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태양 윤

밑바닥에서 진리를 찾은 이- 장일순 [길 위의 우리 철학] – 15

구태환   1. 원주역과 장일순의 얼굴 열차가 정차하는 역에는 그곳을 거치는 사람들만큼 많은 사연이 쌓이게 마련이다. 전국적으로 도로망이 촘촘해진 지금에야 열차보다 편리한 것이 고속·시외버스이지만, 예전에 큰 도시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열차였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열차 시간을 알아보고 좌석까지 예매하지만, 예전에는 열차 시간을 알아보거나 열차표를 예매하기 위해서, 그리고 벗이나 자녀를 배웅하고 맞이하기 위해서 가야 […]

큰 이룸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 삶의 철학자, 도산 안창호 [길 위의 우리 철학] – 14

  배기호   도산공원 가는 길   춘분, 추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동등한 날에 이른 점심을 먹고 도산 안창호의 자취를 찾아 집을 나섰다. 바깥은 안창호가 살았던 시대만큼이나 우울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 걸음을 돌려 우산을 챙겨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평일 한낮인데도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

시대정신을 찾는 여정의 첫 발걸음: 신채호와 서울 [길 위의 우리 철학] – 13

  1880년 겨울 지금의 대전에서 태어났고 세 살부터 청주에서 자란 신채호는 어린 시절부터 그 지역의 전통적 지식문화의 세례를 듬뿍 받고 자랐다. 몰락한 사대부 집안이었지만 엄격한 유학적 기풍을 고스란히 지닌 가문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했다. 조정에서 정3품 벼슬까지 지낸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한학으로 학문의 맛을 본 신채호는 열 살에 행시(行詩)를 짓고 열네 살 즈음에는 사서삼경을 독파할 정도로 공부에 […]

태백산에서 최후를 맞은 서양철학 1세대, 박치우 [길 위의 우리 철학] – 12

1. 총을 들어야 했던 철학자의 운명   5병대 7병단 1군단 김생 김달삼 이호제 박치우 서득은 여러 슬기로운 지휘관들의 피 아직도 눈 위에 임리하고 청옥산 태기산 일월산 국망봉 백암산 준령들의 산정 위 피바람 불어 끊이지 않는 저 험준한 태백산 전구의 이름과   임화가 1952년 7월에 쓴 시, ‘기지로 돌아가거든’의 한 구절이다. 휴전회담이 시작되었지만 전쟁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상황에서 […]

구도와 구세의 길, 운명적 불화 – 한용운 [길 위의 우리 철학] – 11

한용운의 발자취를 찾노라면 동분서주도 모자라 남분북주를 해야할 판이다. 고교시절 방영된 국경일 기념 드라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당시 윤동주 시인과 함께 나의 필통 데코레이션을 담당한 인물이었지만 3.1운동과 님의 침묵에 관한 잔상 이외에 그에 관한 지식은 전무했기 그의 발자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불충분하다. 어떤 운명인지 충청도에서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강원도와 인연을 맺은 뒤 […]

현상윤, 최초의 근대적 체제의 조선사상사를 짓다 [길 위의 우리 철학] – 10

윤태양   1. 1945년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했다. 일제치하에서는 그토록 어려웠던 ‘민립대학’의 설립이, 광복과 함께 속속 진행되기 시작했다.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도 1946년 9월, 대학으로 승격되었다. 초대총장 현상윤(玄相允, 1893~1950?)은 1946년 2월 보성전문학교 교장으로 취임해, 대학 승격과 함께 총장이 되었다. 지금 고려대학교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대학원 건물 앞 두 동상 중 서양식 옷차림에 동그란 안경을 낀 인물이 […]

서일- 잊혀진 어느 무장투쟁 사상가의 초상 [길 위의 우리 철학] – 9

김정철   1. 흔히 “강을 건넌다.”는 말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미 결정이 되어 돌이킬 수 없거나,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강을 건넌다.”라고 말한다. 일제의 탄압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위해, 생계를 위하여 국경의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갔다. 특히 함경도 지역은 예로부터 척박하고 살기 힘든 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

우리, 나라, 사랑 – 윤치호와 관련한 애국에 대한 단상 [길 위의 우리 철학] – 8

배기호   좋은 이름 없을까? 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던 필자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어른들이 지나가듯이 이종사촌동생의 이름을 생각해보라는 말에, 정작 학업은 뒷전으로 하고 말이다(솔직히 노상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이름이 ‘나라’였다. 당시 우리말 이름이 유행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냥 부르기 쉽고 하늘을 나는 새처럼 동생이 자유롭게 꿈을 향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진심을 담은 […]

정치의 중심에서 주변을 배회한 타고난 근대인 몽양(夢陽) 여운형 [길 위의 우리 철학] – 7

유현상   ‘길 위의 우리 철학’에 걸 맞는 원고를 완성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따라 덕소를 지나 6번 도로로 들어서서 양수리를 지나 신원역 옆길로 600미터 언덕길을 오르면 몽양 여운형(1886년~1947년)의 생가와 기념관이 나타난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약간 돌아가기는 하지만 글쓴이가 사는 곳 역시 양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을 나서기는 했으나 그리 먼 길도 […]

국가의 철학, 철학의 부재(不在), 안호상 – [길 위의 우리 철학] – 6

박민철 1 한반도 분단은 ‘분단체제’라 규정될 정도의 자기재생산 매커니즘을 갖는다. 한반도 차원에서 발생하는 적대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는 ‘반공주의(반미주의)’, ‘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반복된다. 이렇듯 반공주의, 국가주의 모두는 강력한 상호 결합을 통해 결국 분단을 지속시키는 이념적 공모자들이다. 이때 우리는 이것과 관련되어 한국현대철학의 여러 인물들 중에서 안호상을 만나게 된다.   분단 이후 남북은 […]