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촛불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절차 악용 쿠데타가 브라질에서 성공한 이유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실패할 이유- [시대와 철학]

새해, 촛불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절차 악용 쿠데타가 브라질에서 성공한 이유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실패할 이유-

 

김성우(상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세계화의 파산과 극우 포퓰리즘의 재등장

 

7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박근혜 정부 집권 1년 차인 2013년 말은 민주 시민에게는 절망의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급진 민주주의에 대한 지젝의 비판을 다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슬라보예 지젝은 유럽의 변방인 구동구권 출신으로 당대의 떠오르는 스타 철학자였다. 지젝의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이 논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이란 보수 쪽에서의 신자유주의적인 협박이 있다. 보수가 훨씬 능동적이고 풀뿌리적인 포퓰리즘의 형태를 취한다. 매우 공격적인 자세로 자유주의적인 현 상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반하는 테러리스트가 된다.”

더 나아가 “세계화된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퇴색하고,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자본과 시장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한 채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극우적 포퓰리즘이 득세할 것을 염려한 상황 인식은 불행하게도 2012년 우리나라 대선에서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실현되었다. 또한 절차 민주주의의 허점을 악용할 것을 걱정한 불길한 예측은 브라질의 연성 쿠데타로 이뤄지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사회적 불의가 만연했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개혁과 혁명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다. 이때 취약한 계층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체제 전복을 막는 운동 세력을 조직화하려는 전형적인 극우적 해법이 있다. 나치즘과 같은 포퓰리즘이 그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민주적 저항에 맞서기 위해 기득권 카르텔이 내세운 카드이다. 새롭게 선택한 것처럼 보여도 대단히 낡은 카드이다.

대망의 새로운 밀레니엄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의 노동당과 독일의 사민당과 같은 진보 정권들도 신자유주의적 언어로 자신의 정책들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많은 논란을 일으킨 참여 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나오게 된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월가 발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위력이 마법같이 사라졌다. 세계화의 불평등과 이를 공고히 하려는 반민주적 기득권 카르텔에 저항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다. 2010년부터 중동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을 상징하는 재스민 운동과 2011년에는 미국에서 봉기한 ‘월 가를 점거하라!’라는 오큐파이 운동이 대표적이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과 혁명의 세계사적인 시대적 흐름 안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 실패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반민주적 정책에 국민들이 염증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 캠프는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하는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경제 민주화를 포장지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선 캠프는 민주 시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도 지고 말았다. 이 사건은 극우 포퓰리즘 등장의 세계적 신호탄이었다.

2013년 여름, ‘아랍의 봄’에서 탄생한 이집트 최초의 민주 정부가 법원과 검찰의 포위 아래 다시 군부 쿠데타로 무너지고 말았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같은 진보 정당이 오래 집권했던 나라까지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이 지지세를 넓혀 가고 있었다.

2016년 여름,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일부 극우 정치인들의 아젠다인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확정되었다. 영국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은 2019년 말 열린 총선에서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승리로 귀결된다.

같은 해 여름, 브라질에서는 보수 야권 세력이 연방 검찰과 재벌 언론의 유착을 바탕으로 포퓰리즘 방식으로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마침내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켰다. 이 사건은 검찰과 사법부를 이용한 연성(soft) 쿠데타로 규정된다. 이 쿠데타가 연성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군부의 총칼이 아닌 법적 절차를 악용한 합법을 가장한 정권 탈취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 언론이 가세한 극우 포퓰리즘이 견고하게 작동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수사 절차와 사법 절차를 남용한 쿠데타는 당연히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달아 같은 해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극우 기독교 세력을 등에 업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세계화의 피해자인 백인 남성 노동자들을 자극하여 모든 주류 언론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다. 이는 가짜뉴스와 결합한 극우 포퓰리즘이 세계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극우 포퓰리즘 정치 세력은 특히 기독교 파시즘 세력과의 결합으로 운동의 기본 동력을 마련하고, 가짜뉴스로 여론을 조작한다. 이런 식으로 진보 정권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보수 정권에서는 친정부 시위를 이끈다.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민주진보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난민 혐오나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반중국 정책으로 자기 지지 세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유사하게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종북’이 민주진보 세력을 매도하는 대표적인 언어였다. 현재의 극우 야권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를 친북이나 친 중국적인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다. 자신들이 독재의 후예이면서도 시장의 권력을 약화하고 민생을 보살피는 개혁 정책이나 법안을 입법화하면 (재벌과 부유층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재라고 맹비난을 가한다.

세계 전역에서 군부 독재 세력의 잔당과 재벌이 결탁한 기득권 카르텔은 언론의 여론 조작과 검찰의 선별적 수사와 사법부의 자의적 판결에 의해 포퓰리즘적인 동원력을 갖추고 민주진보 정부와 운동을 짓밟는 힘을 과시한다.

브라질에서 연성 쿠데타가 성공한 원인은 식민지 시절부터 오랜 기간 동안 구축된 5개의 연합으로 이뤄진 기득권 카르텔이 굳건한 데 있다. 반면에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차 남용 쿠데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전 브라질 대통령. 출처: 위키피디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ilma_Rousseff_-_foto_oficial_2011-01-09.jpg

 

쌩큐, 박근혜! 쌩큐, 트럼프!

 

트럼프보다 4년 먼저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되고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당한다. 트럼프는 4년 뒤인 2020년 말 대선에서 패배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탄핵을 방해하기 위한 포퓰리즘적인 선동과 막무가내식 시도에 촛불 시민들이 얼마나 혀를 내두르고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엽기적인 내막이 알려지자 우리 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 박정희 신화의 철갑이 벗겨졌다. 이로 인해 여론과 민심의 지형이 바뀌고 말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민주진보진영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부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촛불 시민들이 각성하자 운동장의 기울기가 역전되었다.

여기에는 기득권 카르텔의 내분도 한몫했다. 권력의 애완견 역할을 자처하던 보수 언론도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공격적으로 보도하고, 보수 정권의 사냥개 역할을 하던 검찰도 과감하게 국정농단 수사를 했다. 그 당시 심지어 친박에 속하는 여권 의원들도 탄핵 의결에 동참하고, 친보수적인 판결을 일삼던 헌법재판소마저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박정희 신화가 사라져버려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현 보수 야권은 4차례의 선거에서 전패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는 철옹성처럼 보였다. 올해 총선에서는 180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하고 문재인 정부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경제에서도 선방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게다가 영화와 음악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류는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래된 식민지 의식의 잔재인 열등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진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하지만 불행히도 작년 여름부터 브라질식의 연성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아직 진행 중이다. 조국 전 장관의 가족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로 검란이 일어났다. 검란에 기초하여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은 가짜뉴스에 가까운 여론 공세로 극우적 포퓰리즘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다. 사법부는 이미 사법농단으로 독립성이 흔들리며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법 논리를 악용한 판결로 검란에 동참하고 말았다.

검찰에 유착된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에 가까운 편파적 보도와 보수 야당의 극우화에 기인한 포퓰리즘적인 선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검찰과 사법부의 쿠데타 시도는 현 정부에 타격을 가하는 동시에 기득권 카르텔의 복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구축된 기득권 카르텔이 박근혜 탄핵 이후 발생한 균열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포퓰리즘적인 선동에 능한 까닭에 열성적인 지지자를 대규모로 모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하였다. 그 지지세에 놀란 공화당마저 자기편에 서게 하여 정치적 외톨이에서 당을 장악한 정치인이 되었다. 게다가 고위 관료와 연방대법관마저 자기 사람으로 심어 미국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민주적 절차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뉴미디어와 대규모 열성 지지자를 동원해 선거 조작을 외치며 엄청난 물량의 소송전을 펼쳤지만, 각종 법원에서 연달아 거의 모든 소송이 기각되었다. 고위 관료와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로 주의회나 주정부를 흔들어 대선 선거인단 투표를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 나름대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적 투쟁을 홀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쿠데타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리라고 합리적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의 공화당은 식민지 해방 이후 생겨난 신생국들의 보수 정당처럼 군부 독재 세력의 잔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력이 당내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나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한 공화당 인사들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고 있다.

더군다나 <뉴욕타임스>와 <CNN> 등과 같은 주류 언론은 언제나 날을 세워 트럼프와 대립하였고, 심지어 친트럼프 언론의 대명사인 <폭스뉴스>마저 선제적으로 트럼프에게 불리한 예측을 했다. 심지어 트럼프가 임명한 국방부 장관이나 법무부 장관, 심지어 법관들마저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명령을 거부하고 불리한 발언을 하거나 판결을 내렸다. 이는 다섯 영역의 기득권 카르텔이 균열되어 있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할 절차적 민주주의를 허무는 쿠데타에 찬성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트럼프식의 연성 쿠데타 시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기득권 카르텔의 연성 쿠데타 시도도 실패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보수 언론에 대항하는 민주 시민들의 뉴미디어 언론이 있다.

보수 언론이 아무리 정부와 여권에 대해 맹공을 가해도 다소 출렁거림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선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보수 언론이 조국 가족에 대해 80만 건 이상의 친검(檢) 보도를 했지만,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며 서초동에 모인 백만 이상의 촛불 시민의 집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극우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민주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 시민들이 정부와 여당을 견인하여 공수처를 설치하고 다양한 개혁 정책들과 법안들을 입법화하고 있다.

거기에다 군부 독재 세력의 후신인 현 보수 야권이 많이 약화되고 분열되어 있다. 물론 검언(檢言) 카르텔이 대단히 견고하고 상당히 많은 보수적 판사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이 강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연성 쿠데타 시도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검언 카르텔이 일으킨 쿠데타에 법조 카르텔이 참여하면서 민주 시민들의 촛불에 다시 불을 지르고 말았다. 이 쿠데타에 무사안일하게 대처하던 민주당이 민주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떠밀려 2차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 및 윤석열과 사법 농단 판사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여권은 180석을 바탕으로 국정원과 경찰 및 검찰이라는 3대 권력 기관의 1차 개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검언과 사법 쿠데타 시도로 말미암아 문재인 정부는 그 임기 내에 민생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을 마무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4대 개혁 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재보궐 선거와 대선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새해에는 민주 시민들의 분노가 지닌 엄청난 압력에 정부와 여권이 4대 개혁을 상당히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현 정부의 대명사인 선제적인 검사 외에 국내 치료제 개발과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백신 계약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에 검사, 치료, 예방이라는 3대 조치로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도 기대한다.

트럼프의 쿠데타 시도가 이미 실패로 판정이 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쿠데타 시도도 민주 시민과 거대 여권의 연대에 의해 제압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니 촛불 시민들이여, 분노하라! 그 분노의 목소리를 크게 외치자! 정부와 여권이 4대 개혁을 향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