 또한 제약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3)

실존의 이중성, 직접적인 것이며 동시에 정립된 것 즉 무제약적인 것이면서 제약된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 이상과 같이 헤겔은 신 존재 증명이 성립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신 존재 증명이 모순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직접적인 실존이 동시에 제약된 것이라는 이중성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역설적인데, 이런 역설은 대표적으로 자유의지에서 잘 드러난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은 한편으로는 결정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연적인 것 즉 자유롭게(즉 자의적, 우연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다가오는 선택 앞에 서면 나는 자유롭다. 그러나 선택된 결과를 되돌아보면 그것은 나의 선택을 결정하게 만든 어떤 근거가 존재한다. 내가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자유롭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선택을 보면, 항상 결정된 것 즉 제약된 것이다.

헤겔은 이점과 관련해 실존에서 매개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실존에서 그 실존을 생성시킨 매개 즉 본질의 정립하는 운동은 실존이 출현하는 동시에 사라진다. 실존은 직접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직접적인 실존을 사유하게 되면 그런 매개하는 것 즉 본질이 다시 출현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증명하는 반성은 이 매개의 본성을 알지 못한다. 그런 반성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단순히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통해 신 자체로부터 매개를 떼어놓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반성은 그 때문에 매개하는 운동을 즉 본질 자체 속에 매개가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논리학, GW11, 325)

“근거를 통한 매개는 자기를 지양하지만, 근거를 밑에 두고 이 근거로부터 나온 것이 정립된 것으로 되게 하고 그 본질을 다른 곳에 즉 근거에 갖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근거는 심연으로서 매가가 사라진 것이다. 거꾸로 동시에 근거는 다만 매개로서 사라지는 것이니 이런 부정을 통해서만 근거는 자기 동일적인 것 직접적인 것[실존]으로 된다.”(논리학, GW11, 326)

그러므로 헤겔은 근거라는 말은 몰락[Untergang] 또는 심연[Zugrunde]과 근거[Grund]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고 한다. (논리학, GW11, 326 참조)

4)

이 점과 연관하여 실존이 먼저냐 본질이 먼저냐 하는 실존주의 논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은 한편으로 결정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자의적이듯 실존 역시 한편으로는 제약된 존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존재다.

전자의 측면에서는 실존을 제약하는 본질이 전제된다. 후자의 측면에서는 실존이 전제되고 이로부터 본질이 생성된다. 그러므로 실존주의의 논쟁은 실존의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실존의한 측면만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 것이 된다.

실존과 신의 대립도 실존의 이중성을 망각한 것이다. 실존이 무제약적이라는 점에서 실존은 근거 없는 심연 위에 떠 있는 존재다. 그러나 실존이 제약적이라는 측면에서 실존은 궁극적 근거로서 신을 전제로 한다. 인간의 심연이 곧 신이다. 여기서 신을 심연으로 규정한 뵈메의 신 개념이 다시금 상기된다.

실존은 이중적인데, 모든 개별자가 이렇게 이중적인 것은 아니다. 헤겔이 존재론에서 다룬 물체적 개별자는 이런 이중성을 지니지 않는다. 본질과 개체 사이에서 반성 관계가 존재하는 생물체에서 비로소 이런 이중성이 나타난다. 생명체 개체는 본질을 매개한다. 본질은 개체의 재생산을 통해 지속하지만, 그 스스로는 개체에 내재하며, 외적으로 출현하지 않는다. 개체는 본질을 통해 매개된 것이지만, 근거 없이 존재하는 직접적인 것으로 보인다.

헤겔은 이런 점에서 본질과 실존의 관계에서 본질이 주어이고, 실존이 본질의 술어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주어가 되는 것이 오히려 실존이다. 술어가 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본질이 실존으로 나가는 운동은 술어에서 주어로 반성하는 운동이다. 즉 본질인 술어의 자기 부정성을 매개로 해서 실존은 자신을 지속하는 것 즉 자기 동일적인 것이다.

“실존은 근거의 자기 내 반성이다. 즉 근거가 자신을 부정하는 가운데 성립하게 된 자기 자신과의 동일성이다. 그러므로 이런 매개는 자기와 동일하게 자신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되는 것이다.”(논리학, GW11,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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