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도레미파솔라시도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8

도레미파솔라시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공기를 통통통

바람을 송송송

아침을 하하하

햇살을 봉봉봉

우주의 공기를

동글동글 둥글둥글

노래하는 비둘기 합창단

 

노란향기 뿅뿅뿅

분홍색깔 붕붕붕

하얀바람 팡팡팡

우주의 향기에

붕붕이가 날아온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신나게 노래하는

비둘기 합창단

 

 2017-3-31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우리에게도 봄이 옵니다.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노란 희망이 하늘 위로 떠오르고 어둡게 떠있던 부정의한 정의도 잠수함을 타고 하얀 바람을 맞이하러 갑니다. 노란 향기, 분홍 색깔, 하얀 바람 가득담은 우주를 가슴에 담아 희망을 봅니다. 오선지에 앉아 있는 비둘기들이 우주를 향해 신나게 노래합니다.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후후후 바람 바람 바람을 가슴에 담아 떼를 지어 합창을 합니다.

<ⓔ시대와철학>의 간판작가 김설미향 출간 기념 인터뷰

<시대와철학>의 간판작가 김설미향  출간 기념 인터뷰

[그림자 박물관] 전격 출간

 

글쓴이 :  전임 편집주간 강지은

 아래 링크로 연결하시거나  [그림자 박물관]으로 검색하시면 이전에 연재도 작가의 작품도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http://ephilosophy.kr/han/7367/

 

유난히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던 3월 7일 연남동에서 김설미향 작가를 만났다. 본인이 <ⓔ시대와철학>의 편집주간을 하는 내내 교류를 했던 작가가 웹진에 실었던 원고를 책으로 묶어냈다는 소식은 작가만큼 나에게도 기쁨이었다.  [그림자 박물관]은 웹진에 2013년 7월 2일 처음 연재를 시작하여 2014년 9월 28일까지 매달 한 번씩 연재된 그림동화다. 섬세한 그림과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는 행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 어른 혼자 읽어도 좋고 어른이 아이와 함께 대화하며 읽어도 좋을 철학동화다.

또 한 가지 축하할 일이 있다. [그림자 박물관]이 인천 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출판분야에 선정되어 출판지원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연남동 어느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김설미향 작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동화의 몇 가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 친구가 사실 동화작가예요. 그 친구의 작품과 비교해서 그림자박물관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어요. 제 친구의 동화는 전래동화를 해석하면서 친절하게 모든 걸 이야기해주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의 동화는 한 번 읽으면 다 이해가 가는 듯 싶으면서도 다시 읽으면 또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메타포가 가득 든 보물상자 같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볼게요. 나루는 마을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꼬리를 보고 그림자를 팔지 않습니다. 나루는 어떤 눈, 어떤 심성을 가진 아이일까요?”

“책에는 사실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이야기의 개연성 때문에 처음 웹진에 실렸던 부분과 다르게 조금 스토리 조정도 했구요. 하지만 설정에서 나루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할아버지의 나쁜 꼬리를 볼 줄 아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욕심장이잖아요. 그렇다면 착한 심성의 나루가 세상을 구하는 구원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 세상에 한 사람 두 사람의 구원자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세상의 본보기 정도의 모습으로 작품에서 구현해 본거예요. 현실세계에선 힘들지만 작업 안에선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질문이기도 한데요, 작가가 원하는 인간상과 나루와 통하는 부분이 있나요? 다시 말해서 나루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으셨으면 좋으시겠어요, 아니면 그저 작품 속의 인물일 뿐인가요?”

“저는 나루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아직은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움직이는 세계가 더 크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또 작업 안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또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많지 않지만 제 작품을 통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님 말씀 들으니까 촛불 시민 안에도 나루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깊이 들어가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고 타인을 위한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결말이 그다지 비극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의 결말은 권선징악이잖아요.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비록 추한 모습으로 변하지만 행복한 꿈을 꾸며 끝나요. 새로운 도덕성의 창조인가요 아니면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저는 가학적인 결말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또 열린 결말도 생각하고 작업했구요.”

“마지막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자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예요. 그림을 전시하면 멋지잖아요. 할아버지가 자기 이익을 취하고 나쁘게 쓰기 위한 곳이죠.”

“자본주의의 시장같은 곳인가요?

“네, 그렇죠.”

“자본주의의 메타포로 읽어도 참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욕망이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닌가 싶은 재미있는 동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만 잘하면 잘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많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저만 잘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더라구요. 함께 행복한 방향으로 가야 한 사회가 행복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개개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게 함께 가야지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고 책처럼 따듯한 세상이 되려면 모두 조금씩 노력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아래에 인터뷰 동영상도 함께 올립니다. 커피 가는 소리, 옆에서 대화하는 소리 등 잡음이 좀 있지만

그만큼 현장감도 느껴지실 겁니다. ㅋㅋ

 

 

섦 – 가면 쓴 우주인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7

가면 쓴 우주인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나의 세상 밖으로 나가서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비운 것처럼 슬퍼하는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노랑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를 따라 향기를 맡으러 가보리.

그 곳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하늘도

내가 본적 없는 꽃도

내가 느껴 본 적 없는 나무도

내가 그려보지 못한 냄새의

향기로 가득할거야.

 

2017-3-15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언제나 틀을 없애려는 그 시도조차 어느 틀에 갇히는 수고로움을 갖게 됩니다. 진정으로 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는 것처럼 결국에 그것 또한 욕망의 한 형태로 자리합니다. 수 없이 어떤 것에 규정되거나 정해진 사각형, 삼각형의 형태로 갇히길 원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형태의 틀로 가기도 합니다. 살아온 환경, 살아온 경험, 살아온 관계는 그 사람을 규정하고 타인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성립하여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기쁘고 즐겁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슬픔과 마주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타인으로 성립되는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나로서 내가 성립하는 나는 무엇인지 그 둘 간의 간극에서 벌어진 틈을 보면 마주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없는 나를 마주하는 나의 현실에서 타인에게서 나라는 존재를 성립하고 자신을 타인에게 성립하려는 자신의 가면 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가본 적이 없는 아주 먼 나라를 동경하고 직접 경험한 적 없는 우주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끝도 없이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걸어갈 수 없는 타인의 길에 가끔은 함께 그 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나의 길을 온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삶이고 싶습니다. 공간을 유유히 흐르는 향기로운 나비처럼, 삶의 이상향을 찾아가는 노랑나비처럼, 삶을 유유히 흘러가는 나비가 되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익살스러운 가면 쓴 우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안내]한철연 3월 <철학자의 서재 라이브> 안내

한국철학사상연구회 3월 <철학자의 서재 라이브> 안내

 

  “B급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정치수다”

–  [B급 철학](알렙)의 필자들과 함께하는 난상 시국토론

 

 

1. 일시 및 장소 : 2017년 3월 25일(토) 오후2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세미나실

 

2. 토론 주제 : 2017년 대한민국의 정치를 논하다. 광장의 ‘정치’가 단순히 ‘통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촛불혁명(?)은 과연 진정한 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3. 진행방식 안내

– 처음 시도하는 편안한 파티 다과식 난상토론 : 생맥주 1잔, 간단한 안주와 다과.

– 단순한 책소개가 아니라, 책에서 논의된 주제들과 연관된 질문을 미리 선별해서 필자들과 공유 토론하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토론의 장.

– 사회 및 진행 : 조은평(웹진 편집주간) / 이지영(학술1부장)

– 토론자 : [B급철학]의 필자 3인

  : 유현상(숭실대 강사), 한길석(가톨릭대강의교수), 박종성(호원대 강사)

 

– ※ 추신 : 토론회를 마치고 참여한 외부 회원분들 중 5명을 선정해서 [B급철학](알렙)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 본 토론회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학술1부와 웹진 (e)시대와 철학의 공동기획으로 진행합니다. 앞으로도 1년에 2회 정도 월례발표회 대신 <철학자의 서재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기획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한철연 회원님과 독자님들 및 철학에 관심을 가지 모든 분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오시는 길 : 2호선 합정역 2번출구, 도보10여분, 태복빌딩 3층

 

섦 -빈집 II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6

빈집 II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하얀 눈이 이 세상을 채우고

따뜻한 햇살에 세상이 비워지고

사람의 흔적이 없는 빈집 지붕 위에는

따뜻한 공기가 채워지고

또 다시 빈집은 비워져 있는 공간을

과거의 기억으로, 찬란했던 빛으로 채워 놓고

햇살이 지나간 흔적을 어둠으로 비우고

때로는 혼자만의 어둠으로 상실을 채운다.

나의 곁에 항상 머무를 것 같은 빈집은

채우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무언가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는 것이고

채우지 않아도 여백의 즐거움이 있다.

 

2017-2-28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봄의 향기가 올 것 같으면서 느리게 겨울을 붙잡던 계절이 가고 새롭게 시작할 게으른 봄의 열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공간 속에 필요한 물질을, 그리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물질들을 채우는 것이 자주 습관적으로 반복됩니다. 겨울의 추위 속에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채우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와 하얗게 다시 비우고 북적북적 채워져 있는 집과 집 사이 어느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빈집은 누군가의 추억, 과거의 흔적, 찬란했던 삶을 채웠다가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새로운 희망을 채워 가기 위해 낯선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득 채우지 않아도 비어있는 삶이 즐겁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합니다.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의 공통점 [시대와 철학]

♦ 아래 글은 [건대신문]  3월호에도 동시 게재되는 칼럼입니다.  칼럼으로 게재할 수 있게 흔쾌히 원고를 보내준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강지은(건국대학교 강사, 전임 편집주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은 혐오스럽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당시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이 뱉은 막말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대통령의 이루 셀 수 없는 실정에 분노한 국민들이 광화문에서 뜨겁게 촛불로 마음을 모을 때 도대체 김진태는 무슨 생각으로 막말을 쏟았을까. 막말의 정점은 박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다. 김평우 변호사는 국민을 기만하는 막말을 마구 쏟아내며 탄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몇 가지 김평우의 막말을 되새겨보자.

 

“탄핵 인용시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일 것”

“요즘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소위 정계 원로, 법조계 원로라는 분들이 전부 무조건 헌재 결정에는 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승복해라, 이게 조선시대입니까? 지금 우리가 양반이 복종하라고 하면 복종하는 노예입니까?”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대통령 그것도 여자대통령에게 뭐했냐고 한다. 이건 웃기는 일”

 

판사를 지냈다는 법조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또 스물스물 퍼져나가는 가짜뉴스들, 박사모 집회에서는 또 그 뉴스를 확인도 없이 너도나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사실 시대적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막말에든 가짜뉴스에든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팩트와 진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울 만큼 배운 저 엘리트들이 왜 저런 혐오발언들을 쏟아내며 막말 정치인, 막말 법조인이란 욕을 듣고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목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번갈아 두르며 광장에 나오는 박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 막말 파문 때문에 부친인 소설가 고 김동리 선생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는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혐오발언들을 쏟아내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 난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에서 느낀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소위 엘리트인 그들이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의 목적이 행동을 생산하는 수행성의 정치이고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혐오발언>>(2016, 알렙, 265쪽)에서 ‘언어는 몸의 행위이며 수행문의 힘은 육체적인 힘과 절대로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서장(16쪽)에서 모리슨을 인용해 ‘언어의 폭력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포획하려는 노력, 따라서 그것을 파괴하려는 노력’이라고 쓰고 있다.

 

막말의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촛불민심에 대한 상처내기와 광장에 모인 박사모들과 숨어있는 박대통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 있다. 사실 이 두 효과 중 막말은 박대통령 지지자들을 더 열광하게 했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나름의 마이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 마이크에서 쏟아지는 혐오스러운 발언과 스멀스멀 SNS를 통해 퍼지는 가짜뉴스들은 팩트가 어떻든 자신들이 지지하는 권력에 힘을 더해주는 수행성의 정치를 열심히 하고 있다.

 

사진출처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