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3-완전한 근거, 세계의 근거로서 신과 자연[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3-완전한 근거, 세계의 근거로서 신과 자연
1)
앞에서 형식적 근거와 실재적 근거를 다룬 데 이어서 헤겔은 완전한 근거의 개념을 제시한다. 완전한 근거란 앞에서 말한 실재적 근거가 지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다.
즉 실재적 근거란 어떤 것을 근거로 해서 출현한 개체에서 근거의 내용과 다른 내용이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이 개체가 근거에 의해 정립된 형식 외에 독자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기에, 양자의 결합을 통해 그것의 토대로서 새로운 내용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체는 하나의 통일체이므로 근거에 의해 정립된 형식과 독자적 형식 사이의 결합이 요구된다. 이런 결합을 위해서는 그 결합을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
“실재하는 근거에서 내용으로서 근거와 관계로서 근거는 다만 토대이다. 전자는 다만 본질적인 것으로서 정립된 것일 뿐이며 근거로서 존재한다. 관계는 근거지워진 것을 상이한 내용의 무규정적인 기체로 만드는 어떤 것이니, 이는 근거지워진 것이 지닌 결합인데 자기 자신의 반성이 아닌 외적이며 따라서 정립된 것일 뿐인 결합이다.”(논리학, GW11, 312)
2)
여기서 하나의 개체에 두 가지 근거가 출현하게 된다. 하나는 어떤 개체의 형식을 결정하는 근거다. 다른 하나는 개체에 내재하는 형식들의 결합을 위한 근거이다. 이 두 가지 근거를 모두 가지고 있을 때 실재적 근거는 이제 완전한 근거가 된다.
이를 도해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 B에서 내재하는 두 형식 a와 b가 결합하는 근거는 이 두 형식을 결합하는 원리가 된다. 개체 내에 두 가지 형식 a, b를 결합하는 근거 즉 a->b는 결국, 어떤 것 A와 다른 것 B가 근거 관계를 맺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결합하는 근거는 근거의 근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B에 대해 근거가 되는 A는 “지양된 것으로서”, 또는 ”정립된 것으로서” 근거이며, “이제 다른 근거를 갖는 근거지워진 것”(논리학, GW11, 312)이다.
그런데 첫 번째 근거 관계 즉 A와 B 관계(또는 a, b의 관계)와 달리 이것의 근거가 되는 근거에서 ① a와 b는 일정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즉 그것은 a, b가 단순히 혼합된 것이 아니라 양자가 결합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이는 ② 관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직 법칙적인 것은 아니다. 법칙은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관계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일반성이 출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헤겔은 이 결합하는 원리를 단순히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의 관계 또는 ‘잠재적 관계[an sich]’로만 규정한다.
“두 가지 관계는 관계의 방식에 따라서만 구별되니, 그 관계 방식이란 하나의 관계 속에서는 직접적이고 다른 관계 속에서는 정립되어서 이를 통해 하나는 다른 것으로부터 형식에 따라서 다만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으로 구별된다.”(논리학, GW11, 313)
“두 번째 어떤 것[형식적 근거 관계]에서 내용규정이 지닌 근거 관계는 첫 번째 어떤 것[결합의 근거 관계]이 지닌 최초의 잠재적으로[an sich] 존재하는 관계를 통해 매개된다. 결론은 이러하다. 즉 어떤 것 속에 규정 B가 규정 A와 더불어 본래[an sich] 결합되어 있으므로 또한, 하나의 규정 A가 직접 속하는 두 번째 어떤 것에서 규정 B가 그 규정 A와 결합되어 있다.” (논리학, GW11, 313)
3)
여기서 이 결합의 근거가 일반적 법칙이 아닌 개별적 원리로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와 관련해서 헤겔은 실재적 근거를 다룬 주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두 가지 근거가 상호 이런 근거 관계에 있으나 이 근거 관계는 법칙적인 것은 아니므로 “어떤 경우에 하나가 다른 것의 근거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이 다른 규정이 다른 경우에도 또는 일반적으로 그 규정과 결합되어서 정립된다는 사실이 나오지 않는다.”(논리학, GW11, 310)
예를 들어 처벌의 근거는 자주 보복의 기능에 있다고 여겨지지만, 처벌은 그 외에도 범법의 방지를 자기의 기능으로 갖는다. 처벌이 보복으로 가해지더라도,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방지라는 결과를 자아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보복은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복을 위해 시행된 처벌이 방지라는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보복이 방지가 되게 하는 원리가 따로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보복이 방지가 되게 하더라도 그 원리가 다른 경우에도 보복이 방지가 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법의 처벌이 실제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실일 것이다.
또한, 이 점과 관련하여 헤겔은 세계와 관련하여 자연과 신이라는 두 근거를 살펴본다. 한편으로 자연은 세계의 근거이다. 그러므로 양자는 근거 관계를 통해 서로 합일하지만, 다른 한편 양자는 구별된다. 자연이 세계의 근거라고 할 때, 여기서는 세계의 추상적 본질의 측면만이 다루어지고, 세계가 지닌 구체적 측면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즉 자연은 세계의 실재적 근거일 뿐이다.
즉 “자연은 차라리 무규정적인 것이거나 적어도 세계의 본질 즉 다만 일반적으로 규정된 법칙 속에서 규정되어서 자기와 동일한 본질이므로 자연이 세계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에 더 다양한 규정들이 외적으로 추가된다.”
그러므로 자연의 추상적 본질이 세계 속에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근거가 필요하다. 이 근거는 추상적 본질을 구체화하는 힘이니, 이런 힘은 곧 신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과 달리 신은 세계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제삼자이어서 이 두 가지 상이한 것[자연과 신]이 결합한다. 앞서 말한 근거는 근거[추상적 본질의 근거]과 구분되는 다양성의 근거는 아니며 더구나 그 근거가 다양성과 결합하는 근거도 아니다. 따라서 자연은 그 근거로서 신으로부터 인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일 그러하다면 신은 자연의 일반적 본질일 뿐이어서, 그런 본질은 규정된 본질이나 자연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연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리학, GW11, 310)
신은 추상적 본질을 구체화하는 즉 세계의 본질과 다양성을 결합하는 힘이지만, 신 자체는 법칙적인 것은 아니다. 신은 결합하는 원리지만, 유일할 수 있다.
4)
그런데 ③ 이 결합 관계에서 양자의 결합은 단순히 그러한 것으로 가정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지적 직관에서처럼 직접 원리적으로 인식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여기서 a, b 의 관계는 상호침투적으로 매개된 것 즉 “정립된 것 속에 자기와 동일한 것” 또는 절대적 관계는 아니다.
“두 번째 관계는 형식상 구별된 것인 한에서 첫 번째와 동일한 내용[A-B, a-b]을 갖는다. 즉 그것은 두 가지 내용규정을 갖는데 그러나 양자[a, b]의 직접적인 결합이다. … 이 관계는 아직 자신의 진정한 절대적 관계는 아니다. 그런 절대적 관계라면 규정들 중의 하나는 정립된 것 속에 자기와 동일한 것이고 다른 것은 다만 이 동일한 것이 정립된 것일 뿐이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어떤 것은 그 내용규정을 지니지만, 그 내용규정이 지닌, 아직 반성되지 않고 다만 직접적인 관계를 이룬다.” (논리학, GW11, 312)
④ 이런 결합의 원리가 존재한다면, a와 b가 결합하는 것은 그것을 원리로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런 원리는 A와 B가 결합하는 것을 통해서 추상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파생된 결과를 근거로 해서 세워진 원리이므로 이 원리를 근거로 해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은 일종의 동어반복이다.
앞에서 형식적 근거는 동일한 내용을 서로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그것은 순환적인 것으로 도출되어야 할 결과를 전제로 그 원리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한 근거에서 결합 근거는 사실 형식적 근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헤겔은 이런 완전한 근거는 한편으로 실재적 근거와 다른 한편으로 형식적 근거를 결합한 것이라고 말한다. 형식적 근거는 실재적 근거로 이행했으나 이제 다시 실재적 근거와 결합한다.
“두 번째로 이[일반적] 근거 관계는 형식적일 뿐만 아니라 또한 실재적이다. 이미 보았듯이 형식적 근거는 실재적 근거로 이행한다. 형식의 계기들은 각자 자기 자신으로 반성한다. 이 계기들은 자립적인 내용이 된다. 또한, 근거 관계는 하나의 본래적 내용을 근거로서 그리고 하나의 내용을 근거지워진 것으로서 포함한다.” (논리학, GW11, 313)
그런데 이런 일반적 관계가 직접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이런 순환적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차라리, 이런 일반적 관계를 더 높은 일반적 관계를 근거로 해서 정립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렇게 하면, 이런 근거를 찾는 작업은 무한히 계속되어서 마침내 자기 스스로 결합하는 원리에 이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바로 이 자기 스스로 결합하는 원리가 곧 이데아인데, 이는 현실 초월적인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악 무한이다.
“추론은 우선적으로 근거를 발견하고 전해주는 것에서 성립하는데 그 때문에 그런 발견과 전해주는 것은 끝이 없이 맴도는 일이라서 어떤 최종적 규정도 포함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어느 것에 대해서도 그것에 대립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이나 하나나 여러 가지 훌륭한 근거가 그 근거에 대립하는 근거만큼이나 가정될 수 있으니 한 무더기의 근거들이 출현할 수 있더라도 그런 근거들로부터 어떤 것이 끌어내어지지 않는다.” (논리학, GW11, 311)
5)
헤겔은 실재적 근거를 배후에서 가능하게 하는 근거의 근거를 제시한 데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실재적 근거가 가능하려면 또 하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바로 조건이다. 이 조건은 실재적 근거가 관계하는 토대에 관련된다.
이 토대는 한편으로 여러 가지 형식의 부정적인 통일이므로, 그 때문에 앞에서 근거의 근거가 발생했다. 그러나 여기서 관계하는 형식은 지각적 일반성을 지닌다. 종적 개체라는 토대는 이런 형식적인 일반성 외에 개별적 규정성, 질적 현존을 지니니, 이제 이 질적 현존은 근거 관계에서 토대가 존재하기 위한 직접적인 규정이 된다.
형식의 근거는 토대가 지닌 개별적 현존의 측면을 자신이 근거로 관계하는 관계의 전제로 삼으며, 이를 헤겔은 근거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반발된 결과”이며 또는 “자기 자신을 타자로 삼아서 관계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이 형식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반발하여 오히려 직접적인 것을 전제로 하고 그런 가운데 자기 자신을 마치 타자로 삼아서 관계한다.”(논리학, GW11, 314)
이 조건은 어떤 것의 근거가 그런 근거로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니 여기서 어떤 것에 대해서 근거와 조건은 서로에 대해 근거가 되고 서로를 전제한다. 이 두 가지는 한편으로 서로 무차별하며 한편으로 서로 관계하며 타자를 통해 자기와 매개한다.
“이런 직접적인 것은 내용규정이며, 단순한 근거이지만, 이는 이와 같은 것으로 즉 마찬가지로 자기로부터 반발되어 자기를 타자로 삼아서 관계한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근거 관계는 제약하는 매개로 규정되었다.”(논리학, GW11,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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