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2-실재적 근거[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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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2-실재적 근거

1)

종적 개체는 형식과 내용의 측면에서 서로 관계한다. 형식은 차이 있지만, 내용이 서로 동일할 때 그 관계가 형식적 관계다. 그런데 이제 형식은 동일하더라도 내용이 달라지면 그것의 관계가 실재적인 관계다.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이 상이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속에서 이제 근거 관계가 형식적인 관계이기를 중단한다. 근거로 되돌아가고 근거로부터 나와서 정립된 것으로 되는 것은 더는 동어반복이 아니다. 근거는 실재화한다.”(논리학, GW11, 307)

여기서 두 개의 종적 개체를 X와 Y라고 하고 각각이 A, B와 B, C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X의 형식과 Y의 형식은 B 형식에서 동일한 것이다. 다만 X에서 그 형식 B는 근거이며 직접적인 것이며 Y에서 그 형식 B는 근거지워진 것 즉 정립된 것이다. X와 Y는 내용도 지니는데, X의 내용은 A, B 각 형식의 토대가 된 것들이 결합체이고 Y의 내용은 B, C 형식의 토대가 된 것들의 결합체다.

여기서 형식의 결합과 내용의 결합은 서로 다른 것이다. 형식은 전체의 기능을 운동 과정 상에서 구획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에서 부분은 그 자체 하나의 유기체이지만, 부분의 전체는 그 부분들이 유기체적으로 결합한 전체다. 전체적으로 통일된 형식과 통일된 내용은 서로 반성적 관계에 있다.

그런데도 아직 지각의 단계에 머무르는 인식은 이를 고립적으로 분할해서 파악한다. 그러면 마치 부분적인 형식과 부분적인 내용이 서로 결합되어 있고, 전체는 이런 부분적 결합체가 다시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예를 들어 꽃나무에서 광합성과 잎, 영양분을 유통과 줄기, 그리고 재생산과 꽃은 각기 결합된 것이며 동시에 전체 꽃나무는 이런 부분적 결합체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지각 단계에서 실재적 근거라는 개념이 출현한다.

2)

이제 이와 같은 지각의 방식으로 보면 형식상 동일하지만,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것들의 관계가 출현한다. 즉 두 개체 X, Y는 형식상은 B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각자는 자기에게 고유한 직접적인 형식(A, C)과 서로 공통적 형식을 동시에 가진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형식 때문에 이 두 개체는 서로 외면적이지만, 공통적인 형식 B를 통해 양자는 근거 관계를 가진다. X에서 형식 B는 근거가 된다. Y에서 형식 B는 X의 형식에 의해 정립된 것이다.

X, Y가 이처럼 서로 다른 형식(AB, BC)을 지닌 한 그 형식들의 토대가 되는 내용(AB, BC)도 서로 달라진다. 각자의 형식이 혼합적이든 내용도 혼합적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형식에서와 마찬가지로 내용도 두 측면을 지닌다. 서로 공통된 내용과 서로 다른 내용이다.

각자는 타자와 구별되는 고유한 내용(A, C)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양자는 서로 외면적이다. 그러면서 근거와 토대라는 관계 속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내용(B)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는 양자는 서로 동일하다.

“근거지워진 것은 근거가 지닌 내용 바깥에 존재하면서, 자기에 고유한 내용을 가지며, 따라서 이중적인 내용의 통일체이다. 이 통일체는 이제 사실 구별된 것의 통일이므로 그 구별된 것의 부정적인 통일이지만, 근거지워진 것은 서로 무차별한 내용규정들이므로, 그 통일은 다만 그들의 공허한, 자기 자신에서 내용이 없는 관계이지 매개는 아니다. 즉 그런 내용규정의 외적인 결합으로서 어떤 것 또는 일자이다.”(논리학, GW11, 308)

“실재적인 근거 관계에서 이중적인 것이 출현한다. 한번은 근거의 내용규정이 정립된 존재 속에서 자기 자신과 연속되며…. 따라서 근거지워진 것에서 이 단순한 본질[근거가 정립된 존재]에 더 추가되는 것은 다만 비본질적인 형식, 외적인 내용규정이다. 그런 내용규정 자체는 근거로부터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다양한 것이다.“(논리학, GW11, 308)

구체적으로 헤겔은 주석을 통해 이런 실재적 관계의 다양한 예들을 제시한다. 그는 우선 집의 토대로서 돌이 사용된 돌집을 가지고 설명한다. 여기서 돌이 토대로 사용된 근거는 곧 무게 때문이다. 그런데 돌에는 단순히 무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돌이라는 독특한 물질적 구조가 존재한다. 그와 동시에 공중에 일정한 위치에 놓임으로써 특별한 운동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돌의 형식 속에 있는 무게, 물질적 구조, 운동 에너지 등이 돌을 내용상 목재나 강철과 구별시켜 주는 것이다. 돌이 지닌 무게라는 형식은 이제 원반던지기에 원반의 형식이기도 하다. 원반은 무게를 지니므로 투척될 수 있다. 그러나 원반은 다른 형식을 지니면서 다른 내용을 가진다. 특히 원반은 원반이라는 형식을 지니므로 멀리 던져질 수 있다.

3)

하나의 개체 속에 존재하는 여러 부분적인 형식-내용 결합체는 지각의 단계에서는 아직 통일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독립적인 것으로 파악되니, 지각이 처한 관점에 따라서(또는 주관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가치가 매겨진다. X와 Y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B(형식-내용 결합체로서)가 본질적이고 C는 비본질적이다. 그러나 Y가 Z와 관계하는 측면에서 보면 C가 본질적이고 B가 비본질적인 것이다.

형식과 내용의 관계에서도 이중성이 나타난다. 형식과 내용이 각자에서 통일적으로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각자에서 형식은 전체적 통일 속에 있으니, 형식은 전체적 내용과 반성 관계에 있다. 형식은 그런 내용의 근거가 되며 내용은 그런 형식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전체를 분할해서 형식이나 내용을 다른 것으로부터 고립적인 것으로 본다면, 여기서 부분적인 형식은 부분적인 내용에 외면적이다. 예를 들어 잎의 기능은 흔히 광합성이고. 이것이 그것의 내용이라고 할 유기체적 조직으로서 잎과 흔히 통일되어 있다고 보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양자는 서로 다르다. 잎은 광합성 기능 외에도 재생산 기능이나 유통 기능에도 관여한다.

더구나 이런 고립된 형식은 일반적인 자립성을 지니고 있으니 예를 들어 무게는 집의 토대로서 돌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무게는 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재나, 강철에도 있으니 그런 점에서 무게는 돌에 외면적인 것이다.

“근거의 자기 동일적 형식은 동일한 형식이 한번은 본질적인 것으로 다른 한번은 정립된 것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이런 동일성의 형식이 사라진다. 근거 관계는 이제 자기에게 외면적으로 되었다.”(논리학, GW11, 308)

4)

앞에서 형식과 본질, 형식과 질료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형식적 근거와 실재적 근거의 차이가 설명되었는데, 양자를 비교해 보면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형식과 본질이 형식적 근거에 대응하며 형식과 질료가 실재적 근거에 대응한다. 형식과 본질이나 질료의 관계는 개체 내부의 관계라 한다면, 여기서 근거 관계는 개체와 개체 사이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개체 내부의 관계가 개체와 개체의 관계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환이 일어난다. 어떤 것의 형식(내용)이 지닌 두 측면은 일단 서로 독립적이어서 서로 외면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실 하나의 개체는 이미 형식상(내용상) 통일체이다.

그러므로 지각적인 관점에서 각기 독립하고 외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파악된 측면들 사이에 통일의 가능성이 모색된다. 어떤 것이 출현하려면 우선 그 형식에서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토대는 근거에 의해 정립된 형식 외에 고유한 형식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토대가 하나의 구체적인 개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 정립된 형식과 토대가 지닌 직접적 형식 사이를 결합하는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도덕은 인륜을 형성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도덕적 근거는 인륜 자신에 고유한 직접적인 형식과 결합해야 한다. 인륜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이며, 이는 개인이 실제 행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것을 통해 형성된다. 인륜이 도덕적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도덕을 실제 행위와 결합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도덕적 충동이나 합리적 자유의지와 같은 것이다.

“도덕이라는 운동 근거로부터 행위가 나올 수도 있고 또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행위는 여러 가지 근거를 지닐 수 있다. 행위는 구체적인 것으로서는 다양한 본질적 규정을 포함하니, 그 본질 규정 각각은 그 때문에 근거로 가정될 수 있다.”(논리학, GW11, 311)

결국, 이런 근거를 찾는 이성의 작업은 끝없이 계속된다. 어떤 근거가 주관적인 관점에서 본질적인 것으로 선택된다면, 그것에 대립하는 것도 근거가 될 수 있다. 하나는 대립하는 것만큼이나 탁월하게 본질적으로 된다.

어떤 근거가 실재하기에 충분하도록 새로운 근거가 요구되면서 실재적 근거는 완전한 근거로 이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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