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변화, 일파만파의 교육혁명이 된다 1-③ [4人4色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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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인천도림초등학교 교사)
왜 세계 사람들은 핀란드에 주목하는가?

대한민국의 교육에 만족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계속 쏟아지는 교육관련 책들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학교가 가고 싶은 곳, 즐거운 곳, 행복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교사인 나도 점점 힘들어지니 학생들은 어떤 마음일지 상상이 된다. 한동안 교육계에는 핀란드 바람이 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생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 학생들이 2000년, 2003년, 2006년 모두 다른 나라의 학생들보다 우수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나도 교육복지의 나라, 교육개혁이 성공한 나라로 불리는 핀란드가 궁금했다. 물론 한국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세계 사람들이 핀란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 결과에만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핀란드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북유럽 교육탐방의 기회가 있어 2010년 1월에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학교를 직접 방문했다. 먼저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교육현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아이들을 생각하고, 교육철학을 녹여 토론을 하며 교사들이 설계안을 낸다. 국가에서는 교육과정의 큰 틀만 제시하고 모든 권한은 학교와 교사에게 준다. 단 한명의 학생도 소중히 여기고 대학입학 시험 전에는 특별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복지국가이다 보니 교육비 걱정도 없다. 누구라도 배울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보장이 된다.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교육청장이 20년간 바뀌지 않은 나라가 핀란드다.

 

Commentary – 핀란드 vs. 대한민국

우리의 교육현실을 돌아보면 절로 한숨이 나고 걱정이 된다. 사회적 합의도 없이 교육정책이나 제도를 만들고, 몇 십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모양의 교실에서 똑같은 교과서로 아직도 일제식 수업을 하고 있다. 핀란드를 부러워만 할 수도 없고 핀란드 제도를 갖고 온다고 해도 사회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이 나라에 잘 정착할 수도 없다. 우리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핀란드 교실 혁명>은 저자 후쿠타 세이지가 수십여 차례 핀란드를 방문하고 쓴 책이다. 핀란드 교육제도와 여러 가지 특징들이 설명되어 있고 학교 3곳을 탐방한 내용이 실려 있다. 학교탐방은 하루 종일 수업을 세심히 관찰하고 기록하여 핀란드 교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이 단순히 번역만 해서 출판했다면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우리식’으로 교육을 펴기 위해서는 ‘우리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꼭지마다 한국과 핀란드를 비교한 번역자의 해설이 달려 있어 좋았다. 난 이 해설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국가 정책이나 예산 문제처럼 거창한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핀란드 교육의 좋은 점 중에서 반드시 우리가 교실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내용이다.

 

교육혁명의 시작 – 교실

그 내용을 곱씹으며 <핀란드 교실 혁명>(비아북 펴냄)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관점을 살펴보자.

첫째, 지식관과 학력관의 변화이다. 지금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가를 두고 평가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두뇌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가 진짜 필요한 지식일지는 의문이다. 사회구성주의적인 학습관은 지식이 고착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스스로 편성해가는 것이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을 구성하는 주체의 목적, 가치관, 알고 싶다는 욕구 등이 중요하고 교사는 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PISA2009에서는 디지털을 이용한 읽기, 쓰기 능력이 처음으로 측정되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여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에게 동기부여하기이다. 핀란드는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모두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강요한다. 교사들은 학생의 관심과 흥미보다 내가 잘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배움이 즐겁다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은 다른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일주일간의 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시간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교과학습과 그 외 하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계획한다.

셋째, 협동학습을 통한 교육활동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속에서 더욱 큰 배움이 일어난다. 경쟁은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깊이 생각할 시간과 협동의 기회도 빼앗고 심각한 스트레스와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낳는다. 반대로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사회성도 키우고 학습의 효과도 높다. 교실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공부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송에서 많이 나왔던 아키타 현의 기적과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을 보면 협동학습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어느 학년을 가르치더라도 수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교수법 보다는 학습법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에서는 주제통합 학습, 블록제 수업, 테마 학습 등의 다양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수업은 집중력도 높고 학생들이 즐거워한다. 단순한 암기, 지식 전달만을 하는 수업을 벗어나 보자. 기존의 수업 모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다수 학생들은 낙오자가 되고 만다. 그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한다.

다섯째, 여유를 두자. 우리는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통제가 들어간다. “여기를 봐라”, “책을 펴라”, “떠들지 마라” 등의 말을 하거나 심지어는 체벌을 하는 교사도 있다. 하지만 핀란드 교사들은 다르다. 학생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여유 있게 기다릴 줄 안다. 신기하게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천천히 수업에 참여한다. 15분~20분 정도가 되면 모두 함께하는 수업이 된다. 우리의 조급함이 더 산만한 수업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한다.

물론 평가와 입시가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그게 가능하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면 교육의 새로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바꾸려는 작은 노력과 실천이 있어야 큰 변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변화이다. 협동학습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교사들은 협동, 협력하고 있지 못하다. 교사들의 교육철학, 실천 노력, 배움에 대한 가치가 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교육주체끼리 서로 상대의 변화만 요구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일파만파라 했다. 교사의 변화라는 물결이 교육혁명이라는 파도를 몰고 오리라. <핀란드 교실 혁명>은 큰 변화를 향한 첫 걸음에 용기와 격려를 보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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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시대와 철학>이 기획하여 진행하는 책읽기 코너입니다. 한 권의 책에 대하여 저자 혹은 역자, 학자와 전문가, 일반 독자와 편집자가 한 권의 책에 대해 다양한 시각의 책 읽기, 세상 읽기를 보여주는 기획입니다. ‘4인4색의 책읽기’의 첫번째 책은 후쿠다 세이지 지음, <핀란드 교실 혁명>(비아북)으로, 윤영돈(인천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윤희(서울 상도중학교 교사), 김세연(인천 도림초등학교 교사), 박재원(기획 및 번역자)의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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