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6-본질론 2편 실존 장의 위치[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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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6-본질론 2편 실존 장의 위치

1)

지금까지 본질론 1편 3장 근거 장에서 헤겔은 종적 개체의 구성 요소를 살펴보았다. 필자는 이 관계는 단순한 유기체에서 복합적인 유기체 즉 생물체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복합적 생물체에서 각 부분인 마디는 고유한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면서 자신의 고유한 형식 즉 그 기능을 재생산한다. 그러면서 각 부분은 전체적으로 통일된 개체적 조직을 형성하며 그것에 따라서 형식적 기능도 통일된다.

예를 들어 꽃나무는 그 부분인 꽃과 줄기, 잎으로 이루어진 유기체적 통일체이며 여기서 꽃의 형식인 재생산 기능, 줄기의 형식은 유통의 기능, 잎의 형식은 광합성의 기능도 통일을 이룬다.

그 구성 요소는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데 형식에서 출발하여 내용으로 그리고 현존으로 이행했다. 형식은 개별적 기능이며, 내용은 그런 형식의 통일이 일어나는 토대인 유기체 전체이며, 현존은 이 유기체적 개별 현존이 지닌 개별성, 즉 질적, 양적인 규정이다. 헤겔은 이런 형식과 내용, 현존 사이의 관계를 근거(A절)와 토대(B절), 조건(C절)의 관계로 다루었다.

2)

논리학에서 존재론이든, 본질론이든, 개념론에서 1편은 대체로 운동의 전체적 모습을 그리며, 본격적인 내용은 2편, 3편에서 다루어진다. 그것은 본질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1편의 끝에서 실존이 등장하면서 본질론의 2편이 시작된다. 이 2편은 판단형식의 측면에서 보면 관계 범주가 다루어진다. 관계 범주(정언, 가언, 선언 판단형식)에서 발전은 생물의 종적 본질이 실체 즉 사회적 유적 본질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생물에서 종적 본질은 개체적 현존에 내재하며, 개체적 현존이 재생산하는 운동을 매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체 즉 사회적 유적 본질은 인간이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는 사회이며 이는 개체적 개인을 벗어나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서 독립적으로 현존하는 것이다. 내재하는 종적 본질이 밖으로 드러나서 독립적인 유적 본질로 이행하는 것이 관계 범주에서의 운동이다.

이 세 가지 단계의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헤겔이 존재론에서 1편 2장 현존 장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본질론 2편 현상 편에서 전개되는 범주들은 존재론 1편 2장 현존 장과 3장 대자 존재 장에서 나오는 범주들과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헤겔은 개념론에서 판단형식을 다루면서 질적 판단 범주와 관계 판단 범주, 그리고 양적 판단 범주와 양상(개념) 판단 범주 사이의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질적 판단형식과 관계 판단형식은 주어를 전제하면서 술어에서 발전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반면 양적 판단형식과 양상 판단형식은 발전이 주어에서 일어난다.)

3)

존재론 1편 2, 3장과 본질론에서 현상 편에서 유사한 관계가 펼쳐지지만, 물론 차이가 있다. 존재론에서 주어 술어의 의미와 본질론에서 주어 술어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존재론에서 질은 물체적 개별자를 주어로 하고 그것의 술어인 성질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이것은 붉다’와 같은 판단에 성질 ‘붉다’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본질론에서 근거와 토대 역시 주어 술어 관계를 지니는데, 본질론에서 주어가 되는 것은 유기체적 개체 즉 생물체이다. 헤겔은 이를 ‘실존’이라 이름 붙였다.

존재론에서 술어는 질적 규정이나 양적 규정과 같은 것인데, 생물적 개체는 그와 같은 질적, 양적 규정으로 규정될 수 없다. (물론, 그런 생물적 개체도 하나의 물체적 개별자라는 점에서는 그런 질적, 양적 규정을 파악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것을 물체로서가 아니라 생물적 개체의 현존에 속하는 것이다.)

생물적 개체에서 그것의 술어라고 한다면, 그것이 지닌 고유한 기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기능은 개체의 본질적 형식에 속하는 것이다.

구체적 예를 들자면 ‘이 꽃은 진달래다’와 같은 판단이다. 여기서 주어 ‘이 꽃’은 어떤 종적 개체를 지시한다. 술어는 ‘진달래’는 단순히 어떤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진달래’란 술어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곧 이 개체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결과 즉 재생산되는 종적 본질을 의미한다. 다만 이 종적 본질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4)

본질론 1편 3장에서 다루어진 근거 관계는 형식적 관계다. 반면 2편에서 다루어지는 실존에서 종적 개체들 사이의 관계는 실재적인 관계이다. 그러므로 이 2편에서 생물체는 하나의 생물체가 아니라 하나의 실재하는 물체로서 다루어진다. 그렇기에 헤겔은 이 부분을 실존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즉 이 관계는 실존의 관계다. 이 실존하는 실재의 관계는 아직 완전한 객관적 관계는 아니며, 마치 성질처럼 주관적이면서도 일반성을 지닌 지각적 단계의 관계다. 2편 마지막 부분에서 내외의 관계가 나오면서 비로소 다시 종적 개체로서 생물체의 본래적 관계가 다루어진다.

이런 전개 과정은 마치 정신현상학에서 전개 과정과 유사하다. 정신현상학에서도 어떤 의식의 형태에서 새로운 의식의 형태로 시간적인 발전이 일어나면, 이 새로운 의식의 형태에서는 그 이전의 형태가 다시 하나의 논리적 계기가 되어 새로이 서술되면서 마침내 그 마지막에 이르로 새로운 의식 형태에 고유한 계기가 서술된다.

논리학의 실존 장에서도 근거 장 마지막에 생물적 개체가 출현했다. 그런데 실존 장에 이르러 다시 그 이전 존재론에서 물체의 계기로 제시된 범주들이 다시 출현하는데 이런 전개 방식도 정신현상학과 마찬가지다.

본질론에서 1편 3장에 이어지는 2편 현상 편의 출발점이 곧 1장에서 다루어지는 ‘실존’이다. 실존 장에서는 종적 개체를 한의 현존으로 보면서 전개해 나가니, 이 현존이 발전해서 마침내 본질의 개체적 현존으로 규정되면서, 종적 개체가 다시 되돌아온다. 종적 개체가 다시 출현하는 곳은 본질론 2편의 마지막 부분인 3장 본질적 관계 장이다.

이 상응 관계를 알기 쉽게 다음과 같은 표로 그려보았다

긍정판단

<현존, 질>

정언판단

<실존>

그 자체 존재와 타자 존재

물 자체와 실존

<실재성, 어떤 것>

물 자체와 성질

규정과 상태

물 자체와 질료

부정판단

<유한성>

가언판단

<현상>

제한성과 무한성

현상의 세계와 법칙의 세계

무한판단

<대자 존재>

선언판단

<관계>

견인과 반발

촉발하는 힘과 촉발되는 힘

5)

이제 실존 장에서는 하나의 종적 개체가 다른 종적 개체와 사이에 전개하는 실재적인 법칙 관계가 제시된다. 이 실재적인 법칙 관계의 출발점이 곧 실존이다. 이 실존은 존재론에서 ‘실재성’ 또는 ‘어떤 것’ 개념에 상응한다.

존재론에서 실재성은 다양한 성질의 통일체다. 여기서 이미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닌 개별자[‘어떤 것’] 사이의 관계가 문제 된다. 마찬가지로 본질론에서 실존은 다양한 형식의 통일체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각기 다른 형식을 지닌 종적 개체[‘실존’]들 사이의 관계가 대두된다.

여기서 헤겔의 사유에서 구성 요소의 내적인 관계와 사물 사이의 외적인 관계가 상호 동전의 이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헤겔은 관계를 통해서 사유하기에 이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결과를 출발점에서 선취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는 곧 이 출발점에 있는 이중성이 외면화하는 것으로 된다.

이제 실존이 출현하는 과정을 다시 되새겨 보자. 형식에서 현존으로 이행하는 운동은 본질인 형식이 자기를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운동이다. 반면 현존에서 형식으로 가는 운동은 전제된 현존에서 점차 본질이 생성하는 운동이다.

이 전체의 운동을 매개하는 중심은 곧 내용이다. 이 내용은 종적 개체의 유기체적 조직을 말한다. 이 조직을 토대로 유기체적 기능이 출현하니, 그것이 곧 형식이고, 이 조직은 개별 요소를 통해서 자기를 재생산한다. 이 개별 요소가 곧 현존이다.

한편에서 현존을 매개하는 운동이 사라지고 그것이 직접적인 것으로 전제되면 그것이 바로 실존이다. 이런 점에서 실존은 아무런 근거 없이 출현하는 무제약적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실존은 이미 자기 속에 자기를 매개하는 운동을 지니니, 이런 점에서 실존은 제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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