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해석의 중요성: 우리 사회의 지식 형성 과정[철학을다시 쓴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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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해석의 중요성:?우리 사회의 지식 형성 과정[철학을다시 쓴다]-21

 

 

윤구병(도서출판 보리 대표)

 

*이 글은 보리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임을 알립니다.

 

오늘은 바다를 끼고 지중해 해안가에 세워진 그리스 이오니아 식민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여러분들 밀레토스라는 지역을 아시죠??밀레토스가 어떤 곳입니까??철학개론 배우신 분들 손들어 보세요.?탈레스라는 이름은 압니까??서양에서 최초의 철학자라 알려진 탈레스가 밀레토스 출신입니다.?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말한 거로 유명한 사람이죠.?여러 방면에 다양한 재질을 가지고 있어서 천문학에도 일가견이 있었고,?늘 하늘만 쳐다보고 다니다가 웅덩이에 빠진 적도 있어서 가까운 것은 못보고 먼 것만 보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비웃었다고 하는 일화도 있죠.?실제로 만물의 근원이 뭐냐 하는 물음은 오랫동안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종교에서도 이 우주,이 세상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애를 써 왔고,?철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를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하나가 무엇이고,?그것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현대 입자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가장 큰 하나인 우주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느냐,누가 이 큰 우주를 만들어 냈느냐,?혹은 저절로 이 큰 우주가 생겨났느냐 하는 화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관심이 크죠.

이야기가 좀 재미있어야 하니까 우리 쪽으로 눈길을 돌려봅시다.?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천지창조 신화가 없었던 걸로 생각을 해요.?이 잘못된 생각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냐면,?단군신화를 엉터리로 해석해 온 이른바 신화학자들이나 역사가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데서 생긴 고정관념에 매달린 탓이 커요. ‘웅녀’설화를 예로 들면 토템사상을 끌어들여 웅녀는 곰 부족을 상징하고 환웅은 호랑이 부족을 상징한다,?이 부족국가들이 결합해서 고조선이라는 민족국가를 형성한 것이다,?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단 말이죠.?이 엉터리 없는 이야기를 맨 처음에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았더니 육당 최남선이 나옵디다. ‘불함문화론’에 나오는 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신화학자 김열규 선생이 확산시킵니다.?너무 그럴싸한 이야기여서 많은 학자들이 거기에 넘어가 우리나라에는?‘토템’과?‘샤만’?이런 것들은 있었지만,천지 창조신화는 없다,?이런 식으로 규정을 짓는데,?아무리 조그만 부족도 천지창조의 신화가 없는 부족은 없습니다.?전부 나름대로 가장 큰 것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에 대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설명해 내려고 애씁니다.?물론 설명 체계는 짜임새가 정교한 것도 있고,?느슨하거나 엉성한 것도 있지만,?없는 곳은 없습니다.?우리 나라 사람들만 별종이어서 천지창조 신화가 없는 거냐 아니면 유실된 거냐??이런 생각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제가 한 삼십 년 전부터 단군신화는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신화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떠벌리는 말이라고 권위를 인정해 주질 않아요.?이제부터 제가 제대로 해석을 할 테니까 여러분들 들어 보세요.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설화를 보면?‘환인’의 아들?‘환웅’이 아버지에게 아래로 내려가 중생들에게 널리 이로움을 주겠다고 해서, ‘신단수’?아래로,?바람,?비,?구름,?번개,?우레 같은?‘손’(사)을 데리고 내려옵니다.?그런데 환히 빛나는 멋있는 수컷?‘환웅’(해)에게 반한 암컷 둘이 찾아옵니다.?이른바‘곰’과?‘범’이지요.?환웅이 쑥과 마늘을 먹고?‘100일’을 견디면 짝으로 삼겠다고 말하자, ‘호랑이’는 그사이를 참지 못하고 달아나고?‘웅녀’는 견디고 참아서 환웅의 짝이 되어?‘단군왕검’을 낳았다.?이런 식으로 기록되어 있죠.

‘호랑이’는 우리말로?‘범’이죠.?언어학자들은 어원을 추적할 때 모음은 제껴 놓는 일이 많습니다.?그 만큼 모음은 시간과 지역에 따라 자주 바뀌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범’은?‘밤’으로도 발음되고,?그렇게 기록된 예도 있습니다.?그리고?‘곰’은?‘검’도 되고, ‘굼’도 되고, ‘감’으로도 바뀝니다.?처음 낱말을 가르칠 때 한 낱말을 비슷한 다른 말로 바꿔서 그 말의 뜻을 일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이것을?‘사전적 정의’(lexical definition)라고 합니다.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가르치는 천자문을 보면 뭐라고 되어있어요??하늘천,?따지,?감을현,?누르황.?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면,?한 낱말을 뜻이 같은 다른 낱말로 바꾸어서 하늘은?‘검’이요,?땅은?‘누리’다,?이렇게 한 낱말의 뜻이 다른 낱말과 같다는 것을 밝혀주지요.?왜 하늘을?‘검’이라고 할까요??나중에?‘감’, ‘곰’, ‘구무’, ‘가마’, ‘개마’,?임금 할 때?‘금’,?이런 것들이 모두?‘거무(검)’에서 파생된 말인데,?우리 옛 분들은 빛의 간섭이 없는 밤하늘 빛깔이 본디 하늘빛이라고 봤습니다. ‘하늘은?‘검’이다.?그리고 땅은?‘누리’다.’?이렇게 옛날에?‘하늘’이라는 이름도 있었지만,?그것을?‘검’(거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개마’고원을 왜 그렇게 부르느냐 하면 하늘에 닿아 있는 봉우리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입니다.?개마,?고마,?구마,?다 같은 말에서 파생되어 나온 말입니다.?이렇게 따지면 실마리가 잡힙니다.?밤도 깜깜하고 하늘도 깜깜합니다.?깜깜하다는 점에서는?‘밤’(범)과?‘검’(곰)은 다르지 않습니다.

‘백일’이라는 말도 달리 해석해야 해요.?해가 나는 동안, ‘온(백)날’, ‘온날’은 해가 비추는 동안,?온종일이라는 소리죠.?해가 비치는 동안에 자기와 함께 견딜 수 있는 것을 자기 짝으로 삼겠고 했는데,?해가 비추자마자 범(밤)은 달아나고 곰(검)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죠. ‘하늘’과?‘해’가, ‘웅녀’와?‘환웅’이 짝을 맺게 되어,?하늘이 해의 아낙이 되었다,?이것이 단군설화에서 나타나는 우리식 천지창조 신화입니다.

“우리 신화에서는 하늘이 여성이고 태양이 남성입니다.?이게 그리스 신화 책엔 거꾸로 되는 거죠.?저쪽에서는?‘우라노스’, ‘천공’이 남성이고, ‘가이야’, ‘땅’은 여성으로 상징되지요.?하늘과 해가 짝을 지어서 낳은 게 무엇이냐……. ‘다’, ‘따’, ‘다알’(달,?딸),?땅.?이 지구도 그렇게 생겨났고,?달도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그럴 듯한 말이죠??아무도 이것을 학설로 봐주지 않으니까?‘거짓말’로 여겨져?30년 동안 여기저기 귀에서 귀로 흘러 다니다가 사라져 버렸어요.?어때요,?그럴 듯해요?”

“네.”

그럴 듯하면 하나 더. ‘오행사상’?있죠??오행에서 기본색으로 다섯 가지 색이 나옵니다.?중국에서는 목,?화,?토,?금,?수가?‘오행’이죠??목은 동쪽과 풀,화는 남쪽과 불,?토는 중앙,?계절적으로 보면 여름과 가을 사이고,?금은 가을.?수는 겨울입니다.?말하자면 오행의 자리는 동,?남,?중,?서,?북인데 빛깔로 나타내면 목은 푸른색으로 나타나고,?화는 붉은색,?토는 누른색,?금(金)은 흰색,?수는 검은색으로 나타납니다.?목화토금수로 나타나는 오행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대로 가져다 쓰기 어렵다는 것을 곧 알 겁니다.?유럽이나 러시아,?그 밖에 다른 지역을 가보면 부엽토가 뒤섞이고 썩어서 물이 검습니다.그러나 우리나라 물은 맑아서 투명합니다.?색깔이 없습니다.?우리나라는 산구비가 가파르고,?나무가 많기 때문에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이 검지 않아요.?중국에서 만들어진 오행설을 보면 갑자기 하얀 해 대신에 숫돌에 하얗게 간?‘쇠’가 끼어듭니다. ‘금’(金)이?‘쇠’지요.?중국에선 오행이 색깔로 보면 푸른색,?붉은색,?누런색,?흰색,?검은색으로 되는데, ‘쇠’를 흰색으로?‘물’을 검은색으로 나타냅니다.?우리말 형용사?‘푸르다’는?‘풀’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붉다’는?‘불’에서 나오고, ‘누르다’는?‘누리’에서,?다시 말해 황토 땅에서 나온 것이고, ‘희다’는?‘해’에서 나왔고, ‘검다’는?‘검’?곧?‘하늘’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우리 나름으로 오행설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빛깔이 지정됐다면 우리나라 기본 색채가 훨씬 더 원초적이고,?전부 자연물로 됐다, ‘쇠’?대신?‘해’가 들어가고,?물 대신 하늘이 들어갑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장 삶에 밀접한 자연물에서 우리의 색채를 끌어내었다.?이게 민족주의적인 발언입니까??아니죠?

잘 들어 보십시오.?우리나라에서는?‘물은 맑고’, ‘불은 밝고’, ‘바람은 부는’것입니다.?이름씨(명사)와 움직씨(동사),?그림씨(형용사)가 같은 소리,?하나의 말에서 흘러나옵니다.?우리민족은 이런 점에서 아주 좋은 언어를 물려받았고,?이런 말을 부려서 쓸 수 있었던 우리 조상들이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그런데 여러분들은 우리 조상들이 시원찮아 보이니까 있다/없다,?이런 말을 시시하게 여기고?‘존재’와?‘무’(無)하면 대단하게 보고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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