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7(Ζ)권 후반부 ~ 9(Θ)권 전반부(1) [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7(Ζ)권 후반부 ~ 9(Θ)권 전반부(1)

 

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형이상학7(Ζ)권 후반부 (7~17)

 

7(Ζ)권의 7~9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성에 대한 분석을 전개함으로써 형상이 생성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생성 자체의 원인임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성의 3가지 유형, 즉 본성적 생성, 기술적 제작, 그리고 자생적 생성을 구분한다.

 

본성적 생성이란 본성에서 시작해서 생겨나는 것들의 생성이다. 이때 생성의 출처를 질료라고 하고, 생성의 작용인은 형상이라는 뜻에서의 본성이며, 생성의 결과물인 목적인은 일반적으로 실체라고 불리는 것으로 사람, 식물 등의 것들이다. 반면 기술적 제작은 기술, 능력, 사고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기술적 제작에서 형상은 제작하는 자의 영혼 속에 있다. 자생적 생성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동시에 생겨나는 것의 부분으로 있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제작과는 달리, 건축가의 개입 없이 돌로부터 어떤 것이 생성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들의 생성 모두에서 먼저 주어진 것, 즉 질료는 생성의 가능성 자체를 조건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생겨나는 것의 정식에 있어서도 질료는 속해야만 하는가? 생겨나는 것들을 그 질료의 이름에 따라 부를 때 우리는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것으로 된’이라 부른다. 생겨나는 것들은 그 질료에 따라 정식화되지 않으며, 생겨나는 것의 정식은 질료 외의 다른 요소로부터 형성될 필요가 있다.

 

생성의 원인인 형상 자체는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형상 역시 생성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라 가정했을 때, 형상인을 형상인의 생성 원인으로, 즉 형상인의 질료인, 형상인, 작용인으로 다시 나눌 수 있을 터인데 이런 결론은 무한 퇴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분들에 대한 정식이 전체에 대한 정식에 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규명한다. 만약 전체에 대한 정식이 부분들에 대한 정식들에 의해 구성된다고 가정했을 때, 부분들에 대한 정식은 전체에 대한 정식에 앞설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손가락이라는 동물의 부분이 동물이라는 전체로부터 따라 나오는데, 손가락은 동물과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지만 동물은 손가락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12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상의 정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정식이 정의라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하나인가? 실체는 ‘이것’, 즉 어떤 것 하나인 바, 정의는 실체를 말하므로 정의 역시 병렬적 나열이 아니라 하나여야 한다. 정의에는 유와 차이(diaphora)가 있다. 이때 유가 그 유에 속하는 종들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질료적이며, 정의는 차이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적 차이는 유를 규정한다. 차이가 없는 것들에 이를 때까지 차이의 차이(tēn tēs diaphoras diaphoran)에 따른 분할은 진행되어야 하는바, 차이들의 수만큼 종의 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로 마지막 차이(teleutaia diaphora)는 각 사물의 실체이자 정의이고, 형상이며, 정의는 마지막 차이로 규정되는 정식일 것이다.

 

13~16장은 보편자와 개별자의 정의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실체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보편자는 실체일 수가 없는데 이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로, 실체는 고유하고 다른 것에 속하지 않아야 하지만, 보편자는 특정한 개체들에 대하여 있으며 그와 분리될 수 없다. 둘째로, 보편자는 여럿에 대해 술어가 되기 때문에 여러 개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실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이다. 한편으로 개별자는 정의될 수 있는가? 개별자로서의 복합체는 생성하고 소멸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감각적 실체들에 대해서는 정의도 없고 논증도 없다. 개별자는 질료적 우연성 때문에 정의될 수 없으므로, 실체의 정의는 복합실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질료 없는 형상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형상들이 실체라고 한다면, 이는 합당하다.

 

17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앞선 논의들로부터 실체에 대한 규정을 이끌어 내며 7권을 마무리 짓고 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이 그 자체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탐구할 수 없으나,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이 그러한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탐구할 수 있다. 고로 탐구 대상은 질료를 특정한 것으로 만드는 원인으로서, 질료들을 ‘어떤 것’으로 있게 하는 형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원인이 곧 실체인 것이다.

(계속)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1권, 3권, 4권의 3장까지(2) [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1권, 3권, 4권의 3장까지(2)

 

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이어서)

 

  1. <형이상학> 3(B)권

 

<형이상학>의 3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탐구되는 학문과 관련하여 이 학문의 물음 즉, 철학이 물어야 하는 주제가 어떤 주제들인지를 나열한다. 이 물음들은 철학적 난점들 즉, 아포리아(Aporia)들로 제시되며, 이는 형이상학이라는 학문의 어려움과 탐구 주제를 보여준다. 로스(W. D. Ross)의 구분에 따르면 아포리아들은 총 15개가 제시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학문이 네 가지 원인을 모두 다룰 수 있는가? 2) 공리들을 다루는 것은 실체에 대한 학문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학문이 그것들을 다루는가? 3) 하나의 학문이 모든 실체를 다룰 수 있는가? 4) 실체에 대한 학문은 실체에 속하는 부수적인 것들도 함께 다루는가? 5) 감각적이 아닌 실체들도 있는가? 그렇다면 그 종류는 얼마나 되는가? 6) 유들이 사물의 첫째 원리들인가, 아니면 사물들에 내재하는 부분들이 첫째 원리들인가? 7) 유들이 원리들이라면, 최상의 유들이 그런가 아니면 불가분적이 그런가? 8) 개별적인 것들과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이 있는가? 9) 첫째 원리들은 각각 종이 하나인가 아니면 수가 하나인가? 10) 가멸적인 것들과 불멸적인 것들의 원리들은 같은가? 11) 있는 것과 하나는 실체들인가 아니면 속성들인가? 12) 수학의 대상들은 실체들인가? 13) 감각물들이나 수학의 대상들뿐만 아니라 이데아들도 있는가? 14) 첫째 원리들은 가능적으로 있는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있는가? 15) 첫째 원리들은 보편자인가 개별자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물음들을 이전 철학자들의 논의들을 참조하면서 이 물음들이 단순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포리아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형이상학>의 3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아포리아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지 이 물음들과 관련하여 여러 난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그럼에도 이 아포리아들은 <형이상학>에서 큰 의미가 있는데, 왜냐하면 여기서 말해지는 아포리아들이 책이 탐구하는 학문 즉 형이상학의 범위와 문제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1. <형이상학> 4권(Γ) 3장까지

 

4권에서는 드디어 본격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논증이 펼쳐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먼저 형이상학을 ‘있는 것을 있는 것으로서 탐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하면서, 있는 것인 한에서 있는 것의 첫째 원리와 최고의 원인들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이때, ‘있는 것’이라는 말은 다의적이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선 ‘있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리하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을 설명한다. 있는 것은 실체와의 관계에 따른 하나의 원리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가령, 실체도 있는 것이고, 양태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원리를 지닌 것들은 저마다 그 원리를 따르고, 그것과 관계된 것으로 말해지는 것들을 탐구하는 하나의 학문이 있다. 이러한 실체 자체와 그 관계를 통해 다의적으로 있는 것 모두를 탐구하는 학문이 철학이다.

 

하나의 유에는 하나의 학문이 할당되고, 하나의 학문은 할당받은 유와 그 유에 속한 종들에 관한 분과들을 종으로 지니기 때문에, 철학은 있는 것의 유에 속한 종들만큼의 분과들을 그 종으로 지닌다. 따라서 있는 것의 유와 하나의 유는 서로의 유에 속한 종들이 일치하며, 하나의 유에 속하는 종들을 탐구하는 것 또한 철학과 그에 속한 분과들의 몫이다. 따라서 하나의 유에 종으로 속하는 동일성과 동질성 그리고 그것들에 반대되는 다름과 이질성 또한 철학의 탐구 주제에 속한다. 반대자들은 동일한 원리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같음과 다름 그리고 실체를 다루는 학문을 고찰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철학자의 일이다. 그러므로 철학은 첫 번째 뜻에서 있는 것, 즉 실체를 탐구하고, 하나와 여럿,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반대자들, 그리고 있는 것과 실체에 속하는 부수적인 것들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탐구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논증의 첫째 공리 즉, 모순율을 탐구한다. 언뜻 수학에 몫인 듯 보이는 공리에 대한 이 물음은, 이 공리가 특정한 유에만 고유하게 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철학의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공리들에 대한 고찰 역시 보편적으로 있는 것과 첫째 실체에 대해 고찰하는 사람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공리를 모순율로 제시하며 모순율에 대해서 모든 원리 중에서 가장 확고한 원리에 대해서는 잘못을 범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무전제적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것이 있으면서 동시에 있지 않을 수는 없고, 반대되는 것들이 동시에 동일한 것에 속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모순율은 여타의 모든 공리들에 대해서도 그것들의 원리이다.

 

(끝)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1권, 3권, 4권의 3장까지(1)[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 안녕하세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웹진편집부에서 알려드립니다.

6월부터 격주로   한철연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에 선정된 팀의 활동 상황을 웹진을 통해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세미나에서 다룬 내용을 소개하고 풀어내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1권, 3권, 4권의 3장까지(1)

 

건국대학교 다자인多字人

1. <형이상학> 1(A)권

<형이상학> 1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람은 본성상 알고 싶어 한다”라는 문장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이 앎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앎의 단계를 ‘감각’, ‘기억’, ‘경험’, ‘학문적 인식과 기술’ 네 단계로 구분하여 감각과 기억까지는 동물도 가능하지만, 경험의 단계 다음부터는 오직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말한다. 학문적 인식과 기술은 “경험에서 얻은 많은 생각들로부터 성질이 같은 것들에 대해 하나의 일반적 관념”이 형성될 때 생겨난다. 예를 들어 칼리아스나 소크라테스 같은 개별적인 개개인에게 이런저런 치료가 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경험에 속하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개인의 체질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치료가 어떤 것인지 판단하여 그에 맞는 치료와 그것이 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기술(의술)에 속한다.

비록 실제 행위에 있어서 경험을 가진 자들이 경험 없이 이론을 가진 사람보다 더 능숙할 수는 있더라도 학문적 인식과 기술이 더 높은 단계인 이유는 경험만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가 그렇게 된다는 사실은 알더라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반면, 학문적 인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은 이유와 원인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자들은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유경험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기술은 경험보다 우위에 놓인다.

나아가 기술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필요에 의해, 어떤 것들은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있다. 그리고 앞의 기술보다 후자의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더 지혜롭다. 그들이 가진 인식들은 유용성이나 필요에 의해 있지 않고,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활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필요에 종속된 기술보다, 그 자체가 목적인 학문, 앎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자유로운 기술과 학문이 더욱 지혜로운 것으로 본다. 이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를 최고 단계의 앎으로, 어떤 원리들과 원인들에 관한 학문적 인식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지혜, 즉 철학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일반적인 견해로부터 출발한다. 이에 따르면 지혜는 1) 가능한 모든 것을 알고, 2) 알기 어려운 것을 알며, 3) 엄밀하고, 4) 원인들을 뛰어나게 가르치며, 5) 자기 목적적이고, 6) 지배적 위치에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를 ‘가장 보편적인 인식’이자 ‘첫째 원리들과 원인들에 대한 이론적 학문’이라고 규정한다. 또 이 특성들에 따라 이 학문은 신이 소유하기에 가장 알맞다는 뜻에서 신적이며, 이것이 신적인 것들을 다룬다는 이유에서 신적이다. 왜냐하면 신은 모든 것을 주재하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이고 일종의 원리라는 점에서 그러한 학문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성을 따지자면 어떤 학문도 그것보다 더 필요하나,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원인들에 대한 논의로 네 가지 종류를 제시한다. 첫째, 실체와 본질(형상인), 둘째, 질료이자 기체(질료인), 셋째, 운동이 시작되는 출처(작용인), 넷째, 그것과 대립하는 원인, 즉 지향 대상과 좋은 것(목적인)이 바로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제시한 네 가지 원인의 관점에서 그 이전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원리’ 혹은 ‘원인’에 대해 검토한다. 선대의 철학자들은 질료인으로부터 시작하여 원인들에 대해서 많은 주장과 논의를 내세웠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그들의 방법은 적절치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논의를 검토하면서 그들이 내세운 논의가 어떤 한계와 문제가 있는지를 밝혀낸다.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에 대해 형상에 대해 말한 철학자들이 제일 본질에 가깝게 접근했다고 말하면서도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데, 왜냐하면 플라톤은 질료인과 형상인 만을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중점으로 비판한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이데아론은 개별자와 떨어져 설명에 대상을 늘렸을 뿐이며, 그 자체의 증명에도 분명한 것이 없고, 운동과 변화에 관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혹여 이러한 이데아가 수라고 하여도 이것이 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을 포함하여 선대 철학자들이 형이상학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미숙했으며, 네 가지의 원인을 두루 파악하지는 못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